나만의 성경 - 내 손으로 읽고 쓰고 그리고
박대영 지음, 이소연 그림 / 선율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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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출판계에서 그림에 색칠하는 컬러링북이 대유행을 했고, 그 사이에 교계에서는 성경 필사가 꽤 널리 확산되었다. 각각이 가진 고유의 미덕이 만나 이 책 <나만의 성경>을 이루었다. 트렌드를 좇아 이루어진 게으른 기획이라면 당장 흠잡을 구석이 적지 않을 테지만 이 책은 일단 결과물이 우수하다. 박대영 목사는 <매일성경>과 <묵상과 설교> 편집자로 탄탄하게 사역했고, 그의 저술 <묵상의 여정>은 말씀 묵상에 한국적 정취와 문제의식을 잘 담아낸 특출한 저작으로 기억하고 있기에 기대가 되었다. 그가 본문 해설을 쓰고 이소연 작가가 일러스트를 했는데, 문장은 충분히 곱씹고 새길만 한 풍취가 있어 좋았고 그림은 단순히 서양 그림책 옮겨다 놓은 느낌이 아닌 고유의 선이 살아있어 좋았다. 구약의 44개 이야기를 각 4페이지 단위로 담았는데, ‘성경 본문’과 저자의 ‘본문 해설’, 독자의 ‘필사하기와 묵상하기’, 그리고 ‘색칠하기’에 각 한쪽씩을 할애했다. 개인 묵상이나 선물용으로도 좋겠지만, 가정예배나 주일학교 차원에서 활용하면 안성맞춤이겠다는 느낌이다.

책을 보고 살짝 의문이 들었던 것은, 구약의 역사와 내러티브 중심으로 본문을 선정했는데 그러다 보니 예언서와 시가서가 빠져있고, 신약 본문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향후 2권과 3권의 출판을 암시하는 복선인지 궁금했다. ‘침묵하며 명상하는 것’이라는 ‘묵상’에 관한 정적인 이해를 ‘오감을 동원하는 능동적 행위’로 인식전환을 하는 데에 크게 한몫할 책이다. -양희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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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 - 개정판
김기현 지음 / 복있는사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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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는 2008년 처음 출간된 김기현의 초기 대표작이다. 이 책은 그 책의 개정판이다.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당신들이 있었다’로 시작하는 머리말만 새겨 읽어도 우리는 이 심상치 않은 책에 스민 아픔의 폭과 깊이를 가늠한다. 아버지의 부재가 그에게 남긴 길고도 쓰린 그림자, 자기 삶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갔던 가난과 실패, 시대와 구조의 불가항력 폭력, 그리고 기독교. 이 고통에 대해 물 한 바가지 해갈의 기쁨도 주지 못했던 기독교의 천박함 앞에 몸을 떨었을 그를 충분히 실감한다. 그 목마름과 굶주림 속에서 ‘하박국서’를 만나고, 이 분노의 예언자에 의지해서 자기 분노와 항변을 가감 없이 실어내었던 결과물이 이 책이다. 무난한 목회적 처방을 담는 것이 미덕인 한국교회 설교의 현장에서는 원천적으로 나올 수 없는 목소리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은 개인 김기현이 자기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 대한 덕분이다.

이 책의 특장점은 자전적 이야기와 성경 내러티브를 얼마나 잘 엮어냈는가에 있지 않다. 그가 간결한 단문으로 율동감 있게 써내려가는 틈틈이 적확하게 인용된 문장들은 그가 단지 울부짖는 맹수처럼 자기 상처를 쓰리게 핥으며 거센 숨만 몰아쉬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수많은 책을 먹어치우고, 성경을 씹어먹으며 오직 하나의 질문만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해왔음을 웅변으로 입증한다. 어느 설교자의 강해집에서 ‘고통’이란 주제를 이토록 실존적으로, 그리고 압도적이고 집요한 독서로 파고들어간 불퇴전의 결기를 만날 수 있겠는가? 이 책은 독보적이다. 그는 사석에서 종종 이 책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죽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이 책 덕분이라고. 오늘도 고통의 바다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하늘을 쳐다보는 분들의 손에 조용히 건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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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 생애와 의미 비아 교양
리처드 보컴 지음, 김경민 옮김 / 비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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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교회 내에서 유통하고 있는 예수 이해는 우리 시대 교양인들의 질문과 대화에 충분히 열려있는 것일까? 전도용 소책자에서 흔히 발견하는 단순한 순환 논리, 정해진 신앙고백을 수호하기 바쁜 방어적 변증, 개별적 사례를 보편원리로 갈등 없이 비약하는 미덥지 않은 신앙 간증 등을 거치지 않고 예수에 이르는 길은 없는 것인가? 물론 ‘예수’를 일반 독자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게 소개하려는 시도는 수없이 많이 이루어졌기에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좋은 선택지가 존재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던 차에 옥스퍼드대학출판부에서 나온 유명한 문고판 인문학 개론 시리즈 ‘A Very Short Introduction’의 <예수>의 저자가 리처드 보컴이라니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그는 20세기의 복음서와 요한계시록 연구에 학술적 흐름을 선도한 특급 신약학자이자, 영어권에 위르겐 몰트만의 신학을 소개하는 통로 역할을 할 만큼 현대의 질문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천착해온 신학자다. 그가 그려내는 ‘예수’와 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거치는 지적 경로를 솜씨 있게 담아낸 이 책을 통해 최근 신학계의 주요한 논의 성과까지 잘 반영해서 재현한 예수의 면모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원서는 문고판인데 번역서는 총 8장(240쪽 분량)이고, 비아출판사 고유한 특징이 되어버린 알찬 해제는 ‘번역자의 말’로 담아두었다. ‘역사적 예수’에 관심이 있거나, 신약학이 이 분야에서 어떤 질문을 어떻게 다루는지, 논의 지형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궁금한 이들에게 교양신학 도서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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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북토크에서 본 백영옥 작가의 신작. 두어편 신문 칼럼을 읽어 보았는데,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확 드는 단단하고 꽉 찬 문장을 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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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장소, 환대 현대의 지성 159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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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올해 내가 읽은 책 중에 최고로 칠만하지 않나 싶다. 발간 1년만에 6쇄를 찍은 것으로 나오는데, 충분히 그만한 주목과 인정을 받을만한 저술이다. 


제목으로는 심심한 <사람, 장소, 환대>를 키워드로 '사람됨'의 개념을 '성원권'의 확보란 문제로 조명해준다. '사람'이란 '장소(place 혹은 position)'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 그것은 물리적 공간이기도 하지만, 사회가 그에게 허용하는 위치와도 직결된다. 이는 곧 사람들이 위치의 인정과 확인을 위해 수행하는 수많은 상호작용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게 만든다. 그리고 그 위치를 허락받지 못한 이들, 혹은 그 위치의 상승과 하강에 결부된 다양한 이슈를 들여다 볼 이론적 도구를 제공한다. 이를 풀어가는 개념의 신선도도 탄복할만하지만, 무엇보다 저자의 문장은 이음매 없이 매끈하고 숨을 몰아쉬지 않아도 좋은 적절한 호흡감이 있다. 


그는 주로 어빙 고프만의 작업을 주된 이론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데, 고프만은 이제사 찾아보는 이들이 꽤 늘어가는 추세이지만 사람의 연기(performance)를 중요한 사회학적 개념으로 삼아 여러 저술을 남겨놓았다. 기존의 구조주의적 분석이 대체로 사회적 문제를 구조의 문제로 환원하는 경향을 띠고, 기성 구조의 이탈이나 해체를 주요한 대안의 방향으로 상정한다면, 고프만의 논지는 사회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행성(저자가 '그림자'로 프롤로그에서 탁월하게 비유한)이 산출하는 관계성(매너, 명예 등의 미시적 관계에서 발견되는)이 중요하다고 보아 이를 재평가하고 재구성하는 방향에 시사점이 많다. 


저자는 책의 전반부에서 자신의 이론적 측면을 소상히 정돈한 다음, 이 관점을 인격의 문제, 우정의 문제, 환대의 문제, 신성함의 문제 등에 적용해 보인다. 이 각각의 주제들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첨예한 사회적 현안이 되어 있던가, 아니면 이론적으로 뜨겁게 토론되고 있는 이슈들이다. 저자는 목소리 한번 드높이는 일 없이 이 복잡한 문제들을 장악한다. 매우 많이 배우고, 수긍했다. 아마 이런 주제에 대한 논의에 고프만을 참고하는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고, 김현경을 그 대표적 레퍼런스로 많이 소환하게 될 것이다.     

(데리다에 반대하며) "절대적 환대가 타자의 영토에 유폐되어 자신의 존재를 부인당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일, 그들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일, 그들에게 `절대적으로` 자리를 주는 일, 즉 무차별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사회 안에 빼앗길 수 없는 자리/장소를 마련해주는 일이라면, 우리는 그러한 환대가 필요하며 또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한 환대는 실로 우정이나 사랑 같은 단어가 의미를 갖기 위한 조건이다. 그러므로 환대에 대한 질문은 필연적으로 공공성에 대한 논의로 나아간다. 환대는 공공성을 창출하는 것이다."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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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7-24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작년에 읽었는데 ( 올해 읽었던가 ??! ) 하여튼 그해의 최고작 1편으로 선정했습니다. 압도적입니다..

erasmus 2016-07-24 20:00   좋아요 0 | URL
책이나 영화나 아예 초반에 보지 않으면 좀 묵혀두었다가 찾아보는 편이라 좀 늦었네요. 그래도 매우 만족스런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