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 - 개정판
김기현 지음 / 복있는사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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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는 2008년 처음 출간된 김기현의 초기 대표작이다. 이 책은 그 책의 개정판이다.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당신들이 있었다’로 시작하는 머리말만 새겨 읽어도 우리는 이 심상치 않은 책에 스민 아픔의 폭과 깊이를 가늠한다. 아버지의 부재가 그에게 남긴 길고도 쓰린 그림자, 자기 삶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갔던 가난과 실패, 시대와 구조의 불가항력 폭력, 그리고 기독교. 이 고통에 대해 물 한 바가지 해갈의 기쁨도 주지 못했던 기독교의 천박함 앞에 몸을 떨었을 그를 충분히 실감한다. 그 목마름과 굶주림 속에서 ‘하박국서’를 만나고, 이 분노의 예언자에 의지해서 자기 분노와 항변을 가감 없이 실어내었던 결과물이 이 책이다. 무난한 목회적 처방을 담는 것이 미덕인 한국교회 설교의 현장에서는 원천적으로 나올 수 없는 목소리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은 개인 김기현이 자기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 대한 덕분이다.

이 책의 특장점은 자전적 이야기와 성경 내러티브를 얼마나 잘 엮어냈는가에 있지 않다. 그가 간결한 단문으로 율동감 있게 써내려가는 틈틈이 적확하게 인용된 문장들은 그가 단지 울부짖는 맹수처럼 자기 상처를 쓰리게 핥으며 거센 숨만 몰아쉬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수많은 책을 먹어치우고, 성경을 씹어먹으며 오직 하나의 질문만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해왔음을 웅변으로 입증한다. 어느 설교자의 강해집에서 ‘고통’이란 주제를 이토록 실존적으로, 그리고 압도적이고 집요한 독서로 파고들어간 불퇴전의 결기를 만날 수 있겠는가? 이 책은 독보적이다. 그는 사석에서 종종 이 책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죽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이 책 덕분이라고. 오늘도 고통의 바다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하늘을 쳐다보는 분들의 손에 조용히 건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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