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교회 내에서 유통하고 있는 예수 이해는 우리 시대 교양인들의 질문과 대화에 충분히 열려있는 것일까? 전도용 소책자에서 흔히 발견하는 단순한 순환 논리, 정해진 신앙고백을 수호하기 바쁜 방어적 변증, 개별적 사례를 보편원리로 갈등 없이 비약하는 미덥지 않은 신앙 간증 등을 거치지 않고 예수에 이르는 길은 없는 것인가? 물론 ‘예수’를 일반 독자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게 소개하려는 시도는 수없이 많이 이루어졌기에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좋은 선택지가 존재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던 차에 옥스퍼드대학출판부에서 나온 유명한 문고판 인문학 개론 시리즈 ‘A Very Short Introduction’의 <예수>의 저자가 리처드 보컴이라니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그는 20세기의 복음서와 요한계시록 연구에 학술적 흐름을 선도한 특급 신약학자이자, 영어권에 위르겐 몰트만의 신학을 소개하는 통로 역할을 할 만큼 현대의 질문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천착해온 신학자다. 그가 그려내는 ‘예수’와 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거치는 지적 경로를 솜씨 있게 담아낸 이 책을 통해 최근 신학계의 주요한 논의 성과까지 잘 반영해서 재현한 예수의 면모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원서는 문고판인데 번역서는 총 8장(240쪽 분량)이고, 비아출판사 고유한 특징이 되어버린 알찬 해제는 ‘번역자의 말’로 담아두었다. ‘역사적 예수’에 관심이 있거나, 신약학이 이 분야에서 어떤 질문을 어떻게 다루는지, 논의 지형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궁금한 이들에게 교양신학 도서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