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1~6 세트 - 전6권 - 정사 비교 고증 완역판 ㅣ 글항아리 동양고전 시리즈 13
나관중 지음, 모종강 정리, 송도진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삼국지를 많이 읽은 사람은 아니다. 거의 30년 전쯤 이문열 삼국지를 두번 읽고, 그 후에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만화, 고우영 삼국지, 라디오 삼국지를 접해본 정도랄까. 그 정도면 대강 줄거리만 아는 수준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읽은 이 송도진 역본 삼국지는 대단하다. 모종강본을 충실히 번역하고, 오류와 주석을 미주로 꼼꼼히 달았다. 각 회 말미에는 실제 『삼국지』와 배송지 주, 『후한서』, 『자치통감』등의 역사서를 발췌해서 정사와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요시카와 에이지류의 번역본이나, 시바 료타로를 어설프게 모방한 평역본들에 비해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게다가 권말에 붙인 모종강의 평론으로, 정리할 수도 있었다. 물론 옮긴이가 한문 연구가에 가깝지 전문 소설가가 아니기 때문에 읽는 맛은 조금 떨어지긴 하다. 이런 삼국지가 이전에는 없었던 이유를 알게 한다. 삼국지들은 웬만한 명망 있는 소설가들애게 연금과 같은 것이어서 앞다투어 번역을 하였고, 시장이 워낙에 커진 탓에 전문 번역서는 필요하지 않았던 탓이리라.


실로 오랜만에 읽은 삼국지는 완전히 다른 소설이었다. 앞에 대강 줄거리만 아는 수준이라고 말했는데, 몇몇 장면들이 편린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사실상 처음 읽는 거나 다름없는 대작이었다. 이번에 읽을 때는 특히 지리 부분에 중점을 두었고, 많은 지도가 수록된 삼국지 책들을 참고했기 때문에 이 소설이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앞서, 모종강의 평론을 언급했는데, 인상적인 것은 평론 서두에 강조한 촉한정통론이다. 지금의 역사는 조조의 혁명가적 행위들과 가장 넓은 영토와 인구를 보유한 사실상의 패자로서의 지위 때문에 위-진 정통론을 당연시 한다. 그러나 모종강은 촉한 정통론도 나름의 논거를 제시한다. 유비는 한 왕조를 계승한 적통이며, 이를 멸망시킨 위-진은 비록 한때 통일국가의 지위를 누렸으나 그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전국을 통일했으나 2대에 멸망한 진 왕조, 5호 16국을 평정하고 재통일했지만 역시 2대만에 멸망한 수 왕조처럼 말이다. 오직 400년에 걸친 통일국가를 열었던 한 왕조만이 정통국가이므로, 유비를 한 왕조의 마지막 계승자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항우와 여태후를 본기에 두어 정통으로 보았던 사마천이라면 반대할 만한 개념이지만, 무시할 수 없을 만한 논증이라 하겠다.


삼국지 자체를 다시 읽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만약에 다시 읽는다면 이 번역본을 택할 것 같다. 그만큼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리쿠르고스, 솔로몬, 마호메트, 나폴레옹…

‘비범한 사람’으로서, ‘인류의 입법자들과 제정자들‘로 '낡은 법률을 파괴했고, 만약 유혈만이 그들을 도울 수 있었다면, 피 앞에서도 멈추지 않'은 사람들로, 라스꼴리니꼬프가 예시로 든 인물들이다.

이 사람들 중 ‘솔로몬’이 번역자마다 다른데, '솔론'으로 된 번역본들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솔로몬' 파


 
























일본어 역본 중역의 김학수부터, 홍대화, 김희숙, 도스또옙스끼 전문가이자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김정아의 최신 번역본(푸틴에게까지 전달되었다고 함)까지 '솔로몬'으로 번역. 



다음은 '솔론' 파















민음사가 자사의 김연경 역본이 '솔로몬'을 처음으로 '솔론'으로 바로잡았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문영의 문학동네의 『죄와 벌』 내가 아는 한 가장 최근의 역본으로, 역시 '솔론'으로 표기한다(별도 광고는 안하고). 번역본은 아니지만, 열린책들에서 발간한(지금은 절판된) 조유정의 『도스또예프스끼 읽기 사전』에서도 해당 부분에서 '솔론'이라고 표기한다.


러시아어는 모르지만, 애플북의 영문본에서는 'Solon'으로 표기. 챗GPT와 퍼플렉시티에 물었더니, 하나는 솔로몬, 다른 하나는 솔론이 맞단다. 러시아어를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답답할 밖에.


내가 계속해서 의문을 갖는 건, 새로운 번역본이 나올 때마다 제각각 '기존 역서들의 오류를 바로잡고, 영문, 중문, 일문을 참고했다'라고 하는데도 다 다르기 때문. 번역 저본이 다른 것인가? 열린책들은 같은 출판사에서, 거의 동일한 편집자들이 표기법을 통일감 있게 만들었을 것임에도 두 책이 다르다. 기존 번역의 오류들을 주석을 통해 자주 지적하는 김정아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을 도살하면서까지 입법을 강행했는지를 본다면 솔로몬이 가깝겠지만, 문맥상으로는 '리쿠르고스'와 비교되면서 '사회체제 개혁'으로 유명한 '솔론'이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솔로몬'이라고 한 표기가 바뀌지 않는 이유는, 일본어 중역본의 영향이 지금까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현'이라는 행정구역 표기, '아마색'이라는, 노문학 전공자들만 아는 색상... 자신의 역서에 자부심을 갖는 역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너무 게으른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푸코의 진자 세트 - 전3권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음모론에 낚여 허덕이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세요. 음모론자들이 가소롭게 느껴질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도스또옙스끼 중후기작들 섭렵한 후 뭘 읽을까 방황 중 

문득 『안나 까레니나』가 생각났다.

밀리의 서재에 민음사, 열린책들, 창비 번역본 있는데

'안나 '까'레니나'로 표기하는 창비를 선택.

조만간 『삶과 운명』도 읽으려고 하는데, 

역자인 최선 교수라는 분의 스타일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고.















휴대폰으로 폭풍처럼, 이제 1권의 절반을 읽었는데 드는 생각은,

'좋은 번역이다. 약간, 아주 약간 이해가 안되는 문장도 있지만.'


그리고,

'주석을 정말 꼼꼼하게 달았구나.'

블라지미르 나보꼬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등을 인용해서,

번역만으로는 살리기 어려운 뉘앙스를 전달하려 노력한 게 느껴졌다.


최근, 몇 페이지와 역자 후기만 훑어보았던 문학동네 『죄와 벌』과 대비된다.


역자 이문영 교수는 전문서적의 주석을 번역해서 풍부하게 붙이려 했으나,

출판사에서 반대했다고 한다. 

독자의 흐름을 방해한다나 뭐라나.


그 대목에서 어이를 상실했다.

문학동네는 『죄와 벌』의 후발주자이다.

원전 번역서는 이미 충분히 많으며, 그 수준들도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주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시장이 포화인 상태에서 또 누가 어디서 번역본을 낼지는 모르겠으나,

상세한 주석이 달린 『죄와 벌』을 꼭 만나고 싶다.


이왕이면 김희숙과 이문영이 출판사를 스왑딜 했으면 한다.

을유문화사 책 스타일이면 (역자의 의도대로) 미주를 무제한으로 붙일 수도 있고,

김희숙 번역의 『까라마조프』와 『백치』로 구성된 내 책장도 

나님께서 보기에 좋을테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세트 - 전3권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후기 작품을 모두 섭렵하고, 이 소설을 김연경 본으로 한 번, 김희숙 본으로 두 번 읽은 지금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는 점이 기쁘다.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죄와 벌』을 훌쩍 넘어선 도스또옙스끼의 최고의 작품이다. 작가가 평생 추구했던 모든 것이 담겨 있는데다, 재미까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