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쿠르고스, 솔로몬, 마호메트, 나폴레옹…
‘비범한 사람’으로서, ‘인류의 입법자들과 제정자들‘로 '낡은 법률을 파괴했고, 만약 유혈만이 그들을 도울 수 있었다면, 피 앞에서도 멈추지 않'은 사람들로, 라스꼴리니꼬프가 예시로 든 인물들이다.
이 사람들 중 ‘솔로몬’이 번역자마다 다른데, '솔론'으로 된 번역본들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솔로몬' 파
일본어 역본 중역의 김학수부터, 홍대화, 김희숙, 도스또옙스끼 전문가이자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김정아의 최신 번역본(푸틴에게까지 전달되었다고 함)까지 '솔로몬'으로 번역.
다음은 '솔론' 파
민음사가 자사의 김연경 역본이 '솔로몬'을 처음으로 '솔론'으로 바로잡았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문영의 문학동네의 『죄와 벌』 내가 아는 한 가장 최근의 역본으로, 역시 '솔론'으로 표기한다(별도 광고는 안하고). 번역본은 아니지만, 열린책들에서 발간한(지금은 절판된) 조유정의 『도스또예프스끼 읽기 사전』에서도 해당 부분에서 '솔론'이라고 표기한다.
러시아어는 모르지만, 애플북의 영문본에서는 'Solon'으로 표기. 챗GPT와 퍼플렉시티에 물었더니, 하나는 솔로몬, 다른 하나는 솔론이 맞단다. 러시아어를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답답할 밖에.
내가 계속해서 의문을 갖는 건, 새로운 번역본이 나올 때마다 제각각 '기존 역서들의 오류를 바로잡고, 영문, 중문, 일문을 참고했다'라고 하는데도 다 다르기 때문. 번역 저본이 다른 것인가? 열린책들은 같은 출판사에서, 거의 동일한 편집자들이 표기법을 통일감 있게 만들었을 것임에도 두 책이 다르다. 기존 번역의 오류들을 주석을 통해 자주 지적하는 김정아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을 도살하면서까지 입법을 강행했는지를 본다면 솔로몬이 가깝겠지만, 문맥상으로는 '리쿠르고스'와 비교되면서 '사회체제 개혁'으로 유명한 '솔론'이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솔로몬'이라고 한 표기가 바뀌지 않는 이유는, 일본어 중역본의 영향이 지금까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현'이라는 행정구역 표기, '아마색'이라는, 노문학 전공자들만 아는 색상... 자신의 역서에 자부심을 갖는 역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너무 게으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