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오페라, 이탈리아를 노래하다
전수연 지음 / 책세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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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베르디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여 출간되었을 때 처음 읽고, 거의 2년만에 다시 읽다.

 

2년 전 읽었을 때에는 참 어려웠다. 쉽게 쓴 책인데 왜 어렵냐고? 지금 다시 읽으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문장이 베르디 오페라를 본 사람을 가정한 것이어서 문맥을 짚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시 읽으니 새롭고 좀 더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베르디의 주요 작품과 통일 이탈리아의 역사를 따라 그리고 있다. '이탈리아 통일 3걸'이라 불리는 마치니, 카보르, 가리발디의 이야기도 나오고 그의 여인들, 주변의 음악가들과의 관계도 조명하고 있다.

 

베르디의 일생을 오페라 4막과 결부시켜 나눈 점도 흥미롭다. 그의 초기작인 '나부코'나 '에르나니'는 다른 작품에 비해 '나중에 들을 작품'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두작품은 베르디라는 사람을 규정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고, (그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통일 이탈리아 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그의 상반기를 히트작이자 지금도 가장 인기 있는 레퍼터리 3부작, '리골레토', '일트로바토레', '라트라비아타'는 그의 앞서 나가는 사고를 엿볼 수 있다. 당대의 사회상을 비판했기 때문에 무수한 검열에 시달렸지만, 베르디는 자신의 뜻을 꺾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이 걸작들이 탄생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자칫 통속극으로만 보일 수 있는 이 작품들은 새 시대를 알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원작인 보마르셰 3부작에 비견된다면 무리일까.

 

그 후 그의 작품 세계는 더 넓은 곳으로 확장된다. '돈 카를로'와 '아이다'가 그 절정을 이루는데, 전자는 교권주의에 대한 도전, 후자는 (의외로)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오리엔탈리즘'의 상징으로 보일 만한 '아이다'에 대하여 이런 해석은 참으로 신선하다.

 

70대의 노작곡가의 '최고의 비극과 최후의 비극'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그의 눈물겨운 노력을 그리고 있다. 베르디가 이탈리아의 통일 운동을 지지하여 그 완성을 보았다는 점에 머물렀다면 그는 단순히 이탈리아의 위대한 국민음악가였을 것이다. 그는 당대의 인습에서 벗어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는 점에서 그는 혁신적이고 세계적인 음악가로서 존경을 받을 만하다. 역설적으로, 그런 점 때문인지, 내가 읽었던 오페라 관련 글들에서 그의 후기작품들은 바그너의 영향을 받아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체성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이 책은 '오텔로'의 작곡과정을 보여주면서, 그러한 평가는 부당하다고 본다. 그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최후의 수호자였으며, 초연에서 모든 이탈리아인들이 이에 열광했다고 묘사하고 있다.

 

음악인들의 노후를 위해 사재를 털어복지시설인 '카사 베르디'를 건립한 베르디. 누구보다 자존심과 고집이 셌지만, 명예를 우습게 생각하여 자신에게 내린 '부세토 후작'의 작위를 거절한 베르디. 그의 작품들이 당대의 현실에 대하여 많은 것을 시사하든, 그의 유산은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위대한 작곡가의 작품을 당대의 역사에 결부시켜 서술한 참 고마운 책을 읽이다. 내가 좋아하는 푸치니와 슈베르트에 대한 이런 책들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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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1 : 476~1000 - 야만인, 그리스도교도, 이슬람교도의 시대 움베르토 에코의 중세 컬렉션 1
움베르토 에코 기획, 김효정 외 옮김, 차용구 외 감수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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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나왔다면 좀더 저렴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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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영웅전설 완전판 스페셜 박스세트 - 전15권 이타카
다나카 요시키 지음, 김완 옮김, 미치하라 카츠미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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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재미있으면서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SF는 당분간 보지 못할 것 같다.

 

완독하는 데 약 한 달 걸렸다. 나의 출퇴근 시간과 짬나는 시간, 그리고 주말을 책임졌다. 읽는 내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그저 몰입하기만 했다.

 

주지하다시피 은영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SF의 하나이다. 나 역시 고등학교 때 처음 접했으나, 끝까지 읽지는 못했다. 무려 20년만에 다시 만난 셈.

 

은영전은 엔터테인먼트로서 최고의 재미를 지닌 소설이다. 이렇게 몰입감을 주면서도 위트 넘치는 문장으로 꽉 찬 책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는 은영전의 단면에 불과하다. SF의 외피를 입은 정치철학 소설이랄까. 그것도 쉽게 풀어쓴. 은영전은 현자가 다스리는 전제군주제와 중우정치에 가까운 민주주의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면서 '과연 어떤 것이 옳은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때문에 이 작품은 정체(政體) 논쟁의 좋은 비유거리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연극으로도 상연된다고 하는데, 아마도 레이저포가 날라다니는 게 아니라, 전제군주제와 민주주의에 우월성에 대한 논쟁이 핵심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작가는 궁극적으로는 양웬리의 입을 빌려 "최악의 민주주의가 최선의 전제주의보다 낫다"라고 말한다. 전제주의에서는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그러나 민주주의 하에서는 좋은 지도자를 선택하면 그 혜택은 유권자가 누리고, 최악의 지도자를 선택하면 그 책임도 유권자에게 있음을 역설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는 것이다.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다스리는 은하제국은 아마도 제국민들이 꿈에 그리워 마지 않는 곳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제국민들에게 골고루 결과가 돌아가는 전제군주제는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역사상 그런 예도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에 욥 트뤼니히트 같은 보신주의자가 최고지도자인 민주주의 국가는 획기적인 발전이 없을지도 모른다. 양 웬리와 같은 걸출한 영웅의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 시행착오도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조금씩 전진한다'는 것이 역사에서 증명한다. 그래서 민주주의이다.

 

은영전의 설정은 많은 면에서 우리나라를 떠올리게 한다. 저자가 마치 한국사를 심도있게 연구해서 모델로 삼은 듯 말이다. 아니면 그것이 역사의, 위정자들의 보편적인 행태일까. 정치권의 사주를 받은 듯한 우국기사단은 정권에 반하는 이들에게 린치를 가한다(서북청년단). 선거철만 되면 자유행성동맹은 요란하게 전쟁을 부르짖는다(한국의 보수정당). 위정자들은 전쟁영웅이 집권할 것을 두려워하여 사사건건 그의 행동에 태클을 건다(선조와 이순신). 몰살 위기의 위정자들은 다급히 항복하고 보신에만 급급해 한다(한말의 조정대신들).

 

책 상태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번역도, 인쇄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본에서 주로 쓰이고,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한자어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추후 개정판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도帝都, 안광眼光, 존명尊命 등등... 나는 이런 한자를 그대로 두는 것은 번역하기 귀찮아서 그냥 그렇게 쓰는 거라고 생각한다. 오타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간혹 계급을 잘못하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문장이 매끄러워 읽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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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테라피 - 심리학, 상처입은 마음을 어루만지다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 원장의 테라피 시리즈 2
최명기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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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에게 상처받는 사람들을, 8가지 유형별로 나누어 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읽으면 어느 정도 위안을 찾을 수도 있고, 포기하고자 하는 마음을 다잡을 수도 있다.

 

반대로,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해서는 무방비하다.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가, 상처를 준 이의 후회와 용서를 비는 데 있다고 보면 상처를 준 이를 위한 테라피는 다른 책을 읽어야 할 듯하다. 아니, 저자는 상처를 주기만 하는 사람은 결코 변하지 않으므로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지금 시점에서 내가 필요한 것은 상처를 주는 사람을 위한 테라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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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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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일이라든가, 다소 무례한 짓이라든가, 내가 한 말이 거짓이라고 했다든가, 조그마한 모욕을 당했다든가 하는 경우라면 난 위험에 길이 들기도 했고 또 여러모로 몸을 단련해서 솜씨도 있느니만큼, 안심하고 상대방을 죽일 자신을 가지겠죠. 아, 그런 정도의 일쯤이라면 나도 결투로 대결을 할 겁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두고 깊숙이 파고드는 영원 같은 고통을 준 사람이라면, 가능한 한 내가 받은 고통과 비슷한 방식으로 복수를 할 생각입니다..."         - 2권, 283쪽

 

 

2011년 경부터 꽤 많은 고전문학을 읽었지만 '복수'를 주제로 한 것은 이것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아킬레우스가 절친 파트로클레스의 죽음에 전장에 복귀하여 헥토르를 죽이고 그 시신을 모욕함으로써 복수를 완성한 '일리아스'도 그 핵심 주제는 '복수'가 아닌 '분노'였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에드몽 당테스의 14년 간의 한 맺힌 자의 복수라는 감정이 5권이라는 방대한 작품 전체에 걸쳐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복수는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일반적으로, 삼국지나 수호전에서 말하는 동양식의 복수라 하면 쳐들어가서 칼을 휘둘러 몰살시키는 수법을 쓴다. 그러나 백작은 기다린다. 그들이 부를 쌓고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 행복의 정점에 이를 때까지 기다린다. 복수의 희망을 놓지 않는다. 무려 9년을 그렇게 기다렸다.

 

"하느님!" 하고 백작은 중얼거렸다. "당신의 복수에는 종종 너무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보다 더 완전해지기 위해서이리라고 믿습니다."   - 4권, 331쪽

 

그리고 그는 파리 사교계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스스로를 동양에 기나긴 여행으로 다녀온, 수수께끼 같은 인물로 설정했다. 돈을 물쓰듯 써서 4인방의 이목을 사로잡았으며, 그들의 신뢰를 얻어냈다. 20여년을 복수귀로 살았던 그였으나, 항상 담대하고 태연하게 행동한다. 그리고 마침내 복수를 시작한다. 스스로 신의 대리인을 자처하면서, 미미한 존재를 서서히 쥐구멍으로 몰아가듯, 그렇게 그의 복수는 진행된다. 

 

그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자들은 공개적으로 명예가 훼손되고 가족이 파탄나고 맞아죽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미쳤다. 그러나 하나하나 복수를 실현해 가면서, 당테스는 과연 속이 편안해 졌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마지막 한명은, 죽음 직전에서 자신의 죄를 뉘우치자 용서를 해주었던 것일게다.

 

"나는 당신 때문에 신세를 망친 사람이오. 나는 당신이 행운을 잡기 위해 밟고 올라섰던 사람 중에 하나요. 나는 당신 때문에 아버님을 굶주려 돌아가시게 했고, 또 당신을 굶겨 죽이려다가 바로 지금 당신을 용서해 주는 사람이오. 그 까닭은 나 자신 또한 용서를 받아야 할 사람이기 때문이요."  - 5권, 424쪽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만큼 등장인물들의 대사, 행동 하나하나가 연극을 염두에 둔 느낌이다. 역자 후기에야 알게됐지만, 뒤마는 희곡작가로 출발해서 큰 성공을 거둔 후 소설에 입문했다고 하니 그 역량이 제대로 발휘된 것이다.

 

반면에 (역시 연극적인 요소 때문인지) 치열한 심리묘사는 아쉽다.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레 미제라블'에서, 마들렌 씨는 자신 대신에 장발장으로 잡혀가는 이에 대하여 수십페이지에 걸쳐 고뇌한다. 그가 법정으로 가기까지 많은 사건이 있으며 그때마다 그는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죄와 벌에서 라스꼴리니꼬프는 자신의 범죄에 대하여 주변인들의 반응에 끊임없이 내적으로 반응한다. 그런데 당테스에게는 그런 고민의 여지가 전혀 없다. 그는 말 그대로 신의 대리인으로서, 자신의 행위는 정의의 실현이라는 신의 섭리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스도의 산'이라는 뜻의 '몬테크리스토'란 이름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아마도 그러한 치열한 고민이 없었으리라. 이러한 캐릭터를 분명히 드러내는 부분이, 역설적으로 단 한가지 그가 고민했던 지점에서 알 수 있다. 알베르와의 결투에서 아들을 죽이지 말아달라는 메르세데스의 간청 때이다. 백작은 그녀의 요청을 수락하면서 진정 복수귀가 되지 못한 것을 한탄한다.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하고 백작은 생각했다. "복수를 결심한 날, 왜 내가 심장을 뽑아버리지 못했단 말인가!"  - 4권, 440쪽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참 재미있고 읽기 쉽다. 그래서인지, 프랑스 소설 특유의 철학적인 고뇌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이렇게 방대하게 이끈 것은 역시 작가의 역량이다. 천년이 넘도록 재생산될 문화상품으로 남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내가 이 책을 처음으로 꺼내 본 것은 10여년 전 도서관에서였다. 어릴적 명작동화로 재미있게 읽은 것이 기억났던 것이다. 그러나 처음 펼쳤을 때 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오타작렬. 알고보니 지금도 오타로 악명높은 출판사였던 것이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 문학에 흠뻑 취해서 사서 읽게 되었는데, 24쇄쯤 되니 그런 오타는 많이 잡힌 것 같다. 아니, 오타에 신경쓸 겨를 없이 이야기 자체의 흡입력이 워낙 강해 워낙 바쁜 중에도 5권을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알렉상드르 뒤마 전공자가 번역한 다른 번역본이 나왔으면 좋겠다. 몇몇 문장에서는 일본냄새가 확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표기를, 몬테크리스토 백작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인물 그림을 붙여 놓았다. 비슷한 시기 사교계의 인물 그림 같은데, 적절한 선택인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레 미제라블' 이후 간만게 기나긴 소설을 즐겁게 완독하게 되어 기쁘기 그지 없다. '삼총사'와 '검은 튤립'도 곧 즐거운 마음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너희들은 돈으로 얻을 수 있는 수단밖엔 못 가지고 있지만, 우리처럼 권력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헌신으로 얻을 수 있는 수단이라는 걸 가지고 있단 말이다."
"헌신이라고요?" 빌포르가 웃으며 물었다.
"그렇다, 헌신이다. 희망으로 불타는 야심을 점잖은 말로 그렇게 부르는 거다." - 1권,197쪽

그는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그것은 신에게 올리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에게 하는 기도였다. 신이란 가장 막바지에 구원을 청하게 되는 법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주께 기원을 구해야 할 불행한 사람은 언제나 다른 모든 희망을 잃어버리고 난 뒤에야 비로소 주에게서 희망을 발견하는 법이다. - 1권,239쪽

"... 도대체 백작은 어느 나라 사람이지? 어느 나라 말을 하고 있느냔 말이야? 생활은 또 어떻게 하고 있지? 그 막대한 재산은 다 어디서 나오느냔 말일세. 그 사람을 지금과 같은 그 음산하고 사람을 싫어하는 인간으로 만들어 놓은, 아무도 모르는 이상한 그 사람의 반평생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 2권, 371쪽

"한 번 목숨을 내던져 본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됩니다.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은 이미 자기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단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런 결심을 한 사람은 그때부터 당장 힘이 열 배가 되고, 자기 세계가 확 넓어진 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법입니다." - 3권, 45쪽

"눈만 감으면 어렸을 때 본 모든 것들이 눈에 선해 와요. 우리에겐 두 가지 눈이 있죠, 하나는 육체의 눈, 또 하나는 마음의 눈. 육체의 눈은 가끔 잊어버리는 수가 있지만 마음의 눈은 항상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지요." - 4권, 194쪽

정신적인 상처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완전히 아물지 않는 것이 그 특징이다. 그것은 늘 고통이 사라지지 않으며, 누군가의 손이 닿는 날엔 당장에 피가 새어나오도록 가슴속에서 항상 생생하게 입을 벌리고 있는 셈이다. - 4권, 378쪽

오랜 세월 동안 고통 받은 기쁨이란, 햇빛에 말라버린 땅 위에 내리는 이슬과 같은 것이다. 그러한 가슴과 대지는 그들에게 내리는 비를 빨아들이면서도 겉으로는 나타내지 않는 법이다. 며칠째 백작은 오래전부터 믿어지지 않던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이 세상에 두 사람의 메르세데스가 있다는 것과 자기가 아직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5권, 25쪽

"... 이 세상에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오직 하나의 상태와 다른 상태와의 비교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큰 불행을 경험한 자만이 가장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막시밀리앙 씨, 산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알기 위해서는 한번 죽으려고 해보든 것도 필요합니다." - 5권, 449쪽

"백작님께서 그러시지 않았어요? 인간의 지혜는 이 두 마디 속에 있다고요.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 5권, 4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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