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 나비부인 [한글자막] - 박종호와 함께하는 유럽 오페라하우스 명연시리즈 박종호와 함께하는 유럽오페라하우스 명연시리즈 29
도밍고 (Placido Domingo) 외 / Dynamic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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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황량하고, 의상은 해괴하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작가주의적 연출을 좋아하긴 한데, 이건 기모노를 안 입은 거의 첫 '나비부인'이라는 역사적 의의만 있을 것 같다. 이름발 의식해서인지 화면에 지휘자를 너무 자주 비춰주는 것도 흠. 다니엘라 데시의 노래와 연기는 아름답다. 오케스트라 반주는 처음에는 밋밋하지만 뒤로 갈수록 감동이 전해진다. 화질은 깨끗하지는 않고, 한글자막은 준수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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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블루레이] 푸치니 : 투란도트 [한글자막]
푸치니 (Giacomo Puccini) 외 / OPUS ARTE(오퍼스 아르떼)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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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번트 가든 답게 기본에 충실한 공연. 내가 이전에 봤던 두 개의 투란도트가 화려한 셋트로 승부했다면, 이 프로덕션은 무대연출이 상대적으로 간소한(?) 대신 기본적인 중국스러움과 화려한 의상이 돋보인다. 성악진은 매우 만족스럽다. 주인공 셋 모두 연기, 노래가 출중하고, 비주얼적으로도 각 역할에 잘 어울린다. 특히 류 역의 나카무라 에리의 열창은 내가 본 셋 중 가장 낫다. 반면 한글 자막이 부실한 게 흠. 투란도트에서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군중들의 합창에 대한 번역을 많이 생략했다. 레퍼런스 급 연출인데 이 점이 무척이나 아쉬웠다(전체 흐름을 놓칠 만큼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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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네 : 베르테르 (한글자막) - 박종호와 함께하는 유럽 오페라하우스 명연 시리즈 박종호와 함께하는 유럽 오페라하우스 명연 시리즈 2
쥘 마스네 / 아울로스 (Aulos Media)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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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는 처음.

 

1960-70년대 즈음을 배경으로 한 연출인데, 음악이 마치 그 시절 TV드라마 배경음악인 것처럼 잘 어울린다. 무대감독인 안드레이 세르반이 거기까지 계산한 듯. 큰 아름드리 나무를 중심으로 1층과 2층을 나누고, 막-장에 따라 실내 또는 실외로 꾸몄는데 매우 아름답다. 특히 여름부터 겨울까지 계절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리골레토' 때부터 느낀건데, 마르첼로 알바레스가 노래를 참 열정적으로 잘 부르는 게 애절함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엘리나 가랑차나 다른 가수들은 잘 모르겠다. 필립 조르당의 지휘가 인상적인데, 특히 3막에서 4막으로 넘어가는 부분의 간주곡은 끝나고도 머릿속에 남는다. 다만 4막의 죽을듯 말듯한 두 사람의 2중창은 좀 지루하다. 한글자막은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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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블루레이] 드보르작 : 루살카 [한글자막] - 재발매 수입
드보르작 (Antonin Dvorak) 외 / C Major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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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살카 공연은 두번째인데, 로버트 카슨의 아름답고 고요하고 몽환적이고 단정했던 연출에 비해 이건 180도 뒤집어서 섹슈얼리티를 넘어 패륜적이다. 연출가인 쿠제이의 다른 작품들인 '므젠스크의 맥베스 부인'이나, '돈 조반니'는 원래 내용이 그런거니 그러려니 하더라도 이건 좀... 여기서 더 나가면 그야말로 막장 포르노일 것. 문득 이 프로덕션이 다른 극장에 얼마나 팔렸을까 궁금하다. 이거 연기할 만한, 그것도 체코어가 되는 소프라노들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 몽환적인 동화를 현실의 범죄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그 발상의 전환이 참으로 놀랍다. 아름답고 따뜻한 대사가 그런 므흣한 (성추행 범죄) 장면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건 연출가가 천재이거나 또라이거나 둘 중 하나. 지금까지 80여 편의 공연물을 (동영상으로만) 봤는데, 이 정도의 충격을 준 건 빌리 데커의 '라 트라비아타' 2005년 잘츠부르크 공연 뿐이었다.

 

성악적으로 오폴라이스는 좀 아쉬웠다. 작품 특성상 물에 하도 헹궈서인지 민낯이 드러난 오폴라이스는 사진과는 참 많이 다른데, 그것보다도 그의 노래가 주는 감동이 적었다. 반면 물의 요괴인 그로이스뵈크의 막장 연기와 울림은 참 좋다. 왕자와 외국공주는 괜찮은 편.

 

공연 후 커튼콜을 꼭 보는데, 이 영상물은 그게 다 잘려서 아쉽다. 한글자막은 80% 정도(루살카는 왜 한글자막이 나오다 말까, 체코어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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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바그너
오해수 지음 / 풍월당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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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꺼운 책을 구입한 이유는 브라이언 매기의 '트리스탄 코드'를 읽기 위한 준비작업 차원에서이다. 철학자가 쓴 바그너 철학책이라니 어렵다는 평이 자자해서 쉽게 시작하려고.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바그너의 생애에 관한 저서 중 두께만큼이나 가장 많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바그너빠다. '중립을 지키려 노력했지만 마음이 기우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후기에 쓰고 있지만 그냥 기우는 정도가 아니라 대놓고 후세에 길이남을 엄청난 천재라고 찬양을 한다. 중립을 지키기 위해 '지나친 낭비벽에 색마'라는 이미지와 관련된 에피소드들로 가감없이 까고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그의 인간적인 매력으로 인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 부분은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의 최고의 천재'로 묘사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떠올리게 한다. 천재적 재능으로 자신의 이상을 완수한 혁명가, 엄청난 채무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를 을로 만드는 센스로 평생 변제를 안하는 채무자, 유부녀를 밝히는 호색한. 내 주변에는 영웅이 없다는 게 천만 다행이다.

 

이 책은 반쯤은 평전의 성격을 지닌 에세이다. 그래서 중반까지는 다소 산만한 느낌이다. 바그너의 출생을 다루는가 싶더니 작품과 유산, 인물, 여성관에 대한 이야기로 개관하면서 이야기가 반복된다. 그러다 제9장부터 연대기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작가가 글쓰기 훈련을 받지 않았는지, 이상한 문장도 간혹 보이는데, 이런건 편집자들이 적극적으로 개입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내용이 좋다.  마치 바그너가 인생의 중반인 40이 넘어 출세한 것처럼. 망명, 평생의 후원자 루트비히 2세와의 만남, 바이로이트 극장을 건설하고 인생의 절정인 반지를 초연하기까지의 과정을 박진감 넘치면서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나는 아직 바그너의 오페라를 다 보지는 못했다. '방랑하는 네덜란드인' 등 아직 볼 계획이 없는 초기작품들을 제외하더라도, '로엔그린'과 '파르지팔'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아직 반 정도밖에 다가오지 않는다. 언젠가 그의 작품들을 다 보고나서 다시 읽는다면 다른 많은 것들이 보일 것이다.

 

이 책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저자는 후기에서 '바그너의 작품'과 '바그너의 유산' 3부작으로 기획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책이 추가로 나오면 표지가 바뀌고 박스를 주는 우리나라의 출판관행을 생각하면 짜증날 일이다. 아마도 바그너 오페라 9개 작품에 대한 해설, 그의 후손들, 푸치니, 슈트라우스, 영화음악에 이르는 그의 영향력을 다루지 않을까? 그때쯤이면 나도 바그너의 작품들에 대한 지식이 쌓여 이해가 더 깊어져 있을 것이다. 저자가 책을 쓰면서 참고한 서적의 양이 상당히 방대하다. 국내에는 바그너에 관련 책이 거의 없다시피하므로 일본책과 영문책이 대부분인 것이다. 네이버캐스트 등에 별다른 칼럼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열정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나머지 책들도 매우 기대된다. Long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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