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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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무엇인지는 좀처럼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소설을 계속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소설을 쓰고 싶다. 물에 빠져 죽지 않는 사람처럼 그렇게. 어딘가에 가닿을지는 알지 못하지만, 필사적으로."(72쪽)


소설가의 문장들은 어쩜 이렇게 감정이 풍부할까. 끝끝내 쓰지 못해 아무것도 싹틔우지 못하더라도 좋다. 창작은 언제나 고통스럽고, 쓰고 나서야 느껴지는 것들도 있다. 내뱉어야 되새겨지는 마음도 있듯이. 이 산문집을 읽기 전까지 나는, 요즘 유행하는 수필집들이 가볍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코끝에 와닿는 향취가 달랐다. 빵이 구워지는 달콤고소말랑한 향기가 점막으로 스며들었다. 침을 꿀꺽 삼켰다.


케이크, 식빵, 티라미수, 마들렌, 메론빵 같은 익숙한 빵들과 사과머핀, 침니 케이크, 그리고 델리만쥬의 발걸음을 멈추는 냄새가 달콤했다. 자허토르테, 구겔호프, 트로페지엔, 바움쿠엔, 아마레티 처럼 지역적 특색이 느껴지는 것들도 있었다.


그리고 잘 구워진 작가들이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거나 받기도"(122쪽) 하고, "누군가의 사랑을 받기 위해선 스스로를 충만히 사랑해야"(148쪽) 한다는 다정한 말을 건네주고 싶은. 


빵과 소설이라니. 신선한 조합이기도 했지만, 뭔갈 먹거나 마시면서 책을 보기보다 온전히 책에 집중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나에게는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목처럼 다정한 문장들이 어색한 마음마저 모두 감싸안아주었다.


작가님이 얘기하신 소설가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었다. 군더더기 없이 완벽한 문장으로 단편소설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가에게도 자신의 글에 확신이 없는 시절이 있었다니. 그는 "소설이 상상력의 산물만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삶에서 비롯"된 글이기 때문에, "소설을 쓰고 싶다면 삶을 집요하게 관찰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수십 년 동안 작품을 써왔던 사람도, 오늘 하루의 일기를 쓰는 사람에게도 글은 평등하다. 모두에게 어렵다. 아마, "삶이 불가해한 것인 한 소설 쓰기 작업 역시 언제나 어려울 수밖에 없"(100쪽)을 것이다. 게다가 잘쓰기 위한 것에는 지름길이 없다. 삶에도 그렇듯. 언제나 묵묵하게 제 자리에서 관찰하고, 적으며 쓰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살아갈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아주 가끔, 그런 순간을 만날 때가 있다. 글자가 머리로 이해되기 전, 문장들이 내 마음속에 화살처럼 날아와 꽂힐 때의 그 저릿한 느낌. "오페라"라는 케이크는 과거의 내가 포기했던 것이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새롭게 배워보고 싶은 것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나에게는 피아노가 그렇다. 그런데 작가님도 피아노에 대해 그런 기억이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그저 음악이 가져다주는 순수한 기쁨에 매혹되어 건반을 누르고 또 누르던 그 아이"(134쪽)였던 작가님은 예고치 않은 이별에 의해 피아노와 이별했다. 나의 경우는 진학을 하면서 피아노와 멀어지게 됐다. 5살 때부터 다니던 피아노 학원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며 그만두게 되었다.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예식장에서 한 쌍의 부부를 탄생시킨 적도 있었던 선율이었다. 그로부터 스무 해가 넘게 흐르면서 많이 퇴색되었지만, 지금도 가끔 그 음악을 흥얼거리고는 한다.






"세상은 불확실한 일들로 가득하지만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당신과 나는 반드시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고 고독과 외로움 앞에 수없이 굴복하는 삶을 살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괜찮다, 그렇더라도."(222쪽)


나이가 들어서도 꼭 하고 싶은 일을 꼽자면, 나에게는 글을 쓰는 일이 그렇다. 이상하게도 활기가 돋아나고 생명력이 충만할 시기인 20대 때는 창작에 대한 열망이 없었다. 오히려 인생의 빛깔이 다른 색으로, 가을의 단풍처럼 점점 무르익어 가는 나이라고 생각했을 때 타오르기 시작했다. 보통은 나이가 들수록 하고 있는 것에만 점점 집중하게 된다던데. 


퇴근시간이 다가 올수록 내려앉는 검은 하늘 사이로 가로등의 불빛들이 점점이 빛난다. 힘들고 어두운 인생에서 마주친다면, 잠시나마 길목을 비춰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 작정단 6기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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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 습관적으로 불행해 하며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 수업
이주현 지음 / 더로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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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인 에머슨은 이런 말을 했다.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26쪽) 맞다.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자신을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말이 있다.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작은 것에 행복 느끼기. 나도 확실한 행복이라는 함정에 빠져있었다.





"진짜 행복은 화려한 환경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27쪽)


행복을 느끼는 것은 '나'다. 작든, 크든 중요하지 않다. 감정을 느끼는 '내'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 한 끼의 맛있는 식사에서, 기다렸던 승진 인사 명단에서, 인생의 인연을 만났을 때에도 '내'가 행복임을 알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나를 사랑하고, 내 감정의 주인은 나인데 정작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정에 휩쓸려 다니기 일쑤다. 최근 내게 닥쳤던 여러가지 일들이 그랬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어서 마음을 비우면 마음이 편할 텐데. 다섯 손가락 중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끝끝내 붙잡고 놓질 못했다.  그럴때 만나게 된 책이라 무척 반가웠다.


이 책은 다섯가지 챕터를 통해 내 감정의 머리채를 잡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감정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적응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오는 불쾌한 정서를 겪을 때는 가장 먼저 그 감정을 스스로 안아주고 달래야 한다. 쿵쿵거리는 가슴을 보듬어 주어야 한다."(40, 41쪽) 


내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불쾌감인 것 같다. 화가 났다거나, 어색한 감정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 데다가 반사적으로 반응하기 어려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내 편이 되지 않으면 누가 들겠는가.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나이니만큼 내가 신경써서 보듬어 끌어 안아야 한다. 나에게 밀려드는 몰이해와 편견과 선입관을 그저 흘려보내자.


행복하지 않고 매일 불행한 생각이 든다면 의심해봐야 할 것이 있다. "불행한 것도 습관이다."(66쪽) 불행이 어떻게 습관이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의외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그랬었다. 생각의 꼬리를 물어가다보면 불행이 튀어나왔다. 불안정한 시기기도 했지만 나 스스로 나를 돌보지 못하기도 했다. "내 생각이 만든 불편한 현실은 나의 책임이다. 자기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자기를 인정하면 바뀐다."(66쪽) 힘들겠지만 나를 긍정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네 아픔을 내가 안아줄게. 괜찮아. 걱정하지 마. 늘 함께 있을게."(68쪽)


따뜻한 말 한마디가 담요처럼 포근하게 감쌀 때. 그럴 때 나는 행복을 느낀다.


행복이 고독에서 온다고 하면 이상한 표현일까? 그런데 나는 고독할 때 행복을 느낀다.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 그 평화로운 고요함과 나의 숨소리로 둘러쌓인 공기가 나에게 살아 있는 느낌을 준다. 


"고독 연습을 내공을 쌓는 시간이다. 내 심장이 뛰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동치는 맥박소리를 느껴보라. 살아 있다는 존재의 충만감이 가득 다가올 것이다."(107쪽) 이렇듯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하기도 하다. 깨우친 사람이나, 뛰어난, 위대한 사람들의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으니 오롯이 나 홀로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익숙한 불행이 편하"(125쪽)고, 어린시절 겪었던 트라우마 추억, 나를 답답하고 무겁게 하는 말들. 나에게서 행복을 떨어뜨리는 것들이다. "행복하려면 제일 먼저 내 마음이 행복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157쪽) 


감정에 행복의 열쇠가 숨어있고, 감정은 생각에서 생겨난다. 행복한 생각을 하자. 불행이 습관이라면, 행복은 연습이다.


※ 프로방스 서포터즈 1기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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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소설, 향
김이설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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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 는 것에 대한 내 열망을 일깨워 준 분이 있었다. 특별하다고 생각치 못한 나의 장점을 발견하고, 권해주었다. 나는 그렇게 '쓰기'에 입문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시작하게 될까 싶었는데 이 책,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을 읽으며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살기 위해 쓰는구나, 하고.






삶에서 열망을 빼면 남는 것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 열망의 씨앗은 물을 주지 않아도 수십 년을 옹송그리다가, 어쩌다 떨어진 단 한 방울의 물을 휘감아 집요하게 자란다. 늦든 빠르든 깨달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창작이다. 창작에 대한 갈망은 나를 제물로 삼아 활활 타오르고, 재조차 남지 않는다.


쓰기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은 꾸준히 하라고 한다. 대개는 그것이 비법이다. 잘 쓰기 위한. 그리고 루틴을 만드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한다. 하루에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 그 시간을 오롯한 창작의 시간으로 사용하라고 한다. 보통은 이른 시간에 일어나 출근 전 시간을 활용한다. 혹은 퇴근 이후 저녁 시간을 이용하기도 한다. 


성공하기 위한 방법을 다룬 책에는 꼭 '출근 전 2시간, 퇴근 후 2시간'을 이용하라는 내용이 있다. 공노비든 사노비든 원하면 끊어낼 수도 바꿀 수도 있는 것이 직장이지만, 먹고사니즘은 그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도 한정적이었다. 그나마 철에 따라 일감이 흘러다니다 한 곳에 고이는 때가 아니라면, 나는 직장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편이었다. 그래서 '쓰기'에 대한 목마름에 조금씩 마음을 뿌려왔다.


이제서야 쓰기에 대한 박동을 시작하는 내게 '시인'이라는 사람들은 신과 같았다. 그들의 손 끝에서 뽑히는 언어들이 무시무시했다. 멀쩡하게 지었다가도 모두 부수고. 끊임없이 자아내다가도 순간 멈추는. 정제된 언어의 세련미와 길들여지지 않은 매서움이 느껴졌다. 같은 글자를 사용할텐데 그들에게 허용된 먹물만이 무지개빛처럼 선연했다.


그래서 나에게 시인은 세상의 미사여구를 다 가져다 바른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의 주인공은 그렇지 못했다. 시를 쓰고자 하는 마음 속의 씨앗을 너무 늦게 알아차려서 일까? 부진한 날들 중에서 싹터 오른 떡잎이 싱싱하지 않아서? 매일 줘야 하는 물을 1년이나 까먹어서? 


아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없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걸 못 찾은 것도 아니라,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걸 모른 척 무시하고 안 보이는 척 외면해왔던 것이다."(62쪽) 


아마 이것 때문 일 것이다.


"딱 한 달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다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23쪽) 그녀가 바란 것은 그저 아무도 없는 곳. 그것 하나였다. "그걸 깨닫는 것조차 너무 늦어버려서 나는 길 잃은 아이처럼 자꾸 어쩌지 못했다."(121쪽) 하지만 자꾸만 마주치는 현실의 잘못된 결과는 그녀를 초조하게 했다. 


제가 손목 붙들어 데리고 나온 동생이었고, 어머니에게 아이 둘을 돌보겠다고 한 것도 자신이었다. 그래서 3년이나 돌봤다. 아이 둘을 먹여 입히고 재우고 길렀다.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붙잡아둘 수 없는 바람처럼 시간은 흐르는데 철따라 해야 하는 집안일은 끝이 없었다. 스트레스로 뒷목이 땡기고, 저녁이 되면 두통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젔다. 그러던 중 유치원 선생님 폭행사건이나, 동생의 연애,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집을 떠날 수 밖에 없게 된 '그 사건'이 일어난다.


사람의 발 밑에는 가야할 길이 그어져 있다. 도달할 곳에 빨리 가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70억 인구에게는 70억가지의 길이 있으니까. 제 의지로 놓이지 않은 길 위로 떨어진 사람들은 변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내가 책 속의 주인공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의 성장이 가시적이기 때문이다. 내 시야 안에서 만개하는 꽃을 본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큰 충족감을 준다. 내가 매일 부딪히는 현실보다 더 실제같은 사건과 충돌하며 바뀌고, 그들을 둘러싼 불합리함을 넘어선다.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모두 다 시인이라고. 시심을 품은 자가 시인이니 시를 읽을 줄만 알아도 시인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164쪽) 


도망칠 곳, 숨어 있을 공간으로 도피하자 안전함과 안락함이 달콤했다. 단번에 시상이라도 떠오를 줄 알았건만 그녀는 그저 온전히 자신에게 몰입했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밤새 언어에 대해서, 시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171쪽) 최선을 다했다. 


한숨에 날아갈 민들레 홀씨처럼, 손에 쥐기만 해도 깨어질 것 같은 그 순간의 소중함이 애틋했다. 






어떤 문장은, 피할 길 없이 맞딱뜨린 사고 같다.


"소설을 쓰는 일은 삶과 같아 시간이 흐를수록 여물고 단단해져야 하는데, 아니 사는 일이 소설 쓰는 것을 닮아 시간이 지날수록 성숙하고 견고해야 할 것인데, 일상도 소설도 늘 미진하기만 한 나는 그 시절처럼 매일 시집을 펼쳐 든다."(192쪽) 


탄산을 왕창 삼킨 것처럼 식도가 알싸했다. 눈 밑에서 자꾸만 무언가 밀고 올라와 누르기 힘들었다. 


삶은 고단하다. 그리고 최근의 생활은 내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미래를 생각해 시작했던 일이지만, 묵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 짜투리의 시간이 점점 나를 잡아삼켰다. 발목을 붙잡는 질척거리는 나날이 내 미련같아서 버릴수도 없었다. 


간만에 갖는 '숨 쉬는 시간(나는 가끔 오롯이 글을 쓰는 시간에만 숨을 쉬고있다는 느낌을 받는다.)'에 그동안 내가 얼마나 메말라 있었는지 느껴졌다. 거미줄처럼 갈라진 땅에 내린 단비가 이토록 반가울까. 수십 년간 머리속으로만 그리던 가족을 다시 만난 마음이 이럴까. 감정은 치미는데, 글로 다하지 못하는 마음이 속상하다. 


작가님의 이 문장이 테트리스의 마지막 퍼즐처럼 내 마음에 딱 알맞았다. 왜 내 글은 여물고 단단해지지 않을까. 쓸 수록 나아진다는 말은 정말일까. 이렇게 좋은 글을 쓰신 작가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사실은 큰 위안이 되었다. 나를 의심하고, 일상에 지쳐갔던 날에서 잠시 빗겨난 것 같았다. 


이 책이 생활과 일상에 지친, '읽고쓰니즘'에 대한 열망을 가진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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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는 이겨낼 것이다 - 자신의 한계와 세상의 편견에 넘어진 당신에게 건네는 응원의 메세지
김상희 지음 / 더로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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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삶은 절대 자신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18쪽)


인생이 생각대로 흘러간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사는게 힘들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입버릇처럼 그 말을 되풀이한다. 그들의 원래 계획은 무엇이었을까? 제약와 좌절로 덮인 삶에서 꿈꾸었던 인생에 대한 계획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 실패한 삶일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말은 참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뒤에 붙은 부제들을 잘 견뎌냈기에 지금의 만족스러운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 내가 있다."(8,9쪽)  


누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붙는 일이 있다. 이겨내고 말고는 자신만이 할 수 있다. 나는 20대 보다 30대에 더 꿈이 많아졌다.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겨났다. 되짚어 본 나의 20대는 온동 갈등, 부적응, 화와 짜증으로 칠해져 있다. 기억이 잘 나지 않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아왔다. 온 몸을 찌르는 듯 한 통증과 아릴 정도로 쓴 맛을 혀 밑으로 감추고. 그것들은 나의 추진력을 얻기 위한 발판이 되었다. 







나를 위해 사는 삶을 살고 싶다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하고 싶은지, 어떤 꿈이 있는지부터 생각해 보자."(50쪽) 나의 가능성을 나조차 알아주지 못한다면 나를 위한 삶을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나에 대한 정의는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다."(59쪽) 내 삶의 주인이 나라면, 고삐를 꽉 틀어쥐자. 


안팎으로 흔들려 본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 비유로도 내뱉기 어렵다. '그럼에도' 바닥은 있다. 그리고 바닥을 디뎌야 다시 올라갈 길이 보인다. 이 책에는 좀 다른 말이 나온다. "흔들리며 피는 꽃이 아름답다."(77쪽) 앞으로 뻗은 손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짙은 해무 속에서는 팔을 아무리 내저어도 눈앞이 맑아지지 않는다. 먹먹한 수분을 날려버릴 강한 바람이 때로는 필요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힘들고 고통스러울수록, 이 고통이 나중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견뎌내길 바란다."(82쪽)


고통은 상대적이다. 남의 고통이 내 고통보다 커 보일 수는 있지만, 절대로 더 아프게 느낄 수는 없다. 다만, "당신이 어떤 상황에서도 회피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113쪽) 정말 동감한다. 포기에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도하거나, 도전했던 일들이 안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자. 포기는 배추를 셀 때 하는 말이라는 우스갯 소리를 웃어넘길 수 있기를.


1장에서 5장까지의 이야기 중 가장 인상깊은 챕터는 4장이었다. 4장, 추월차선으로 꿈을 이루는 8가지 방법에서는 성공하기 위한 이야기를 한다. 출근 전 2시간을 활용하고,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성공을 노래하면 성공이 찾아온다는. 


다 아는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나는 이렇게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되새김질을 받는 느낌이 좋다. 소의 위는 4개나 되어서 하루 종일 되새김질하며 소화시킨다. 한번 스치듯 읽고 지나간 말들은 되새김질 할 시간이 없다. 하지만 수 많은 책들을 통해 되새김질을 당할 때가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뻔한 말들이 클리셰로 치부되더라도 항상 사용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모두가 공감하고, 그것이 먹히기 때문이다.


인생의 실패를 통해 꿈을 잃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가 다 뻔한 것 같고, 나와는 1억만년쯤 떨어졌다고 생각된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나를 위해 노력하고 싶을 때, 위로가 필요할 때, 쉬고 싶을 때, 실패를 딛고 일어날 때 기꺼이 손을 내밀어 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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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박물관
오가와 요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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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이란, 희소가치가 있거나 유서깊은 오래된 기물 또는 서화 등의 미술품이다.


박물관은 이런 역사적인 골동품들을 수집, 보존, 전시하는 곳이다. 골동품과 잡동사니를 가르는 것은 무엇일까. 사소한 물건이라도 오랜 시간 묵힌다면 박물관에 전시 될 만한 '그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에게는 무척 의미있는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찮게 여겨질 수도 있다.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는지, 인류의 발전에 도움이 될지 정하는 것도 사람이지 않은가.


어렸을 때는 박물관에 가는 날이 지루한 학교 공부를 할 필요 없고 바깥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기쁨으로 가슴이 벅찼다. 어른이 된 후에 다시 찾게 된 박물관은 오롯한 고요함 이었다. 박물관의 큐레이터 선생님들이 설명해 주는 단어들은 그저 귀에서 잘게 부서졌다.


그 동안 키가 커서 그럴까. 내려다 보는 전시실의 물건 하나 하나가 작은 침묵의 세계를 품고 있는 듯 보였다. 좀처럼 눈을 뗄 수 없었다. 유리창 너머 서 있는 내 손가락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생생했다. [침묵 박물관] 책장에 달라붙은 공기들은 그런 나를 알아보았는지, 재촉하듯 살갗을 문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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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박물관을 만드는 일을 한다. "세계의 끝에서 굴러떨어진 물건들을 건져 올리고, 그 물건들이 만들어내는 부조화에서 가치와 의의를 찾아 내는"(7쪽) 것이다. 누군가 그에게 "상상도 못 할 만큼 장대하고, 이 세상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박물관"(13쪽) 을 만드는 일을 의뢰받아 어떤 마을에 도착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의뢰인과의 첫 만남은 좀처럼 예측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곧 의뢰인의 마음에 들었다는 사실을 그녀의 딸인 소녀로 부터 전해듣게 되고, 일을 시작하게 된다. 


"내가 찾는 건 그 육체가 틀림없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가장 생생하고 충실하게 기억하는 물건이야. 그게 없으면 살아온 세월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리는 그 무엇, 죽음의 완결을 영원히 저지할 수 있는 그 무엇이지."(47쪽)


의뢰인이 보존하고자 하는 물건들은 모두, 유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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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유품 박물관을 만드는 이야기이다. 박물관에 둘 유품들을 주인공이 섬세하게 다루는 방법을 보여준다. 박물관의 물건들을 정리하는 기사가 실제로 물건을 수집하러 다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품을 수집한 노파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직접 유품을 수집하는 활동을 하면서 점점 완성되어가는 박물관에 애착을 갖게 된다. 그리고 50년 만에 발생한 마을의 살인사건과 흰바위들소의 가죽을 입고 다니는 침묵의 수도승들의 이야기가 환상같기도, 으스스한 분위기를 통해 체온을 1도 이상 떨어뜨리기도 하면서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장소가 나온다.


화자인 '박물관 기사'가 형을 두고 온 바깥 세계, 박물관을 짓는 것을 의뢰한 의뢰인의 집이 있는 마을, 그리고 침묵의 수도원이다. 기차를 통해 마을로 도착한 화자는 마치 언제든 일이 끝나면 마을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었지만, 결국 계속 그 마을에 머무르게 된다. 


화자는 노파를 이해하고, 소녀와 손발을 맞추고, 정원사에게 받은 잭나이프를 사용하며 점점 마을과 융화된다. 그가 진심으로 이 곳에 스며든 것은 폭탄테러가 일어난 날, 침묵의 전도사의 유품을 손에 넣었을 때 느낀 "눈앞의 망자가 간절히 바라는 일을 해냈다는 안도감"(111쪽)을 느낀 순간이었을 것 같다. 바깥 세상의 형에게 보내는 편지는 답장이 오지 않지만, 마을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과 폭파사건, 열병, 유품을 정리하는 일들에게 정신을 빼앗길 때가 많다.


그런 그가 마침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어떤 진실에 다다랐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책장을 넘기다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유품은 천국에 가지 않아요. 그 반대죠. 이 세계에 영구히 남기 위해 박물관에 보존되는 거죠."(150쪽)


육체는 썩고, 말은 흩어지며, 기록은 소실된다. 소녀의 말처럼 생의 증거는 유품이라는 형태로 영원히 고정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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