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당신도 교육자입니다 - 30년 유아 교육자가 전하는 아이들을 위한 동반 성장 프로젝트
안양숙 지음 / 프로방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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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누군가 나를 24시간 따라다니며 내 모든 행동을 놀랄만큼 따라하고 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면 어떨까?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은 아이들의 영혼을 지배하고 평생 그림자처럼 함께 살아갑니다"(추천사 중)





가족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존재이다. 육아와 가사 활동, 직장과 사회활동 등으로 바쁜 부모의 하루는 너무나 짧지만, 아이의 하루는 마치 고무줄과도 같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길고 짧음을 느끼는 것이 다 다른 것처럼, 아이에게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어떤 하루를 보냈느냐에 따라 화살처럼 쏘아져 갈 수도 있고, 지렁이보다 더 늦게 기어 갈 수도 있다.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배움과 이해가 필요하다. 더욱이 아이는 매일매일 자라는 존재다. 직장과 비슷한 생활 패턴을 반복하는 부모와 다르게 하루하루 성장한다. 이 책은 아이의 성장과 함께, 부모로서 알아야 하고 직접 아이와 함께 행동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지침들이 들어있어서 무척 실용적이었다.


"부모는 아이가 행복한 일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입니다. 특히 영, 유아기에 이루어지는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는 아이의 성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며 일생에 걸쳐 오래 지속되지요.(60쪽)"








유아기에 가르치는 것보다 사랑이 우선되어야 하고 아이를 존중하며 자존감과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자신감은 하고 싶은 것을, 해 본 것을,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즐기는 능력(98쪽)"이다. 도전하고 이뤄본 사람만이 그 과정의 가치를 이해한다. 결과보다 과정이 반드시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과정 없는 결과란 없는 것처럼 그 과정도 충분히 존중할 수 있는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감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 신선했던 점이, 애니어그램을 육아에 활용했다는 점이었다. MBTI처럼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간의 타고난 본성과 마음을 연구하는 것인데, 인간의 성격 유형을 9가지로 나누어 자신의 타고난 성격 유형을 진단하여 자기 자신을 좀 더 이해하고, 자신의 핵심적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신의 장단점을 올바르게 파악해, 나 뿐만 아니라 타인이나 자녀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서도 쓰일 수 있어서 나도 한번쯤 제대로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를 기를 때 가장 어려운 점이, <어떻게 훈육해야 하는가> 이 것이 아닐까.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기에, 부딪히고 서로를 상처입히는 경우도 많다. 육아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감정적으로 화내지 말라고 하면서 아이를 때리거나 상처입히지 않는 방법으로 훈육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볼 수 있어서 이 책에서 이 장이 가장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만 훈육하고,

비교하지 않고 잘못된 점만 명확하고 짧게 알려주면서,

아이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


쉬워 보이지만 아이를 혼내 본 사람은 안다. 그때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며 훈육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걸.


모든 부모는 사랑하는 자녀가 건강하고 올곧게 자라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평생을 함께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 아이를 위한 길은 곧 나를 위한 것과도 같다. 성장을 위한 고통도 때로는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조금씩 실천해 보기를 추천한다.



※ 프로방스 서포터즈 1기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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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 겁날 게 뭐 있어! - 전업주부의 자기 계발, 무한도전
한수정 지음 / 더로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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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이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 취업 시장도 함께 얼어붙었다. 하지만 나는 항상 취업이 어려웠다. 쉬웠던 적이 없었다. 수십, 수백개의 이력서를 보내고,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면접을 보고서야 합격 통고를 들어볼 수 있었다. 나이는 물론, 가족 관계나 결혼 여부까지. 자아 실현을 위해 일하는 것도 아닌데 회사들은 내게 지나칠 정도로 엄격했다.


어렵게 막상 회사원으로서 첫 발을 내딛었지만, 사회는 더욱 녹록치 않았다. 적응하며 겨우 일을 익혔다 싶더니 우울감이 찾아왔다. 매일매일 캣휠 돌리듯 반복되는 생활이 지쳐갔다. 







"나에게 자기계발은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되었다. 눈에 띄는 성과가 따르는 것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내가 몰두할 수 있고 열정을 가질 수 있는 건 무엇이든 자기 계발이라 느꼈다. 특별한 무언가를 새롭게 하지 않아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자기 계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58쪽)"


저자의 경우, 전업주부가 되면서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니 마음이 답답답하고 침울한 것이 외적으로도 그렇게 드러났다. 육아에 대한 열정을 덜기 위해서 도전했던 것이 자기 계발의 영역이었다.


그렇게 본인의 삶에서 나온 말이어서 그런가, 이 문장이 참 와닿았다. 특별하고 거창하지 않아도 되는 것. 내가 퇴근 후 1시간씩 버스를 타고 영어 학원에 가서 배우지 않아도, 너무 지치고 힘든 하루여서 빠지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내가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 열정을 가진 그 무엇을 '자기 계발'이라고 해주어서 좋았다. 


언젠가부터 잊기 시작한 꿈이 다시 생생해질 정도로 마음이 벅차오르는 일. 꼭 멀리 바라보고 시작하지 않아도 당장 내가 하고 싶은 일. 이런 것들이 다 나를 '계발' 시키는 일이었다.


나도 참, 체력이 좋았던 것 같은데. 소싯적(이라고 쓰고 라떼라고 읽는다)에는 하루에 20시간도 넘게 아르바이트를 뛰고, 한 달에 하루를 쉴까말까 할 정도로 놀러다녔다. "몸의 힘, 체력이 떨어지니 매사에 무기력했던 것 같다. 눈앞에 주어진 일은 꾸역꾸역 했지만, 의욕 넘치고 적극적이지는 않았다.(118쪽)"







체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사람이 무언가-숨 쉬는 것, 물 먹는 일이라도-하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필라테스를 배우며 체력을 길렀다고 했는데 나에게도 필라테스를 배웠던 적이 있다. 필라테스는 제대로 된 호흡법부터 알려준다. 운동을 하며 알려준 호흡을 하다보면 정말 힘들다. 달리기처럼 뛰지 않아도 저절로 숨이 찼다. 체력이 강해지면 저절로 정신도 강해진다. 달 초에 건강검진을 하며 의사선생님께 꾸중처럼 들었던 말을 되새겨야 했다. '운동은 시간을 만들어서 해야 합니다.' 오늘부터라도 홈트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


회사생활을 하며 두 개의 자격증을 땄다. 당장 쓸 일이 생겨서라기보다 나도 자기 계발의 일종이었다. '자격증 콜렉터'라며 의미 없는 곳에 시간을 쓰지는 않았나 되돌아보면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 의외로 하나의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듣는 사람에야 몇 달 만에 땄다더라, 조금만 하면 된다더라,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면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그래서 나는 저자가 더욱 대단했다. 육아만으로 몸이 두 개여도 힘들텐데, 관심 갖던 것에 도전할 뿐만 아니라 자격증까지 성취하다니! 


그리고 작가에 이르기까지.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도전적이냐, 좋은 말 뿐만 아니라 안 좋은 말도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책을 내기까지의 감정이 내게도 느껴졌다. 결과에 상관 없이 도전하는 것은 언제나 응원하고 싶다. 나도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서라도 하루하루를 쌓아나가는 삶을 살아야겠다.



※ 프로방스 서포터즈 1기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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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트레이닝 - 인생 성공을 위한 최고의 기술
김용대 지음 / 더로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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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하고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가능한 목표를 고려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그려내는 것이 '시나리오 트레이닝'이다."

/ Prologue






취업의 문이 바늘 구멍만큼 줄어들면서,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 준비를 하는 준비생들이 늘어났다. 취업을 위한 준비는 각종 공인 언어 성적 및 자격증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막상 취업을 하면 신입사원으로서 회사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두려움과 막막함에 부딪힌다.


"시나리오 실현을 위해서는 두 가지 핵심요소가 필요해. 실행력과 꾸준함이지.(37쪽)"







봉구는 한국 굴지의 기업,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인 한국모터스에 입사한 지 한 달이 지나 부서를 배정받게 된 신입 사원이다. 그는 회사 생활을 위한 후견인 활동인 멘토 제도를 통해 한정한 과장과 채수진 과장에게 회사 생활 적응과 업무를 배우게 되었다.


고전이 계속 읽히는 것에는 이유가 있듯, 뻔한 말이지만 여러 사람에게서 되풀이 되는 것에도 이유가 있다.  나는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이 되었다고 느낄 때가 이런 말들에 공감할 때다. 이전 세대의 어른들이 했던 말들을 곱씹어보면서 공감이 될 때. 그들도 윗 세대에게 들었을 말들이 와 닿을 때가 있었기 때문에 아랫 세대에게도 전달했을 것이다. 


그리고 '실행력'과 '꾸준함'은 어느 자리의 누구에게나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성공한 사람이 적다는 것은 이 단어들을 이루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은 신입 사원 뿐만 아니라, 이미 회사 생활을 겪어본 사람들에게도 되새겨볼만한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보고 할 때, 보고서를 쓸 때 유념할 사항을 자세하게 짚어주는 점이 그동안 나의 행동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다.


*보고의 원칙

1) 보고 시에 기한을 지키고, 상대방이 말할 때 중간에 끊지 말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2) 큰 그림에서 시작해서 세부 내용이 연결되도록 스토리화 한다.

3) 이미지화해서 보고한다.

4) 간결하고 명료하게 전달한다.

5) 상대방의 언어로 보고한다.


기본적이면서도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던 부분이어서 이 책에서 되짚어주었다. 신입사원이면 이런 원칙들을 모를 수 있다. 일반 소기업에서 봉구의 경우처럼 멘토에게 배우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라떼 발언 같지만, 예전에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이 타인에 대한 칭찬에 인색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잘한 것은 잘했고, 실수한 것은 고쳐나갔고, 잘못된 것은 혀를 깨물어가며 바로잡았다. 그런데, 요즘은 타인의 칭찬보다 스스로 자신에게 하는 칭찬이 더 많아졌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


스스로를 격려하는 것에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다. 하지만 회사는 일터이며, 사람인 이상 감정이 섞일 수 밖에 없겠지만 되도록 업무로서 능력을 발휘하는 현장이다. 봉구처럼 필요할 때 옆에서 응원해주고, 일을 잘 알려주는 상사나 선배가 있다면 참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직속 사수가 있어도 업무에 대해 물어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소규모 기업의 경우 사수가 없어 인수인계조차 제대로 받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 때를 위해 이 책이 있다. 신입은 다 어렵다. 사람도 어렵고 업무도 어렵다. 그럴 때 이 책을 읽으면서 봉구가 되어 회사의 일을 새롭게 배운다는 마음가짐을 가져보면 어떨까.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 신입 사원으로서 한 발이라도 내딛은, 사회인으로서 이 사회의 한 주축을 담당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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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수납 정리의 기술 - 버리기 힘들어 고민하고 정리가 어려운 당신을 위한
김희연 지음 / 더로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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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정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나는 후자였다.


"정리는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을 남기는 것이고, 정돈은 쉽게 꺼내고, 쉽게 제자리에 갖다 놓을 수 있도록 잘 수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리와 정돈은 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책은 집 정리 뿐만 아니라, 사무실 정리도 할 수 있는 꿀팁을 담고 있다.


드레스 룸부터 시작해, 주방, 냉장고, 화장대, 욕실, 신발장, 문구, 서류, 핸드폰 용품, 팬트리, 반려견, 반려묘 용품 정리까지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중에서도 나에게 특히 도움이 되었던 것은 화장품을 정리하는 방법이어서 잠깐 소개할까 한다.


혼란 속에 질서가 있다고, 나는 다른 사람이 보면 정신 사나워 보이더라도 나만의 정리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어지르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었다. 정리와 정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귀찮으니까, 그리고 매일 같이 쓰는 물건들을 넣었다 꺼냈다 하는 것은 쓸데 없이 체력만 소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작은 화장대였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면서 색조화장을 안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화장품이 많이 줄었다. 그렇게 방치된 섀도우와 립스틱 위에 뽀얗게 먼지가 쌓여 있었다. 한번씩 닦아 주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방치한 결과였다. 


마침 집에 택배 박스가 적당한 사이즈가 있어서, 거치적 거리는 날개부분을 안으로 밀어넣고, 곳곳에 분포된 화장품들을 모았다. 매일 쓰는 건 앞쪽으로, 잘 쓰지 않게 된 것은 조그만 종이가방에 넣어두니, 갑자기 시야가 환해졌다. 


쓰던 것들을 모으고 정리하는 것만으로 공간이 생겨났다. 


책을 읽으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몇 개 체크했다. 가장 좋았던 점이, 정리한다고 무턱대고 정리함을 구매하라는 것이 아닌, "수납 도구 잘 고르기 법칙"에 따라 고를 때 주의할 점도 알려주었다는 것이었다.




하나, 어떤 물건을 담을 것인지 정한다.

둘, 어느 공간에 사용할 것인지 정한다.

셋, 넣고자 하는 공간의 선반이나 서랍의 가로세로 너비를 정확히 잰다.

넷, 수납 도구는 같은 모양, 같은 크기, 같은 색깔로 통일해서 사용해야 효과가 크다.


화장대를 성공적으로 정리한 나는, 사무실 책상도 정리해 보기로 했다. 서랍의 크기를 재고, 담을 물건들을 사진으로 찍어놓았다. 아무거나 무턱대고 구매하지 않고, 어떤 종류의 수납 용품을 구매할 것인지 미리 생각했다. 수납할 물건의 크기를 대충 손대중으로라도 봐 놓는 것도 편리한 방법이었다. 


여러가지 서류와, 책과, 개인 물건 때문에 키보드 놓을 공간조차 어색했던 사무실 책상이, 노트북을 펼치고, 서류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넓어졌다. 


책에서 추천해주신 제품과 함께, 여러가지 꿀팁이면 집안이 어지러워질 일이 없을 것 같다. 혹시, 집안 정리가 필요한데 도대체 어떤 물건을 사야할 지,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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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
백운희 지음 / 책구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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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엄마에 관한 것이었다.







작년 가을, 엄마가 중국엘 간다고 했다. 그제서야 이것이 엄마의 첫 해외여행이라는 사실을 벼락 맞듯 깨달았다. 그것이 불효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엄마는 혼자 떠나지 않았다. 엄마가 한국을 떠난다는 것이 피부로 와 닿은 것은 불청객처럼 찾아온 걱정들이 문득 치밀어 오를 때였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곳인데 어쩌지? 나처럼 외지의 물이 안 맞아서 배가 아프면 어떡하지? 음식은 괜찮을까? 사진 찍다가 사람들이랑 떨어지면 안 되는데.


그리고 같은 해, 한 가족의 가장이자 엔터테이너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던 남성 연예인이 갑자기 활동을 중단하고 '혼자' 해외로 떠난다는 소식도 기억났다. 그는 다른 환경에서 다른 감정을 느끼며 창작 활동을 지속하고 싶다고 했다. 아내의 허락 하에 간다는 말에, 그를 지탄하려던 수많은 잣대들이  뒤돌아섰다. '아내의 허락을 받았다면야 뭐…….'


하지만, 결혼한 여성 연예인이 활동에 도움이 되기 위한 여행을 '홀로' 떠났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때부터 이 책이 너무 궁금해졌다.


책 제목을 정하는 것에 점수를 줄 수 있다면, 이 책은 <만점>을 주고 싶다. 우선, "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 라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 아이가 엄마에게 질문하는 형식이 사회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에게 씌운 돌봄노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엄마'와 '히말라야' 단어가 한 문장 안에서 쓰인 것이 새로웠다. 


모든 일에는 항상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세속적인 질문부터 개인적으로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까지. 제목 하나에서 너무나 많은 궁금증이 파생됐다. '엄마'인 여성이 '혼자서', '히말라야'까지 가게 된 이유는 뭘까. 저자는 고장 난 테이프처럼 수없이 반복됐을 질문들에 대해 어떻게 대답했을까. 


기다렸던 책을 받은 행복감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한 편에서는, 걱정과 염려가 바늘이 되어 콕콕 찌르고 있었다.






"산과 바다 중 하나를 고른다면? 내 대답은 산이다.(24쪽)"


저자가 한 사람으로서 산에 대해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히말라야를 가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산에 대한 애정과 열망이 시작이었다.(29쪽)" 그리고 "지연된 애도로 이제는 너를 서럽게만 부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기 위해서(32쪽)"였다. 그녀가 그랬듯, 나에게도 되돌아볼 수 없는 시간들이 있다. 그래서 저자가 쌓아온 이유가 더욱 크게 공감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힘든 건 밀어내고 밀어내도 돌아오는 파도 같은 질문들이 아니었을까. 한 달도 아니고, 2주였다. "배려라고 쓰고 차별이라고 읽고 싶은(37쪽)" 주변의 반응 속에서 출발 당일까지 걱정에서 허우적 댄 것은 떠나는 사람,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기회 비용을 생각해야 하는 가계의 금전적 문제와, 맞닥뜨릴 신체적 고난들도 있었다. 그런 것들을 모두 감싸 안고, 엄마는 히말라야로 향하게 됐다.


그렇게 도착한 네팔은 '눈 맑은 존재들의 나라'였다.


볕의 세기가 달라지고, 어딜가도 콜리플라워가 쌓인 이색적인 모습을 가진 히말라야의 나라를 지나갔다. 한 라마승이 잃어버린 소를 헤매다 찾은 곳이 마치 낙원 같았다는 '소를 잃어버린 곳'이라는 뜻의 '랑탕'에 도착했다. "설렘보다 두려움이 컸다.(87쪽)"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체력을 안배하고, 고산증세를 예방하기 위해서 쉬어가며 올라야 했다. 쉬운 일이 아니라고 각오하고 간 곳이었지만 맞닥뜨린 추위와 고통은 불면의 밤을 선사했다. 때 이른 월경 주기로 인해 찾아온 두통과 "낯설지만 힘든 과정과 위로의 시간(130쪽)"은 정체성을 더듬어가고 있는 과정이기도 했다. 


"최선은 어디까지여야 할까?(169쪽)" 고산병은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육체의 한계에 도달하면 포기하는 편이 나았다. 새벽부터 출발했던 길 위, 체르코리 등반 중에 몸을 돌려야 했다. 몸이 내지르는 경고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 숙소로 돌아와, 그간의 불면을 보상하듯 숙면을 취한 뒤, 일기를 쓰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다.(172쪽)"


"과업을 수행하듯 꾸역꾸역 올라왔다면, 내려가는 길은 인생의 덤처럼 유쾌하고 고마웠다.(202쪽)" 


산을 오른다는 것은 단순히 걸음을 오르내리는 것이 아니었다. 정상에 올라 외치고 싶은 말이 있었고, 한 사람으로서의 욕심이 있었고,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 풍경이 있었다. 돌봄 노동에 지친 '엄마'의 틀에서 벗어난 '백운희'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었다.


*


 에필로그를 앞두고 마지막 챕터를 읽다가 햇빛에 이끌리는 푸른 잎처럼, 마음이 기울어지는 문장을 만났다.


"글을 쓰면 산란했던 감정들이 올곧게 줄을 지었다(231쪽)."


꼭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같았다. 나는 내가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이 흩어지기 전에 가지런히 모아두고 싶었다. 명명되지 못한 것들은 분류함에 잘 개켜 놓고 그것을 알 수 있을 때에 다시 꺼내어 보고 싶었다. 사회 속에 사는 인간이면서도,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씌워진 멍에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억압과 차별의 부조리들을 쓰고 싶었다. 


세상이 항상 따뜻함만으로 가득한, 풍족한 곳간이면 얼마나 좋을까. 종종 마주치는 풍파들은 나를 꺾고, 깎고, 사그라들게 했다. 그럴 때마다 먼지가 되어 사라지거나, 침잠하여 도피하고 싶은 마음들이 나를 흔들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글쓰기였다. 쓰는 것은 치유의 과정이고 나와 화해하는 방법이고 나를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이제는 읽고 쓰지 않는 삶을 생각할 수가 없다. 


저자는 "취향은 물론 일을 내려놓고 사회적 성취 욕구마저 포기하는 엄마의 결단(15쪽)"을 강요 당하는 사회 속에서 "아이와 떨어져 오직 나로 존재하는 경험이자 재 사회화 과정(17쪽)"을 겪었다. 책 곳곳에서 말하듯, "여성이기에 제약 받는 현실(139쪽)"에 대한 이야기들은 곧 나의 경험이었고, 공감이었다. 


우리는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산다. 그 누구도 타인의 최선을 제 멋대로 재단하여 최선이 아닌 것처럼 비하해서는 안된다. 사회가 맡겨 놓은 여성들의 돌봄노동이 하루빨리 제도화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가 아닌, 일상을 벗어나 쉬고 싶은 한 명의 인간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면 싶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자꾸만 메이는 목을 눌러 삼켰다. 속에서 뒤섞여 치미는 감정들이 소란 했다. 내가 쓴 사회적 가면들이 하나가 아니듯, 그 감정들도 한 가지가 아니었기에 분류할 수 없어 내버려 두었다. 책에서 노력과 희망을 보았다. 산을 품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가슴 속 깊이 와닿았다.



※ 책구름 출판사 서포터즈, 「책구름지기」 1기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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