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출판사를 소개합니다 - 혼자 일하지만 행복한 1인 출판사의 하루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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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이모작.


평생 직장이라는 것이 사라지고, 이직과 취직을 반복하는 시대이다. 인생의 두번째 장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함에도 인생의 챕터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저자는 이미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한번 책을 냈던 경험이 있던 분이다. 강연을 하기도 하며 출판사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고 한다.






출판사에게 있어 고객은, 독자를 비롯해서 작가님들도 포함된다. 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뭔지 잘 알고 맞추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살이는 어차피 타협이니까, 적당한 타협을 하면서 말이다.






뭐든 좋아하는 것이 생긴다면 그걸로 먹고살 수 있을 때 행복하지 않을까?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는 당연히 그 것이 돈이 되는가, 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10년 후에는? 20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를 생각해보면서 창의력도 키우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해야 계속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가 중요하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고충 이야기가 무척 사실적이었다. 그러면서도 기회가 될 때 일본 출판 현장을 방문하거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진지한 고민을 하기도 하고, 다른 출판사를 벤치마킹하는 등의 내용은 내가 만약 1인 출판사로 일하기로 결정했다면 부딪힐 문제들을 생각하게도 했다.



내가 생각해도 작가는, 직업으로서 최고인것 같다!



책을 읽은지는 오래되었지만, 서평을 쓰고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면서 읽고 쓰는 일이 나에게 참 즐겁고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새삼스럽지만 말이다. 넷플릭스나 왓챠, 유튜브를 볼때도 물론 재미있다. 하지만 나는 역시 읽고 쓸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다. 


저자도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물론 책을 좋아했으니 출판까지 오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있었는데, 정말 책을 내셨고 작가를 지망하셨던 분이라는 내용을 읽으니 어쩐지 반갑기도 했다. 


서점에 가면 관심가는 책들을 보며 행복해했다. 지금은 의무적으로 서점으로 향한다. 신간이 잘 진열되어 있는지 봐야 한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출판사를 시작해볼까, 싶기보다 언젠가 나의 책이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들이 책을 사게 만들기 위한 콘셉트나 신진 작가들의 투고에 관한 내용들도 출판사의 입장에서 보는 글들이라 새로웠다.


신간 배본, 초도, 출판사 경영 이야기, 서점들과 어떻게 이야기 하는지. 그리고 욕심내지 않고 처음부터 완벽하기 보다는 직접 해보면서 자본금을 아끼라는 충고와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을 점검하면 좋을지에 관한 내용들이 정말로 출판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들이었다.


분업화와 아웃소싱을 통해 1인 출판사가 가능하다. 그리고 역시 혼자서 일을 다 하는 만큼 편한 점도 있지만(디지털 노마드로 살수 있다는 것?) 모든 것을 다 혼자 결정해야 하는 만큼 시장의 냉정함도 더 크게 와닿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의 귀여운 부록까지..!


혼자 일하지만 행복한 1인 출판사의 이야기를 살짝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앞 표지의 조그만 집이 1인 출판사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작지만 나만의 출판사. 힘들고 쉽지 않아도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 어떤 책을 낼지, 세나북스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출판사 한 번 해보세요' 라는 말을 '맛집 생겼는데 가서 드셔보세요' 라는 말처럼 쉽다면, 나는 매일 그 맛있는 가게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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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 초보 라이터를 위한 안내서
고홍렬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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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특강> 책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축구나 수영이 그런 것처럼 글도 근육이 있어야 쓴다.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것이다.


써야 는다. 쓸수록 는다. 같은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도통 어떻게 써야 하는건지, 무작정 써도 되는건지, 조금이라도 더 잘 쓸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건지 답답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눈에 확 띄었는지도 모르겠다.




20년간 3천권을 읽고, 1만 페이지를 쓴 사람의 근육은 얼마나 탄탄할까? 어쩐지 믿음이 가는 작가의 소개에 힘입어 용기를 가지게 됐다.


글을 쓰는 이유로 시작해, 글을 쓰는 마음가짐과 자세, 그리고 구체적인 글쓰기 연습 방법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드는 '팁'까지. 이만하면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기 위한 준비는 되지 않겠니? 하고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나는 왜 쓸까?


이미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그저 종이 위에 기록된 사건일 뿐이다.


글쓰기에는 치유 효과가 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전에는 가끔 일기를 쓰곤 했다. 그 내용은 일상이 될 수도 있었고, 충격적인 사건들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쓰면서 감정이 해소되는 기분이 들어서 왜 그런지가 궁금했는데, 실제로 글쓰기에 치유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가 신기했다. 고통은 표현해야 치유된다. 힘든 일은 언제든지 맞닥뜨릴 수 있다.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이겨내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말이나 글은 결국 그 사람의 정신이다.




일단 쓰는데, 어깨에 힘을 빼고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글쓰기를 좋아하기. 즐기지 못하면 꾸준히 쓰기 어렵다. 영감을 좋아하기보다 일단 뱉어야 한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정신을 집중시키고 생각을 유연하게 만들며 창조적으로 이끌어 간다.


너무 많은 생각 후에 글을 쓰기보다 일단 써 내려가라고 한다. 일단 쓴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생각보다는 한 문장이라도 써놓고 다음을 어떻게 쓸지 생각하면서 손가락을 움직이다보면, 어느새 한 문단이 완성되어 있는 경험은 나도 겪어본 일이다. 


치열하게 사고한다고 해서 완벽한 문장을 쓸 수 있다기 보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생각없이 담는 글에서도 좋은 문장은 나올 수 있다. 매번 어떻게 좋은 문장만 쓸 수 있겠는가! 쓰다보면 나오는거지! 어차피 글쓰기는 고쳐쓰기다. 그래서 일단 쓰라는 말을 하나보다.




10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무엇이든지 10만 시간을 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글쓰기도 다르지 않다. 글쓰기 근육을 기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마지막 4장의 글쓰기를 습관화 하기 위한 전략은 보다 자신에게 맞는 글쓰기 습관을 들이기 위한 것들이다. 


*


말과 글은 숨쉬듯 우리가 마주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써 보라.'고 하면 섣불리 손이 나가지 않는다. 모든 것에는 처음이 있기 마련이다. 사소하고 시시한 글은 없다. 어쨌든 그 아이들도 다 내 손에서 나온 내 자식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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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랜드 - 사악한 돈, 야비한 돈, 은밀한 돈이 모이는 곳
올리버 벌로 지음, 박중서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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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속임수를 쓰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이다. 


나라를 파멸에 이르게 하고, 영광스러운 미래로 접어들리라 기대했던 희망찬 파도를 흩어 버린, 바로 그런 종류의 사람들에 관한 내용이다.




전 세계의 재난의 시기에 돈은 금이나 미국 국채의 안전한 곳으로 후퇴한다.


이는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가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미국은 유례없는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다. 그 수많은 달러들은 다 어디로 흘러갈까? 


사람들의 마음처럼 요동치는 주가를 안정시키고, 자본주의 사회를 다시 돌아가게 만들고, 돈이 없어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제3세계 국가들에게까지 도달할까?


세상이 어렵고, 국민들이 힘들어질수록 돈을 버는 나라들이 있다. 이들은 모세혈관처럼 나라 곳곳에 스며들어 세금을 빨아먹은 뒤, 역외 책략을 이용해 국경을 넘나드며 돈을 쌓아둔다. 이들을 막고, 시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만들 수는 있는걸까? 


* * * * *




우리가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법률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부동산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넓은 것들이 국경을 넘나들어 돈을 움직이는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 


앨리스는 깊은 구멍으로 떨어져서 세로운 세계에 들어선다. 그곳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 그곳의 열쇠를 가진 사람들은 부자이다. 나는 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앨리스처럼 열쇠를 갖고 잊지 못한 상태에서는 문 너머의 모습을 흘낏 볼 수만 있을 뿐이다.


이 세로운 세계가 머니랜드이다. 




이 책의 저자인 올리브 벌로는 머니랜드가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례들을 모으고 골랐다.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떻게 부를 숨기는지를 설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머니랜드가 그들의 부를 보호하는 방법을 묘사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어떻게 반격을 시도했는지를 설명한다. 


범죄를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유령회사나, 우크라이나의 부패 사례 연구, 조세 피난처로 여겨지는 여러개의 섬들 등 쌓인 부가 세상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것을 어떻게 해왔는지 보여준다.


* * * * *


이런 머니랜드의 팽창과 존속은 저지할 수 있는걸까? 영국인인 저자는 머니랜드에 유리한 법률과 제도를 싹 뜯어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까직 부패가 완전히 척결된 나라가 없는 것을 보면 인간의 근원을 뜯어 고쳐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코로나19의 현실 앞에 우리는 선진국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은 단순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거대한 불행 앞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효율을 찾기도 한다.


자유를 마음대로 남용하는 문제에 대한 세계적인 고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머니랜드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하지만 그 어떤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다. 제재를 가한다거나, 외교관을 보내서 설득할 수도 없다. 그곳을 지킬 군대도 없는데, 애초부터 그런 것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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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속에 아픈 사람들 - 의학의 관점으로 본 문학
김애양 지음 / 재남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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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이 정말 정상인 상태인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책속의 세상은 우리의 세상을 투영하고 있다. 요즈음은 폭넓은 분야를 읽는 편이지만, 소설책만 읽었던 지난날에는 소설 속 사람들이 꼭 위대하거나 완벽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가끔 답답하기도 했다.

소설 속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내가 있는 세상과 닮아서 그런지 읽다보면, 
'이 사람 진짜 어디 아픈거 아냐?'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위대하고 고결한 대 영웅의 서사시를 읽어도 인간적인 아픔 하나씩은 갖고 있기 마련이었다. 

때마침 신간도서로 이 책추천을 받았다.



명작 속에 아픈 사람들, 이라니.
내가 읽었던, 읽지 못했던 수 많은 책들 속에도 분명 환자들은 많았을 것 같았다.



39명의 다양한 환자들이 나온다. 코바야지 타끼지 부터 몰리에르까지. 신체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병만 있는 것이 아니다. 꾀병, 부정 망상, 조현병, 건강염려증에 이르는 다양한 정신적 질환들도 다루고 있다. 주변에 꼭 몸 뿐만 아닌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이렇게 문학 속 질병도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이렇게 다양한 병들을 아우를 수 있는 작가가 누군지 궁금해졌다. 

김애양 작가님은 산부인과 개원의로 일하고 있으면서 한국의사수필가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계신 분이라고 한다. 현실 속의 무료함과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독서를 하면서, 독서 활동 가운데 세계적인 작가들이 아픔을 이해하기 위해 질병을 차용한다는 사실을 보게 되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직업에 오래 종사한 사람일수록, 직업병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선생님, 변호사, 하다못해 나는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문이 열리면 인사를 해야 하는 직업병이 있었다.

그런데, 역시 의사분들의 직업병은 남 다른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들이 어떤 질병을 차용하는지를 보시다니..!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은 모두 자신만이 가장 불행한 것처럼 생각하기 일쑤입니다. 사소한 질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낙담하거나 불평하거나 누군가를 원망하기 십상입니다. 그런 환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질병의 보편성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작품 내용이 간결하게 소개되고, 작가의 짧은 에세이 같은 글, 작품을 쓴 작가의 배경이야기가 나온다. 

책을 읽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집중해서 읽는 부분이 작가님의 "작가의 말" 부분이다. 글을 쓸 때 어떤 생각이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간단하게라도 이야기 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걸 읽고 책을 읽으면 작가의 의도를 좀 더 잘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도 작품의 작가 소개를 간단하게 해주는 부분이 좋았다. 작가가 작품을 쓰게 된 배경에는 보통 사회적인 상황이나 작가 개인이 겪은 일의 내용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 소개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배경을 알면 작품을 보는 눈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이반일리치의 죽음
 - 레프 톨스토이_췌장암

이렇게 혼자 처절하게 아프다 죽어야하다니

이반 일리치가 사망하게 된 병은 "췌장암"으로 추정된다. 발병 후 6개월만에 사망하게 된 그는 죽음의 5단계를 겪는다.

췌장암과 이반 일리치가 겪는 죽음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마치 어머니에게 들었던 잔소리 처럼 들리는 부분이 있었다.

담배를 끊고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피하여 비만을 방지하고,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하는 식생활 개선과 적당한 운동으로 암을 예방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이렇게 작품 마다 병에 대한 설명과 함께 예방방법을 이야기해 준다. 어쩐지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친근했다.





깨어진 거울
 - 아가사 크리스티_풍진

연쇄 살인의 단초

내가 좋아하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중에서 이상하게 미스 마플이 나온 소설을 많이 보지 못했는데, 미스 마플이 나오는 이야기였다. 90살이 된 미스 제인 마플이 결국 살해범을 밝혀내지만, 이들은 모두 죽은 뒤였다.

사건 중 중요하게 밝혀지는 이야기가, 살해범이 피해자에게 왜 복수를 하려했는가 하는 점이다. 피해자는 살해범에게 <풍진>을 옮겼고, 당시 임신중이던 살해범은 결국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고 만다.

요즘은 신생아 때 MMR 주사로 예방접종을 하지만, 당시는 예방접종이 없었던 만큼 더욱 취약했을 것이다. 그래도 인간을 죽인 것을 정당화 할 수 없다. 자식을 기형아가 되게 만든 여자를 만났다면, 나는 용서할 수 있을까?




우표 수집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_성홍열

성홍열을 앓았던 어린 시절의 잠깐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남자가 있다.

어렸을 때, 집중하던 취미 하나는 있었던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영화 포스터를 모으는 일이었는데. 아직까직도 책상 위에 꽂혀있다. 주말 오전이 되면 친구들이랑 삼삼오오 모여서 영화를 보고나면 항상 챙겨오곤 했는데, 가끔 꺼내서 볼때면 그때 봤던 영화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 추억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렸으니 그 후의 성격을 바꿔버릴 만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성적으로 우표를 모으던 카라스는 성홍열을 앓던 동안 누군가 자신의 우표를 다 치워버린 것을 알게 된다. 함께 모으던 친구를 오해해서 인간에 대한 믿음 자체를 잃어버린다. 예순 살이 넘은 카라스는, 되찾은 우표를 앞에 두고 인생을 다시 반추하게 된다.



아픈 것은 무섭다. 몸이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삶에 대한 의지도 꺾어버리고, 하고 싶은 것들을 내팽겨치게 만드니까. 그런데 책에서 보여준 다양한 질병들이 어쩌면 아주 조금,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희석시켜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구도 아픈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있음의 근거로 받아들이고 꿋꿋하게 이겨 나가길.

질병을 이겨나가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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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티파니 와트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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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샤덴프로이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위로 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남의 불행에 우리는 은밀한 기쁨을 느낀다. 그것이 가끔은 내 마음의 어둠처럼 느껴진다.

샤덴프로이데
명. 타인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 선한 사람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음. 유)샘통





표지가 무척 인상적이어서 2장이나 찍었다. 제목과 정말 잘 맞는 그림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몰래 카메라>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속여서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카메라로 관찰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나는, 속는 사람의 바보 같은 행동이 왠지 모르게 불편하면서도 큰 웃음을 주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보고는 했다.

누군가가 불시에 당해야 재미있는 것이다. 요즘 유튜브에 인기가 많은 동영상을 봐도 그렇다. 잘하고 멋지고 도움되는 것도 물론 많지만, 타인이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하거나 더 크고 더 재미있는 실수를 담은 동영상은 정말 조회수가 높다.

우리는 자신의 실패를 남들의 웃음거리로 바치기도 한다.

*****

왜 사람들은 샤덴프로이데에 이토록 큰 흥미를 보이는 걸까?

타인에 대한 조롱을 인터넷 세상에서 부담 없이 할 수 있게 된 사회적 배경도 물론, 한 몫 할 것이다. 최근 20여년 간 집중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샤덴프로이데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기들도 샤덴프로이데를 느끼나요?
연기자가 실수로 뭔가를 떨어뜨리기만 하면 백발백중 모든 아기들이 웃는다고 한다. 하지만, 어른들이 다치는 상황에서는 웃지 않는다. 아기들도 공정성이 있고 공감 능력이 높다는 말이다.

나는 어른들이 하는 행동이 우습거나, 어떤 자극을 줄때 아기들이 웃는다고 생각했는데 아기들에게도 공감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가 신기했다. 누군가 다칠 상황보다는 실수를 했을 때 아기들이 생기 있게 웃는 목소리가 자꾸만 생각나서 귀엽기도 했다.

우리는 오만한 인간이 벌받는 광경을 볼 때 가장 흥분한다.






선한 샤덴프로이데도 있을까?

기독교 전통은 샤덴프로이데에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의 고통을 기뻐하는 것은 그가 더 나은 인간으로 거듭날 가능성을 믿기 때문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의 실패를 재조명하고 성공의 일부로 예찬하는 요즘의 분위기는 그 연속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직장에 원수 같은 인간은 꼭 한 명씩 있다.

대부분의 일터에서 샤덴프로이데는 훨씬 더 은밀하며, 우리가 옆으로 밀려나거나 누군가가 자기를 띄우려 든다는 의혹이 들 때 발생한다. 우리 위에 군림하던 자가 잘난 척하고 권력을 휘두르다 벌을 받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실수도 저지르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낼 때 통쾌한 반란의 순간이 잠깐 찾아온다.

직장에서 누구나 꿈꾸는 순간이 아닐까? 매일 나를 골탕먹이던 동료나 상사, 후배의 실수는 샤덴프로이데를 느끼게 하지만, 그 순간으로 하여금 앞으로 계속 나갈 수 있는 배짱을 줄 수도 있다. 왠지 대담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

샤덴프로이데는 우리에게 모순된 감정을 준다. 때로는 그것이 불순물 같기도 하고, 불편한 지점을 주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그것도 내가 느끼는 감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샤덴프로이데는 반사회적인 감정처럼 보일지 몰라도, 스포츠에서부터 가십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공동체 의례들에 빠질 수 없는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칭찬받을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의 우리 삶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결점을 인정하고 용감히 맞서야 한다.


당신, 지금 웃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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