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노트> 무조건 좋게 결정지어서 맡겨놓기
날짜:2025년2월1일
오늘의정진: 遊江海涉山川 (유강해섭산천) 강과 바다에 노닐고 산과 개울을 건너서
- 100일 정진, 38일차
어제 증도가(證道歌) 서른 일곱번 째 구절은
<香象奔波失却威, 天龍寂聽生欣悅 /향성분파실각위, 천룡적청생흔열
향기로운 코끼리 분주하게 달아나 위엄을 잃게 되나, 천룡은 고요히 들으며 희열을 내는도다> 였다.
본래 코끼리처럼 신성한 나의 마음이지만 한번 폭주하면 다시 안정시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잡아 근본으로 돌려 놓으면 마침내 고요해지며 선정의 기쁨을 맛 볼 수가 있으리.
오늘은 서른 여덟번 째 구절
遊江海涉山川 (놀 유, 강 강, 바다 해, 건널 섭, 뫼 산, 내 천 )
유강해섭산천 / 강과 바다에 노닐고 산과 개울을 건너서
尋師訪道爲參禪 (찾음 심, 스승 사, 방문 방, 길 도, 할 위, 간여할 참, 고요할 선 )
심사방도위참선 / 스승찾아 도를 물음은 참선 때문이라
이제 부터는 영가선사의 구도(求道)이야기가 펼쳐지는 구절이다.
선(禅)은 마음을 깨치는 수행이다.
마음을 깨우치는 수행은 혼자서는 이룰 수가 없는 수행이기도 하다.
반드시 깨우칠 수 있는 인연이 있어야 한다.
역대 수 많은 선지식들은 모두 스승을 만나고 깨우침을 얻었기 때문이다.
깨우침은 반드시 스승에게 인가(认可)를 받아야 한다.
자신의 깨우침이 정말로 바른 것인지, 문제가 없는 깨달음인지는 스승이 직접 보고 판단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때 깨우침을 점검하는 수단을 선문답(禅问答)으로 사용한다.
선문답을 통해서 깨우침을 점검하기도 하지만 또한 선문답을 통해서 깨우침을 얻기도 한다.
오늘날 선은 중국에서 발달한 불교의 종파로 있지만 사실 선의 기원은 부처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처님 당시에는 훌륭한 제자들이 아주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제자를 10대 제자라 부른다.
지혜제일 사리자, 해공(解空)제일 수보리, 신통제일 목건련등 10대 제자들은 저마다 뛰어난면이 있었다.
그 10대 제자중에서도 마하가섭(摩诃迦叶: 마하카사파)은 두타(头陀)제일 이라 하여 의식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고행(苦行)과 걸식(乞食)을 하며 어느 한곳에 머물지 않고 떠도는 수행을 가장 잘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국악 곡조에도 있는 영산회상 당시, 부처님께서 설법을 하시려고 대중을 앞에 두고 자리에 앉으셨다.
그때 하늘에서 연꽃 한 송이가 하늘하늘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부처님이 허공 중에서 떨어지는 연꽃 한 송이를 잡아 들어 아무말 없이 대중들에게 내 보이셨다.
(이걸 선에서는 염화시중 (拈花示众)이라고 한다.)
대중들은 부처님께서 치켜든 연꽃 한 송이가 무엇을 의미 하는지 몰라서 다들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그 가운데 오직 마하가섭만 부처님을 향해 빙긋히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것을 선에서는 염화미소(拈花微笑) 라고 한다.)
그러자 부처님은 마하가섭의 미소를 보시고는 마하가섭만이 부처님의 뜻을 알았다며 인가를 해주셨다.
이를 두고 이심전심(以心传心)이라 하여 오직 마음과 마음으로만 전해지는 선의 유래가 시작된 것이다.
그외에도 마하가섭은 다자탑이란 곳에서 부처님과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인가를 해주었다는 다자탑전분반좌(多字塔前分半座) 와 부처님 열반 후 부처님을 관에다 모셨는데 마하가섭이 도착하자 관 밖으로 부처님 발이 나왔다고 하는 곽시쌍부(椁示双趺)등의 삼처전심(三处传心)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처럼 선은 부처님 당시부터 기원하여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깨달음에 대한 갈망은 스승을 찾는 갈망과 비례한다.
강과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고 개울을 건너서 스승을 찾는 것은 참선 때문이라.
참선은 선이다. 이제 영가 스님의 깨달음을 구하는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일일 소견>
스승의 의미는 수행자에게는 부모와도 같으시다.
육의 부모가 아닌 법의 부모. 도를 구한다는 것은 법의 부모를 찾는 것이다.
제자가 스승을 알아보고 스승이 제자를 알아보는 것. 이것이 이심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