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 손웅정의 말
손웅정 지음 / 난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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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지은이: 손웅정의 말

   : 나는 슈퍼맨 이야 (아버지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영화 <슈퍼맨>에서   슈퍼맨의 고향  클립톤 행성이 폭발을 앞두고 있다.

이때 그 별의 지도자급이자 과학자 였던 아버지 '조 엘'은  자신의 아들 '칼 엘'   홀로 우주선에 태워  탈출 시켜 버리고  자신은 행성의 운명과 함께 한다.

행성을  탈출한  우주선은  지구에 떨어 졌지만  다행히도  스몰빌에 사는  마음 착한 양 부모님 밑에서 '클라크 켄트' 로 자라나게 된다.

그리고 클라크 켄트는  하늘을 나는  슈퍼맨이 되어  지구가 위기에 빠질때 마다  지구를 구한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슈퍼맨 줄거리 이다.

하지만 나에게 슈퍼맨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따로 있다.

클라크 켄트가  친부 조 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는 장면이다.

우주선  프로그램에  입력된 홀로그램을  통해  슈퍼맨의 친부 조 엘은 클라크 켄트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겨 놓았다.  

"아버지   눈으로  아들을  보고, 아들은  자라서  아버지가 되어  다시 아버지  눈으로 아들을 본다. 아들은  아버지가 되고, 아버지는   곧  아들이 된다."

내게는 '아들이   아버지가 되고  다시 또  아버지가 아들이  된다' 는 말은  참으로 의미 심장하게 느껴진다.

 

 

나는 아들 둘을 키우는 아빠인 동시에 나는 또 우리 아버지의 아들로서 살고 있다.

내가  우리 아버지의 아들로  또 지금 내가   기르는  아들들의 아빠로서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이 부분에  대해 예전에 읽었던  동국대 '황수경 교수님' 이 쓴 칼럼(한마음 저널 57이 생각난다.

칼럼에서  황교수님은 어느  남자들만  있는 집단에서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신은 진정으로 바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세요? '  라고 묻고 답을 적게  했더란다.

그때  나온 답들이 '좋은 아빠', '믿음직한 남편', '신뢰를 주는 아빠', '존경 받는 아버지', '효도 하는 아들' 등등.

그들이  제출한 답들 대부분은  가정에서 좋은 가장이자 아버지, 아들이   되고 싶은  사람 이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은 보통 우리 아빠들이 바라는 가장 전형적 이고 이상적인 대답이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대답을 한 사람들은 전혀 생각도 못한 사람들의 답이었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런 답을 적은 집단은 우리나라 최악의 범죄자들만 모여 있는 '청송 교도소' 에 복역중인 사형수 같은 흉악한 재수자들의 답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이 경험은 권수경  교수님이 청송교도소의 사형수들을 매주 10년간 만나서 상담을 하며 겪은 일이라고 했다.

교수님 칼럼 글에서 우리의  시각으로 보는 그 흉악한 사형수들도 결국 자식을 가진 아버지 였고  그 자식들 에게  한번이라도  따뜻한 사랑을 전해 주고  싶어 했고  하루라도 좋은 애비 노릇을 하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즉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 것은 평범한 사람이든  죄를 지어  감옥에 갇힌 사람이든  그 바램은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들은 결국 그렇게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바램을 이루게 되지  못한 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이에 대한  답으로 이번에 읽게  된 손웅정 감독의 책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고 생각 된다.

책을 읽기전에  그동안 메스컴을 통해 접한 손웅정 감독의  이야기들은 이미  내가 책에 흥미를 끌기에 충분  했었다.

나도 그와 같은  아버지로서, 손감독이 자신의 아들들을 키우면서 느끼고 경험한 내용을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읽고 나니  이 책은 단순히  누구의 아버지가  아닌 인간  손웅정이 가졌던  체험 철학에 대하여  깊이  매료가 되었다.

이 책은 손웅정  감독과 김민정  시인이 일년 동한 대화  녹취한 인터뷰를 기반으로  만들어 졌다.

처음엔  손웅정이  직접 손으로 쓴 책이 아니라   실망할 뻔 했지만 오히려   두사람간의  일상적이고  진솔한 대화가 자연스럽게 손감독이 가진 철학을  끄집어 냈다.

그의 철학은 단순함을 기본으로 삼고  그 단순함을 섬세화  하는 과정을 충실히  반복 한다는 점이다.

아버지로서 아들들과의 관계, 감독으로 자신의 선수들과의 관계, 그리고 스스로 자신에 대함에 있어 늘 기본이 되는 단순함과 섬세함(책에는 '디테일' 이라 표현)을 반영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책에서 가장 놀라 웠던것은 그는  결혼한 큰 아들 집에 여지껏 한번도  간적이 없다는 것이다.

"걔들 공간에  왜  제가 부모라는  이름으로 침범하냐고요?"

이 말만 들어 보면 어찌 그리  부모 자식간에 냉정한가 싶을 정도로  생각되었지만

'자식은 부모 곁에 잠시 머물다 가는 귀한 손님으로 여긴다' 는 그의 말에는  고개가 끄덕여 졌다.

"자식이 이름나고 애비가 어깨 힘주고 다니면서 꼴깞 떨지 마라"는 그의 말에는 내 마음속  은연중에 감춰진 자식 덕 보려는  심리를  들춰보게 해줬다.

또한  그는 독서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으며 수양 (修養)하는 아버지 상을 내게 제시했다.

손감독은  책을 읽으면서  그 책 내용중  가슴을 울리는 대목들은  항상 메모를 하고  외운다고 했다그리고 읽은 책은 쓰고 난후 버린다고 했다.

참으로 모든 일에 미련없이 간결 하게 처리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가 나눈 인터뷰중에 나오는 대화들은 손감독 자신에게 체화된 어록들로 도배 되어 있다.

<어디서든 나이 부터 들먹이는 사람은 꼰대다.

자식에게  마침표를  주는게 아니라   물음표를 던지는 부모가 되야 한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육신을  키우는게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키워야 한다.

자식을  위해 자기를 지우고 희생하는게  아니라 자식을 위해 오히려 자신을  키워야 되는 부모가 된다.> 는 그의 어록에선  깊이 공감이 되었다.

<몰입은 단순함에서 오고 단순함은  버림에서 온다. 그리고  버림은 마음이  풍족한 상태에서 온다. 또한 토끼와 거북이 경주 일화를 통해 토끼는 상대, 즉 거북이만 보고 쉬었지만  즉 거북이는  목표만 봤기 때문에 승리 했다면서  봐야될 대상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는 그의 말은 어느 한 분야에서 경지에 오른  일류 대가의  풍모가 느껴졌다.  

 

그의  발 밑에는 축구공, 손끝에는 책이 있다고 한다.

그가  좋아하는 축구를 위해  늘  쉼없이 운동하고   단련하며 또 시간을 내어  부지런히 독서를 하는  그의 모습에서  인간 손웅정은 이미 누구의 아버지로  사는게 아니었다.

그의 이러한 면에서 깊이 공감이 되며 내 자신을 다시금 채찍질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를 보면  좋은 아버지는 만들어 지는 것이라 생각 된다.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고 수 양(修養)을 쌓는 수행자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든다.

 

 

 

그렇다면  다시  청송 교도소의 아빠들은 왜 훌륭한 아빠가 아닌 범죄자 될 수밖에  없는가를  살펴 보면 결국 차이는  그들은 자기 수행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업식대로  산 행위의 결과였다.

결국  좋은 아빠가 되는 것도  하나의 수행이라고  여겨야 되는게 아닐까 싶다.

 

 

 

이제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어린 아들들의 입장에서는 슈퍼맨이란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범죄자이든 훌륭한 사람이든 다 누군가에게 한때는 멋진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들들의 눈에도  자기 아빠가 세상 최고의 슈퍼맨 이었을 것이다.

한때 내 아버지도 내게는 슈퍼맨이었고 또 내 아들들에게도 나는 슈퍼맨 이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세상을 보는 시선이 올라가자 내 아버지는 어느덧 백발의 노인으로 변했고 나역시 아이들 눈으로 보면 중년 아저씨로 변했다.

하지만 우리의 겉모습이야 변할지 언정 진짜 슈퍼맨의 모습은 겉모습에 항상 우리 안에 감춰져 있다.

내 아버지도 슈퍼맨 이었고 나도 슈퍼맨 이었고 이제 곧 내 아들도 슈퍼맨이 될 것이다.

 

 

 

한때  내 자신이 슈퍼맨 이었음을 잠시 망각 했지만  다시 슈퍼맨으로 변신해서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나는 이렇게 독서를 하고 글을 쓴다.

영화속  클라크 켄트는 태양 에너지로  힘을 보충하지만  현실속에 사는 우리의  모든 슈퍼맨들은 자식들과 아내의 격려로 힘을 얻는다.

비록 얻어 내는 격려가 생각보다 충분하진 않지만 그래도 좋다.

내가 슈퍼맨 이였음을  자각하고 다시  내가 좋아 하는 일로 스스로 값지게 만들어야  하는 세상에 살게 됨에 감사 할 따름이다.

세상의 모든 슈퍼맨들이여 !

힘내고 다시 날아 오르자.

우리 위의 창공은 우리가 다시 떠오를 때를 기다리고 있다.

 

 

 

 

결국 불편함은 노력이에요. 내가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그런데 이 불편함이 지속 된다는 건 한편으로는 내 몸에 좋은 습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 P20

흔히들 자식에게 친구 같은 부모가 되어 줘야 한다고들 하는데 저는요, 그거 직무유기라고 봐요... 중략...
친구가 지적은 할 수 있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끝끝내 말해줄 수 있는 건 부모뿐이에요. - P24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니까 부모가 제 틀에 제 자식을 딱 끼워 맞춰버리는 거예요. 좀 비약해서 말하자면 그건 부모가 자식을 안 보고 자기를 본다는 거거든요. - P41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하루하루 무언가를 더하고, 지혜를 얻고자 한다면 하루하루 무언가를 버리라고 그랬어요... 중략...
이 가운데 버려야 할 것을 안다는 것은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안다는 얘기도 되거든요. - P104

그 순간 나는 내 가치를 어디에 뒀지? 하고 묻는거예요.
내가 지금 돈을 잃게 생겼어. 그런데 나는 내 가치를 건강에 뒀어. 그러면 그 순간 뭔가 좀 심플해지지 않나요?... 중략...
그 순간 뭔가 아주 선명해진다니까요 - P130

제목의 한 줄 메시지가 크고 확실한 책에 꽂혀요. 가슴을 때리는 그 타격감이 있나 없나, 그거 없으면 절대로 안 집어요. - P192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가질 수 있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를 수 있다.
樹木等到花谢, 才能結果
江水流到捨江, 才能入海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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