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의 조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정현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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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일류의 조건

지은이: 사이토 다카시 / 정현 옮김

   : 사무라이 문화와 장인 문화

 

 

얼마전 부터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한 쇼츠에서 일본의 여배우 (모리카와 아오이) 가  달인(: 통할 통 人: 사람 인 )이라 불리는 사람의 기술을 따라 하는 방송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카드를 던져 촛불 끄기, 주사위를 컵으로 흔들어 컵안에서 일렬로 세우기, 부메랑 던지기, 돌을 모서리로 세우기 등등 별 희한한 재주를 가진 달인들이 나온다.

모리카와는 생전 처음 접하는 달인의 기술들을 몇번 시도한 후 금방 습득을 하여 숙달의 경지에 도달한다.

일반인이라면 몇년을 해야 하는 경지를 방송에서 여배우는 믿기지 않을 속도로 달인을 기술을 습득한 후 바로 그 기술을 시연해 버린다.

정말 말도 안되는 재능을 가진 그녀는 한,두 종목에 한해서 특화된 게 아닌 여러 잡다한 종목인 매번 새로운 달인들의 기술을 습득해 버린다.

방송 주작이 아니라고 하는데 보면서도 이게 말이 되나? 할 정도다.

방송에 나온 기술을 시연하는 달인 조차도 그녀의 신기(神技)에 허탈한 표정을 지는게 웃음 포인트다.

자신들은 몇 년 혹은 한평생을 갈고 닦은 기술을 옆에서 그냥 쓱싹 보고 난후 그대로 따라 해버리니 달인의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모리카와의 '달인의 재능 훔치기' 는 정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좋은 예술가는 베끼고, 훌륭한 예술가는 훔친다.' 고 파블로 피카소는 말했다고 전해진다.

'훔치기' 관련 하여 일본의 베스트 셀러 작가  '사이토 다카시' 가 쓴 책<일류의 조건>은 참고가 될만한 책이다.

원래 이 책은 오래 전에 나왔다가 (2006) 이미 절판된 상태였다.

그런데 최근에 유튜브에서 '박문호' 박사가 정말 좋은 책이라고 이 책을 추천하였다.

그러자 시중에서 구할 수가 없는 책을 갑자기 독서 시장에서 찾는이가 많아진 것이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인해 마침내 이 책을 다시 복간하게 되었다.

 

 

 

내용에 앞서 우선 이 책의 겉디자인과 내용까지 전부 일본 스럽다.

(즉 닛뽄 스타일이 강해 보인다.물론 내 개인적 생각임)

검은 바탕에 흰 글자로 제목과 저자가 찍힌 양장본인데 겉면에 초록색 테두리 표지를 감싼 것을 보니 <귀멸의 칼날> 의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 가 입고 다니는 초록색 하오리(상의)가 연상 된다. (위 사진 참조. 순전히 개인적 관점일 뿐.)

 

책의 핵심 내용은 마치 사무라이가 한 칼에 베는듯 간단 명료한데 일류가 되는데 필요한 조건은 딱 세가지 힘을 기르라고 말 한다.

첫째, 요약하는 힘 키우기,

둘째, 훔치는 힘 키우기

셋째, 추진하는 힘 키우기.

책 제목에서 말하는 '일류' 란 어느 분야든지 그 분야에서 가장 능통한 '달인(達人)'을 말한다. 우리로 치면 '고수(高手)' 가 되는 방법인 셈이다.

즉  무슨 분야든지 그 분야의 일류 즉, 달인이 되기 위해서는 위의 3가지 요령을 숙달 시켜야 된다는 게 책의 요지이다.

이외에도 '집중력이 곧 초능력이다' , 숙달론의 기본서가 되는 <쓰레즈 레구사>에 대한 소개와 고시하라 문화(腰 허리 요 肚 배 두 文化) 같은 저자의 통찰이 돋보이는 내용이 훌륭한 내용들이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약간 아쉽게 느껴 지는게 있다면 이러한 숙달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 설명할 때 저자는 수 많은 일본인들을 예시로 든다.

저자가 일본인 인지라 당연히 일본의 운동 선수를 비롯하여 예술인, 문학가 등 많은 장인의 경지에 도달한 인물들이 일본인일 수 밖에 없긴 하다.

 (많은 사람들 중 내가 아는 사람은 메이저 리그 선수 '스즈키 이치로', 아톰의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 정도뿐 나머지는 생소 (生疏) )

물론 저자가 언급한 장인의 경지에 이른 일본인들에 대해 잘 모른다 해도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되진 않는다.

다만 잘 모르는 일본 장인들이 다수라 일본 문화나 인물들에 대한 이해도가 그다지 높지 않으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뜻의 깊이가 좀  다르지 않을까 싶다.

 

 

특히  책의 말미에 '무라카미 하루키' 에 대한 분량이 한 챕터를 차지 하도록 많은 지면을 할애 한다.

하지만 그 유명하단 소설가의 책을 유감스럽게도 나는 여지껏 한권도 읽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독서를 통해 얻어가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무지의 지'(알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를 깨닫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 책은 언젠가는 꼭 한번 읽어 봐야 겠다. 아직은 끌리질 않는다.)

 

장인이 많은 나라 일본.

일본은  왜 장인이 많은 나라가 되었을까?

일본에 달인이라 불리는 장인들이 많은 이유는 일본 사회가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폐쇄적인 사회 문화.

다시 말해 일본의 폐쇄적인 사회 문화 분위기에서는 오늘날 '오타쿠' 같은 문화가 생겨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일본이라 나라는 지리적으로 같은 동북아시아에 속하고 또 유교 문화권이라 우리와 비슷한 것 같지만 서로 전혀 다른 문화 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런 폐쇄적 분위기의 출발점을 일본의 '사무라이 문화' 의 영향 때문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전통 일본 사회는 엄격한 신분제 사회 였다.

보통 우리 동양권에서는 신분제 하면 유교적 신분제인  '사농공상(士農工商)'을 떠올린다.

여기서 우리는 '()'  '선비'로 생각하는데 일본에서 '' '무사(武士)' 를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무사는 모두 '사무라이(: 모실 시)'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무라이' '무사' 는 엄연히 다르다.

일본에서 '사무라이 ( 모실 시)' '위 사람을 모시는 사람'을 뜻 하는 것이다.

즉 본래 '무사(武士)' 는 일본의 지배 계층 '다이묘(大名主: 영주)' 를 뜻하고 사무라이는 '다이묘를 경호하는 사람' 을 뜻한다. 

쉽게 말해 사무라이는  다이묘의 경호원인 셈이다.

여기서 '모실 시()' 자를 파훼 해보면 절에 계시는 '스님' 이 연상된다.

(사람 인 '' + 절 사 '' 가 합쳐진 글자 이기 때문이다.)

'절에 있는 사람' 이란 곧 '스님' 이 되고 , '스님'  '부처님을 모시는 사람' 이란 뜻이 된는 것이다.

 

이걸 통해 보면 아무래도 일본에서 사무라이 의  '모실 시'와  '스님' 의 관계는 어떤 연관성이 많지 않나 싶다.

또 사무라이가 입는 갑주 복장을 자세히 보면 스님들이 입는 오조가사와 닮았다.

 

일설에 의하면 백제의 무사 '싸울아비' 가 일본으로 넘어가 '사무라이' 가 됐다는 설도 있긴 한데 우리 한반도에서 고대 일본으로 불교가 전파 될 때 스님이 곧 사무라이 가 됐을 수 도 있지 않을까? (이 부분에 대해 한번 연구해 볼 만하다.)

 

아무튼  역사가 진행될 수록 오늘날에 이르러 '무사''사무라이' 는 같은 뜻으로 쓴다. (둘 다 양민은 지닐 수 없는 칼을 차고 다닌 지배 계층에 해당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은 고대에서 부터 '덴노'라 부르는 천황이 있지만 천황이 직접 정치에 관여한 것은 드물었다.(야스카 시대:우리나라 삼국시대와 메이지 유신이후 약간 시대만 관여)

대부분의 역사에는 각 지방의 호족이나 영주가 그 지역을 다스렸다.

영주가 다스리는 영지를 '' 이라고 부르는데 그 번에 속하는 모든 백성들을 영주가 통제해야 했다.

'' 의 계급, 즉 무사 계급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전쟁 준비를 해야 했고, 나머지 농,,상 계급은 자기 신분에 맞는 역할을 해야 했다.

농민, 기술자, 장사꾼은 일생동안 자신의 신분에 맞게 살지 않으면 그냥 사무라이 한칼에 죽음을 맞이 할 뿐이다.

신분제는 사회의 근간이 되는 것이고 계급 사회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는 칼을 찬 사무라이들이 엄격히 통제를 한 것이다.

엄격한 신분제에 대해서 일반 백성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서 따돌림은 곧 죽음이다.

일본인들이 단합이 잘 된다고 하는게 이런 문화 때문이다.

 

 

우동집 아들은 대를 이어 우동을 만들어야 하고, 두부를 쪄야 하는 사람은 대를 이어 두부를 쪄야 하고, 대장장이는 하기 싫어도 대장장이 노릇을 대를 이어가며 해야 했다.

자신은 업종이 안맞아 하기 싫다고 어디로 도망을 칠 수도 없다.

자신이 속한 번 외에는 허가 없이 다른 번으로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어기면 바로 사무라이 한테 한칼에 제거 된다.

그러니  뭐든 대를 이어 한 업종만 파고 드는데 장인이 안 될 수가 있나?

예전엔  목숨을 담보로 한 분야의 달인이 되는 것이 이제는 전통이 되어 버렸다.

 

사무라이한테  칼 맞아 죽기 싫으니 당연히 사무라이 앞에서 '하잇! 스미마셍! ' 외치며 머리 숙이고 바로 납짝 절을 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인이 예의범절을 잘 지키는 이유도 칼 맞아 죽지 않을려고 어쩔 수 없이 나온 행동이다.

물론  메이지 유신 이후 신분제는 없어졌지만 지금 까지도 달인이나 장인들의 명맥을 이어 오고 있는 것이다.

이게  다 사무라이 문화 때문이다.

 

 

얼마전 작고한 일본 만화가 '도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 볼을 보면 등장 인물들의 '전투력 측정' 이 나온다.

먼저 싸우기전에 스카우터 라는 전투력 측정기를 끼고  상대편의 전투력을 측정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내가 학창시절 처음 접했을 때는 굉장히 신선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만화 속의 이런 모티브도 일본 계급사회의 산물인 것이었던 것이다.

 

 

전국시대 다이묘들은 실력의 강함을 쌀 생산량으로 나타내었는데  예를 들어 도쿠가와 이에야스 400만섬, 마에다 가문 102만섬, 모리 가문 100만섬 ,다테 마사무네 100만섬 영주라 표현했다.

1섬은 현대의 기준으로 150키로, 만섬은 약 200~250명 규모의 병사를 키워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쌀 생산량이 곧 전투력이 되는 것이다.

이걸  통해 보면 전투력 측정은 만화에만 나오는게 아니라 이미 센코쿠시대(전국시대) 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사무라이 계급제는 장인 문화와 예절 문화을 탄생 시켰고 오늘날 오타쿠 문화 까지 탄생시킨 셈이다

그  사무라이 문화의 근간은 어쩌면 불교 와도 관계가 있을 것 같다는 내 개인적인 견해이다.

 

이번에 읽은 책<일류의 조건>은 닛뽕색이  강한 자기 계발서 이지만 일본인들의 장인 문화와 연결해서 생각해 보니 나름 재미 있게 읽었다.

책을 덮고 생각해 보니 일본에서는 장인 정신을 나중에 불교의 선에서 말하는 선의 경지로 승화 시킨면이 있는 것 같다.

다도(茶道)'다선일체(茶禪一體)', 검도(劍道)'검선일체(劍禪一體)'  같은 그런 말들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달인이 된다는 것은 숙달의 깊이가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도달하는 것을 뜻하고 그것은 평상시 수행과 관련이 깊은 것이다.

()에서는 '무엇이든지 깊어지면 선이 된다' 고 했다.

그들이 추구하는 달인의 경지는 그래서 선의 경지와 통하는 면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모리카와 아오이가  예능에서 보여주는 달인의 경지를 훔치는 능력은 새삼 참 부럽다.

 

훔치려면 가치를 알아 볼 수 있는 보는  눈이 먼저 있어야 한다.

당나라때 한유(韓愈:768~824) 라는 사람이 쓴 글에 이런 문장이 있다.

<世有伯樂,然後有千里馬 (세유백락,연후유천리마 ) 세상엔 백락이 먼저 있고 난후 천리마가 있다.

千里馬常有,而伯樂不常有(천리마상유,백락불상유) 천리마는 항상 있지만 백락은 항상 있지 않다.>

 

백락은 천리마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을 말한다.

천리마는 일반말과 달라서 똑같은 양식을 줘서 키우면 안된다고 한다.

일반말의 몇배에 해당하는 먹이를 먹이고 공을 들여야 한번에 천리를 뛸 수 있는 말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천리마를  볼 줄 아는 사람이 없다면 천리마는 일반말과 섞여 있어 어느게 천리마 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천리마는 항상 있어 왔지만 그 천리마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은 항상 있질 않다는 뜻이다.

어쩌면 훔치는 능력 보다 가치를  알아보는 눈을 가지는게 우선 순위에 둬야 하지 않을까?

진정한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메뉴얼을 넘어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까지 훔쳐서 체화해야 한다. - P35

요약의 기본은, 핵심을 남기고 그 외의 주변 요소는 과감히 ‘버리는 것‘ 이다... 무작정 쳐내는 것이 아니라, 남겨둔 핵심 속에 어떤 형태로든 녹여,버려지는 요소에도 가치를 부여 하는것, 이것이 요약의 가장 이상적인 요약이다. - P62

전혀 다른 상대의 기술을 경험하면서 상대를 제압해 나가는 관계는 단순히 주고받는 관계 이상으로 창의적인 관계다. 이 관계 속에서는 서로의 스타일이 더욱 명확해진다. - P167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선명하게 의식하면 숙달에 이르는 데 가속도가 붙는다. - P219

집중력이라는 것은 ‘의식 조각‘의 양, 즉 의식이 많고 적음이라고 생각한다..... 초능력이란 집중력. - P222

달리기와 식사와 글쓰기, 그 모든 것들이 ‘크로스‘해 있다는 사고방식이 있으면, 실제로 그것들이 가지는 연관성 이상으로 숙달을 촉진하게 된다... 움직이든 달리기든 반복해서 그 리듬을 몸에 스며들게 만들어 그것을 글쓰기에 활용한다. 독자의 신체가 작가의 신체에 동조 하기도 하고 호응하기도 한다.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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