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실패를 기회로 만드는 등산과 하산의 기술 아우름 10
엄홍길 지음 / 샘터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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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이라....

친구의 성화로 어쩌다 산악회에 몇번 따라 갔다가 덜컥 가입을 하게 되었다.

산에 소풍가는 기분으로 따라 나섰는데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한번 산행을 하면 왕복 18키로 정도 된다는데 계속 걷고 올랐다 내려갔다 하는게 쉽지 않았다.

오를땐 한걸음 한걸음이 무겁고, 내려 올땐 무릎이 아파 고통 스러웠다.

앞으로 한달에 한번 정도는 산엘 가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무릎이 아파 오를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이유로 등산 관련 서적을 찾아보다가 엄홍길 대장님이 쓴 책이 눈에 들어온다.

내 평생 에베레스트 산을 오를 일은 없겠지만 나한테는 매달 올라야 할 산들이 에베레스트 산이라 생각될 정도로 아직 나에겐 힘이 많이 들것 같다.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의 지은이는 엄홍길 대장.

엄홍길 대장님에 대해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우리 나라 산악인 하면 엄홍길 대장밖에 안떠오를 정도로 우리 나라 국가 대표급 산악인이다.

하지만 유명세와는 다르게 이책을 읽기전에는 사실 이분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는 잘 몰랐다.

이책은 엄대장님이 힘든 등정을 통해 도전과 좌절, 다시 도전과 성공을 하는 성장기와 같다.

엄대장은 3살때 부터 살게 된 의정부의 원도봉산 골짜기에서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까지 40년을 살았다.

자연스레 어릴때 부터 산과 친숙하게 되었지만 학창시절엔 학교 선생님의 가정방문을 피해다녔을 정도로 한편으론 산에 사는것을 창피해 하기도 했단다.

그리고 혈기 왕성한 20대 UDT로 군제대 후 거칠것이 없었던 시기, 희말라야의 최고봉 에베레스트 8850미터를 등정을 목표로 생애 처음 8천 미터급의 산에 도전했다.

등정을 위해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자신감도 충만했지만 막상 거대한 산앞에서 한없이 작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동료들이 오르다 사고로 다치고, 죽는 과정을 목격하고 자신도 다치고 죽을뻔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무모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사는 것과 죽는 것이 큰 차이가 없구나.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순간에 생사가 갈리는 구나.

죽음이라는 것이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옆에서 같이 숨쉬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P. 33 >

산에 오른것을 후회하고 다시는 산에 오르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결국 또 오르게 된다.

산이 자기를 내버려 두지를 않더란다.

사람들로 부터 가장 많이 받는다는 질문, 왜 산에 오르는가? (그러게... 왜 산에 오르지? )

엄대장의 대답은 아마 '산이 나를 불러서' 가 아닐까 싶다.

그후 1988년 서울올림픽 성공 개최 기원을 담은 등정에서 결국 에베레스트산의 정상을 밟았다.

<죽을 각오를 하고 임하는 사람은 결국 살아남습니다. 절실한 마음. 이루어 내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그 사람을 성장하게 해요. P. 47 >

이후 엄대장은 산에서 여러번 만난 스페인 산악인의 인연으로 인해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8천미터 급 고봉 14좌 산을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우게된다.

<심상사성(心想事成) 간절히 원하고 절실해야 이루어진다. 여러분은 지금 간절히 이루고 싶은것이 있습니까?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P. 50 >

<자승최강(自勝最强)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가장 강하다. 나 자신은 우리가 이겨야 할 대상, 즉 극복인 대상인 동시에 믿어야 할 존재 입니다. P. 65 >

<우리가 정복해야 할 대상은 산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P. 66 >

그렇지만 모든게 생각처럼 순탄하지 않는다. 그도 '풍요인 여신' 이라고 불리는 안나푸르나 산앞에서는 4번의 좌절과 실패를 겪어야 했다. 그 과정중 세명의 동료를 잃고 자신도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된다.

결국 안나푸르나 등정은 5번 시도 끝에 정상에 오르게 된다.

<기고 만장하고 교만했던 저를 안나푸르나가 일깨워 준 것입니다. 산이 받아 주어야 오를 수 있다는 것, 산은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P. 74>

하지만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보다 내려 오면서 당시 유일한 여성 등반 대원의 실종을 맞이 하는 아픔도 함께 겪는다.

정상을 오르는것도 어렵지만 처음 올라간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하산도 똑같이 어려운 과정이다.

 <서른 여덟번의 팔천미터 등산, 세계 최조 16좌 등정, 실패 할때 마다 생기는 것은 좌절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거듭된 실패 덕분에 오히려 목표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P. 76 >

<후회가 없으니 다시 일어설 힘도 나오는 것이지요. 정말로 두려워 해야 할것은 미련이 남은 상태에서 포기 하는 것입니다. P. 80 >

결국 엄대장은 16좌 등정 도전을 달성하고 계속 자신만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40이 넘은 나이에 중국어과에 입학해서 중국어를 배우고, 재단을 설립하여 네팔에 학교을 짓는 원을 세우게 된 것이었다.

<언제 부터인가 산만 보이는것이 아니고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보이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P. 104 >

<산은 저에게 삶은 과정이며, 그 힘든 과정을 즐겨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마음속에 불어오는 수많은 자만과 언제 어디서 튀어 나올지 모르는 교만을 버리고 한걸음 한걸음씩 나를 올라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었지요. P. 106>

사람들은 성공만 생각하고 실패를 쉽게 무시를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진짜 각성은 실패를 통해서 얻을수 있는것이다. 그렇게 보면 성공과 실패는 둘이 아니다.

<욕심이 눈을 가려서는 안됩니다. 평상심을 잃지 말아야 해요.... 늦더라도 포기 할줄 알아야 해요... 판단력은 욕심을 버린 겸허한 마음자세에서 비롯됩니다. P. 112 >

엄대장의 등산 여정은 자신의 삶의 여정과 일치하며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에게 무엇이 도전이고 왜 도전할수 밖에 없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엄대장은 함께 등정하다가 먼저 세상을 떠난 10명의 대원들의 사진을 항상 품속에 가지고 다닌단다.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 등정을 하고 산에서 어려울때마다 항상 그들의 이름을 주문처럼 부른다고 했다. 그리고 정상에 오르면 그들의 사진을 정상 꼭대기에 함께 묻어준다.

<살아서는 이루지 못한 너희의 꿈을 안고 오르는 거다. 너희도 지금 나와 함께 가는 거다. 그러니 나에게 용기와 힘을 줘. 이 위기에서 벗어 날수 있도록 제발 날 이끌어 줘. P. 118>

<히말라야 신들이시여, 이들의 영혼을 거둬 주시고 안아주시고 편안하고 따뜻하고 아늑한 곳으로 인도해 주십시요. P. 119>

산에서 힘들때 동료들을 생각하면서 불렀다는 휘비스의 <가버린 친구에게 바침>이란 노래.

전에는 익숙한 멜로디로 아무 생각 없이 들어봤던 노래였는데 책에 개사한 내용을 보니 잔잔한 울림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엄대장의 이 모든 도전은 결국 나눔으로 귀결된다.

엄대장은 동료들은 죽고 자신만이 혼자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자신이 왜 살아 남았는지에 대한 답을 얻게 된다.

<저는 그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산이 저를 살려서 세상밖으로 돌려 보낸 이유라고 생각 합니다. P. 131>

<저는 우리 인간들이 쓰는 언어들 중에 가장 어려우면서도 아름다운 말이 '도전' 이라고 생각 합니다. 사람의 산에 오르며 또 하나의 아름다움 말은 '나눔'입니다. 나누는 순간, 베푸는 순간 손해 보는것 같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P. 140>

엄대장은 가난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세르파일을 하는 네팔의 빈촌에 학교를 세워 교육을 받게 하고, 다리를 저는 여인을 수술시켜 완치케하고 간호사 교육까지 받게 하는 등 지금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엄대장은 평생을 도전을 하며 살았는데 그 최종 도전이 '나눔의 확장' 이 되고 있다.

도를 깨닫고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처럼, 엄대장님도 그러한 경지가 아닌가 싶다.

<제가 앞으로 올라야 할 산들은 이웃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의 산입니다. 어쩌면 그산은 히말라야 산보다 더 높을지 모릅니다. 더 춥고 외로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제가 해야 할 일임을 알고 있습니다. P. 141>

엄대장은 외롭고 힘들다면 무조건 산에 오르라고 한다.

그래, 천리길도 한걸음 부터라고.  근처 작은 산부터라도 올라봐야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산악회에 가입된게 우연이 아닐수도 있다.

혹시 누가 아는가? 몇년 뒤에 진짜 히말라야라도 가게 될지...

어쩌면 산이 나를 부르고 있는게 아닐까?

내가 아직 듣지 못하고 있는것일 수도...

 

 

조금 알면 오만해진다. 조금 더 알면 질문하게 된다. 거기서 조금 더 알면 기도하게 된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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