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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토토로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아들이 유치원 다닐 때 경쾌하고 신나는 이 애니의 ost를 많이 들었다.
그로부터 십 몇 년이 훌쩍훌쩍 지난 지금, 아들은 입대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긴 세월에도 아랑곳없이 이 애니의 ost는 한 치의 벗어남도 없이,
어쩌면 몇 치는 더 보태어도 될 정도로 경쾌하고 신난다.
<예전 영화가 좋은 것은 그 내용과 함께 자신의 추억도 같이 재생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라고 말한 "겨울호랑이"님의 글에 격하게 공감되는 순간이다.
내 눈에도 토토로가 보였으면 좋겠다. 마쿠로 쿠로스케도 보였으면 좋겠다.
한껏 용을 쓰면 새싹이 돋아나고, 다시 온 마음을 다해 용을 쓰면 그 싹이 자라서 온 하늘을
뒤덮을 만큼 큰 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토토로, 내가 슬프고 힘에 부칠 때 나타나서
고양이 버스를 태워주며 위안과 위로를 주는 토토로, 나에게도 그런 토토로가 있었으면 좋겠다.
Mattie Stepanek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색을 '노을색'이라 말하더라.
그 노을색, 그 어린 천사가 좋아했던 노을색을 멋지게 감상할 수 있는 장면이 좋았고,
비오는 버스정류장에서 우산을 쓰고 메이를 업고 아빠를 기다리는 사츠키 옆에 토토로가
다가와 서던 장면은 언제나 압권이다.
많은 비에도 아랑곳않고 자신의 우산을 사츠키에게 주고는,자신은 비를 맞으며 뛰어가던
칸타의 얼굴에 나타나던 흐뭇함은 얼마나 절묘하게 잘 표현되어졌는지, 애니에서 이런 멋진
묘사를 보는 순간이 참 즐겁다.
사람을 가장 흐뭇하고 행복하게 하는 순간 중의 하나가 '가족애'에서 오는 따뜻함, 안정감,
평안함 등을 느낄 때가 아닐까 싶다. 그런 순간들의 누적이야말로 아이들이 바르게 잘
살아갈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될 것이다.
나의 아이들에게 나는 그런 힘을 얼마나 보태었을까 반성해 본다.
다시 십 몇년이 지난 후 이 애니를 보더라도 나의 감동은 하나도 변하지 않을 듯 하다.
오히려 더 가슴 뭉클한 가족애를 느끼며 ost를 따라 부를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나의
토토로를 그리워하면서 말이다.
<반딧불의 묘>와 <이웃집 토토로>가 동시에 개봉되었단다.
이 밝은 <이웃집 토토로>를 먼저 보고, "암울하고 슬픈" 이라고 표현하기에도 너무 부족한,
암울하고 슬픈 <반딧불의 묘>를 본 관객들은 멘붕을 일으켰다는,
그래서 영화관의 배려로 <반딧불의 묘>를 먼저 상영한 후 <이웃집 토토로>를
상영했다는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