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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평점 :
오래전의 기억으로는 그저 마지막 혼신의 힘으로 벽화를 그렸다는 것만 떠올랐다.
스트릭랜드가 말년엔 문둔병이었으며 그로인해 마지막 얼마간은 앞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기억엔 없었다. 이제사, 이 나이에서야 이 책의 감동을 고스란히 다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 나의 한계가 아닐란가, 영리하지 못했던, 총명하지 못했던, 어줍잖은 나의
지난 청춘의 한계! Je Kim의 형님, 그러니까 나의 시숙되시는 분은 이 책 원서를 벌써
중학교때 당신 친구들과의 스터디그룹에서 다루었단다. 세상에나... '삶의 질'이란
말이 떠오른다.ㅎㅎ
예술에 대한 정열, 열정, 그로인해 그 열정외의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여도 될 수 있는
스트릭랜드를 이해하기엔 너무 부족하지만 내 속에서도 그러한 열정은 이 나이에도 끓고
있음은 느낄 수 있다. 누군가는 모두 버리고 자신의 열정을 찾아 떠날 수 있는 그는 어쩌면
무책임하다고도 할 수 있으며 혹자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작품해설을 읽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품해설이 없다면 나는 아직도 정리할 줄 몰라 뒤죽박죽 머리속을 헤매고
있을터이다. 고등학생때 독서클럽에서 '메밀꽃 필 무렵'의 줄거리를 발표해야 했었을때가
있었는데 그때 내가 얼마나 쩔쩔 매었던지는 아직도 생생하다. 모든 이야기가 다 중요한 듯해
하나라도 뺄 수가 없어서 줄줄이 이어나가다보니 한참을 주절주절거린 기억...ㅋㅋ
초등학교때도 줄거리 요약해오라는 숙제를 가장 힘들어 했다. 혼자 해보다 해보다 결국
너무 많은 시간이 들뿐만이 아니라 진전이 없어 이후 자습서에 나와 있는 것을 그대로 옮겨
적었던 기억까지... ㅎㅎ'줄거리'란 내겐 늘 그렇게 어렵디 어려운 부분이었다.
지금은 작품해설이 늘 친절하게, 유능하게,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잘 되어있으니 나는 그것만
보면 명료하게 정리가 되고, 그로 인해 나의 생각은 반듯하게 잘 마무리할 수 있어 나는 이
작품해설이 너무 좋다.ㅎㅎ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William Somerset Maugham을 왜 격찬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에 남는 뭔가 뻐근하고, 흐뭇한 느낌, 일렁이는 삶에 대한 예찬 내지는 굳건한 의지?
뭐 이런 느낌을 샐린져도 좋아했던 건 아닐까?
처음부터 끝까지 무슨 탐정소설이나 되는 듯이 궁금해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나는 지금까지 6펜스를 위해 살아온 사람이지 싶다. 고작 6펜스밖에 안되는 걸 위해서 달은
내치며 살아온 내가 보인다. 내가 감히 달을 바라보며, 그리며 살 수 있을 위인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