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혼불문학상 6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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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ㅡ 박주영 , 제 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 다산책방

 

너와 내가 서로 모르듯 , 알지 못하는 이면을 가진 우리들은 서로에게 스파이와 같단 의미로 읽었다 . 오래 걸렸고 집중하기 쉬운 구도는 아니었다 . 수학 공식처럼 X . Y . Z . 등으로 불리는 인물들 .

 

나 편하자고 이해 쉬운 이니셜을 가끔 쓰는데 그러지 말아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 이상하게 이니셜로 대표되는 인물은 주요인물이 아니고 임팩트있지만 스쳐가는 인물 만 같아서 , 그건 내 삶의 모든 이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고 ... 그래서 앞으론 성만 부르더라도 영자 이니셜은 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그런 한편 나 개인으론 그런 이니셜로 지나가는 삶이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이상한 기분 . 나빠지고 싶은가 나는 !! 이 이상 더 나빠질 것도 없는데 , 싶지만 아무도 알지 못하고 죽어 잊히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삶이란 기분이 드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구나 하는 이율 배반의 생각을 한다 .

 

고요한 밤의 눈 ㅡ은 깊은 밤 소리 없이 내리고 쌓여 다음 날 아침의 정경을 탄식 속에 바라보도록 하는 감탄사 같은 , 밤새 그 것들이 쌓이도록 몰랐다는 데에 있는게 아닌가 했다 . 온 세상을 무언가가 와서 변화를 주었는데도 아무도 그것이 온 것을 모르는 시간이 존재한다 . 그 시간이 고요한 밤이고 온 것은 그 고요한 시간의 눈인 것이다 .

 

소설 속의 무수한 스파이 X , Y , Z 등등은 또 다음 X , Y , Z 들로 세대를 바꿔가며 왔다가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 우리 이웃의 범죄처럼 .

그들은 뭔가 대단한 일들로 사건에 엮이고 범죄자가 된다거나 하지 않는다 . 한 사람의 인생만 동그마니 둥둥 떠서 인생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처럼 , 그것들을 동시에 다 같이 떠받친 주변인들의 역학관계에서 사건의 편린들이 오고 그에 따른 인과가 오는 것처럼 , 또 그것들이 마침내 모두 모여 무늬를 이룬 그림이 되었을 때에야 문제가 펑하고 터지듯이 ,

 

여기선 D의 언니가 실종된 일이나 15년만에 깨어났으나 기억이 없어 스파이로 살아야하는 X 처럼  , 그를 믿게 해야하는 Y 처럼 , 그저 그들은 한송이 한송이 떨어져 내리는 눈발 일 뿐 ... 아침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 그들이 지난 밤 내린 고요함의 정체라는 것은 .

 

나중에 마음이 아주 여유로울 때 한번 더 읽어봐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 지금의 나는 너무 복잡하다 . 자꾸 눈의 결정들이 보이려고 하므로 ... 눈 온 풍경 자체가 보여야하는데 , 눈 녹은 다음의 지저분한 풍경으로 넘어가 버리는 식이라 내 마음이 아쉬웠다 .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 지금 당장의 문제는 이런 것이다. 회사에서 호출이 오기 전까지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53쪽)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 지금 당장의 문제는 이런 것이다. 회사에서 호출이 오기 전까지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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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의스케치북 2018-01-01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의 박주영 작가가 혼불문학상을 탄 건가요? 축하할 일이네요.. 좋은 정보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시는 해를 기원합니다..^^

[그장소] 2018-01-01 10:39   좋아요 1 | URL
아..네!! 그런데 이 책은 2016년 수상작이고요 . 2017년은 칼과 혀 였어요. 저는 이 작가를 오늘의 작가상 ㅡ 으로 알았네요 . 찾아보니 책이 꽤 나왔는데.. 안찾아봤었네요 .
덕분에 출간작들을 알게 되네요.. 지난해 수상작과 이 작품 덕에 혼불문학상을 전권 읽기 중예요 . ^^
벤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벤투의스케치북 2018-01-01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행복하시길요..^^

[그장소] 2018-01-01 11:21   좋아요 1 | URL
ㅎㅎㅎ아..썰렁햇~^^ㅋㅋ 벤투님도 !!

벤투의스케치북 2018-01-01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cyrus 2018-01-01 2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예전 문학에서의 눈은 ‘정화‘의 의미로 사용된 메타포였죠. 그런데 그장소님이 말씀하신대로 눈이 녹은 자리에 가면 눈에 가려진 더러운 것들이 보여요. 눈이 쌓여도 지저분한 것들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요. 잠시 눈에 덮여 있을 뿐입니다. ^^

[그장소] 2018-01-04 00:15   좋아요 0 | URL
cyrus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지저분한 풍경이 우리 눈에 보여도 눈이 정화의 메타포라는 것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 순환의 생애니까요 . 그렇게 흘러가는 우리가 되길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