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화요일 6월 13일ㅡ
시간이 기억나지 않는데 어제 , 늦은 시간였을텐데 어두웠나 . 모르겠다 . 멍하게 잔 것도 안 잔것도 같은 상태로 택배를 받았다 . 받아서 뜯어 보곤 하! 하고 웃었다 . 보낸이를 찾아 봤지만 찾을 수있는 건 보낸 내용물을 확인할 수있는 정보 까지만이고 , 그러니까 , 누군가 사서 부러 보낸 정보까진 알수 없었다 .
그렇지만 냉동 보관이라고 써 있었으니까 지퍼팩을 찾아 찹쌀 떡을 넣고 실론 차를 우려내 조금 마시고 몇 개의 떡을 맛보곤 입안에선 놀랍게 맛있었지만 이상하게 식욕이 일지 않아 냉동실에 넣곤 이부자리로 돌아와 누웠다 .
또 잠이 든 건지 헤매고 다닌 건지 알수없는 꿈 속에 빠지곤 눈을 뜨면 오늘이 몇일인가 휴대폰 시간을 봤는데 기막히게 시간이 흐르지 않아서 , 24시간이 48시간처럼 흐르고 있길래 . 또 하! 놀라면서 시계가 , 휴대폰이 드디어 맛이 갔군 생각했다 . 약을 먹고도 14일이 타임라인이란 생각에 계속 불안했다 . 그냥 어쩔 수 없이 휙 지나가 버리면 나는 그냥 손을 놔야지 했는데 내 속셈을 누군지 ( 아마 하늘에 계신 분?)간파한 모양이라고 생각하자 헛웃음이 났다 . 날 내버려 둬 . 아냐 그러지 말아 줘 . 나는 분해 되고 있다 . 갈등은 날 마비 시키는데 ...
ㅡ수요일 6월 14일 ㅡ
일자리 등록을 하려면 오늘이 마지막 기한일이다 . 너무 일찍 눈을 떠서 날은 믿기지 않게 환하고 벌써 진즉에 정오는 지나지 않았을까 하며 시간을 봐도 여전히 이른 시간이었다 . 결국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 모니터 시간을 보니 아직도 14일 오전 .
13일에도 오늘 같이 시간이 잡아 늘려져 지나갔다 . 어쩔 수 없다는 듯 시간이 가주었다 . 그렇지만 너무 느리게 가서 힘들었다 . 일요일부터 뭘 먹지 않았다 . 이상하게 식욕이 없다 . 이름없는 독 , 스나크 사냥 , 분서자들 1.2.3. 을 읽는 동안 내 가짜 공복증까지 누군가 싹 가져가 버린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
고작 3일 간 ( 어제 찹쌀 떡 맛본건 빼고) 탄수화물을 몸에 넣어주지 않았을 뿐인데 몸이 착 가라앉고 살이 몹시 빠졌다 . 지금 남은 살은 그나마 맛본 찹쌀떡이 유지해 준 것 같다 . 무서운 찹쌀 떡 . 호랑이도 무서워 할 만 하네! 아 , 그건 곶감인가? 그치만 해님 달님에선 그 오누이 엄마는 찹쌀떡 장수 였지 않아 ? 호랑이의 최종 목표는 엄마가 아니라 오누이 였는데 , 머리 나쁜 호랑이 , 기운이 콘푸라이크를 먹고 남아 돌았던지 산 너머 너머의 엄마까지 꾀를 써서 잡아 먹다니 . ㅋㅋㅋ
그나저나 엄마 찹쌀떡 장수는 왜 그렇게 비용대비 시간이 많이 들 만큼 먼 곳에 산걸까 ? 산을 몇 개나 넘어서 고부랑 고부랑 길을 , 더구나 요즘으로 하면 아동학대와 방치 수준인데 . 난 왜 동화에 시비를 거는 걸까 , 그러라고 쓰인 책은 아닐텐데 . 암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저 위에 나열한 책들이 다이어트에 몹시 이롭다는 얘길 하고 싶은 거였다 .
뭐가 그리 잔인한 거였는지 눈 떠 있으면 배가 안 고파도 가짜 공복감에 떠 넣었던 밥을 뚝 끊게 만들었다 . 분서자들의 주인공 오귀가 선생님께 왜 책이나 영화엔 화장실이나 생리 현상들은 나오지 않는 거냐며 따질때 선생의 말 , 그런 것은 이야기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라고 , 해줘서 나도 궁금증을 풀었다 . 그치만 진짜 삶에선 생리현상이 몸의 기본 욕구가 대게 큰 영향을 준다는 걸 생각하면 중요한 게 그게 아니라는 말은 썩 옳은 말은 아닌게 아닌가 ?
암튼 문화나 문명도 사람이 먹고 살며 남은 시간에 소화하기 마련이란 걸 생각하면 난 쓸데 없는 시간을 쓸데 없게 허비하고 사는 바보 멍청이다 . 그러거나 말거나 분서자들까지 모두 읽고 나자 책욕 도 뚝 떨어져 버렸다 . 더는 읽고 쓰고 싶지 않아졌다 . 읽고 쓰지 않으니 더더욱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 그치만 암 것도 읽지 않고 쓰지 않음 난 지루해 저절로 죽을 지도 모른다 . 하! 하! 하! 이래도 저래도 죽기는 같다 .
ㅡ6월 14일 오후 ㅡ
재즈만 틀면 워어어~ 워어어~ 멀리서 짖어 대던 그 개를 만났다 . 오늘은 개 주인도 있었다 . 그 잘생긴 녀석 이름은 풍산이었다 . 하얗고 긴 털 , 넘 잘 빠진 몸 매 ( 으아 , 그치만 늠름하게 생긴걸 어째!) !!
나는 혼자 듀크 라고 이름 붙였다 . 그 녀석이 짖어 댄 건 빌리 홀리데이 때 였지만 , 얘는 생긴게 귀공자 같은걸 ...
길에서 개를 만난 것 만으로 기분이 폴폴 날아갈 것 같았지 .
그치만 정오 지나 나와서 으아, 더웠지 . 음 .. 더워 더워 할 정돈 안니지만 땀은
났다 . 가면서도 만나면 인사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