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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요하네의 우산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16년 12월
평점 :
알비노의 항아리
지상에 내려와 인간과 같이 삶을 영위하는 신을 뭐라고 하더라 ㅡ 따로이
부르는 이름이 있었을 텐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 검색을 명령하자니 명령어가 주절주절이라 넣어도 판독이 안될 것 같다 .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라~ 이 기막힌 뇌에 선물인 셈으로 ! 그럼 막힌 뇌가 공기를 만난 듯이 기뻐 할 것이다 . 그러며는 조금 더 생을 연장해 볼까 하노니
...
이 책을 찬찬히 한 편씩 톱아보자 . 다소 희귀에 가까운 주제에 작가는
너무나 태연하게 우리 일상이라는 듯 늘어 놓지 않았던가 ? 그게 함정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 일상성과 비일상성을 한 공간에 버무려 놓고도
태연자약 시침인 것이 어쩌면 우리 삶의 모습아니겠냐 그런 이야길 밑그림 같은데에 슬쩍 숨겨둔건지도 ... 생각해보라 . 알비노를 우린 주위에서
얼마나 마주하는가 ? 백반증 환자도 드문 요즘에 , 전신이 색을 벗듯 그저 하얄 뿐인 사람이 있고 또 그와 함께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니 ,
가상한 인간들 아닌가 ? 내가 신이라면 귀이 여겨 귀애할 인간들일지도 ... 정말 흔치 않은 일이 , 흔치 않지만 일어나는 게 인생인지도 모른다
.
예전 같았다면 마녀 , 마귀로 인간의 의식적인 사냥감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 . 현대에선 알비노의 현상하날 과학이나 수학의 문제 풀듯 그런 거라고 공식을 알려주곤 괜찮다 . 색이 없을 뿐 아니 흰색이 과도하게 주어졌을
뿐인 인간이니 서로 아껴 살아라 ㅡ 한다 . 따지면 흑인도 과도한 멜라닌의 애정을 한몸에 받는 족속들 아닌가 ? 어쩌면 어중간한 우리들은 딱
그렇게 어중간한 신의 손놀림 끝에 나온 피부색을 지니고 사는 건지도 모를 일 ... 상상해 보자면 하는 말이다 .
그러니 알게모르게 그들을 대할 때 , 인식에선 과학이나 수학처럼 풀이된
상식을 한 쪽에 품고 , 다른 한쪽엔 속된 호기심을 , 오래된 전설 같이 품고 그들을 대하게 되지 않을까 ? 그게 신성시가 아니면 뭘까 ?
터부시가 아니면 뭘까 ? 공공연하게 말로 나타내진 못하는 야릇한 감정을 , 동시에 품고도 아닌척 , 자신은 지식인이니 괜찮은 척 함께해간다 .
그 경계가 무너지면서 동시에 드러나는 사건이 바로 이 알비노의 항아리 속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악다구니와 머리뜯기인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불현듯
했다 .
아버지 병구완 하느라 좋은 시절 다 보내다가 아내의 피로
재미를 보는가 싶었는데 재발한 아버지의 병 때문에 안달이 났던 것이다 . 어머니는 아내의 신체적 특징을 정력제로 확신하고 있는 셈이었다
.
ㅡ본문 29 쪽에서 ㅡ
글 속의 남편이면서 아들인 나"야말로 그런 과학의 입장을 십분이해한다는
쪽이고 , 그래야만 무지가 튀어나오지 않을 것이기에 전설과 현대를 절충해 사는 인물로 나온다 . 무지를 무지라고하지 않는 쪽이라고 해야겠다 .
더구나 머리로는 아니라고 알면서 어쩌면 더 깊은 안쪽으론 자신이 함께하는 사람 , 아내란 족속은 현신을 품은 사람 쯤으로 은연중에 생각할 지도
모를 일 . 그러니 어릴 적 아버지의 병환에 어린 여자애에 불과했던 그녀가 내민 단지를 거부 못하고 부끄러워하는 중에도 집 안에 내민 것이
아닐까 ? 자 , 내가 이 아들이 그 현신의 생 한자락을 이렇게 얻어왔노라고 !
시어머니의 그 패악엔 신에게 하는 어리광의 몸짓이 그대로 보여진다 .
맡겨둔 기도가 있지 않느냐며 현신에게 그 만큼 모셨으면 (아들을 신관으로 내어주었으니) 이 몸짓도 알아달라는 듯이 매달려 생떼를 쓴다 . 신은
너그러우니 가당한 일이다 . 더구나 한번 내려준 적있는 은혜였던지라 , 또 나올 수있는 은혜의 파편을 왜 못주느냐는 어리광이다 .
" 니가 잘 났으면 얼마나 잘 났노 ? 오줌 그기 뭐가
그리 대단한 기라고 . 내가 이 나이에 애먼 소리까지 들어야겠나 ? 영감 병 고치려다 화냥년 같단 소리나 듣고 , 아이고 억울해라 .
"
ㅡ본문 30 쪽에서 ㅡ
생의 보혈 , 신의 보혈 , 하찮은 인간에겐 더없이 귀한 그것 .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필요 없을 적에 그것은 얼마나 힘을 가질까 . 인간에게 ... 그러니 신은 드높여졌다가도 순식간에 인간의 필요에 따라
내팽게쳐지기도 하는 존재들 . 한결같이 드높이기만 하는 인간은 어디도 없다는 이야기 아닐까 . 그러니 신은 인간이 울며 매달릴 때마다 기적을
내려주지 않으면 곤란해졌을테다 . 그러면서 늘 기적이 필요친 않으나 만에하나 ㅡ라는 것을 대비해 공생인척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
그것이 알비노의 항아리 , 라는 형태를 빌려 작가가 말하는 지점인건 아닌지 ...불현듯이 그런 생각이 들었더라고 ...
알비노증인 아내를 사람들은 ' 백새 ' 라고 칭했다 .
그것이 흰 새를 말하는 것인지 , 아니면 흰 뱀을 뜻하는 ' 백사 ' 에서 모음동화 해 그렇게 말하는 건지는 나도 모른다 . 다만 그 말을 할때
풍기는 분위기는 어딘지 경멸스럽고 혐오스러웠던 것만은 틀림없었다 . 사람들은 아내의 특이한 외모를 두고 뭔가 염험한 격으로 몰아 자신들의 무지한
신비주의를 정당화하려 했다 . ...생물학적 지식이 부족한 어른들은 조금 다를 뿐인 아내의 신체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무조건 주술적인
것으로 연결 지어 생각했다 .
ㅡ본문 17 쪽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