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 산책 - 2016 제1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용준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ㅡ 김금희

 

ㅡ 내가 고양이고 당신이 집사 ㅡ

 

 

배관실로 내려간 그는 순태야 ㅡ 하고 고양이를 불렀다 . 아주 작은 노오란 눈빛이 배관 뒤로 숨는 것을 포착했다 . 고양이였다 . 그가 문가에 배낭을 놓고 배관들 사이로 기어들었다 .

오배수관에서 물이 흐르고 환기장치가 돌아가는 사이 고양이가 갸냘프게 야옹 ㅡ 하지 않는지를 . 일단 고양이가 대답한다면 거의 성공이었지만 그런 기적은 드물었다 .

그가 기계 소리를 이길 생각으로 어느 중산 가정의 어머니가 풀밭을 향해 아이를 부르듯 좀 크고 은은하게 순태야 ㅡ 부르자 울림있게 네에 ㅡ 하는 소리가 들렸다 . 네에 ㅡ 저 여기 있어요 ㅡ 배관실 문 사이로 학생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 그는 재빨리 고양이가 있던 쪽으로 손을 내밀었지만 거기에는 처음부터 그랬는지 , 도망을 갔는지 아무것도 없었다 .

 

ㅡ 본문 236 쪽에서 ㅡ

 

아가씨의 집에 가면 집 현관에 도착 하기도 전에 이층의 창문으로 그것들이 왔어 ? 하고 고갤 내민다 . 마치 모두 일나간 후 그집을 지키는 늙은 조부모들처럼 . 어느 때는 한마리가 , 혹은 두 세 마리가 창턱에 올라서서 왔다갔다 어슬렁 거리면서 들어오지 않고 뭘 하고 섰어 ? 어서와 어서와 하듯이 ......

현관을 들어서면 신발들보다 더 많이 굴러다니는 고양이의 털뭉치와 어느 신발은 방석이라도 되듯 올라 앉아 이건 내꺼야 하면서 밟지 말고 조심히 들어오라는 녀석들의 마중을 받고 , 일별하는 내 시선에 거실은 그야말로 살풍경이다 . 고양이에게 다 내어주고 사람은 작은 방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산다 . 그 넓은 집을 ...... 그 집에 사는 건 고양이고 사람은 그들의 집사로 곁방에 기거하고 있을 뿐인 아가씨의 집 .

 

내 집은 책들이 주인이고 , 나는 집산데 ...... 뭐 ,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 수 있는거니까 하면서 괜히 아무도 안보고 묻지도 않는데 끄덕끄덕 .

 

다 읽고선 이게 김금희 작가 소설이라고 ? 하면서 다시 맨 앞으로가 사실을 확인한다 . 분명 김금희작인데 어쩐지 나는 황정은 식 말하기를 읽는다 . 이건 이건 , 황정은 표잖아 하면서 , 그 둘이 혹시 계획적으로 우리 문체를 서로 바꿔 써볼래 ? 한 걸까 ...사람들이 속나 안속나....그럴리가 없겠지만 , 닮았다 . 매우.

이러다 황정은 소설에선 김금희작가가 읽힌 다면 , 재미있겠다 . 맞네 ~ 서로 바꿨어 . 역활을 , 하면서 ...

... 마치 고양이와 사람의 역이 서로 바뀐 것처럼 . 그러니까 그건 그녀석들이 너무도 태연해서 오는 일종의 오해일지도 모르지만 ,

 

모과장의 주방가구 설계 40년 경력과 우울한 다혈질이 탕탕탕 못을 박고 , 드릴을 드르르륵 박았던 그 삶이 건져진 건 우연한 일이겠지만 , 어쨌든 지금 살고있는 이유가 분명 그 고양이들 때문이긴 하니까 어쩌면 이 사람 모과장은 덤으로 고양이들에 생을 이어 받아 연명을 한 칸 늘린 걸지도 모른다고 , 그게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

자신의 일이 있지만 어느새 많이 밀려나고 , 하찮다면 하찮은 다시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기능계발직으로 내몰린 건 이제 문을 열고 이 회사를 나가기만 하면 된다고 압박을 해오는 정상적인 (!?) 사람들의 압박스크럼인 모양이라고 읽는다 . 모과장 당신이 시험을 봐서 자격증을 따는건 너무 비정상적인 행위라고 같이 구석에 몰린 미스 한이 그랬다 . 그녀도 아는 걸 사회를 점령한 두발을 딛고 사는 저 윗사람들이 모른다는게 문제지 , 그게 이 모과장의 잘못은 아닌데 , 그저 하라니 쫓겨나지 않기 위해 (?) 했을 뿐인데 ......

 

퇴근을 하면 집으로 가서 고양이들을 돌보고 , 걸려오는 전화에 유기묘들을 찾아 주인에게 돌려주는 일을 부업 (?) 처럼 하고 사는 모과장의 투잡 라이프 스타일 . 그건 사람들을 위한게 아니고 그저 길에서 애꿎게 다치고 사라져가는 묘씨생* 들이 안타까워 할 뿐인 일 .

 

세상의 고양이들 모두에 집사라도 되는지 , 읽다보면 분명 , 아 고양이를 위해 인간이 존재하는 구나 싶고 , 그들이 사람인지 고양인지 통 알 수 없게되는 구석이 있는 단편 .

그러니까 내가 고양이일뿐이고 , 사실 고양이 님은 집사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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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부인 2017-01-25 0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이 책 전체에선 어느 소설이 젤로 좋나요?

[그장소] 2017-01-25 10:20   좋아요 0 | URL
정용준. 권여선은, 은 이전 다른책에서도나왔으니 순위제외 할게요.
1.김애란 2.정미경 3.김금희 4.최은영 5.김숨
6.최진영 7. 이기호
정도 ? ㅎㅎㅎ

cyrus 2017-01-25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의 츤데레 성격이 좋아요. 잘 따르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도 같기도 하고.. ㅎㅎㅎ 정작 자기 심심할 때 놀아달라고 다가오잖아요.

[그장소] 2017-01-25 14:1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개보단 고양이가 좋아요 . 개는 넘 애정 갈구형이라 , 그만큼 못해주면 미안해져서 죄책감 생길 거 같거든요 . ㅎㅎㅎ

후애(厚愛) 2017-01-25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조금씩 읽고 있어요.^^
다른 책과 함께 읽으니까 속도가 느린 것 같아요. ㅎㅎ


[그장소] 2017-01-25 19:07   좋아요 0 | URL
저도 동시다발로 여러권을 돌려보느라 , 그 느림의미학을 알죠! 즐기시면 좋겠어요 . 천천히 읽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