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하면 한참 칼 루이스가 이기니, 벤 존스가 이기니 경쟁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우리나란 어지간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등에 참가하면 정말 참가에 의의나 두는 정도라고 마음에 위무를 자국민들 스스로
껴안으며 내심 애국가가 흘러나오기라도 하면 얼마나 눈시울이 , 가슴이 벅차곤 했던지 ,
시간이 흘러 전설의 존재였던 선수들의 도핑문제로 이전의 기록에 흠집이
나고 , 이젠 우리나라도 꽤나 선전을 하면서 각종 기록 경기에서 메달을 챙겨 오지만 각각의 대회가 끝나면 늘 카더라하는 체육계 비리와 정계
비리들로 입맛이 쓰곤하니 기록경기와 역사의 공통점을 들라고 하면 시간이 지나면 사실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정도일까 ?
왜 이런 얘길하느냐면 역시나 사이드트랙이란 제목에서 오는 이미지 때문인데
, 혼란의 달리기의 그 상황이 끝나봐야 승자를 (결말을) 알 듯, 이 작가의 작품들 대게가 그렇듯 하나의 사건을 해결한다기보단 사건의 완성으로
몰아간다 (?) 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라면 이해가 갈지 모르겠다 .
한 작품당 한 사건만 딱 부러지게 완성형 (물론 사건이 끝난다 ) 으로
가는 느낌보단 아주 큰 시리즈를 놓고 그 중에 한 대목처럼 다룬다고 봐야 중간에 흩어진 전편들의 흔적들에 홀리지 않고 그런가보다 할 수있어
진달까 . 그러니 처음 이 작가를 접하는 분들은 너무 지저분하다거나 주위가 산만하다고 느낄 수가 있는데 , 이게 바로 작가의 매력이자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것 .
원래 첫 마라톤의 총성이 울리면 우르르 달리느라 어수선한 법. 어느정도
달리다 보면 우승후보군과 아닌 선수군이 또 , 복병같은 선수가 눈에 띄기 마련이어서 어디를 봐야할지 알게 되는 것처럼 , 작가의 작품에 대한
참 맛이나 매력을 제대로 알게 된다고 얼마든지 신나게 몇날며칠이고 나는 떠들 수 있다 .
책이 나오고 리뷰들을 보곤 대체 유채꽃 밭 분신소녀와 뒤의
머리가죽사건과의 연결이 된다는 건지 아닌지에 떡밥처럼 아무도 속시원히 알려주지 않아서 벙어리 냉가슴 앓느니 죽겠다 싶어 , 직접 보고 말지 하고
(당연한거 아니고?) 냉큼 구해와 읽기 시작 ,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정말 배가 고픈 것도 목이 마른 것도 잊고 정신없이 빠져 읽었다 .
두꺼운 책은 손목이 아프고 뒷목이 아프지만 이런 장르소설에선 전혀 그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응?) 책을 덮을 무렵엔 번역하신 분의 엮은 글에 버럭 성질을 내가면서 , 아니 번역만 열심히 하시면 될 걸 이 분이
리뷰를 하시면 다른 독자는 쭉 읽으며 느낌을 충실히 모아오다 바로 그 부분에서 팍 김이 센 사이다가 되지 않냐고 ! 하면서도 엮은 분의 그
리뷰하고픈 맘을 그래 , 그 맘 십분 이해해 드릴게요. 하게되고 말아버렸다는 전설 (뭐 ? )ㅋㅎ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한참 IMF 란 것들을 마주하기 전 잠깐 백일몽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을 무렵이라면 스웨덴의 복지국가도 90년대 중반 , 그 때 이미 복지국가의 허실이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겠다 . 참 , 이제와 우리는 정신적 박탈을 겪는 때라고 할 수 있는데 , 그들은 이미 그때부터 겪고 있던 셈이라고 봐야한다는게 무섭도록
우리현실로 다가든다는게 문제라면 문제고 , 남의 일이 아닌데다 , 더 슬픈건 우리나란 한번도 제대로 된 복지국가였던 적도 없었는데 해체부터
왔다는 이 이상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싶다는 것이다 .
한
농가의 주민신고로 별일 아니겠거니하고 나갔던 발란데르의 순찰은 그날 이후 죽을 때까지 이 소녀의 죽음을 지우지 못하게 되고 만다 . 사건의
개연성을 알게된 것과 전혀 상관없이 만연한 범죄의 돌발성과 그 책임을 놓고볼때 끝내 , 자신이 부모의 입장에서 제대로 지키지 못해 자식이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 그것은 나라로 놓고봐도 같은 , 부모 = 나라 와 같고 자신들이 잘못하고 있어서 이런
처참한 일들이 발생한다는 생각을 무겁게 하고마는 발란데르는 아무리 죄질이 최악인 범죄자여도 그들의 잔인한
살해장면엔
안타까움과 연민을, 또 동시에 역겨움을 감추지 못한다 .
겨우
열다섯의 소년이 자신이 쫓던 , 유령의 사이코패스와 같을 것이라곤 전혀 상상도 못해서 마지막엔 눈물을 흘리며 빗 속에 서 있던 평범한 이웃의
아저씨 같은 이 남자의 탈진이 너무나도 이해가 되고 말았던 순간 , 그리고 그의 아버지와 마지막에 가까운 이탈리아 여행을 끝으로 , 서로
돌봐야하는 가족이란 사이클이 사라진 빈 트랙 위에 남은 것은 극심한 정서적 허기가 있을 것이라는 불안한 예고편 뿐이라는 얘기를 진지하게 들려준
것이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