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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폐경 - 2005 제5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읽으며 내내 물고기의 날 것 냄새를 코 끝으로 느낀다 . 2004년도
이상문학상이 화장이니 이 글은 어쩌면 그 연장선에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책장에 꽂힌 화장을 다시 펴 볼까 하다가 말았다 . 이 집에선 더이상 날
것의 비린내가 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 엊저녁 욕실의 쓰레기 통을 비우려다 보니 아이가 돌돌 예쁘게 말아둔 뭉치들이 여럿이었다 . 내가
치우는 첫 뒤처리물들이다 . 아 , 괜한 내 코만 탓했는데 사실적 일이 내 집에서 벌어지는 걸 소설을 읽으며 체감을 하는 이상한 모양에 설핏
웃음이 나기도 했다 . 냄새가 맡아 질 뒷처리가 아니었는데 아마도 연상작용일테지...
어제 오라비와 마주 하고 앉아 네가 몇 살이지 ? 따위를 주워 삼기며
어릴 때 이야기들로 속절없이 웃었는데 , 아직 오지 않은 쉰 과 쉰다섯의 자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내 이야기들만 같았다 .
한동안 '밥벌이의
지겨움' 에 대해 또 , '라면을 끓이며' 등으로 화제였는데 이 소설의 십 년을 훌쩍 뛰어 넘어선 그 느낌이 전혀 , 낯설어 서걱서걱
대는게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 몇 번을 끄적거리며 읽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고 그냥 내쳐 읽기만을 하기로 하고 겨우 끝을 냈을 때 그
후련함은 꼭 뭉친 월경이 화악 세어나오는 듯한 시원함을 대신 느끼게 한다 . 이젠 하는 수 없는 일로 나와 상관없는 월경과 또 다른 여자의 삶
. 뭔가를 또 하나 넘어선다는 느낌의 월경 과 폐경 ...
그 나이면 폐경을 맞이 하는구나 , 상식적인 것들로만 알다가 소설로
읽으니 이상했다 . 하긴 요즘은 뭐든 우리 때완 다르기도 하니까 ... 언젠가 직장 일로 스트레스가 높았던 친구가 폐경 위험을 알리는 병원
소식에 울적해 하며 전활 걸어 왔었는데 그땐 뭐랄 수 없이 먼 거리감에 무슨말로 위롤 했었는지 기억도 가물하고 다행이 친구는 한참 돌쟁이 딸
아이와 어린 아들을 키우며 지금 행복하니 새삼 기쁜일이구나 , 피를 흘린다는 건 ... 뭐 이런 생각들 ...
쉰에 남편이 이혼을 요구해온다 . 하나 있는 딸아이도 시어머님 돌아가시고
유학 중이고 기회다 싶게 정리를 당연한 일처럼 내미는 남편에 두말없이 응하는 여자 . 그 여자 곁엔 강 건너 진작 혼자가 된 쉰 다섯의 언니가
있다 . 언니는 이 여자의 삶에 내밀하게 가깝다 . 동생의 새 집에 드나드는 남편의 부하직원이던 그를 말로 내비친 적도 없는데 살뜰하게 살핀다
.그치만 참 서글프다 . 동생의 남편이 긴 시간 계절이 바뀌도록 여자의 머리칼을 속옷에 묻혀 돌아오는 걸 알았으면서 모른 척한 이 여자와
해고된 부하직원과 물론 사별한 남자지만 아직 미혼의 딸아이가 있는 사람의 만남에 불륜의 이미지를 덧씌운 듯해서 궂이 알릴 것 없지만 , 어쩐지
이 설정이 야박하게 느껴지고 하는수 없다는 표현에 그 나이대의 연애란 그런걸까 ...그저 상상을 해볼 뿐이다 .
사는 일이 크게 나이와는
상관없으려나 ...? 동생은 형부가 비행기사고로 죽었을 때 시신을 운구하는 엠블런스 뒤를 쫓으며 운전을 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 그때
그 차안에서 급작스런 하혈부터 언니의 폐경이 길고 불시로 드나들며 붉었던 걸 들려주는 참이다 . 저녁 노을이 퍼지며 사그라드는 장면을 오래
스미듯이 설명할 때 , 그 붉음과 이 붉음이 묘하게 겹쳐지면서 몸이 스르륵 풀리고 만다 .
두 자매는 이런 것이구나 . 넘어선 뭔가가 거리처럼 있으면서도 살가운 것
. 그런 거리에 대한 걸 읽었다 .
오랫만에 가독성있게 글을 읽어서 내게도 뿌듯하다 . 한동안 이 작가의
문장들이 그리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