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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졸업 - 소설가 8인의 학교 연대기
장강명 외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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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라고 하면 흔히들 짙은 어둠을 떠올리곤 하지만 나에게 밤은 주홍색 가로등 불빛이었다 . 가로등 불빛 속에서 나는 그렇게 저녁잠에서 깨 , 밤의 시작을 온몸으로 맞이하곤 했다 . 잠시 영어 문제집을 뒤적이는데 누군가 탁하고 창문을 두드렸다 . 뒤를 돌자 시커먼 나방 떼가 보였다 . 무리 속에서 퍼덕거리던 한 마리가 튕겨 나와 유리창에 부딪히며 떨어졌다 . 창문에 나방의 잿 빛 비늘가루가 묻어났다 . |
다행히 졸업 ㅡ 환한 밤 ㅡ김아정 작가 편 , 56 /57 쪽에서 #창비톡#책읽는당#11월선정도서#다행히졸업 #김아정#환한밤#책읽는당11월 #11월1주차미션#창비#다행히졸업독후공유 |
솔직히 말하면 엄마와 드디어 터놓고 마주하게 된 시점의 장면에서 포르르
날아가는 나방은 자꾸만 사오정의 나~~방~~을 성대 모사하는 연예인들의 개인기를 떠올리게 해서 , 풋풋한 사과를 막 깨문 맛이 나야하는 딱 그
구절을 절묘하게 웃긴다 .
혼자 거울보고 연습 잘하다 막상 공개된 장소에선 민망해 연습때처럼
천연덕스러울 수 없는 초년의 연기자 같이 ,그런데 그게 보면 볼수록 싫진 않게 퍽 귀여운 연출이 되는 이중의 노림 .
작가의 이름이 낯선데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잘 주물러냈구나 , 랄까
.
명절에나 드나들던 강원도 할머니의 집으로 아빠의 사업이 위기를 맞아 전학과
동시에 이사를 하게 되고 이는 얼마나 형편이 전락한 것인지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것이 , 교복조차 누군가가 입던 것을 물려 입고 , 휴대폰
요금조차 밀려 정지 상태의 가난으로 내몰려 있는 지경인데 혼자 낯선 강원도의 고등학교 , 서툰교우관계 .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뭘 해야하는지 모르는 여고생의 방황하는 심리를 어두운 밤 가로등 불빛 속에서 길을 잃은 나방에 빗대서 너무 잘 그려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