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상실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 집 식탁 위에
놓인 유리잔, 유리잔이 떠올랐다 고인이 잔을 들었다가, 목
을 조금 축이고 도로 제자리에 내려놓는 것처럼 그것은 상
실의 의지 , 수정 전의 대본대로 연출이 내게 펑펑 울라고
지시했는데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처음의 마술처럼, 젖은
공기의 책, 갈피마다 아직 스며 있는 햇빛을 그러모아 다시
그를 빚을 것이다, 다짐했던 장지에서 돌아오니 이미 모서
리란 모서리는 다 녹아내려 네모난 식탁은 둥굴어져 있고
네개였던 다리가 하나로 달라붙은 채 빙빙 돌고 있다 그것
은 바로 자전의 법칙, 식탁 위에 놓인 유리잔의 물은 절반
으로 줄어 있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상식적인 증발
의 법칙, 내 온몸을 던져도 막을 수없는 상실의 의지,우리
의 목숨은 매 순간 증발하고 한방울씩 부족하게 채워지고
있다, 날아가던 새가 무심히 떨어지던 잎이,빈 잔을 채우려
는 바람의 비행을 우연히 방해라도 한다면 그것 또한 상실
의 의지, 암막처럼 창문마다 드리운 비, 저녁의 모자처럼 정
교하게 제작된 부엌의 어둠이 ,식탁 위에 유리잔을 덮어 감
춘 채 내 눈 앞에서 야바위처럼 빙빙 돌리고 있다
..
김중일 시 ㅡp.62 p.63
시를 옮겨 쓰다..손가락이 경련을 하는 중이다.
쉽게 쓰지도..외지도 말라고 시인은 주술을 길게
나열해 놓는다 .
라즈니시 ㅡ구병모의 소설 '(별명의 달인 중)
을 압축한 시같다고 느낀다.
죽음 ㅡ 있진 않았지만 그에 가까운
서글픔은 보였던 단편 ..
뒷면에 계속 이어진 부분의 시를 그냥 올려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