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뒤뜰의
사과나무
적게 먹고 적게 싸는 딱정벌레의 사생활에
대하여
불꽃 향기 나는 오래된 무덤의 입구인 별들에
대하여
푸르게 얼어 있는 강물의 짱짱한 하초 (下焦)에
대하여
가창오리들이 떨어뜨린 그림자에 잠시 숨어들었던
기억에
대하여
나는 어두워서 노래하지
못했네
어두운 것들은 반성도 없이 어두운
것이어서
열몇 살 때 그 집
뒤뜰에
내가 당신을 심어놓고 떠났다는 것 모르고
살았네
당신한테서 해마다 주렁주렁 물방울 아가들이 열렸다
했네
누군가 물방울에 동그랗게 새겼을 잇자국을
떠올리며
미어지는 것을 내려놓느라 한동안
아팠네
간절한 것은 통증이
있어서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 하고
나면
이 쟁반 위 사과 한 알에 세 들어 사는 곪은
자국이
당신하고 눈 맞추려는 내 눈동자인 것
같아서
혀 자르고 입술 봉하고 멀리
돌아왔네
나 여기있고, 당신 거기
있으므로
기차 소리처럼 밀려오는 저녁 어스름 견뎌야
하네
안도현 詩
간절한 것의 통증, 둥근 잇자국 이슬을
털어내던 날..
그리움이 가슴을 미어지게
하였다는
고백을 듣는다..시인은 옆에 없고 먼
독백이어도
곁에 서 친근하게 아는 이 같이 그
고통에 낯익음
우리는
구면인가요......
오래 도록 불러 들어온 이름이어 그런지
모를 일,
선생님은 늘,친구 도현이는 ...친구
도현이는....
하고 말하는 버릇이 있으셨는데..아직
그러실까,
금방 안부를 전하고 싶어졌다가..아니다.
엽서한장
그러는 것이 좋다..전화나..문자나
빠른것들의
세계가 나는 염증이 나는
중이니..
두 분 모두 안녕한 밤이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