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 문학동네 시인선 20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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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껏 울고 싶은 날엔  나 대신, 바람이 골목을 달리며  말처럼 휘이잉~울어 주었다.  내일은 비가...

첫 장을 펼치자 빼꼼하니..시인의 말이...

 

 

그 집 뒤뜰의 사과나무

 

적게 먹고 적게 싸는 딱정벌레의 사생활에 대하여

불꽃 향기 나는 오래된 무덤의 입구인 별들에 대하여

푸르게 얼어 있는 강물의 짱짱한 하초 (下焦)에 대하여

가창오리들이 떨어뜨린 그림자에 잠시 숨어들었던 기억에

대하여

 

나는 어두워서 노래하지 못했네

어두운 것들은 반성도 없이 어두운 것이어서

 

열몇 살 때 그 집 뒤뜰에

내가 당신을 심어놓고 떠났다는 것 모르고 살았네

당신한테서 해마다 주렁주렁 물방울 아가들이 열렸다 했네

누군가 물방울에 동그랗게 새겼을 잇자국을 떠올리며

미어지는 것을 내려놓느라 한동안 아팠네

 

간절한 것은 통증이 있어서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 하고 나면

이 쟁반 위 사과 한 알에 세 들어 사는 곪은 자국이

당신하고 눈 맞추려는 내 눈동자인 것 같아서

 

혀 자르고 입술 봉하고 멀리 돌아왔네

 

나 여기있고, 당신 거기 있으므로

 

기차 소리처럼 밀려오는 저녁 어스름 견뎌야 하네

 

안도현 詩 

 

간절한 것의 통증, 둥근 잇자국 이슬을 털어내던 날..

그리움이 가슴을 미어지게 하였다는

고백을 듣는다..시인은 옆에 없고 먼 독백이어도

곁에 서 친근하게 아는 이 같이 그 고통에 낯익음

우리는 구면인가요......

오래 도록 불러 들어온 이름이어 그런지 모를 일,

선생님은 늘,친구 도현이는 ...친구 도현이는....

하고 말하는 버릇이 있으셨는데..아직 그러실까,

금방 안부를 전하고 싶어졌다가..아니다. 엽서한장

그러는 것이 좋다..전화나..문자나 빠른것들의

세계가 나는 염증이 나는 중이니..

두 분 모두 안녕한 밤이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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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7-17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집 낭독녹음한 적이 있어요. 몇 해 전이군요. 안도현의 조금 달라진 시언어를 맛볼 수 있었어요. 이 시집으로 자발적 휴지기로 들어갔었던 거로 기억되어요.

[그장소] 2015-07-17 20:28   좋아요 0 | URL
좋은 일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녹음하신 것 또한 일반인은 들을 수 없는 곳에 비치 되는 용도겠죠..전에도 그러셨던걸로 기억해요.장애우를 위한 녹음본. (아..오른 손이 한 일을 [제가 왼손을 알게 한? ]왼손이 모르게 하라.) 것 일까요? ^^
음,,그 시기가...그 때였군요..^^

해피북 2015-07-17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곁에 서 친근하게 아는 이 같이 그 고통에 낯익음 우리는 구면인가요`란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저도 이 시집 구입해놓고 볼 참인데 덕분에 빨리 읽고싶어집니다 그장소님^~^ 태풍이 몰려온다지만 즐거운 하루 보내세용~^^

[그장소] 2015-07-17 20:36   좋아요 0 | URL
태풍인건가요? ^^; 일이 좀 틀어져서 막연한 참인데..태풍이라 어쩐지 될대로 되라..는 심정 같아지는~것이 , 태풍의 전조였나..?! 별 생각을 다 합니다.
사놓고 은근하게 보는 맛이 시집은..그런 것..하고 넌지시 알려주는것 같아요.
묵은 시 일수록 깊은 맛이 나는 것을 깨달을 적에요..가끔 시도 익는가..술과 발효되는 것들 처럼..그런 생각을 했네요. 해피북님도 바람이 수상해도 해피한 북읽기 되셔야 해요! 시집 챙기시게 되면, 가장 좋은 것이 뭣이었나..저도 알려 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