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 - 지속 가능을 위한 비거니즘 에세이
손수현.신승은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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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엄마 언제까지 다이어트해? 지금도 하고 있어?

나: 왜?

아들: 라면 먹고 싶은데 엄마 다이어트하고 있으면 못 먹잖아.

나: 엄마가 그냥 끓여줄게. 오늘은 먹자

아들: 엄마 다이어트 포기했어? 엄마가 포기는 배추 셀 때나 하는 말이라면서?

많이 컸다. 내가 했던 말들이 다시 내게로 돌아오고 있다. 그것도 아들의 입을 통해서 말이다.

'도전해 봐', '하기도 전에 포기하지 말고 시도해 봐'~ '포기는 배추 셀 때나 하는 말이야 알겠지?'...

내가 했던 이런 말들이 울 아들에게는 힘을 주는 말로 들렸을까? 아니면 듣기 싫은 잔소리였을까?

명절이면 우리 집은 늘 배추전을 부친다. 상에 올리려고 하는 음식이 아닌 온전히 식구들이 그냥 먹으려고 말이다.

큰 배추를 한 잎씩 떼어내고 부침가루를 개어놓은 물에 담갔다가 구워내는 건데 어찌 보면 아무 맛도 없을지 모르는 그 부침이 나는 그렇게 고소하고 맛있었다. 한 번씩 생각이 나서 나 혼자 부쳐먹으면 절대 그때의 맛이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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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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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를 찾아간 돌리는 더 예뻐진 그녀에게서 먼지를 뒤집어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다.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너무 힘들어 도망치고 싶어하면서도 아이를 더이상 낳지 않겠다는 안나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돌리의 모습이 이중적이다. 남편의 바람에 상처받았지만 시누인 안나의 행복한 모습에서 또다른 의미를 발견하려는듯 자세히 살피기도 한다.

브론스키는 자신도 꺼내기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돌리에게 대신해달라 부탁하고 이혼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적인 가정의 형태는 유지하고 사랑하는 남자와의 관계는 지속하겠다는 안나가 욕심쟁이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브론스키와 사이에서 낳은 아이도 카레닌의 성을 따라야 한다는 그 시대의 특별한 관행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겠지만 누구하나 놓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이 내게는 썩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안나와의 만남이 전혀 편안하지 않은 돌리는 더 빠르게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무엇보다 지금 내가 언니와 같은 처지에 있지 않다는 건 잊지 말아줘요. 언니에게 문제는 아이를 더 가질 건지 아닌지 하는 것이지만, 내 문제는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지 아닌지 하는 거예요. 그건 큰 차이거든요. 내가 지금과 같은 처지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이해해주세요."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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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 - 지속 가능을 위한 비거니즘 에세이
손수현.신승은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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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은 두부를 좋아한다.

고소하고, 심심하고 촉촉한 그 맛을 아이는 참 좋아했다.

한창 자라는 시기에 소고기를 안 먹어서 철분이 모자랄까 걱정하며 키웠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부족한 영양소의 빈자리를 두부와 달걀이 모두 채워줬던 듯한다. 빈혈도 없이, 울 아들을 건강히 잘 자라게 해준 고마운 음식 중 하나가 두부인데 나는 참 두부를 싫어한다.

맛이 없고, 밍밍하고, 텁텁한 그 식감이 싫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엄마가 해주는 두부는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노릇노릇 구워서 간장에 들기름과 깨를 섞어서 노릇노릇 구운 두부에 뿌려주면 무척 맛있었다. 아.. 그렇구나. 내가 직접 요리를 해야 하는 엄마가 되고 나서 두부를 싫어하게 된 거였구나.

타지 않게, 속까지 따뜻하게 약불로 정성 들여 구워야 하는 그 시간이 귀찮아서 두부를 싫어하게 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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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기 전 하얀 두부를 보면 우리 집에 잠시 머물렀던 하얀 고양이 코코가 떠오른다.

너무 작고 연약해 다시 돌아갔던 그 녀석 이야기를 아들과 종종 나눈다.

이 귀여운 아이를 돌려보내며 하루 종일 울던 아들은 햇수로 2년이 지난 지금도 요 하얀 코코를 기억하며 보러 가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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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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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와 레빈의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다.

임신한 키티를 공주님 모시듯 하는 레빈은 여전히 질투가 많다.

아기를 가져 통통해진 키티의 모습도 너무 사랑스러운 것일까?

자기가 사랑하니까 다른 남자들도 다 키티를 넘본다고 생각하는 레빈이 귀엽게 느껴졌다가, 짜증이 났다가, 무섭기도 하다.

얼마나 사랑해야 그렇게 꿀이 뚝뚝 떨어지고, 질투심에 눈이 멀어 손님을 내쫓을 정도가 되는 것인지 상상하기 힘들다.

사랑받는 키티가 부럽기도 했다가, 새장 속의 새처럼 갇혀서 레빈의 눈치만 봐야 하는 키티가 안쓰럽기도 했다.

도대체 적당히가 없다. '레빈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라며 책을 읽어가다 너무 병적인 것 같아 무섭기도 하고, 그의 순수함 가득한 사랑을 응원하다가도 지긋지긋하게 옥죄어오는 그가 몸서리 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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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미술관 - 20가지 키워드로 읽는 그림 치유의 시간
김소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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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재미있다는 저자는 물감으로 이루어지는 마법 같은 일들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다니 신기하다 말한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우울증도 증가하고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힘들어지는 요즘 힐링이나 명상 같은 스트레스 관리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쩜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내 감정을 바로 보고 알아차릴 수 있다는 건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그림으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관찰할 수 있다니 끌릴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선 4개의 장으로 나누어 인간의 감정, 인간관계, 나라는 존재, 삶을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들을 그림과 함께 이야기해준다.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살피다 보면 타인(화가)의 삶도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지고 그들의 그림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들의 삶을 이해하면서 그림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더욱 공감하며 감상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에이나르 베게너와 반 고흐, 가면을 벗은 수녀라든지 각 장마다 기억에 남는 화가와 그림들이 있었다.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남자였던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가 릴리 엘베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대니쉬 걸]을 본 기억이 난다. 얼마나 사회적 편견이 가득한 시선을 받으며 견뎌야 했을까 싶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쓰인 인물이었다.

책에서 그의 그림과 함께 읽으며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사회적으로 기대하는 모습과는 다를 때, 타인들의 정상이라는 범위 안의 시선들이 나를 괴롭힐 때 괜히 패배자가 된 듯한 그 느낌을 내가 알 수 있을지, 세상의 편견에 굴하지 않고 온전히 나를 표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 것이며 나는 그렇게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성소수자가 약자는 아니라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마다 모두 다른 인격과 취향은 가질 수 있는데,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글과 화가들의 그림이 어우러져 사회적 시선에 대한 더욱 깊은 고민과 생각을 이어나가게 만들었다.

헨리 몰랜드의 [가면을 벗은 수녀]라는 그림을 보여주는데 제목에서부터 뭔가 페르소나가 느껴지지 않는가?

수녀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녀의 정체는 관능미가 철철 넘치는 매춘부다.

그 시대 유럽의 귀족사회에서 가면무도회가 유행했던 건 그들의 욕망과 음흉한 시선을 감출 가면이 필수적이어서가 아니었을까?

프라이머, 선크림, 톤업크림, 파운데이션, 쿠션, 컨실러, 팩트......

잡티를 감추기 위한 끊임없이 화장품을 덧바르다 보면 화장이 두꺼워지고 피부가 숨쉬기 힘들어지는 것처럼 사회적 가면도 많이 쓰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적절하게 가면을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하지만 절대 나 자신을 놓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언젠가부터 '내가 누워있는 꼴을 못 보겠어', '뭔가 쉬고 있으면 불안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 미치겠어'라는 마음들이 나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도 그 시간이 지나버리는 것에 슬퍼하는 내가 무언가를 하려 하고, 계속 붙잡으려 한다면 그것은 온전한 쉼이 될 수 없으리라.

나를 발전시키고자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노력하는 것이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나 실패한 사랑 경험, 그리고 화가로서의 삶들을 그의 그림과 함께 설명해 준다.

그는 감정 조절에 미숙했고, 화도 많고, 때로는 어린아이 같기도 했는데, 기이한 행동을 일삼던 그는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는 것을 자신은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오랜 시간 동안 나를 갉아먹는 나쁜 습관들이나 생각들은 그만큼 의도적으로 더욱 노력하고 없애고자 힘써야 할 것이다.

처음 책을 받고 커피를 쏟아버린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괴롭히며 계속 후회했다. 책에서 과거에 머물러 있지 말고 나아가라고 했는데, 고통을 이겨내는 힘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나에 대해서 잘 알고자 노력하라고 했는데 책을 읽기 전이라 무척 속상해하며 힘들었다.

커피가 말라가며 책이 우글우글 해지는 걸 바라만 봐야 하는 내 무력함이 너무 싫었다.

그런데 마지막 장에 쓰여있는 "사람은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진다."라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이 계속 맴돌며 내 마음을 챙길 수 있게 해준다.

별것도 아닌 일에 신경 쓸 틈이 없다는 듯이...

다양한 화가의 삶을 이야기와 그림들로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나를 위로해 주는 책 [마음 챙김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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