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리커버 일반판, 무선)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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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1월에 증언들과 세트로 구입하고 딱 2년을 묵혔다가 읽게 된 지금 '왜 이제서야 읽었는가'라며 나 자신을 질책해 본다. '역시 책은 묵혀읽는 맛이지'라며 장식용으로 책을 구입하던 과거의 내가 있었기에 이런 책이 내 책장에 꽂혀있을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좀 너무 방치해 놓은 건가 싶어 살짝 미안해지기도 했다.

시녀 이야기는 21세기 중반이 배경이니 2050년 정도가 되려나?

전쟁과 환경오염으로 출생률이 감소하며 생긴 일이라 하니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의 일일지 모르겠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한파와 무더위, 저출산으로 인한 출생률 감소 등 모두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니 더 이상 소설 속 미래 상황이 아니란 생각에 문득 소름이 끼쳤다.

우리는 다리 둘 달린 자궁에 불과하다.

성스러운 그릇이자 걸어 다니는 성배다. p.238

혁명으로 '길리아드'라는 새로운 국가가 만들어지고 여성들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계급을 나누어 지배층의 아이를 생산하기 위한 시녀와, 집안일을 담당하는 하녀, 그리고 시녀들을 교육하는 아주머니로 분류하여 부르게 된다.

주인공인 오브 프레드는 엄마이자 아내였던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빼앗기고, 어느 순간부터 빨간 옷을 입은 채 사령관의 아이를 낳는 시녀로 살아가야 하는데 어떻게 그런 삶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아니 받아들였다고 말할 수는 있는 걸까?

청바지나 짧은 스커트를 입던 시절을, 자유롭게 만나 사랑하고 연애하던 그런 시절을, 여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일하고 돈 버는 그 평범하던 일상을 이제는 꿈이라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니 정말 너무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책을 읽다가 너무 끔찍한 상황들에 눈물이 흘렀다.

아무리 가두고 막으려 해도 욕망은 삐뚤어지게 발산하는 법 고위층들은 클럽이라는 장소를 따로 만들어 그들의 본능을 몰래 풀고 있었고, 어느 날부터인가 몰래 그녀를 불러들이는 사령관과 둘만의 시간, 사령관 아내 세레나의 제안, 그리고 닉의 도움은 과연 순탄하게 흘러갈 수 있을지 이야기의 결말이 점점 더 궁금해졌다.

80대의 작가가 40대 중반에 쓴 작품이라 하지만 굉장히 충격적인 설정이고 내용이다.

여자를 자궁만 쓸 수 있는 도구로 취급한다거나 자궁을 지위가 높은 이들에게 임대하고, 갇힌 신세의 여성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을 아주머니라 부르며 약간의 권력을 누리게 하는 등 아무리 디스토피아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읽기 시작했지만 정말 어두운 사회의 이면들이 집약되어 있는 미래의 모습이라 너무 힘들었다.

그녀에게 찾아온 벤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난다.

열린 결말 아.. 진짜 싫다. 궁금해서 목덜미 잡고 쓰러질 뻔... 물론 나는 길리어드 따위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그녀의 딸의 이야기도 닉의 정체도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왜 빨간색일까?

시녀들이 입는 옷, 시녀들이 타는 차, 시녀들의 우산까지 모두 빨간색으로 표현되는데 빨간색이 분노를 표현한 것인지 그녀들이 가진 자궁의 힘과 권력을 대변하는 컬러로 쓰인 것인지 너무 궁금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음이 바쁘다. 34년 만에 쓰였다는 후속작 증언들도 읽어야 하고 미드 핸드 메이즈 테일도 찾아서 봐야겠으니 말이다. 아직 나처럼 책장 어느 한 켠에 이 책이 빨갛고 아름답게 읽지 않은 채로 꽃혀있다면 당장 꺼내서 읽어보길 바란다. 안 읽어본 자신을 후회하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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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마지막 한숨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2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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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슈디의 재치 넘치는 글을 너무 좋아하는데 그의 새로운 작품은 어떤 이야기들로 가득할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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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1
페터 한트케 지음, 윤시향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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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어증에 걸렸다 말을 다시 찾는 과정을 어떤 이야기들로 피터 한트케는 그려 놓았을지 너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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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동품 상점
찰스 디킨스 지음, 이창호 옮김 / B612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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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가는 겨울을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과 함께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그의 위트 넘치는 글들로 가득한 책이라니 달콤하게 빠져들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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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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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저도 육아휴직을 쓰고 1년간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늘 직장 생활을 하며 바쁘게 지내다 여유가 생기니 책도 더 많이 찾아읽게 되고, 주변 정리도 하면서 아이의 말에도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는데, 갑자기 소원이 있다는 아이가 꺼낸 말은 우리도 고양이를 키우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어릴 적 강아지는 많이 키워봤지만 고양이라면 눈동자의 변화나 울음소리도 싫고, 뭔가 악의 상징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던 저는 고양이가 너무 싫었기에 절대 키울 수 없다고 아이의 의견에 반대했지요. 

그렇게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와 신랑이 한 편이 되고, 반대하는 제가 대립하며 두 달여를 보내다 아이의 간절함에 제가 백기를 들면서 결국 2개월 된 아기 뱅갈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오게 되면서 저의 집사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처음이고, 애초에 관심이나 아는 것도 없었던지라 고양이에 관한 책을 이것저것 찾아 읽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소설 중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문명]과 [행성]까지 읽게 되었는데, 그 책의 주인공이 바로 고양이 피타고라스였고 이 책 고양이 백과사전을 완성한 지적인 고양이와 동일 묘랍니다.

인간의 실험에 의해 지능을 갖게 된 피타고라스가 자신들의 역사를 조사해 이렇게 책까지 쓰게 된 것이었죠. 




고양이가 쥐를 잡으며 인간의 필요로 시작한 관계의 역사부터, 바스테트 여신으로 추앙받으며 신성시 여겨지던 시절을 지나, 피타고라스 조상쯤으로 보여지는 우주로 날아간 고양이들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시선으로 고양이의 역사를 이야기 해줍니다. 인간이 고양이보다 우월한 것은 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도 재미있습니다. 

고양이들이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인간들은 그들을 반려동물로 받아들이고 함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간과 삶을 함께하면서 고양이의 근친 교배가 시작되었고 결과적으로 유전적 변이를 유발하게 되었지요. 고양이에게 불운과 악마적 이미지를 입힌 것도 결국은 인간이었고 그들과 함께하기를 선택한것도 인간이었는데요 정말 이기적이고 제일 못된 건 결국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너무 귀엽죠? 핑크젤리와 점프하며 꼬리 세우는 모습이라니 정말 사랑스러워요. 그렇게 싫어했는데 이렇게 쩔쩔매며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즐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 화장실 체크며, 간식이며 제 손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서운하고 불안할 정도랍니다. 아들이 지금도 한번씩 "엄마 고양이 싫어한 거 맞아?"라고 묻고는 한답니다. 

책의 마지막에 피타고라스의 고양이 친구들에 대한 소개가 나오는데 바스테트의 실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스테트의 집사인 베르나르와 함께요. 




마지막 집사 된 도리로서 저희 집 주인님들 사진 투척합니다.

우리 둘째 레오는 이제 더 이상 갸르릉 테라피를 하지 않는답니다. 다 컸다 이거죠. 그 대신에 간식을 원할 때 굉장히 애달프고 간들어지는 목소리로 울면서 애절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봐요. 막둥이 코코는 아들에게만 가서 박치기를 해주고 턱과 머리를 내어주며 갸르릉 거리고 배를 뒤집어 보여주는데 저랑 남편에게는 도도하게 궁뎅이만 보여준답니다.

이 녀석들도 모두 자신들이 마음을 내어주는 반려인이 있는 것이겠지요? 인간인 우리가 자신들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들이 집사를 선택했다는 것은 절대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키워보니 알겠더라구요. 책을 읽어보니 더욱 이해하기 쉬웠고요.

고양이들의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볼 수 있어 좋았고 ,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좋은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을 집사님들에게 강추합니다. 꼭 읽어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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