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1월에 증언들과 세트로 구입하고 딱 2년을 묵혔다가 읽게 된 지금 '왜 이제서야 읽었는가'라며 나 자신을 질책해 본다. '역시 책은 묵혀읽는 맛이지'라며 장식용으로 책을 구입하던 과거의 내가 있었기에 이런 책이 내 책장에 꽂혀있을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좀 너무 방치해 놓은 건가 싶어 살짝 미안해지기도 했다.
시녀 이야기는 21세기 중반이 배경이니 2050년 정도가 되려나?
전쟁과 환경오염으로 출생률이 감소하며 생긴 일이라 하니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의 일일지 모르겠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한파와 무더위, 저출산으로 인한 출생률 감소 등 모두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니 더 이상 소설 속 미래 상황이 아니란 생각에 문득 소름이 끼쳤다.
우리는 다리 둘 달린 자궁에 불과하다.
성스러운 그릇이자 걸어 다니는 성배다. p.238
혁명으로 '길리아드'라는 새로운 국가가 만들어지고 여성들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계급을 나누어 지배층의 아이를 생산하기 위한 시녀와, 집안일을 담당하는 하녀, 그리고 시녀들을 교육하는 아주머니로 분류하여 부르게 된다.
주인공인 오브 프레드는 엄마이자 아내였던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빼앗기고, 어느 순간부터 빨간 옷을 입은 채 사령관의 아이를 낳는 시녀로 살아가야 하는데 어떻게 그런 삶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아니 받아들였다고 말할 수는 있는 걸까?
청바지나 짧은 스커트를 입던 시절을, 자유롭게 만나 사랑하고 연애하던 그런 시절을, 여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일하고 돈 버는 그 평범하던 일상을 이제는 꿈이라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니 정말 너무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책을 읽다가 너무 끔찍한 상황들에 눈물이 흘렀다.
아무리 가두고 막으려 해도 욕망은 삐뚤어지게 발산하는 법 고위층들은 클럽이라는 장소를 따로 만들어 그들의 본능을 몰래 풀고 있었고, 어느 날부터인가 몰래 그녀를 불러들이는 사령관과 둘만의 시간, 사령관 아내 세레나의 제안, 그리고 닉의 도움은 과연 순탄하게 흘러갈 수 있을지 이야기의 결말이 점점 더 궁금해졌다.
80대의 작가가 40대 중반에 쓴 작품이라 하지만 굉장히 충격적인 설정이고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