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산자전
감산 지음, 대성 옮김 / 여시아문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감산 스님의 일대기가 간소하고 깔끔하다. 그 자체로는 별다른 맛이 없는 밥 한공기를 먹는 듯하다. 하지만 그 소박함과 간결함이 오히려 마음을 끈다.
책 중간에 스님의 꿈이야기가 나온다. 꿈속에서 미륵보살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장면에서 미륵보살님이 하시는 말씀. "분별은 마음이고 분별 없는 것이 지혜이다. 마음에 의지하면 물들게 되고 지혜에 의지하면 깨끗해진다. 물들면 생사에 윤회하고 깨끗하면 여러 부처님조차 없다." 분별하려고 하는 습관이 나오려고 할 때마다 이 말씀을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스님의 일대기보다는 부록으로 나와있는 감산서언을 더 감동적으로 읽었다. 짧은 글로 그 감동을 전할 수는 없고 몇 문장만 옮겨 적어본다.
무거운 것을 짊어진 자는 고단하고 많이 아는 자는 피로하다. 고단함이 오래가면 몸이 상하게되고 피로함이 지나치면 마음이 메말라져 자기 자신을 위태롭게 한다. 그것이 위태로운 까닭은 바깥의 사물을 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삶을 중요시하는 자는 내면을 섬기지 바깥의 사물을 섬기지 않고 자기를 좇지 남을 좇지 않으며 존재에 뜻을 두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뜻을 두지 않는다.
눈은 천지를 담을 수 있지만 티끌 하나가 능히 그 밝음을 잃게 한다. 마음은 태허를 포함하지만 한 생각이 그 광대함을 가로막는다.
더운 여름, 에어컨바람같은 인공의 바람이 아닌, 서늘한 자연의 바람 한자락을 만나고 싶다면 이글이 제격일 것이다. 맑고 담백한 스님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