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들과 충주 석종사를 다녀왔다.

혜국 스님 법문을 들었다.

법문 중에 누군가의 시를 인용하셨다.

"부모님의 사진을 걸어두고 볼 수는 있어도

된장찌게 끓여놓고 밥 먹어라 부르시던 모습은 볼 수 없고

술 한 잔 걸치고 들어오시던 아버지의 목소리 들을 수 없네"

그대로 기억한 것은 아니지만 이 말씀이 내내 마음에 남았다.

 

작년 아버지 생신 때 아버님의 시집을 하나 만들어 드렸다.

책 좋아하시고 가끔씩 시를 쓰시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을 가져다가 동생과 내가 가족 사진 넣고 작고 예쁜 시집을 만들어 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셨다.

아버지를 잘 아시는 분들께만 드렸는데

어찌나 자랑을 하고 좋아하셨던지

효도했다고, 고맙다는 전화를 낯선 어르신들께 받기도 했다.

이렇게 갑자기 가실 줄 몰랐는데

미루지 않고 시집 해 드린 것이 참 잘한 일이구나

이제야 생각한다.

한동안 너무 가슴이 아파 아버지 기억 얽힌 이야기는 친구들에게도 하지 않았는데

스님 법문 듣고 보니

팔십, 구십 오래 사는 시대라고 해도

사람의 한 평생이 꿈과 같다는 것을 이제  알겠다.

 

한 권의 시집이 어찌 아버지를 대신할 수 있으며

이런 글이 어찌 내 마음을 대신 할 수 있을까.

눌러두었던 슬픔을 이제야 찬찬히 꺼내서 들여다 본다.

자라면서 한 번도 거친 소리, 험한 소리 들은 적 없고

늘 뒤에서 말 없이 지켜보시고 믿어주시던 아버지.

아버지.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버지의 딸로 태어난 행운을 잊지 않고 회향하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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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미 2016-11-15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찡하게 가슴을 울립니다. 늙은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같이 여행을 다녀야겠다고 다짐합니다.

혜덕화 2016-11-27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이제야 봤습니다. 잘 지내시죠? 아버님 갑자기 가신 이후로는 엄마 찾아 뵙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노인들은 하루 뒤를 알 수 없으니까요.
 
[전자책] 마션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8월
평점 :
판매중지


겨우 끝까지 읽기는 했으나, 영화를 봐야 완전히 이해가 되겠다. 영화 나올 때 봐 둘 걸......
흥미로운 소재였으나 나의 무지로 인하여 몰입이 되지는 않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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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유증후군에 보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법칙"이라는 말이 나온다.

바바라 스트라이젠드가 가진 해안가의 멋진 집을 누군가가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다고 한다. 그 사람은 파파라치가 아니라 환경운동가여서 매년 해안선의 변화를 보기 위해 사진을 찍는데 공교롭게도 그 집이 사진 속에 있었던 것이다.

바바라 측의 사람들은 그에게 사진을 내릴 것을 요구했으나 그는 반대했고 결국 6명이 내려받았던-2명은 바바라의 변호사- 사진은 수천, 수십만이 내려받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른 사람이 못 보게 하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 더 많은 사람이 보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을 때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법칙"이라고 한단다.

살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으나 더 좋게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좋은 의도였으나 결과가 신통찮을 때도 있었는데, 이런 멋진 말이 있었다니...

 

"민중은 개, 돼지처럼 취급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의심했다.

언론이 전체 맥락은 끊고 한 문장만 발췌해서 보도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설마 교육부 관리가 저런 말을 했을리가 없을거라고 생각해서 전문을 찾아 보았다.

진짜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 속엔 도대체 무엇이 들었을까?

한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배경엔 수 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력이 숨어있는데

세상을 살 만큼 산 사람이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지?

 

그 사람은 알았을까?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법칙에 의해

그 말이 자기 목을 치는 부메랑이 되리라는 것을.

불쌍해 할 가치도 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어리석은 그가

나는 참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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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유 증후군
제임스 월먼 지음, 황금진 옮김 / 문학사상사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릴 때 부터 물건에 대한 집착은 별로 없었다. 과소유 증후군도 아니고 이 책에서 주장하는 체험에 목매는 사람도 아니니, 나는 그야말로 어중간한 사람. 소유보다는 체험이 더 중요하다는 어렴풋한 내 주관이 아군을 만난 듯한 기분. 좀 딱딱해서 설렁설렁 읽었으나 사지 않고 빌려읽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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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2016년이 되면 노인 인구가 40%가 넘어서

노동력이 있는 인구 1명이 80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는 뉴스를 들었다.

그래서?

그 뉴스를 듣는 순간 든 생각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그 기사를 전한 기자도

나도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도

누구나 늙는다.

 

늙는 것은 누군가의 짐이 되는 일이 아니다.

그냥 생로병사의 한 과정일 뿐이고, 생명 가진 모든 것이 거쳐야하는 숙명일 뿐이다.

노동 인구 한 명이 부양하는 노인이 많아질 것 같으면

지금부터 준비하고 대책을 세우면 될 일이다.

누구도 남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다.

특히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늙어서 내 자식이든 남의 자식이든 힘들게 하고 싶은 부모는 없다.

늘상 자식들에게 짐 되지 않고 가야할 텐데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아버지는

당신 말씀처럼 어느날 갑자기 건강하게 잘 계시다가

83세의 나이로 이 생을 접으셨다.

심정지와 뇌출혈이 함께 왔다고, 119가 와서 응급실로 갔을 땐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때로 너무 그리워서 운전을 하다가 혼자 울며 집으로 올 때도 있지만

세상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때가 되면 일찍도 가고 늦게도 가고

짐이 되기도 하고, 짐이 되지 않기도 하고

나이 들고 죽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사람은 늙고, 죽는다.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노동력의 비율

아마도 그 뉴스는 전달하려고 하는 중요한 메세지가 있었을 테지만

내게는

늙음이 짐짝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뉴스처럼 들렸다.

 

누구나 최선을 다해서 이 생을 산다.

최소한 한 생을 힘껏 살아온, 이제는 늙어 자신을 운신할 힘도 없는

우리의 부모님 세대에

기본적인 연민심을 가졌으면....

젊음과 늙음을 이분법으로 보지 않았으면....

 

괜히 뉴스를 갖고 트집을 잡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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