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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몽쇄언 - 꿈과 인생
김대현 지음, 남만성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12월
평점 :
꿈이라는 한가지 주제로 책 한 권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하다.
꿈이라는 한가지 말로 인생을 다 그려내는 것도 대단하다.
"세상 사람들은 눈을 감고 꾼 것을 꿈이라고 한다. 그러나 눈을 뜨고도 꿈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라는 말에서 느껴지듯이 이 책의 저자 월창거사는 사는 것은 작은 꿈의 연속이요, 나고 죽는 것은 큰 꿈이라고 말한다.
"바둑판 위의 옳고 그른 것은 분명하게 근거가 있다. 그러나 바둑판을 걷고 나면 옳고 그른 것은 저절로 그친다."
작은 바둑판 같은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옳고 그른 시비에 휘말려 사는가. 대국을 걷고 나면 아무 소용 없어질 그런 시비들을......
꿈을 씨줄로, 인생을 날줄로 짜 나가는 이야기는 너무 아름답다.
군더더기 없이 펼쳐 놓은 이야기가 마치 한 권의 시집을 읽는 것 같다.
인생을 셋방살이에 비유해 놓은 부분도 아름답다. 셋방살이가 기한이 지나면 집을 비워주어야 하듯이 우리가 한생을 빌려 사는 이몸도 수명이 다하면 몸을 놓아야 한다.
처음 읽을 때보다 두번째 읽을 때 더 그 맛이 깊어지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렇다.
예전에 읽었을 때는 그저 "읽을 만 하네 "였는데 어제 갑자기 책꽂이를 둘러보다가 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점점 빠져들어갔다.
"열사람이 함께 잠을 잘 때 제각기 꿈 하나씩을 꾸게 되면, 각자의 꿈 속에는 천지 만물이 있고 영광과 치욕이 있고 장수와 단명이 있다. 갑의 꿈 속 세계에서는 을의 꿈 속 세상을 알지 못하고, 을의 꿈 속 세상에서는 갑의 꿈 속 세계를 알지 못한다. 그것은 환상 속에서 보는 것은 환상의 경계를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세상 사람들이 삼천대천 세계가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 것을 괴이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 모두 부부라는 이름으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지만, 어쩌면 상대방의 꿈 속 세상을 모르고 평생 자신의 꿈만 꾸다가 가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이꿈을 벗어나면 정말로 나와 너가 없는 세계가 존재하고 있는데도, 달콤한 잠에 취해 정신 없이 자고 있는 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