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암은 성철 스님 계실때부터 등을 달지 않아 부처님 오신날이 되어도 고요하기만 했다. 백련암 입구 주차장엔 온통 아름다운 색깔의 철쭉이 피어 꽃으로 온 암자 가득 꽃등을 켜 둔것 같았다.

부처님 오신날이라 그런지 삼천배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침 8시쯤 내려오는 길에 해인사 큰 절에 들렀다.
이미 예불이 시작되고 있었고 부처님 오신 날의 기쁨과 환희가 그대로 느껴졌다.
몸이 아픈 동생을 위해 등을 하나 달았다.
일부러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해인사에 오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
이렇게 좋은 날,  동생 이름의 등을 달고 나니 감동으로 가슴이 먹먹했다.
등 하나 단다고 아픈 게 금방 나을까 만은 기도 외엔 해 줄게 없어 동생이 병을 이겨 낼 마음을 갖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부처님 시봉 하며 살기를 기원했다.
이렇게 온갖 꽃과 푸른 생명이 넘쳐나는 오월에 사람들 얼굴에 가득한 미소와 연등이 가득한 절 마당에 서 있다는 자체가 감동스러워 "부처님 감사합니다"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남편이 어려운 일이 있어 "나를 위해 기도를 좀 해 달라"고 처음으로 부탁을 해서 이번 삼천배는 남편을 떠올리며 절을 했다. 절을 하면 할수록 "아, 내가 그동안 남편에게 너무 잘 못하고 살았구나" 참회가 되었다.
그가 날 위해서 한다고 하는 일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닐 경우엔, 그 의도와 마음을 보기보다는 나타난 결과만 보고 그를 원망했던 것이 너무나 가슴 아리도록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것이었다.
그를 위한 기도가, 그에게 참회하는 기도로 바뀌어 마음으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삼천배를 하든, 만배를 하든,  경전을 읽든, 모든 것이 자기 만족을 위한 수행일 뿐이다.
예전에 나는 가족을 위해, 중생을 위해 기도한다는 아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젠 그것조차도 아상 임을 알겠다.
부처님의 자비가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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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5-16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이 아픈 동생을 위해 등을 다셨다니 갑자기 뭉클하네요.
제 여동생도 교사인데 병으로 1년 휴직중이거든요.
저도 마음속에나마 등을 하나 달아야겠습니다.
초를 하나 켜고 잠깐 기도를 하든지......
부처님의 자비가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저도 빌어봅니다.
.........().........

혜덕화 2005-05-16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그 그늘이 가족 전체에 미치죠.
동생 가족을 볼때마다 가슴이 아립니다.
주변에서 기도해 주는 것도 좋다더군요. 마음의 에너지를 보내주는 것이라고....
로드무비님의 동생도 건강해져서 복직하기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누아 2005-05-16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뭉클합니다. 병원에 있는 언니를 생각하면 마음 아픈 것보다 외면하고 싶은 심정일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매주 병원에 갑니다. 곧 퇴원할테지만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님의 글을 읽으니 언니를 위해 축원이라도 올리고 싶어집니다. 혜덕화 부처님, 고맙습니다.

혜덕화 2005-05-16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년 삼만 육천 날, 근심 없으면 아프다. 옛사람의 시를 남희근 대사의 금강경강의에서 읽었습니다. 보통 사람의 경계는 질병 아니면 번뇌라구요.
아픈 사람을 보면서 건강함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은 참 슬픈 역설이기도 합니다.
언니의 퇴원이 가깝다니 다행입니다. 건강 되찾아 밝고 맑은 날 되기 기원합니다.

니르바나 2005-05-23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혜덕화님 가족를 위해 등하나를 달아 드리겠습니다.
청안하세요.

혜덕화 2005-05-23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니르바나님.
요즘은 바쁘신가 봐요. 마이페이퍼가 뜸하시네요.
그래도 평안하시죠?

2005-05-24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7-26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팽이 2005-06-07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자기만족을 위한 수행이 아니라 자기를 초월하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감합니다. 바치는 자리는 그 자기만족마저 바치는 자리입니다. 아상이 있는 자리가 비워져 부처님 향하는 그 마음으로 밝게 빛나는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