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28 - 날마다 28개 치아의 안부를 묻는다 날마다 시리즈
장지혜 지음 / 싱긋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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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스물여덟이라고 하지말고 이팔이라고 불러야한다. 저자가 치과의사라는 힌트를 주면 이빨? 28개의 치아를 연상하면 이제 이 책을 더욱 읽고 싶어진다. 감각적인 제목과 "날마다 28개 치아의 안부를 묻는다"는 부제가 시선을 끈다. 삶의 이야기에 치아의 이름으로 나열된 제목은 어딘가 특별하다. 대문니, 앞니, 송곳니, 어금니들 그리고 사랑니. 치아에 대한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삶의 장면은 유쾌하기도 하고 어딘가 공감이 이어지기도 한다. 바로 치과의사의 성격, 내향적인 성향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만큼 밖으로 하지 못한 말들과 쌓아둔 마음들이 차곡차곡 이 책에 담겨 있다. 마치 입을 벌리면 가지런히 보이는 치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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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한다는 것은 날마다 자신이 스스로 만든 성을 정성껏 깨부수는 작업인 것 같다. 그 성은 그릇된 신념일 수도 있고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감옥일 수도 있다. 열심히 깨부수다보면 바깥세상이 그렇게까지 이질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_「뺄 것이냐 말 것이냐 첫번째 작은어금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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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치아에 대해서라면 할 얘기가 많다. 교정치료를 받으면서 3년 가까이 치과에 정기적으로 방문한 경험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교정과 저자가 말하는 교정은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나는 교정이라면 인내의 시간을 말할 것인데 이 책에서는 마음에 닿는 문장들로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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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적인 치과의사의 교정치료에 대해 생각해본다. 사실 내가 교정을 결정한 것은 '미소' 때문이었다. 아래턱이 좁아서 삐뚤빼뚤한 치아는 컴플렉스였다. 환하게 이를 드러내고 웃고 싶었다. 그건 외향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과도 같은 맥락이었다. 입을 벌리기 전에 일단 고민하고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었기에 왠지 내향적인 치과의사인 저자는 교정환자들을 대하는 마음이 진심이었을 것 같다. (만약 교정 치료전이라면....아쉽다. 한번한 교정을 다시할 수도 없다. 다시 하기는 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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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는 꼼꼼한 시선과 느리지만 변화를 인지하는 교정전문의 선생님이 들려주는 치아와 일상에 대한 에세이는 특별하다. 아마도 이 에세이의 이야기들이 내향성에 초점을 맞춰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치아를 보기 위해 입을 열고 또 거울을 향해 미소지으며 일상을 시작하는 보통의 순간에 새로운 의미가 생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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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 마르케스 - 카리브해에서 만난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 클래식 클라우드 29
권리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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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클라우드
#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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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적 리얼리즘. 마르케스의 문학에 대해 첫번째로 떠오르는 단어일 것이다. 하지만 '마술'과 '리얼리즘'은 굉장히 동떨어진 단어다. 하지만 각각의 단어를 이해하고 마술적 리얼리즘에 대해 말할 수 없지만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읽는다면 단번에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놀라운 환상이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지고 독자 역시 마콘도의 등장인물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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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은 방대한 가족사와 낯선 설정으로 읽기 어려운 책이었다. 이 책의 매혹적인 지점이 분명함은 인정하지만 나에게는 버거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굉장히 유쾌하고 마르케스에 진심인 가이드가 있다. 바로 소설가 권리다. 나는 십여년전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품들은 무조건 믿고 읽었다. 그중 권리작가의 <싸이코가 뜬다>가 있었다. 도발적인 이야기로 기억하기에 이번 클래식 클라우드의 조합이 기대되었다. 때로는 유머로, 때로는 진지함으로 마르케스를 따라가는 여행이 이어진다. 마르케스에 대한 유쾌하고 애정어린 마음이 느껴져 마르케스를 따르는 이 여정에 권리 소설가가 아닌 다른 누구도 생각할 수가 없다. 극단적인 경험은 여행중에 일어났다고 하는데 그가 가는 마콘도와 마르케스의 흔적들은 특별한 케미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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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부담을 주는 가계도의 낯선 이름들을 외우며 잊어버리며 읽었던 책인데 소설가 권리의 입담에 이끌려 죽음, 여성 등의 주제로 인물을 설명해서 소설의 독해에도 큰 도움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재미있었다. 인물들의 죽음을 모아놓은 부분은 <백년의 고독>의 절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대체로 고독사가 많다고 하지만 홀로 자연스럽게 죽음을 맏이하기 보다는 충격적이고도 신비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등장인물 줄 여성에 대해 말하는 부분더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마르케스의 유년과 청년시절 집안을 이끌어나간 여성들이 담겨져있다. 따라서 여성해방과 같은 명제가 아니어도 강렬하게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 <백년의고독>을 읽었을 때는 낯선 느낌고 방대한 서사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클래식클라우드를 통해 만나는 여정에서는 마치 배율을 조절한 렌즈로 들여다보고 책의 저자인 권리 소설가의 입담을 들으며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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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카리브인인 가보 역시 바로 이 충동과 우연에 기반한 독특한 서사를 구사했다. 그것은 ‘우연’을 플롯이나 복선의 실패로 취급하는 영미의 서사와는 몹시 다르다. 일반적인 서사 구축 방식은 독자의 콧속에 깃털을 넣고 간질이듯이 복선을 주고 호기심 가루 맛을 본 독자가 마침내 재채기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가보의 서사는 시에스타를 즐기는 여유 자적한 카리브의 생활을 소설에 옮겨 놓은 느낌이다. 조금 느슨하지만 물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 말이다"
(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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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고독>을 읽은 것이 대략 10년 전이라 읽었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 내용은 희미한 흔적처럼 남아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아는 것은 확실해졌고 몰랐던 너무나 많은 사실들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읽으면서 마르케스의 친구들과 정치적성향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남미문학에 대해서 말한다면 아무래도 보르헤스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그보다 더욱 남미적인 것은 마르케스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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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진짜라고 느껴지는 지점은 바로 권리 소설가가 단순히 여정을 소개한다는 인상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가 돼지꼬리요리를 먹는 대목에서 그가 전달자의 위치를 진작에 넘어섰다는 것을, 정말 <백년의 고독>과 하나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예측 불어 여행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다시 마르케스의 소설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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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OS, G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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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키기 연습 - 스무 해를 잠식한 거식증의 기록
박지니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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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키기연습
#박지니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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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기록하는 것을 말하기 전에 자화상을 그리거나 그보다 간단하게 셀카를 찍는 것을 생각해본다. 아마도 거울을 보며 가장 만족스러운 얼굴로 스스로를 대면하고 그림이나 사진을 남길 것이다. 그 안에서 멈춰진 시간은 내가 나를 가장 사랑할 때다. 하지만 기록은 그처럼 간단하지 않다. 자신의 하루를 복기하며 일기를 쓸 때조차도 나는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짐은 언제나 당위의 문장으로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가 나에게 구속인 지점이 있으며 나는 글 속에서 결박되어 있었고 이젠 그조차도 피하고 있다. 자신을 기록한다는 것에 대해 내면화된 감시와 지적 허영이 발동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에 대해서는 쓰지 못한다. 나를 놓치고 있는 기분, 그래서 죄책감이 남는다. 그런데도 마음의 불안을 지우고 진심이 아닌 문장을 남기겠지. 이걸 위선이라고 불러야할까, 위악이라고 불러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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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살의 나는 글쓰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어떤 분야에도 점유되지 않은 삶의 부분이 남아 있다. 나는 그런 개인적인 자리에 대한 글쓰기를 연습할 것이다.(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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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해서 기록한다는 것, 자신을 대면하는 용기에서 시작해 가감없이 자신을 문장으로 남긴다.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재단하지 않고 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려내는 것이다. 일상이 순조롭고 평범한 하루를 살았다면 기록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성 섭식장애 환자로 살아온 스무해를, 회복도 극복도 아닌 고백을 쓰고 또한 책으로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 '어려운 시도'라는 것 역시 나의 통념임에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고통과 실패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거식증에 대해 치열하게 탐구하고 몸과 마음으로 숙고하는 이 시도에 대해 어떤 이름을 붙여야할까. 누군가의 고통에 대해 대단하다는 말이 적절하지 않지만 최소한 고통을 사유하는 시선만큼은 놀랍고도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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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자살기도 그리고 폭식과 구토의 연속인 섭식장애를 겪은 저자는 처음으로 입원을 하고 '삼키기연습'을 한다. 거식증을 앓는 또래들과 음식을 간신히 먹어야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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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희생, 눈물, 종속, 침이 그렁그렁한 치아를 드러내며 집어삼킴, 식인, 무경계, 무치, 타의적인 함구와 실어, 긁을 수도 없는 뼛속이 간지러워 실실 웃는 웃음, 붉어진 살갗, 허벅지 안쪽의 장밋빛 살갗, 과식, 뒤엉켜 물고 뜯는 싸움.... 내가 먹어야 했던 것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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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대학기숙사에서 자살시도를 하고 휴학을 하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삶에서도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대면한다. 늘 생각하고 읽고 또 쓴다. 동시에 병동에서 만난 같은 환자들에게 연대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거식증, 아마도 이를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들은 드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환자의 아픔에 지극히 공감은 하지 못한더하더라도 투명하고 단단한 기록을 보면 감탄하게 된다. 아픈 사람인가. 연민을 가져야하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장 진실하게 존재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회복이 없을지 모르는, 아마 기승전결이라는 것도 없을, 삶에 관한 이야기다."(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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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결을 기대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거식증이라는 투병기라면 병을 이겨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기승전결보다 분투의 지속과 그 안에서 자신을 사유하는 것이 얼마나 깊은 감동을 주는 지를 확인하게 된다. 기승전결이라는 것은 삶이라는 서사에 허상에 불과하지 않을까. 극적인 작은 구획을 부르는 말일뿐 어차피 우리는 우리의 자리에서 내일을 맞이하지 않는가. 잠깐이라도 병증을 이겨낸, 병을 극복하여 이제는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것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편협함에 대해 생각했다. 병이 사라져야 이겨낸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병과 함께 살아가더라도 그 미지의 동행에 의미를 부여하고 강렬하게 삶을 대면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이며 의지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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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모험 - 원문을 죽여야 원문이 사는 역설의 번역론
이희재 지음 / 교양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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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
#교양인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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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번역에 절실하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번역을 통해 외서와의 소중한 만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처럼 1개국어 한국어 사용자에게는 번역이 없다면 읽을 수 있는 책의 범위가 극히 한정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자의 존재는 너무나 감사한 것인데 필자의 스포트라이트에 비해 주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설마 동명이인인가 싶을 만큼 너무나 훌륭한 책들을 수없이 번역하시는 역자님의 이름은 몇몇 기억한다. 동시에 책마다 옮긴이의 글을 읽으며 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간혹 사람들은 번역이 별로다,라는 평가를 하기도 하는데 나는 아직까지는 그런 평을 하기에는 다른 언어나 번역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최소한 번역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원문과의 대조가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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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이 낮은 글이 좋은 글이고 문턱이 낮은 사회가 좋은 사회다. 작고한 기업인 김우중 회장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모험 정신을 강조했지만 세계는 넓고 읽어야 할 책, 옮겨야 할 책은 많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문턱이 낮은 글, 문턱이 낮은 사회를 꿈꾸는 번역자의 여정에 《번역의 모험》이 작은 동반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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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대한 막연한 관심으로 이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정작 이 책은 번역을 넘어 언어와 문장에 대한 민감도를 신장시키는 아주 고마운 책이 되었다. 수능영어 수준의 영어 실력이면 소화할 수 있는(?조금 주관적의견, 물론 몰라서 넘어간 것도 있고요...) 예문들과 번역한 몇개의 문장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번역수업이 이어진다. 저자는 마치 독자를 일깨우듯이 친절하고도 핵심을 찌르는 번역 강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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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번역 수업에서 남기고 싶은 부분을 인용하고 싶다.글을 쓸 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이었다.
*쉼표는 아껴쓰기
*주어를 진짜동사에 바짝 붙여주기
*주체조사(은/는) 아껴쓰기

또한 좋은 번역과 좋은 글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상적인 메시지를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말과 글의 힘은 허세와 권위에서 나오지 않는다
*좋은 번역은 원문의 뜻을 살리는 번역
*훌륭한 번역가도 훌륭한 창작자도 똑같이 훌륭한 문장가이다.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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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저자는 단순히 번역가라는 일에 대해 혹은 번역의 실제에 대해 전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문법에 대한 진심어린 조언을 남기고 있다. 예를 들면 사이시옷 규정이 외국어학습자에게 높은 문턱을 만든다거나 띄어쓰기에 대한 어려움을 말하며 글쓰기의 조역이어야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말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나올 수 있는 메시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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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아니더라도 글을 읽고 쓰고 고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은 굉장히 많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훌륭한 문장가가 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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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지하철 - 매일 오르고 내리니 어느덧 어른이 되어 있었다 날마다 시리즈
전혜성 지음 / 싱긋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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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하철 생활자의 소소한 추억으로 시작한다. 지하철을 타는 어른이 되어 서른 개의 역을 지나며 일상을 여행하는 필자의 이야기는 유쾌하면서도 통찰을 놓치지 않는다. 등교길에는 새내기 여대생으로 잡상인을 만나고, 자리를 쟁탈전 등으로 지쳐 학교에 간다. 집에 갈때는 만취한 대학생으로 막차를 타고 귀가하다 웃픈 상황을 맞기도 한다. 마치 하루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지하철은 수미상관처럼 일상을 여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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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유쾌한 재미를 넘어 지하철생활자다운 통찰이 돋보이는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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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던 초딩이 버스를 타는 중딩으로, 지하철을 타는 고딩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과 함께 나는 어른으로 진화했다. 일주일에 한 번 지하철을 타고 나와 어른 행세를 하다가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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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알게 되었다. 서울의 긴 지하철 노선에서 중요한 건 승차역보다 하차역이라는 것을. 부산의 지하철은 놀기 위해 내렸다면 서울의 지하철은 살기 위해 내려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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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지하철을 즐겨타기 때문에 공감하고 웃으며 읽었다. 특히 내릴 관상을 따지는 부분은 나와도 같았다. 과잠입은 대학생 앞에 서서 내릴 관상의 힌트를 받을 때가 떠올랐다. 작가의 말처럼 등산복, 쇼핑백도 힌트가 된다. 잠든 사람 앞에서는 희망을 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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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하철에 대해서만 말하지 않는다. 작가의 삶 속에서 배경처럼 자리한 지하철이 주인공이 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바로 지하철에 대한 예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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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계속해서 돌을 굴려올리는 시시포스의 운명을 닮았다. 당장의 고생으로 수고스러운 하루와 그 합으로 온몸이 뻐근한 인생을 동시에 굴리며 살고 있다. 그리하여 지하철의 누구에게도 오늘 하루는 녹록하지 않았으며 그 합으로서의 인생 또한 유유자적할 리 없다. (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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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지하철에서 읽었다.
사람들은 무표정한데 그중에 이런 유쾌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까. 공간과 책 사이의 격차가 느껴졌다. 어쩌면 다들 재밌는 사연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7호선을 한 시간 이상타고 오고가면서 두시간 동안 읽었다. 읽으면서 지하철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또 나만의 역사를 떠올리기도 했다. 지하철노선도마다 사연이 있고 다시 가보고 싶은 역들도 생각났다. 덕분에 오늘의 출퇴근이 특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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