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위대한승리일뿐#김솔#안온북스..사랑은 승리했지만 부조리한 상황에서 견딜 수 없는 공허와 파멸의 고통이 남아있다. 불운과 불행으로 이어진 인연이 가장 소설적으로 설계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에는 홀수와 짝수에 따라 두 가지 이야기가 교직된다. 각각의 화자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같지만 절묘하게 이어지며 소설적 재미를 극대화한다. ..홀수장의 화자인 파블로와 짝수장의 화자인 청년은 하고자하는 이야기도 욕망도 화법도 다르다. 특히 붉은 마이크라는 별명으로 혀의 화려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파블로는 압도적이다. 그는 사지가 절단되고 맹인으로 취급받으며 엄청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대가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혀는 성실하게 일하고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킨다. 그 과정이 대단한 몰입감을 준다. 그가 수용시설에서 자원봉사자 남자에게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중남미여행기를 토대로 그가 살아온 삶의 강렬한 기억들이다. 마치 쏟아내듯 이어지는 놀라운 전개에 독자는 속수무책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파블로의 입담은 시종일관 종횡무진이라 사실일지에 대한 의문이 뒤따른다. 그때 짝수장의 화자인 나는 강한 원망과 고통의 기억들을 쏟아내며 너에게 풀어낸다. 그의 날카로운 목소리 역시 긴장감을 이끈다. 13 년 전 아버지 계략과 불운한 사랑으로 인해 살인미수로 복역하고 세상을 떠돌다 부랑자 시설에 머물게 된 나는 매순간 너를 호명하며 고통과 원망을 호소한다.복수라는 이름으로 두 이야기는 간섭하거 맞물리고 전복된다. 사랑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생각한 사랑과는 또 다른 강렬한 욕망 그리고 그 그림자가 내 얼굴에 드리워진 기분이다. 이 소설은 치밀하게 직조된 설계 속에서 독자들에게 인물들의 강렬한 목소리를 들려주고 점차 포섭해나간다. 기억에 상당히 오랫동안 남을 소설로, 이국적이기에 번역되어도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