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외롭지만 따뜻한 수프로도 행복해지니까 - 소설가가 식탁에서 하는 일
한은형 지음 / 이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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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외롭지만 따뜻한 수프로도 행복해지니까
한은형
이봄
소설가가 식탁에서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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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식탁에서 무엇을 할까. 주제를 읽자마자 의문은 상상으로 이어졌다. 음식을 음미하며 맛에 집중하여 미각을 묘사할까. 아니면 근사한 식탁을 중심으로 인물을 앉혀두고 서사를 시작할까. 소설가도 사람인데 일단 먹고 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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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소설가 '답게' 먹는 건 아마도 소설가 한은형이 가장 잘하는 장르가 아닐까. 음식에 대해 말하는 것에도 장르가 있으리라. 아마 음식문화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섬세하게 다룰 수도 있다. 혹은 어떤 공간과 시간에 중심을 두고 추억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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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음식을 상상한다는 것은 이 세계를 상상한다는 것이다.
이제 알겠다.
상상이란 나를 움직여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다.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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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 세대의 공감과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일치하고 선망하게 하는 메뉴들은 아마도 한은형 소설가의 글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전작인 <오늘도초록>을 읽으며 감탄했는데 이번 책 역시 만족감 그 이상을 주었다. 샌드위치, 크루아상, 햄버거 등 일상의 메뉴들부터 우메소면, 나폴리탄, 월귤잼 등 낯선 그러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음식들 그리고 냉면이나 뭇국, 계란밥처럼 추억이 담긴 음식들까지 이 책은 풍요로운 음식에세이다. 너무  몰입하여 읽다보면 오늘의 메뉴를 정하게 되고 저자의 방법대로 먹고 깊어져 레시피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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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맛있게 먹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음식이 좋기는 한데 기본적으로 표정이 시큰둥해보이고 먹는데 지구력이 떨어지며 결정적으로 양이 적다...;;; 건강식을 하는 것도 아니고 비건도 아니며 나만의 음식철학도 없다. 그렇기에 한은형이 음식에세이는 단순히 재미와 흥미 이상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 매일 삼시세끼의 환희도 느끼지 못한 부채감을 느낀다.  음식을 보면 배고픔을 충족시키는 생명유지의 측면만을 생각한 게으름에서 벗어나 하나의 식재료를 보고 상상에 몰입하고 레시피를 시도하는 추진력이 필요했다.  음식을 보고 느끼는 작가의 이야기는 풍요로움 그 자체다. 이 책은 하나의 레시피북처럼 정교하면서도 멋진 이야기들이 이어져 에세이 이상의 인상을 남긴다.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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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명은 가족 - 어느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걸까?
류희주 지음 / 생각정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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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명은가족
류희주
생각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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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나 소설의 결말에서 가족을 이루거나 가족에게 돌아가는 해피엔딩을 의심없이 받아들인다. 가족의 품이니까 안정과 평화를 기대해도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안도한다. 하지만 이 책은 현실의 기록으로 '가족'에서 시작한다. 병의 치유가 아닌 병의 이유에서 가족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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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은 쉽게 말하기 어렵지만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퍼져 있다. 가까이에 있지만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 무언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렇다. 바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은 때때로 정신질환을 낫게 해주는 둥지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신질환을 촉발시키거나 악화시키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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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자출신으로 정신과 의사가 되어 자신이 임상에서 경험한 사례들을 카테고리별로 묶어 책으로 펴냈다. 저자가 기자출신이며 정신의학과 전문의라는 사실이 이 책이 시선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에게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은 횐자이지만 이를 사회문제로 통찰하는 데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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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의존, 거식증, 공황장애… 모두 다른 병명, 각자 다른 사연. 그렇지만 내가 내린 공통의 병명은 ‘가족’이었다.”이라는 책소개가 이 책을 정확하게 설명한다. '기자 출신 정신과 의사의 마음 관찰기'라는 부제는 환자를 타자화, 문제로 하기보다는 우리 역시 가족으로 얽혀 마음의 상처받은 기억에 대해 돌이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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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알콜의존, 거식증, 지적장애, 치매, 조현병, 우울증 등 우리 사회에서 익히 들어본 정신질환과 그 환자,그리고 그들의 가족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의사로서 증상을 진단하고 거리두기보다는 그들의 삶으로, 가족으로 들어가는 진정성있는 시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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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조현병를 앓는 철수씨와 그 가족의 사례는 이 책에서 상당히 무거운 부분을 차지한다.  어머니를 죽이려다 미수에 그친 조현병 환자 철수와 상담하며 그의 심신상태를 감정해야 한다. 또한 법원에 출석하고 철수의 형인 의사 영수와도 상담을 이어가는 등 단순히 진단과 진료 이상을 보여준다. 뿐만아니라 대학선배의 우울증에 대해 만남과 대화를 통해 후배로서,의사로서 마음써주는 모습을 보며 저자의 진심어린 시도들이 값지게 보였다.

도서협찬

#책추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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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합치 - 예술과 실존의 근원
프랑수아 줄리앙 지음, 이근세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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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합치
프랑수아줄리앙
이근세
교유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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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립과 동시에 고정되는 모든 질서를 내부에서 해체하며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자원을 나타나게 하는 탈-봉인을 나는 탈합치로 명명할 것이다."
(16쪽)
저자의 철학적 선언은 낯선 개념에 집중하게 한다. 그러나 탈합치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합치에서 벗어나라"는 단순한 제언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즉 긍정과 부정 어디에도 없는 개념이 낯선 이유는 당위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당위를 벗어난 기준점은 새로운 철학적 정의를 통해 진정한 자유에 접속하도록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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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해지고 즉자적인 것으로부터 탈합치함으로써 또는 간극을 통해 실재적인 것이 실재로서 출현하며 눈에 띄기도 전에 활성화된다는 관념을 마주하는 것이다."(20쪽)
간극에는 미묘한 운동성이 있다. 사이의 긴장이 사유를 만든다. 긍정과 부정을 오고가는 인식의 진자는 그 운동을 통해 새로운 개념에 도달하는 것이다. 탈합치라는 개념을 이해하는데 정적인 사유만이 아닌 간극에서 가능한 생명성을 떠올리고자 했다. 아마도 그 힘에서 고정관념을 전복시킬 수 있는 시도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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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서 문화철학의 세계적 석학 프랑수아 줄리앙의 탈합치 개념을 미술, 성서, 문학, 윤리 등에 가동시켜 내재된 탈합치의 개념을 확인토록한다. 책의 내용은 어려웠지만 저자의 개념을 통해 사유의 전복적 시도를 통해 지적 확장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로서는 예술과 인문학적 기반이 그리 깊지 않기에 내가 살아온 삶의 질문들과 대답들에 새로운 방점을 찍음으로써 조금은 자유로운 직업으로 읽어나갔다. 다음의 문장은 나의 시도에 큰 격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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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합치는 예술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실존의 사명을 말해주는 개념이다. 만일 탈합치로 자아의 적합성, 한 세계에 대한 자기 적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고 이것이 자신에 의한 것이라면 그 의미는 바로 실존한다는 것이다."(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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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하지 못하고 무의미한 이탈로 상처를 남긴 젊음의 시간이 떠올랐다. "자기적응"을 안착 혹은 안주라고 생각했을 때야 비로서 탈합치라는 거대한 개념을 나의 삶으로 조금씩 끌어들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실패한 도전의 시간들이 실존의 증거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책의 의도는 존재의 위로는 결코 아니지만 나는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가슴이 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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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전복적 사유는 자유를 선사한다. 저자의 공고한 철학적 기반에 근거하기에 놀라운 사고에 해방감을 느꼈다. 이를 테면 26쪽이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의 지상낙원이 합치라면 그곳에 의심, 의문, 분란이 없으며 실존 또한 없다. 그러나 그들이 사과를 먹음으로써 균열이 일어나고 간극이 만들어진다. 비로서 에덴동산에서 추방되어 실존의 가능성을 만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삶의 저항은 실존을 근거하기에 저항심을 유발하는 부정적 감정에서도 생동하는 에너지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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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춤추는 별이 되기 위해서는 그대 스스로 내면에 혼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혼돈 역시 탈합치와 연관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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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합치는 탐험이다. 탈합치는 우발적인 것, 창조적인 것, 미리 예견되거나 내포되지 않은 것, 개시될 수도 있고 불발될 수도 있는 것을 향해 열려 있다.”(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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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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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멋진 토끼 알맹이 그림책 52
김서율 지음, 박철민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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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평
#세상에서가장멋진토끼
#김서율 글 #박철민 #그림
#바람의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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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을 떼어내고 싶은 토끼 별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그늘을 떼어내기 위해 길을 떠난다. 별이는 자신의 고민에 공감받지 못하다가 노을을 만난다. 그리고 가만히 옆에서 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노을에게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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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고 보송보송한 털, 쫑긋한 두 귀, 동그랗게 빛나는 눈, 누가 봐도 예쁘고 귀여운 토끼다. 그러나 별이는 자신을 따라오는 그늘 때문에 고민이다. 엄마와 아빠도 그들의 존재를 알아주지 않는다. 별이는 그늘을 떼어내고 싶은 마음에 길을 떠나지만 누구도 그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다. 그늘은 무엇일까. 누구도 알지 못하는 무거운 책임? 나에게만 보이는 어두운 마음? 누구에게나 이런 그늘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늘을 함께 봐주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존재를 간절히 기다릴 것이다. 그때, 누군가 별이에게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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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늘을 짊어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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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을 떼어내고 싶지만 그 고민에 공감해주지 못하는 이들과 고민을 가만히 옆에서 들어주는 것으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시도는 이 그림책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늘을 자리에 우리의 고민나 슬픔을 대입할 수도 있다. 또한 그것에 너무 무심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았던 경험도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우리를 진심으로 위로하던 공감의 시도들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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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마음을 알아주기 전까지 혼자만의 슬픔에 넘치다가도 어떤 소중한 만남과 계기를 통해 이를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존재로서 스스로를 긍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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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자신의 마음의 그늘에 따뜻한 빛을 비춰주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자기 안의 긍정을 깨워준다. 또한 그림은 한지의 번짐과 특유의 동양화에서 볼 수 있는 화법으로 따뜻한 그림체를 보여준다. 마음의 위로를 전하는 글과 고전적이고 따뜻한 그림으로 읽는 독자에게,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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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 생존을 위해 물음을 던졌던 현직 기자의 질문법
김동하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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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그를귀찮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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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대한 책. 질문을 업으로 사는 현직기자가 생존을 위해 갈고 닦은 질문법이다. 이 책은 질문을 중심에 두고 질문에 대한 질문에 명쾌하게 답한다. 질문의 속성, 대상, 경로, 방법등 질문에 대해 알아야할 것들이 기자의 시선으로 일상과 연관되어 실용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물론 예시나 사례가 기자의 질문에 해당되어 있지만 그 대상이 답변의 고단수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이며 저자가 일간지 정치부 기자이기에 읽는 재미가 있다. 또한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요약정리된 부분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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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그를 귀찮게 한다는 제목은 재미있지만 사실 질문은 귀찮음만을 남기지 않는다. 관심에서 비롯되는 만큼 질문은 생각에 깊이를 만든다. 그렇기 때문이 질문이 오고가는 치열한 현장은 진실이 들끓는 공간이기도 하다. 저자와 같이 정치부 기자로 최전선에서 질문할 기회는 없겠지만 그가 제시한 질문법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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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또 물으며 본질을 발견했을 때의 쾌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를 끙끙대다가 해답을 찾아냈을 때의 짜릿함과도 같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했을 때, 서로의 내밀한 것에 대해 물으며 알게 되는 깊은 맛이 있지 않은가. 이것을 나는 ‘질문의 맛’이라고 말한다. 취재를 하면서 질문을 통해 남이 모르는 정보를 나만 알게 됐을 때 심장이 두근거리는 그 느낌이 있다. 기자 일을 때려치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건 어쩌면 이 질문의 맛 때문이다. 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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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맛. 질문을 두려워하고 피하기만 했던 사람들에게 질문의 '맛'을 느낀다는 것은 어렵게만 느껴진다. 맛이라면 아마도 쓰고 떫은 그런 맛일까. 하지만 예리하고 통찰력이 돋보이는 질문은 성공감을 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은 생각을 심회시킬 것이다. 이 발전적 상호작용이 우리의 일상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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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질문에서 어려운 경우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예시로는 정치인들이 실명 등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모르쇠형, 장황하게 말만 많아 형,공사 구분 없어 형, 질문자를 게으르게 만드는 자판기형, 구제불능 단답형 등으로 나눠지기에 나의 경험을 비추어 읽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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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성장과정을 질문일대기라고 할만하다.
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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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위의 구절이 계속 떠올랐다. 질문은 관심과 이해의 과정이며 우리 일생 전반을 통해 우리는 질문하고 대답하기 때문이다. 좋은 질문자가 되는 것에 대해 알아가면서 나도 좋은 답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질문은 관심에서 출발하고 질문과 답변을 통해 나의 생각이 확장되는 시도를, 이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시작하고 싶다.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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