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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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눈

라스베이거스의 쇼제작자로서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듯 하지만 아들의 죽음으로 우울과 불안을 겪는 티나 에번스. 티나는 일이 몰두에 성공을 이루지만 혼자라는 공허감이 이어진다. 일상에 찾아온 공포는 점차 그녀를 뒤흔든다. 죽지 않았다는 메시지는아들 대니를 연상하게 한다. 끔직한 사고로 시신을 확인하지 못한 그녀는 뒤늦게 아들의 죽음을 대면했어야함을 인정한다. 그리고 일로 만난 엘리엇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사건은 급속도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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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쿤즈의 장편소설 어둠의 눈은 40년전의 작품으로 최근 코로나19를 연상하게 하는 사건을 통해 주목받고 있다.
 "물질은 우한 외곽에 있는 DNA 재조합 연구소에서 개발되어 ‘우한-400’이라는 이름이 붙었소. 그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인공 미생물 중 400번째로 개발된, 독자 생존이 가능한 종이었기 때문이오. (p.435)" 
이 대목을 보면 소름이 돋을 만큼 정확한 예언처럼 긴장하게 한다. 하지만 이것만이 아니더라도 소설로서의 사건을 장악하는 작가의 필력에 놀라움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특히 이 소설의 장르를 특정할 수 없다. 미스터리, 스릴러, 로맨스 등 속도감있는 전개에 푹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것은 하나의 이야기가 예상 불가능한 스펙트럼을 펼쳐지며 어느순간도 소설의 재미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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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나 봐요. 이제부터 위험한 일에 뛰어들 텐데. 우글거리는 악당들과 맞서야 하고, 이 산속 어디를 걷게 될지도 모르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걸까요?”
“더는 도망치지 않을 거니까 기분이 좋은 거겠죠. 도망은커녕 오히려 공격을 펼치게 될 테니. 무모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편이 사람의 자존감을 살리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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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절망과 상실 속에서도 아들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으로 초현실적 상황을 감지하고 용감하게 사건과 정면으로 돌파하는 그녀의 에너지가 인상적이었다. 또한 작가의 상상력과 필력이 감탄할만하다. 다만 이런 미스터리 장편소설을 읽은 경험이 많지 않지만 소설 자체의 매력만으로도 긴 분량이 충분히 소화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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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순간들 - 박금산 소설집
박금산 지음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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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순간들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떠올랐다. 하루를 무의미하게 배회하다가 내일은 꼭 좋은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는 그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는 나의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친구들을 연상시킨다. 물론 나도 그 중 하나였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의 후회는 내일의 소설이 된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지나오던 때. 구십년의 세월을 두고 기시감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을 열망하는 이들이 도시를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방랑하는 여정은 반갑다. 하지만 언제즘 마음의 물결은 잔잔해질까. 12월이 되면 신춘문예 공모를 앞두고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새해를 약간의 좌절감으로 시작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소설 앞에서 방황만을 거듭했다면 이 책을 통해서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소설에 대한 소설을 만났을 때 명료하지 않았으나 간절했던 열정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소설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소설로 답하는 소설. 바로 박금산의 <소설의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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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발단, 전개, 절정, 결말로 이루어져있다. 작가는 소설의 단계들을 소개하고 독자는 그에 걸맞는 짧은 소설 25편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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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파도가 왔고, 그것을 잡기 위해 팔을 젓기 시작하는 것이 발단이다

좋은 전개는 그것을 따로 떼어놓았을 때 독자가 앞뒤를 상상하면서 흥미를 느끼게 한다.

절정은 끝이지만 절벽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서핑으로 따져볼까? 화려하게 파도를 잡은 후 마지막에 파도에 먹히는 꼴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는 것이 서핑이다. 파도에서 나오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좋은 결말은 외길이다. (....)자연스러움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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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설을 '읽는다'와 '배운다'사이에서 가장 정확한 중심을 잡는다. 소설 창작을 위해 소설을 읽어나갈 때 독자로서의 환호는 잠시일 뿐 감상만이 남는다. 한편으로는 작법을 배울 때 내 작품에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기도 한다. 창작과 작업이 괴리되어 그 절망의 낭떠러지 앞에서 좌절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소설 자체를 체득하게 만든다. 소설과 소설론이 하나가 되어 독자와 습작생 역시 하나의 정체성을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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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쫌 아는 10대 - 보호받는 청소년에서 정치하는 시민으로 사회 쫌 아는 십대 8
하승우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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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쫌아는10대

선거를 교과서에서 배우고 반장선거로 투표활동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선거와 투표를 통해 누구를 뽑을 지를 고민했지, 선거 그 자체의 제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십대가 아니라는 이유로 <선거 쫌 아는 십대>를 읽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것이다. 선거라는 제도를 제대로 알고 법 개정에 따라 업데이트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문을 봐도 정당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모습은 봤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몰랐다. 그리고 공직선거법 개정안으로 ‘만 19세’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하향 조정되었지만 펭수의 공익광고로 보고야 알았다. 선거제도는 변하고 있는데 정작 선거에 참여하는 시민으로서 그냥 도장 꾹 찍고 오는 날 정도로 생각해온 듯 하다. 풀빛의 쫌아는 시리즈는 좀 아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유권자가 되고나서 이십년 동안 내가 몰랐던, 좀 알아야하는 선거, 정치,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십대가 정치활동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도록 한다. 그레타 툰베리같은 환경운동가처럼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세상이 귀기울여 듣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이책을 내용은,
선거와 투표는 어떻게 다른지,
선거제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대한민국 선거제도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고 더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할 사안은 무엇인지 짚어 나간다.
선거권을 가진 시민이 투표를 할 때 가질 기준은 무엇이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을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하나하나 안내한다.
-책소개

이 책을 보면서 공직선거법 개정이나 곧 있을 총선에 대해 먼저 질문 받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친절한 설명 덕분에 단숨에 읽으면서도 중간중간 만화와 재치있는 대사가 유쾌함을 주었다. 짧은 분량으로 삼촌과 십대 소년소녀의 등장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앞으로 유권자 그리고 정치적 주체로 살아갈 삶을 생각하면 선거에 대한 교과서라고 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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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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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소설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며칠간 이 소설에 푹 빠져 있다가
간신히 빠져나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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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작품인지도 모르고 창비서평단 기회로 읽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작품이라는 정보가 책을 읽기 전 기대를 갖게 하지만 전작과의 평가 혹은 작가에 대한 애정으로 작품 그 자체에 대한 순수한 접근이 어려울 때도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작가에 대한 짐작을 하지 않는다. 이 소설이 나의 나에게 각인하는 것은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버들, 홍주, 송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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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을 넘길 때는 대체 작가가 누구지? 라는 궁금증이 들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소설의 인물이다. 버들을 중심으로 홍주, 송화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연대는 깊은 감동을 남긴다. 1900년대 일제 강점기인 조선에서 '사진신부'가 되어 하와이로 건너온 여성들의 삶은 지금까지 서사로서 조명받지 못했을 것이다. 한인들의 이주는 역사의 기록으로 알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여성의 자립과 연대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기 전과 달리 이 책을 읽음으로써 여성으로서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자립심과 성장의 서사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들이 살아가는 시공간의 특수성과 무관하게 앞으로의 인생을 위한 방향을강렬한 인상과 함께 가늠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의 인물을 통해 여자로서의 삶과 어머니로서의 삶에 대해 깊은 감동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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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떠난 여자, 남편 죽은 여자, 남편한테 버림받은 여자 셋이 모여서 뭐가 좋다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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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 홍주. 송화. 이들은 위대한 인물들이 아니다. 어쩌면 시골 '가시나'들이다. 하지만 시대의 거센 파도 앞에서도 자신의 삶과 신념을 위해 강인한 의지로 살아간다. '엄마'라고 불릴 수 있는 세사람은 파도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의지하며 견뎌나간다. '우짜노'를 연발해도 '우짤 수 없다'며 해내고 마는 것이다. 이 책은 놀라운 몰입도를 보여주는데 아마도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하는 것은 이들의 우정이 아닐까 싶다. 언제나 사려깊고 누구든 배려하는 버들과 유쾌한 걸크러쉬를 보여주는 홍주의 우정은 가족의 경계를 넘어서는 강렬한 유대를 보여준다. 특히 홍주의 매력은 백년전 여성에 대한 편견을 과감히 깨버렸다. 홍주 때문이라도 이 책은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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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힘들고 불운하면 불쌍하고 안타깝다는 타자화된 사고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들의 삶을 섬세히 들여다보고 공감하는 것이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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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조선을 떠나온 자신들은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마다 무지개가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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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소설을 읽고 이토록 펑펑 울어본 적이 없는 듯 하다. 기구한 사연이 슬퍼서가 아니라 나도 그들의 친구인 듯 행복해서 울었다. 아직도 책 표지만 봐도, 제목만 떠올려도 눈물이 고인다. 아름다운 결말을 스포할 수 없어서 여기까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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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첫질문으로 돌아가본다.
소설을 읽는 이유에 대해서.
재미있게 때문에 읽는다.
누가 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소설은 매력적인 서사여야 한다.
이 작품은 인물과 서사에 있어서 탁월하다.
그리고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과 여성의 연대를 통한 성장이라는 주제가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다. 올해 최고의 소설을 뽑기에는 너무 이른 3월이지만 주저없이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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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알로하'라는 말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었다. 배려, 조화, 기쁨, 겸손,인내 등을 뜻하는 하와이어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었다. 그 인사말 속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며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하와이 원주민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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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수학여행 발칙한 시리즈
박현숙 지음 / 다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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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발칙한수학여행

'수업의 연장인 수학여행을 일탈의 기회로 알고 연애니뭐니 운운하며 발칙한 수학여행으로 둔갑시킨' 아이들의 이야기?! 아마도 교장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일탈만으로 볼 수 없다. 인생에서 영원한 화두가 되는 사랑과 우정에 대해 느끼고 알아가는 기회였다면 수업 그 이상의 배움이 있는 것이 아닐까.

주인공 보라네 반은 ‘사랑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아슬도로 수학여행지을 떠난다. 하지만 보라는 인생에서 단 한번뿐인 수학여행을 떠나며 마음이 불편하다. 얼마 전 학폭 현장을 목격하고 우연히 같은 반 혁주를 마주치게 된다. 은우와의 우정도 전같지만은 않다. 보라는 고민 가득한 마음으로 수학여행까지 이어지게 된다. 우연과 오해 그리고 이해와 화해로 2박 3일의 수학여행은 계속된다.

보라는 생각한다.
"이번 수학여행은 완전히 망쳤어."
아마도 수학여행은 중학교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일이고 추억으로 남아야할 것이다. 그런데도 단짝 친구인 은우와의 우정에 위기가 찾아오고 혁주에 대한 오해로 보라는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수학여행을 망쳤다고 생각했을지라도 돌아온 후에 마음이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본다면 수학여행을 망쳤다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작가는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의 시선으로 사랑과 우정에 대한 실감나는 통찰을 보여준다. 특히 생각중독을 언급하는 부분은 어른 독자에게도 깊은 인상을남긴다.

중독 좋아하네. 게임 중독, 담배 중독, 알코올 중독, 또 마약 중독이라는 말은 들어 봤어도 생각을 정해 놓고 스스로를 중독시키려고 한다는 말은 처음이다. 말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말이야?ㅡ77쪽

나는 은우 목소리만 들어도 안다. 평소에 은우 목소리는 햇사과를 씹을 때처럼 아삭아삭 소리가 난다. 슬플 때는 양배추를 씹을 때와 같은 소리가 난다. 아삭거리는 소리의 강도가 약해진다. 그리고 뭔가 곤란한 일이 있다든가 비밀 같은 게 있으면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진다. 마른 나뭇잎이 바스러질 때 나는 소리가 난다. 지금 은우 목소리가 그렇다. ㅡ26쪽

어떤 관계이든 시작보다는 끝이 더 복잡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시작을 할 때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쉽다. 얽히고 얽힌 이야기도 없고 미움도 원망도 없다. 하지만 끝날 때는 다르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까지 신경 써야 한다.ㅡ84쪽

"우정이면 어떻고 사랑이면 어떻습니까?
두분의 운명적인 만남을 축하합니다.
오늘의 단어는 우정과 사랑입니다"
숙소의 이벤트 문구지만 이 책의 핵심이 담겨있다. 이 뿐만 아니라 작가는 청소년이 우정과 사랑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고민을 실감나게 풀어나간다. 마치 보라, 은우, 현재의 고민이 오대전 나의 고민인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호텔 직원, 같은 반 아이들까지. 인물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되어 읽는 재미가 더해진다. 작가의 "발칙한"시리즈 중 하나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다른 편들도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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