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맨 처음 오줌 눈 사나이 담푸스 어린이 1
엔드레 룬드 에릭센 지음, 토릴 코베 그림, 손화수 옮김, 이주희 감수 / 담푸스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것은 한 사람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입니다(74페이지)."

 

이 말은 닐 암스트롱이 했다는 명언이지요?

이 말의 힌트를 준 사람이 바로 버즈랍니다.

이 동화책에 따르면 말입니다.

 

"이제 작은 한 발자국만 내밀면 되는데..."

"지금 뭐라고 했나? 작은 한 발자국(72페이지)?"

 

바로 이 대화에서 힌트를 얻어서 닐 암스트롱은 그 유명한 말을 했다는데,

버즈가 "작은 한 발자국"을 얘기하게 된 이유는

달착륙선이 달에 도착해서는 문이 열리지를 않았답니다.

문이 열리지 않아서 이리저리 힘을 써보다가

한마디 내뱉은 것이 바로 "작은 한 발자국"이고,

닐 암스트롱은 이 말에서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라는 명언을 끌어냈답니다.

 

이 동화의 주인공은 버즈!

달을 밟은 두 번째 인물,

우리는 이런 사람이 있었는지도 잘 모르지요?

 

"아주 먼 여행. 지금껏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달로 말이다.

그런데도 버즈는 기분이 안 좋았다. 이유가 있었다.

버즈는 가장 먼저 달에 발을 디디는 첫 번째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텔레비전에도 나오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5페이지)."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기분이 팍 상한 버즈는 달로 가는 우주 여행 내내 심통만 부립니다.

심통을 부려도 상관인 닐한테는 아무 소리도 못하고,

우주선 안 서열 3위인 마이클한테만 심술을 부립니다.

이 마이클이라는 우주인은 달착륙선에는 옮겨 타지 않고

달 둘레를 도는 우주선에 남아서

두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던 우주인이었답니다.

이런 마이클을 두고 버즈는

'흥, 닭대가리 같으니라고(9페이지)' 하면서 비웃습니다.

달을 밟아보지도 못하는 주제에 뭐가 좋다고

"콧노래"나 흥얼거리느냐는 심산인데,

아무튼 이 동화의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가 됩니다.

 

"절대로 박력 있는 사람이 아닌(7페이지)" 닐,

"최대한 무뚝뚝하게 굴기로 결심한(9페이지)" 버즈,

"닭대가리 같은" 마이클!

 

이 우주인 세 명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우주선을 타고 떠올라

3일 동안 여행을 한 다음에

닐은 달에 가서 "작은 발걸음"을 옮기고

버즈는 오줌을 눈 다음에

달착륙선에 돌아와서 엔진에 시동을 거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이 작품은 우주인 세 명이 여행을 하는 동안에 벌이는 심리 갈등이 일품인데,

여기에서 달착륙선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에 대단한 반전이 일어납니다.

 

"난 내가 겁쟁이라는 걸 인정할 용기가 없네(73페이지)."

 
이 얘기는 닐 암스트롱이 한 것이고, 
달에 두 번째로 발을 내딛어야 한다는 사실에

3일 내내 그렇게도 심사가 뒤틀렸던 버즈가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무서워서 못 나가겠다고 한 겁니다.

아 그래, 닐은 버즈를 뒤에 남겨두고 달에 내려가서는

"발걸음, 도약" 하면서 역사에 길이 남을 <스타 우주인>이 됩니다.

착륙선에 그대로 남아 있던 버즈는 닐이 스타가 되는 걸 보니까

마음이 슬슬 바뀌게 됩니다.

왜냐하면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76페이지)"이 다시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용감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말 필요한 일"인 오줌을 누고 나니까

기분도 아주 좋아졌답니다(77페이지).

 

작가의 상상력인지 아니면 실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대단하지요?

하지만 이런 얘기만 있으면 거의 쓸데없는 말장난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이 동화는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3일 동안에 벌어진 일을 얘기하고 있는 만큼,

우주선에서 일어나는 일이 재미있게 묘사됩니다.

 

"잠 잘 시간이 되자, 다행히 우주복을 벗을 수 있었다.

안전벨트를 풀자, 온몸이 마치 하늘을 날듯 여기저기 붕붕 떠다녔다.

몸의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버즈는 마음과는 달리 마이클과 부딪쳤다.

그 덕분에 몸을 바로 세울 수 있었다(17-18페이지)."

 

"우주선이 달에 가까워지자, 버즈는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는 것 같아

의자에 푹 주저앉았다.

달의 중력 때문이었다.

이제는 몸이 더 이상 우주선 안에서 붕붕 떠다니지 않았다(40페이지)."

우주선 안의 변화가 그림처럼 묘사되지요?

또 글만이 아니라 큼직큼직한 그림으로도 이런 사실들이 잘 묘사돼 있습니다.

 

세 우주인의 심리 갈등 속에서 잘 묘사된 과학 지식!

이 책은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싶네요.

작가는?

노르웨이 출신인 에릭센,

그러니까 번역도 노르웨이어를 옮긴 것인데,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이 번역가는 앞으로 연구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우주인들의 얘기는 책으로도 몇 권 나온 것이 있습니다.

꼬마작가의 고향 사람인 유리 가가린은 자서전도 남긴 모양입니다.

닐 암스트롱은 영어 위인전으로도 출판이 됐구요.

이런 책들을 읽기 전에 <버즈 이야기>는 아주 좋은 텍스트로 보입니다.

80페이지 분량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아빠들 맥주 안주로도 아주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양산업의 역사를 바꾼 고래 이야기 미래 지식 창고 3
마크 포스터 지음, 제럴드 포스터 그림, 장석봉 옮김, 김장근 감수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알라딘 미리보기를 보면 그림이 아주 시원하지요?

꼬마작가가 그렇게도 강조하는 그림,

Cross-Section까지 동원된 최신형 미술 기법에다가

전통 기법인 수채화 그림이 어울린 뛰어난 작품,

뭐 이렇게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존에 가면 영어 원서를 감상할 수도 있는데

여기 제목을 보면 Whale Port: A History of Tuckanucket이라고 돼 있습니다.

솔직히 한국의 번역 제목은 뻥을 좀 친 겁니다.

<서양 산업의 역사를 바꾼>,

책 내용을 보면 솔직히 "역사를 바꾼" 정도는 아닙니다.

주로 고래 기름이 석유가 개발되기 전까지 얼마나 널리 사용됐는가를 얘기하고 있는데, 그게 "역사를 바꾼" 정도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출판사에서는 제목 좀 점잔게 다는 버릇 좀 길러주시기 바랍니다.

어린 애들한테까지 그런 식으로 광고를 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나요?

 

"역사를 바꾼" 정도의 수식어를 달려면, 석유가 아마도 적당하겠지요?

이 책에서는 1859년에 펜실베이니아에서 석유를 퍼내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이러면서 <고래 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게 되고,

또 고래를 워낙 많이 잡아댔기 때문에

산업으로서도 어차피 내리막길이었을 겁니다.

영어 제목인 <고래 항구> 투카누켓은 그렇게 해서

서서히 몰락하고 잊혀진 도시로 남았다가

고래를 기반으로 해서 20세기 후반에 다시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고래 관광 도시>!

 

석유가 등장하기 전인 1859년까지 고래를 어떻게 잡고

고래 기름은 어떻게 가공했는가 하는 박물관도 만들고,

관광선을 타고 고래를 직접 구경하는 코스도 마련합니다.

이렇게 해서 도시 하나가 관광 도시로 부활한다는 얘기인데,

이 도시 투카누켓은 실제가 아니라 작가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도시랍니다.

다만 미국 북동부의 뉴잉글랜드 지방에 가면

그런 도시들이 몇 개 되는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완전히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런 도시는 아니라는 말이지요?

 

도시사!

전문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도시사는 아주 중요한 파트 중에 하나입니다.

독일의 그 유명한 사회학자 막스 베버도 도시사에 관한 책을 남겼을 정도입니다.

<프로테스탄티즘>만 있는 줄 알고 맨날 이것만 암기를 해댔지요?

실제로는 The City라는 작품도 있습니다.

The City

 

어쨌거나, Whale Port: A History of Tuckanucket,

요 책은 영어 제목이 보여주는 것처럼 <도시사>를 그림책으로 옮긴 것입니다.

도시 하나가 어떻게 해서 생겨나고 어떤 번영을 누리다가

어떤 이유로 해서 몰락하게 됐는가?

Whale Port는 바로 이런 전문 역사가들의 도시사 서술 기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한창 번영하던 무렵인 1838년에는 커다란 불이 나서

도시가 온통 다 타버렸답니다.

그래도 도시는 금방 다시 건설됩니다.

도시의 경제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 되는데,

그 경제력은 바로 고래 산업에서 나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고래 산업 경제력'도

석유 산업 앞에서는 맥을 못 추고 기울어가게 됩니다.

 

경제사!

Whale Port는 도시사이면서 동시에 경제사이기도 합니다.

도시 안의 고래 산업이 발전되면서 다양한 기술이 발전되고

동시에 인구도 빠르게 증가하게 됩니다.

인구가 증가하니까 갖가지 서비스업도 발전하게 됩니다.

32-33페이지에서는 이런 연관성을 그림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데,

"돛대 제작," "밧줄 제작," "배~목수," "(고래 기름을 담을)통수리,

"대장간 - 고래잡이 도구 전문"이라는 업체들은 기술에 직접 관련된 곳이지요?

"마차대여소," "다락방," "목공예 조각, "술"과 같은 서비스 업종도 나옵니다.

이때가 1840년라고 하는데, 이 무렵에 도시 안으로는 철도도 깔리게 됩니다.

 

한 가지 산업의 발전을 통해서 살펴보는 경제의 발전!

무릇 경제가 발전된다는 것은 

다양한 방면으로 가지를 치듯이 발전하는 것을 뜻합니다.

어떤 지역에서 자동차나 조선 산업이 발전된다고 해서

그것만 발전되는 것이 아니지요?

고용이 늘어나고 사람들의 수요가 증가되니까 서비스업이 발전하게 됩니다.

이런 연관성들이 이 책에는 잘 설명돼 있습니다.

 

기술사!

최근의 아동문학 작품들을 잘 살펴보면,

기술 자체의 발전에 대해서도 소홀하게 대우하지 않습니다.

기술 발전이 마침내는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인 만큼,

이 점에 대한 자세한 서술은 굉장히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에서는 고래 산업의 발전에는

어떤 기술들이 복합되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름통 만들기," "양초 만드는 과정,"보트 만드는 과정," "밧줄 만드는 과정"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여성 의류인 "드레스 심," "코르셋 심" 같은 것도 그림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드레스 심과 코르셋 심은 고래수염을 가지고 만드는 것이랍니다.

 

환경동화!

마지막으로 자연보호에 대한 이념을 빠뜨리게 되면,

아동문학으로서는 가치가 없는 것이 되겠지요?

이 책에서는 자연을 왜 보호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그 방법을 어린 아이들에게 제시합니다.

<고래 관광 도시>!

 

오래 전부터 뛰어난 동화책이라고 광고를 해왔는데,

왜 뛰어난 지는 오늘 처음으로 분석을 해드렸습니다.

만 5세부터 고등학생까지!

논술에 대비하려면 제가 지금 쓴 이 글을 잘 참고해서

이 책을 읽으면 될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적들의 아기 보기 대작전 현암사 세계아동문고 1
리사 사나한 지음, 케리 밀라드 그림, 박연 옮김 / 현암사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번역하는 과정에서 단어와 표현들이 다소 변형된 것이에요.

흥미로운 단어와 영어 표현이 아주 많았는데

우리말과 느낌이 달라서 완벽하게 옮기기는 어려웠어요.

영어의 재미난 운율도 우리말로 옮기면 맛이 달라졌어요.

하지만 적당한 표현을 찾느라 제 깐에는 애를 썼답니다(86-87페이지)."

 

위에 담아온 글은 박연이라는 번역자가 한 말입니다.

여기에서는 틀린 곳이 네 군데 보입니다.

1. "아쉬운 점은," 하면서 쉼표를 찍었는데, 찍으면 안 되는 거지요?

2. "다소"는 이런 한자말보다는 <조금>으로 하면 됩니다.

3. "아주 많았는데" 다음에는 쉼표를 찍어야 하지요?

4. "옮기면"이라고 했지만, <옮기면서> 하고 써야만 하는 자리입니다.

 

흔히 얘기하는 번역 후기에서는 틀린 곳이 좀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본문에서는 제가 딱 두 군데 틀린 곳을 찾았습니다.

1. "황금빛 모래밭과, 습기 많은 울창한 초록색 숲을(16페이지)"

여기에서도 쉼표를 찍으면 안 되는 곳이지요?

2. "선원들은 동굴 입구에 왁자지껄 떼지어 모여, 아기를 어르는 두 선장을 쳐다보았어요(35페이지)."

"입구"는 "들입"으로,

"모여," 다음에 쉼표는 찍으면 안 되는 곳이고,

"쳐다보았어요"도 틀렸지요?

쳐다보는 것은 위로 올려다보는 겁니다.

두 선장이 아기를 어르고 있었으면, 선원들은 아마도 <내려다봤을> 겁니다.

이런 건 기본 물리학이 되지요?

한국의 대학 교수들도 이런 기본 물리학은 잘 모르니까

중학생한테 이런 걸 지적하면 좀 심한 것이 되나요?

 

이 두 군데를 빼고나면, 번역 문장이 아주 깔끔합니다.

쉼표 사용법에 대해서만 잘 배우면 아주 뛰어난 문장가가 될 것 같은 학생입니다.

게다가 번역 후기에도 쓴 것처럼, 영어 운율을 느낄 줄 아는 학생입니다.

 

"해적들은 산허리에 걸린 구름을 조심조심 뚫고 내려왔어요.

습기 많은 초록색 숲을 살금살금 지나고,

바삭거리는 금빛 모래 위를 서둘러 걸었지요(40-42페이지)."

 

이 번역문의 운율은 아주 대단하지요?

영어 원문이 어떤지를 알고 싶은데,

원작이 <호주 출신>이라서 수입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아마존>에서도 판매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중학생의 뛰어난 문장을 하나 더 볼까요?

 

"훌쭉이 선장도 똑같이 사과했어요.

스위티 메이는 아주 환하게 웃었어요.

뚱뚱이 선장과 홀쭉이 선장도 기뻐서 엉엉 울었어요.

콧물이 강물처럼 흐르고 눈물이 폭포처럼 떨어졌어요(80페이지)."

 

쓸데없는 접속사도 쓰지 않고

아주 깔끔한 문장을 가지고 놀 줄 아는 학생이네요.

원작의 말장난도 아주 상큼하게 번역했습니다.

 

"기차 화통을 삶아먹었냐?"

"뭐? 이 이쑤시개에 붙은 밥알 같은 놈아(48페이지)!"

 

"짤깍대는 집게발 같은 놈아." (원문에는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네요.)

"이 참기름 바른 바다뱀장어 같이 생긴 놈아(55페이지)!"

 

지금은 대학생일 텐데, 박연이라는 이 아가씨 뭐 하는지 궁금하네요.

또 박씨지요?

박찬호-박지성, <양박>만 있는 게 아닙니다.

린다 수 박, 꼬마작가 박, 박연의 박, 이쪽 문장에서는 <쓰리박>이네요!

이 학생이 책 표지에 쓴 얘기도 한 번 들어볼까요?

꼬마작가 박의 기질이 딱 보입니다.

 

"자습서만 매미처럼 읽어 대는 지루한 수업,

이상하게 번역한 책 읽기는 딱 질색이에요."

 

새롭게 발굴한 <another Park> 자랑은 그만하고,

책 내용으로 들어가면 동화다운 동화, 말장난 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체 분량은 84페이지에다가 그림은 시원시원합니다.

흑백 그림이 아주 멋있네요.

역시 아동문학 강국 호주 출신답습니다.

 

맨날 싸우기만 하는 두 해적 선장이 보물을 찾으러 섬에 갔다가

갓난아기를 보고는 반해서 애도 키우다가

서로 싸우는 일도 그만뒀다는 줄거리!

내용이 이렇다보니까 애 키우기 비법도 공개가 됩니다.

해먹!

 

"뚱뚱이 선장이 가장 부드러운 돛으로 해먹을 만들었어요.

오후가 되면 잠든 아기를 해먹 위에 눕히고 부채질을 해주었답니다

(43페이지)."

 

육아 전문가인 꼬마작가조차도 바로 얼마 전에 알게 된 해먹!

이 해먹이 동화책에 나옵니다.

요게 동남아 전통 육아법에서 나온 거라고 합니다.

미국의 바운서를 대신해주는 <효자 전통>이랍니다.

 

어린 아기를 키우는 얘기가 여기저기에 나오는데,

솔직히 이 해적들처럼 애 키웠다가는 큰일 날 대목도 보입니다.

 

"뚱뚱이 선장이 아기한테 코코넛 우유와 크림을 먹이면

홀쭉이 선장은 아기 등을 문질렀답니다.

아기가 트림을 하면 모두 기뻐서 어쩔 줄 몰랐지요(42-43페이지)."

 

코코넛 성분이 어떤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요건 아토피와 영아산통 품목!

크림은 영락없는 영아산통!

그나마 트림을 하도록 해줬다고 하니까 영어산통이 좀 완화되기는 하겠지만,

아무튼 갓난아기한테 이런 식으로 먹이면 큰일 납니다.

웃으라고 하는 동화책에서나 할 수 있는 얘기지요.

뒤로 넘어가면 주인공 아기 생일 잔치에 차려진 메뉴가 죽 나오는데,

그림과 함께 무려 5페이지에 걸쳐서 일일이 열거됩니다.

아기가 먹으면 다 큰일 날 음식들입니다.

 

동화다운 동화, 동화다운 말장난이 뛰어난 작품!

분량도 많지 않아서 읽어주기에 부담 없는 작품!

만 4세부터 초등 전학년!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4-09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막의 꼬마 농부 깨금발 그림책 8
양혜원 지음, 장순녀 그림, 마승애 감수 / 한우리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Lives of the Hunted


시튼 동물기에 대해서는 예고편 광고를 몇 차례 했지요?

이제는 서서히 시튼 동물기를 소개합니다.

한국 작가들이 다시 쓴 책은 절대로 사지 마세요.

글도 그렇고, 그림은 한국 화가들이 그린 겁니다.

그림은 원판으로 봐야 합니다.

 

오늘 소개하려는 책은 <쫓기는 동물들의 생애>입니다.

품절!

2002년에 출판됐는데, 안 팔리니 뭐 재간이 없지요?

이 책은 제가 지난 1월 초에 소개를 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는 혹시라도 남은 책은 동이 났을 겁니다.

지금은 동네 서점을 알아봐야 할 겁니다!

 

Lives of the Hunted

원서는 제가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문장이 어려운 편은 아닙니다.

번역서를 구하기 어려우면, 원서로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갓난아기 엄마들부터!

엄마가 그림만 봐도 본전은 뽑는 책이고, 나중에 아이가 크면 영어로 읽어주면 됩니다.

 

솔직히 이 책은 제가 출판을 시작했더라면, <반드시> 재번역해서 냈을 것 같은 책입니다.

한국어 문장의 표본은 바로 이거다!

선언을 하겠다는 겁니다.

빈틈 하나 없이 완벽한 번역을 번역가에게 주문했을 겁니다.

번역문으로만 봐도 시튼의 문장이 엄청납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단문 구성력의 극치라고 할까요?

글이란 이렇게 쓰는 거다, 하는 것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따라서 저는 완벽한 번역본과 영어 원서, 두 권을 모두 사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번역본을 구하기 힘든 분들은 영어 원서로 사면 됩니다.

그림은 200장!

흑백 그림의 진수!

 

자, 한국 그림책 <사막의 꼬마농부>와 비교해서 시튼을 소개합니다.

 




독자들에게
큰뿔양 크래그
참새 랜디의 모험
곰 조니
열 마리 새끼 쇠오리
강아지 칭크
달빛 요정 캥거루쥐
포로가 된 코요테

 

 

목차를 보면 이렇게 돼 있는데, 이중에 <달빛 요정 캥거루쥐>가 바로 <사막의 꼬마농부>입니다.

 

"우선 그 흔적들은 다리가 둘이고 매끄러운 털로 뒤덮인 작은 동물들이 밤에 몰려들어

달빛 아래 춤을 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한 마리가 발끝으로 서서 맴을 돌면,

마치 시동처럼 훨씬 더 작은 녀석 하나가 그것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돌았다.

그들은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은 채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들은 원할 때 몸을 보이지 않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끊임없이 감시의 눈을 번뜩이고 있는 코요테들로부터 달아날 수 없었을 것이다(242페이지)."

 

자, 먼저 시튼의 문장을 맛볼 수 있지요?

철저한 과학을 문학스럽게 묘사하는 대가의 솜씨!

이런 문장은 책 전체에 걸쳐서 계속 반복되는데,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과학을 과학으로 표현하면 참 재미없습니다.

이해하는 일도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문학 재능을 지니고 있으면 그런 능력을 한껏 과시하면 되는 겁니다.

애들이 배워야 할 것은 이런 재주입니다.

 

두 번째로는 이한음이의 번역 솜씨인데, 딱 한 군데가 문제입니다.

"코요테들로부터," 요건 "코요테들한테서"라고 고치면 됩니다.

그럼, 제가 위에 인용한 번역글은 완벽합니다.

 

세 번째로는 바로 위에 인용한 페이지 다음에 그림이 있다는 점입니다.

캥거루쥐들이 달빛 아래 춤추는 장면을 한 페이지 꽉 차게 넣은 그림입니다.

번역본과 원서의 페이지 수를 보면 똑같은데,

한국 출판사에서 그림을 제대로 맞추느라고 노력을 한 것 같습니다.

잘 못 들어간 그림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쨌든, 요 두 페이지만 딱 봐도 시튼이 어떤 사람인가는 다 보여주는 겁니다.

글과 그림!

우리 애들 요렇게 좀 키우고 싶지요?

 

한국 그림책 <사막의 꼬마농부>에서는 주인공이 한 마리입니다.

마치 캥거루쥐는 혼자 사는 것 같은 인상을 남긴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시튼은 아직 캥거루쥐를 본 것은 아니고 그들의 흔적만 보고도

여러 마리가 몰려다닌다는 것을 위의 인용문에서 얘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막의 꼬마농부>가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동화니까 작가는 이렇게 구성을 할 수도 있는 겁니다.

다만 부모나 교사들은 이런 걸 알아야 한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은 겁니다.

 

"나는 이 구멍들 가까이에 덫을 설치했고, 다음 날 아침 "요정"을 잡는 데 성공했다.

털밖에 보이지 않는 그 너무나 사랑스럽고 우아한 엷은 황갈색의 작은 생물은

새끼 사슴의 눈처럼 크고 아름다운 눈을 갖고 있었다.

아니, 새끼 사슴 정도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새끼 사슴도

그처럼 물기를 머금은 놀랍도록 순수해 보이는 갈색 눈을 갖고 있지 못했으니까.

...

춤을 출 때 따라 도는 시동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주 긴 꼬리였다.

꼬리에는 승마바지와 어울리는 두 줄기의 하얀 띠가 길게 나 있었다.

그리고 꼬리 끝에는 먼지떨이처럼 털이 나 있었다.

그 털은 매우 예뻤지만 내가 보기에는 너무 많이 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이 몇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아차리기 전까지는 말이다(245-246페이지)."

 

제가 맨 처음에 인용한 구절은 시튼이 캥거루쥐의 흔적만을 보고 추측한 것이고,

바로 위에 인용한 것은 시튼이 캥거루쥐 한 마리를 보고 쓴 겁니다.

한국 그림책에서는 캥거루쥐의 눈이 시튼의 묘사처럼 생겼나요?

 

그 다음에는 아주 중요한 꼬리!

그림책에도 보면 꼬리가 아주 길게 그려져 있습니다.

코요테한테 물려서 꼬리가 잘려져 나가는 장면도 묘사돼 있는데,

"승마바지와 어울리는 두 줄기의 하얀 띠"는 그림책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종류가 다른 캥거루쥐인지 또는 그림작가가 그렇게 그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듯이 아주 멀리 도약할 때 캥거루쥐의 꼬리 끝에 달린 털은

화살에 달린 깃털과 같은 역할을 했다.

그것은 허공에서 곧장 날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그것만이 아니다.

도약한 뒤에 꼬리를 이용해 공중에서 방향을 약간 바꿀 수도 있다.

꼬리 자체는 다른 용도로도 쓰인다.

캥거루쥐의 줄이 쳐진 반바지에는 겨울 식량을 넣어서 집으로 들고 올 주머니가 달려 있지 않다.

하지만 캥거루쥐에게는 커다란 주머니 두 개가 있다.

양 볼이 바로 그것이다.

캥거루쥐는 양 볼이 얼굴 양쪽으로 불룩 튀어나올 때까지 입 안에 식량을 채워 넣을 수 있다.

볼은 굴 입구로 들어가기 위해 머리를 옆으로 돌려야 할 정도까지 늘어난다.

그렇게 입 안 가득 먹을 것을 넣으면 주머니를 비운 채 뛸 때와 달리,

무게 중심이 머리로 이동한다.

바로 이때 꼬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꼬리는 아주 길고 무게가 있기 때문에 튼튼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256페이지)."

 

요건 그 긴 꼬리가 뭔 일을 하는 건지 시튼이 연구를 한 다음에 결론을 내린 겁니다.

덫을 놓아서 한 놈을 생포한 덕분에 연구가 가능했던 겁니다.

1) 달리는 속도를 높이고

2) 식량을 입에 물고 달릴 때 균형을 잡아준다.

 

여기에서 꼬리는 달리는 속도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서 방향도 틀어준답니다.

이 책의 첫 번째 얘기인 <큰뿔양 크래그>를 보면,

산양이 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가 방향을 틀면서 달리기 때문이랍니다.

바로 그 유명한 지그재그 전술, 지그재그로 도망치기!

산양은 쫓는 동물에 비해서 달리는 속도가 딸리는데, 이때 써먹는 전술이 바로 지그재그랍니다.

캥거루쥐도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지그재그 비슷하게 도망을 치는 겁니다.

그러면?

 

"경솔한 코요테가 따라가다가 불행히도 코를 그 끔직한 선인장에 들이박고 멈추거나,

초원 올빼미에게 자신을 가만 놔두지 않으면

칼잎유카에게 큰 고통을 당할 것이라고 호통을 치면서(262페이지)."

 

바로 위의 문장이 무슨 뜻인가 하면,

캥거루쥐는 선인장을 향해 막 달려가다가 바로 앞에서 방향을 확 바꾸는 겁니다.

그럼, 코요테는 선인장에다가 코를 콱 박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런 게 바로 약자들의 생존 전략이라고 하는데, 산양의 경우에는 지그재그 전법입니다.

 

그림책 <사막의 꼬마농부>에서는 캥거루쥐가 꼬리를 잘린 채 도망가는 것으로 묘사돼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시튼의 책은 1901년에 출판된 것이고, 그는 이때 딱 한 번 캥거루쥐를 연구한 모양입니다.

그것도 직접 눈으로 본 녀석은 덫으로 잡은 캥거루쥐 한 마리뿐이랍니다.

그러니까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 나온 어떤 연구 결과 덕분에

한국 작가는 꼬리가 잘린 채 도망친다고 했을 수도 있습니다.

 

시튼이 두 번째로 얘기한 꼬리의 무게 중심 노릇은 아주 대단한 상상력이지요?

실제로 그런지 안 그런지는 지금쯤이면 과학자들의 연구로 판명이 났을 겁니다.

맞든 틀리든지 간에 시튼의 과학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막의 꼬마농부>에서는 캥거루쥐의 집인 굴이 단순하게 묘사돼 있습니다.

시튼은 캥거루쥐의 굴을 삽으로 직접 파봤답니다.

그림으로도 보여줬는데, 아주 복잡합니다.

 

캥거루쥐가 집을 지을 때 주로 사용하는 전술 - 위장 전술!

여기가 출입구인가 보다 하고 들어가보면 가짜랍니다.

가짜 문을 잔뜩 만들어놓고는 그 중에 몇 개가 진짜이고,

들어가보면 굴은 미로처럼 복잡하게 만들어 놨답니다.

적이 들어와서는 헤매다가 나가도록 만든 거지요.

집도 아기방에다가 제1 창고, 제 2창고 하는 식으로 쓰임새에 따라 정교하게 만들어 놨다고 하네요.

 

어때요, 재미있겠지요?

요게 시튼이 27페이지 분량에 담아낸 것입니다.

책 전체는 364페이지인데, 요 캥거루쥐 얘기는 좀 짧은 편입니다.

가장 길고 가장 흥미진진한 얘기는 산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의학의 문을 연 갈레노스 담쟁이 과학교실 3
진 벤딕 지음, 전찬수 옮김 / 실천문학사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그는 훌륭한 연설가였고 청중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적절한 단어를 선택할 줄 알았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고 다른 의사들의 탐욕과 무지,

그리고 그들이 꾸며 낸 의학 지식에 대해서 주저 없이 조롱했다.

그는 어떤 의사는 그의 기술이 아니라 많은 재산으로 더 유명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108-109페이지)."

 

"갈레노스는 마법을 믿지 않았다.

또한 그의 치료는 전혀 마법적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그에게 신비한 힘이 있다고 그의 환자들이 생각하기를 바랐다.

그는 사람들이 그의 능력에 놀라기를 원했고,

그들이 원한다면 부적을 가지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 뭐라 하지 않았다(124페이지)."

 

이 사람, 하는 짓이 꼭 꼬마작가지요?

전문가라고 나서는 독서교육 이론가들은 몽땅 3류라고 몰아부치고,

"신끼가 한창일 때 쓴 동시"니 또는 "하늘이 내린 꼬마작가"니 하지 않나?

또 꼬마작가는 인터넷으로 노는 사람이라서 연설은 하지 않지만,

글로는 "청중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사람들을 휘어잡지요?

여기에다가 유튜브까지 활용해서 음악으로 현혹하기도 하구요.

 

오늘 소개하는 로마 시대의 의학자 갈레노스,

성격이나 하는 짓이 꼬마작가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책!

아빠들 맥주 안주로도 아주 좋겠네요.

아빠라는 동물한테는 요런 책을 읽으라고 줘야 합니다.

 

165페이지이지만, 두어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애들한테 읽어주면, 한 3-4일이면 다 읽어줄 수 있을 겁니다.

그림도 꽤 많은 편이고, 지도도 몇 장 나옵니다.

작가가 아주 재치가 있는 사람입니다.

 

안타깝게도, 세일즈포인트 : 103.

세일즈포인트가 요렇다는 것은 절판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실천문학사 | 2006년 7월

(요건 제가 두 달 전에 처음 소개했는데, 지금은 사정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 동안에 꽤 많이 팔린 모양인지, 할인도 해줍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9205529)

 

 

요건 제가 영어 원서로도 사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영어 능력이 되는 아이들이 읽기에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자, 내용으로 들어가면!

 

이 책은 의학에 관한 위인전이지만, 의학 전문 지식은 전체의 1/3이 넘지 않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의학 지식도 우리가 중학교 때쯤에 배운 것 정도로 생각됩니다.

원래가 옛날 의학 지식이라는 게 깊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운 내용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겁낼 건 하나도 없습니다.

 

위에서 제가 작가가 재치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의학 자체보다는 당시의 과학 수준 전체를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시 사회 상황을 그림 그리듯이 보여주는 대목이 아주 많고,

사실, 그런 것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으면 옛날 위인들을 공정하게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어린 아이들 책에는 이런 걸 더 많이 설명해주는 것이 좋은데,

이 작가는 그걸 아주 시원시원하게 풀어가고 있네요.

 

"여행은 며칠이 걸렸고 여관은 형편없었다.

여관 주인은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여관은 사기꾼, 도둑, 살인자들의 소굴이었다.

음식은 지독했고 침대 시트는 전혀 빨지 않아 벌레가 들끓었다.

게다가 여행길에는 노상 강도가 많았다.

갈레노스의 시대에 사람들은 즐거움을 위해 여행하지 않았다(63-64페이지)."

 

요게 지금의 터키에 살던 갈레노스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그 로마 대로를 따라서

여행하던 장면을 묘사한 것입니다.

이런 길을 따라서 또 배를 타고 로마까지 가는데 1년이 걸렸답니다.

요즘 같으면 비행기로 몇 시간만에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옛날이란 이런 겁니다.

 

이런 묘사는 전문 역사책에서도 아주 중요한 노릇을 합니다.

왜냐하면 책을 쓴다는 일은 우리의 통념을 깨는 일이고,

통념을 깨기 위해서는 '아주 강력한 증거'를 들이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독자층이 어린 아이들이라면 <주제 자체>보다는

이렇게 자세하게 묘사된 상황들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작가를 칭찬하는 건데, 에피소드 하나만 더 들어볼까요?

의학과 관련해서 옛날의 상황을 전해주는 에피소드!

 

"2세기에 의사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 당시에도 수많은 의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의학적(여기에서는 "적"을 그냥 떼어버리면 됩니다) 지식을 갖추지 못한 의사들이었다.

그 중 적은 수의 일부 의사들만이 전문 의학 학교에서 교육을 받아 의사가 된 사람들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대장장이 혹은 베 짜는 직공이 기술을 배우듯

다른 의사를 쫓아다니면서 어깨 너머로 의술을 배워 의사가 되었다.

...

만약 운 좋게 어떤 환자가 당신에게 진료를 받은 후에 괜찮아지면

당신은 더 많은 환자를 끌어모을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당신은 다른 직업을 찾아보았을 것이다.

 

의사들은 행상들처럼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어떤 의사들은 시장에 노점을 차리고는 의료 상담도 해주고 치료제를 팔기도 하고

간단한 응급처치를 시행하기도 하였다(12-13페이지)."

 

이게 옛날의 의사들입니다.

우리가 통념으로 가지고 있는 <전문직 의사>에 대한 이미지가 확 깨져버리지요?

뛰어난 역사학자들은 이런 예를 잘 들면서 독자들을 살살 끌어들일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갈레노스!

서기 129년~200(?)년 사람이랍니다.

저도 처음 들어보는 의학자인데, 이 사람이 서양 의학을 1,500년대까지 지배를 했답니다.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460년에 태어난 사람이라고 하니까 거의 600년의 차이가 있는 겁니다.

http://en.wikipedia.org/wiki/Galenos

 

히포크라테스에 대해서 통념을 깨는 저자의 수법 한 가지를 소개하면!

 

"히포크라테스는 점성술을 열렬히 신봉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점성술이란 태양과 달, 별들과 행성들이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점성술 지식이 없는 의사는 자신을 의사라고 여겨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58페이지)."

 

확 깨지요?

술이 확 깨듯이, 미몽에서 확 깨는 것 같지요?

이게 옛날이라는 사회입니다.

 

아무튼 히포크라테스에서 갈레노스 사이의 600년 동안에 의학 발전은 없었던 모양입니다.

또 갈레노스가 죽은 다음 1,500년대까지 그의 이론은 비판을 받지 않았답니다.

그러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그의 이론이 비판을 받기 시작했는데,

1) 파라셀수스 -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 시대의 뒤떨어진 낡은 이론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연금술에 바탕을 둔 새로운 의학 분야를 개척한 사람으로서 생화학의 개척자,

2)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 De Fabrica(인체의 구조)를 쓴 사람으로서 해부학의 문을 연 사람,

3) 윌리엄 하비 - <심장과 혈액의 움직임에 대하여>를 남겼고 

                        갈레노스의 심장 기능 이론을 비판한 사람,

이런 사람들이 1500년대 이후에 등장하면서 갈레노스의 의학 이론과 체계는 비판 받기 시작했답니다.

 

이렇게 해서 갈레노스의 의학 이론 시스템은 붕괴되거나 또는 세분화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반대로 얘기하면 그의 이론은 1,300년 동안 굳건했고

또 그 동안에는 발전이 없었다는 말이 됩니다.

그는 수필과 편지를 합해서 모두 78권을 책을 썼다고 합니다.

계속 치료하러 다니고 강연하고,

대중 앞에서 공개로 해부 실험까지 했다는 의사가 엄청나게 많은 책을 썼지요?

자기 손으로 쓴 건 많지 않은 모양입니다.

다 제자들이 그때 그때 받아적은 거랍니다.

로마 황제들을 치료하던 유명한 의사였기 때문에 제자도 많았고 돈도 많았을 겁니다.

그 제자들이 계속 쓰면서 배우기도 하고 그랬나 봅니다.

 

그의 의학 시스템은 당시에는 금지돼 있던 해부학에 기초를 두고 있었답니다.

다만 인간을 해부한 것이 아니라 동물을 대상으로 해서 얻은 지식이라는데,

이게 1,300년이 지난 다음에 De Fabrica를 쓴 베살리우스의 비판을 받게 됩니다.

베살리우스 시대에는 인간에 대한 해부가 허용됐고,

그 결과 해부를 해보니 갈레노스의 이론 중에는 틀린 것이 많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갈레노스는 심장과 간, 폐의 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는데,

이게 바로 전까지만 해도 뭐가 뭔지 잘 몰랐던 것이라고 합니다.

또 그는 약에 대해서도 상세한 분류를 해서 정확한 처방을 했답니다.

이것도 그 전까지는 주먹구구식이었는가 봅니다.

갈레노스는 약제에 들어가는 식물들을 일일이 분류하고

정확한 사용량까지도 제시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공정한 평가를 내리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이 책의 저자는

갈레노스도 점성술을 믿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의학과 관련해서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저자는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내려온 4가지 체액이 하는 일(4체액설)에 대해서

은근한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혈액은 사람을 활기차게 한다.

노란 담즙은 용감하게 한다.

검은 담즙은 낙담하게 하고, 점액은 행동을 느리게 한다.

모든 사람은 네 가지 체액이 섞여 있는데,

어떤 사람의 건강 상태는 그 체액들 간의 균형이 얼마나 유지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 균형이 깨졌을 때, 사람은 병에 걸리게 된다(56페이지)."

 

이것이 히포크라테스의 중요한 이론 기초라고 하는데, 갈레노스도 이걸 받아들였답니다.

그 결과 이 "4체액설"은 서양에서 1,000년 이상 계속 이어졌다고 합니다.

솔직히 아는 것은 없지만, 이런 이론이 한의학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갈레노스는 히포크라테스의 이론을 발전시켜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답니다.

 

"명랑하고 생기 넘치는 사람은 혈액이 많은 사람(sanguine).

조용하고 동작이 느린 사람들은 점액이 많다(phlegmatic).

활력이 넘치는 어떤 환자들은 화도 쉽게 낸다.

화와 짜증을 잘 내는 사람들은 노란 담즙을 많이 갖고 있다.

의기소침하고 우울한 환자들은 검은 담즙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그들은 한 번 병에 걸리면 잘 낫지 않는 사람들이다(122-123페이지)."

 

여기에서 갈레노스는 "검은 담즙"이란 비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는데,

실제로 검은 담즙이란 없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서양 고대의학에서도 "네 가지 기질 이론"이라는 것이 있었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요건 한의학을 전공하신 분들이 읽어보면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무튼 이 책은 고대부터 중세까지 서양 의학의 발전과정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의학 전문지식보다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데 훨씬 더 많은 지면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에게 읽어주기에도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초등 1학년부터를 말하는 겁니다. 

별은 <아주 심각한 번역 문제> 때문에 4개만 줍니다. 

다음에 이 책을 다시 찍는다면, 번역은 다시 해야 할 겁니다! 

번역을 계속 이런 식으로 하게 되면,  

꼬마작가는 영어원서로 돌려버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