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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문을 연 갈레노스 ㅣ 담쟁이 과학교실 3
진 벤딕 지음, 전찬수 옮김 / 실천문학사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그는 훌륭한 연설가였고 청중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적절한 단어를 선택할 줄 알았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고 다른 의사들의 탐욕과 무지,
그리고 그들이 꾸며 낸 의학 지식에 대해서 주저 없이 조롱했다.
그는 어떤 의사는 그의 기술이 아니라 많은 재산으로 더 유명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108-109페이지)."
"갈레노스는 마법을 믿지 않았다.
또한 그의 치료는 전혀 마법적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그에게 신비한 힘이 있다고 그의 환자들이 생각하기를 바랐다.
그는 사람들이 그의 능력에 놀라기를 원했고,
그들이 원한다면 부적을 가지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 뭐라 하지 않았다(124페이지)."
이 사람, 하는 짓이 꼭 꼬마작가지요?
전문가라고 나서는 독서교육 이론가들은 몽땅 3류라고 몰아부치고,
"신끼가 한창일 때 쓴 동시"니 또는 "하늘이 내린 꼬마작가"니 하지 않나?
또 꼬마작가는 인터넷으로 노는 사람이라서 연설은 하지 않지만,
글로는 "청중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사람들을 휘어잡지요?
여기에다가 유튜브까지 활용해서 음악으로 현혹하기도 하구요.
오늘 소개하는 로마 시대의 의학자 갈레노스,
성격이나 하는 짓이 꼬마작가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책!
아빠들 맥주 안주로도 아주 좋겠네요.
아빠라는 동물한테는 요런 책을 읽으라고 줘야 합니다.
165페이지이지만, 두어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애들한테 읽어주면, 한 3-4일이면 다 읽어줄 수 있을 겁니다.
그림도 꽤 많은 편이고, 지도도 몇 장 나옵니다.
작가가 아주 재치가 있는 사람입니다.
안타깝게도, 세일즈포인트 : 103.
세일즈포인트가 요렇다는 것은 절판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실천문학사 | 2006년 7월
(요건 제가 두 달 전에 처음 소개했는데, 지금은 사정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 동안에 꽤 많이 팔린 모양인지, 할인도 해줍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9205529)
요건 제가 영어 원서로도 사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영어 능력이 되는 아이들이 읽기에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자, 내용으로 들어가면!
이 책은 의학에 관한 위인전이지만, 의학 전문 지식은 전체의 1/3이 넘지 않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의학 지식도 우리가 중학교 때쯤에 배운 것 정도로 생각됩니다.
원래가 옛날 의학 지식이라는 게 깊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운 내용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겁낼 건 하나도 없습니다.
위에서 제가 작가가 재치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의학 자체보다는 당시의 과학 수준 전체를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시 사회 상황을 그림 그리듯이 보여주는 대목이 아주 많고,
사실, 그런 것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으면 옛날 위인들을 공정하게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어린 아이들 책에는 이런 걸 더 많이 설명해주는 것이 좋은데,
이 작가는 그걸 아주 시원시원하게 풀어가고 있네요.
"여행은 며칠이 걸렸고 여관은 형편없었다.
여관 주인은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여관은 사기꾼, 도둑, 살인자들의 소굴이었다.
음식은 지독했고 침대 시트는 전혀 빨지 않아 벌레가 들끓었다.
게다가 여행길에는 노상 강도가 많았다.
갈레노스의 시대에 사람들은 즐거움을 위해 여행하지 않았다(63-64페이지)."
요게 지금의 터키에 살던 갈레노스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그 로마 대로를 따라서
여행하던 장면을 묘사한 것입니다.
이런 길을 따라서 또 배를 타고 로마까지 가는데 1년이 걸렸답니다.
요즘 같으면 비행기로 몇 시간만에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옛날이란 이런 겁니다.
이런 묘사는 전문 역사책에서도 아주 중요한 노릇을 합니다.
왜냐하면 책을 쓴다는 일은 우리의 통념을 깨는 일이고,
통념을 깨기 위해서는 '아주 강력한 증거'를 들이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독자층이 어린 아이들이라면 <주제 자체>보다는
이렇게 자세하게 묘사된 상황들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작가를 칭찬하는 건데, 에피소드 하나만 더 들어볼까요?
의학과 관련해서 옛날의 상황을 전해주는 에피소드!
"2세기에 의사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 당시에도 수많은 의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의학적(여기에서는 "적"을 그냥 떼어버리면 됩니다) 지식을 갖추지 못한 의사들이었다.
그 중 적은 수의 일부 의사들만이 전문 의학 학교에서 교육을 받아 의사가 된 사람들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대장장이 혹은 베 짜는 직공이 기술을 배우듯
다른 의사를 쫓아다니면서 어깨 너머로 의술을 배워 의사가 되었다.
...
만약 운 좋게 어떤 환자가 당신에게 진료를 받은 후에 괜찮아지면
당신은 더 많은 환자를 끌어모을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당신은 다른 직업을 찾아보았을 것이다.
의사들은 행상들처럼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어떤 의사들은 시장에 노점을 차리고는 의료 상담도 해주고 치료제를 팔기도 하고
간단한 응급처치를 시행하기도 하였다(12-13페이지)."
이게 옛날의 의사들입니다.
우리가 통념으로 가지고 있는 <전문직 의사>에 대한 이미지가 확 깨져버리지요?
뛰어난 역사학자들은 이런 예를 잘 들면서 독자들을 살살 끌어들일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갈레노스!
서기 129년~200(?)년 사람이랍니다.
저도 처음 들어보는 의학자인데, 이 사람이 서양 의학을 1,500년대까지 지배를 했답니다.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460년에 태어난 사람이라고 하니까 거의 600년의 차이가 있는 겁니다.
http://en.wikipedia.org/wiki/Galenos
히포크라테스에 대해서 통념을 깨는 저자의 수법 한 가지를 소개하면!
"히포크라테스는 점성술을 열렬히 신봉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점성술이란 태양과 달, 별들과 행성들이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점성술 지식이 없는 의사는 자신을 의사라고 여겨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58페이지)."
확 깨지요?
술이 확 깨듯이, 미몽에서 확 깨는 것 같지요?
이게 옛날이라는 사회입니다.
아무튼 히포크라테스에서 갈레노스 사이의 600년 동안에 의학 발전은 없었던 모양입니다.
또 갈레노스가 죽은 다음 1,500년대까지 그의 이론은 비판을 받지 않았답니다.
그러다가 르네상스 시대에 그의 이론이 비판을 받기 시작했는데,
1) 파라셀수스 -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 시대의 뒤떨어진 낡은 이론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연금술에 바탕을 둔 새로운 의학 분야를 개척한 사람으로서 생화학의 개척자,
2)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 De Fabrica(인체의 구조)를 쓴 사람으로서 해부학의 문을 연 사람,
3) 윌리엄 하비 - <심장과 혈액의 움직임에 대하여>를 남겼고
갈레노스의 심장 기능 이론을 비판한 사람,
이런 사람들이 1500년대 이후에 등장하면서 갈레노스의 의학 이론과 체계는 비판 받기 시작했답니다.
이렇게 해서 갈레노스의 의학 이론 시스템은 붕괴되거나 또는 세분화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반대로 얘기하면 그의 이론은 1,300년 동안 굳건했고
또 그 동안에는 발전이 없었다는 말이 됩니다.
그는 수필과 편지를 합해서 모두 78권을 책을 썼다고 합니다.
계속 치료하러 다니고 강연하고,
대중 앞에서 공개로 해부 실험까지 했다는 의사가 엄청나게 많은 책을 썼지요?
자기 손으로 쓴 건 많지 않은 모양입니다.
다 제자들이 그때 그때 받아적은 거랍니다.
로마 황제들을 치료하던 유명한 의사였기 때문에 제자도 많았고 돈도 많았을 겁니다.
그 제자들이 계속 쓰면서 배우기도 하고 그랬나 봅니다.
그의 의학 시스템은 당시에는 금지돼 있던 해부학에 기초를 두고 있었답니다.
다만 인간을 해부한 것이 아니라 동물을 대상으로 해서 얻은 지식이라는데,
이게 1,300년이 지난 다음에 De Fabrica를 쓴 베살리우스의 비판을 받게 됩니다.
베살리우스 시대에는 인간에 대한 해부가 허용됐고,
그 결과 해부를 해보니 갈레노스의 이론 중에는 틀린 것이 많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갈레노스는 심장과 간, 폐의 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는데,
이게 바로 전까지만 해도 뭐가 뭔지 잘 몰랐던 것이라고 합니다.
또 그는 약에 대해서도 상세한 분류를 해서 정확한 처방을 했답니다.
이것도 그 전까지는 주먹구구식이었는가 봅니다.
갈레노스는 약제에 들어가는 식물들을 일일이 분류하고
정확한 사용량까지도 제시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공정한 평가를 내리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이 책의 저자는
갈레노스도 점성술을 믿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의학과 관련해서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저자는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내려온 4가지 체액이 하는 일(4체액설)에 대해서
은근한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혈액은 사람을 활기차게 한다.
노란 담즙은 용감하게 한다.
검은 담즙은 낙담하게 하고, 점액은 행동을 느리게 한다.
모든 사람은 네 가지 체액이 섞여 있는데,
어떤 사람의 건강 상태는 그 체액들 간의 균형이 얼마나 유지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 균형이 깨졌을 때, 사람은 병에 걸리게 된다(56페이지)."
이것이 히포크라테스의 중요한 이론 기초라고 하는데, 갈레노스도 이걸 받아들였답니다.
그 결과 이 "4체액설"은 서양에서 1,000년 이상 계속 이어졌다고 합니다.
솔직히 아는 것은 없지만, 이런 이론이 한의학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갈레노스는 히포크라테스의 이론을 발전시켜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답니다.
"명랑하고 생기 넘치는 사람은 혈액이 많은 사람(sanguine).
조용하고 동작이 느린 사람들은 점액이 많다(phlegmatic).
활력이 넘치는 어떤 환자들은 화도 쉽게 낸다.
화와 짜증을 잘 내는 사람들은 노란 담즙을 많이 갖고 있다.
의기소침하고 우울한 환자들은 검은 담즙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그들은 한 번 병에 걸리면 잘 낫지 않는 사람들이다(122-123페이지)."
여기에서 갈레노스는 "검은 담즙"이란 비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는데,
실제로 검은 담즙이란 없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서양 고대의학에서도 "네 가지 기질 이론"이라는 것이 있었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요건 한의학을 전공하신 분들이 읽어보면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무튼 이 책은 고대부터 중세까지 서양 의학의 발전과정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의학 전문지식보다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데 훨씬 더 많은 지면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에게 읽어주기에도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초등 1학년부터를 말하는 겁니다.
별은 <아주 심각한 번역 문제> 때문에 4개만 줍니다.
다음에 이 책을 다시 찍는다면, 번역은 다시 해야 할 겁니다!
번역을 계속 이런 식으로 하게 되면,
꼬마작가는 영어원서로 돌려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