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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들의 아기 보기 대작전 ㅣ 현암사 세계아동문고 1
리사 사나한 지음, 케리 밀라드 그림, 박연 옮김 / 현암사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번역하는 과정에서 단어와 표현들이 다소 변형된 것이에요.
흥미로운 단어와 영어 표현이 아주 많았는데
우리말과 느낌이 달라서 완벽하게 옮기기는 어려웠어요.
영어의 재미난 운율도 우리말로 옮기면 맛이 달라졌어요.
하지만 적당한 표현을 찾느라 제 깐에는 애를 썼답니다(86-87페이지)."
위에 담아온 글은 박연이라는 번역자가 한 말입니다.
여기에서는 틀린 곳이 네 군데 보입니다.
1. "아쉬운 점은," 하면서 쉼표를 찍었는데, 찍으면 안 되는 거지요?
2. "다소"는 이런 한자말보다는 <조금>으로 하면 됩니다.
3. "아주 많았는데" 다음에는 쉼표를 찍어야 하지요?
4. "옮기면"이라고 했지만, <옮기면서> 하고 써야만 하는 자리입니다.
흔히 얘기하는 번역 후기에서는 틀린 곳이 좀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본문에서는 제가 딱 두 군데 틀린 곳을 찾았습니다.
1. "황금빛 모래밭과, 습기 많은 울창한 초록색 숲을(16페이지)"
여기에서도 쉼표를 찍으면 안 되는 곳이지요?
2. "선원들은 동굴 입구에 왁자지껄 떼지어 모여, 아기를 어르는 두 선장을 쳐다보았어요(35페이지)."
"입구"는 "들입"으로,
"모여," 다음에 쉼표는 찍으면 안 되는 곳이고,
"쳐다보았어요"도 틀렸지요?
쳐다보는 것은 위로 올려다보는 겁니다.
두 선장이 아기를 어르고 있었으면, 선원들은 아마도 <내려다봤을> 겁니다.
이런 건 기본 물리학이 되지요?
한국의 대학 교수들도 이런 기본 물리학은 잘 모르니까
중학생한테 이런 걸 지적하면 좀 심한 것이 되나요?
이 두 군데를 빼고나면, 번역 문장이 아주 깔끔합니다.
쉼표 사용법에 대해서만 잘 배우면 아주 뛰어난 문장가가 될 것 같은 학생입니다.
게다가 번역 후기에도 쓴 것처럼, 영어 운율을 느낄 줄 아는 학생입니다.
"해적들은 산허리에 걸린 구름을 조심조심 뚫고 내려왔어요.
습기 많은 초록색 숲을 살금살금 지나고,
바삭거리는 금빛 모래 위를 서둘러 걸었지요(40-42페이지)."
이 번역문의 운율은 아주 대단하지요?
영어 원문이 어떤지를 알고 싶은데,
원작이 <호주 출신>이라서 수입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아마존>에서도 판매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중학생의 뛰어난 문장을 하나 더 볼까요?
"훌쭉이 선장도 똑같이 사과했어요.
스위티 메이는 아주 환하게 웃었어요.
뚱뚱이 선장과 홀쭉이 선장도 기뻐서 엉엉 울었어요.
콧물이 강물처럼 흐르고 눈물이 폭포처럼 떨어졌어요(80페이지)."
쓸데없는 접속사도 쓰지 않고
아주 깔끔한 문장을 가지고 놀 줄 아는 학생이네요.
원작의 말장난도 아주 상큼하게 번역했습니다.
"기차 화통을 삶아먹었냐?"
"뭐? 이 이쑤시개에 붙은 밥알 같은 놈아(48페이지)!"
"짤깍대는 집게발 같은 놈아." (원문에는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네요.)
"이 참기름 바른 바다뱀장어 같이 생긴 놈아(55페이지)!"
지금은 대학생일 텐데, 박연이라는 이 아가씨 뭐 하는지 궁금하네요.
또 박씨지요?
박찬호-박지성, <양박>만 있는 게 아닙니다.
린다 수 박, 꼬마작가 박, 박연의 박, 이쪽 문장에서는 <쓰리박>이네요!
이 학생이 책 표지에 쓴 얘기도 한 번 들어볼까요?
꼬마작가 박의 기질이 딱 보입니다.
"자습서만 매미처럼 읽어 대는 지루한 수업,
이상하게 번역한 책 읽기는 딱 질색이에요."
새롭게 발굴한 <another Park> 자랑은 그만하고,
책 내용으로 들어가면 동화다운 동화, 말장난 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체 분량은 84페이지에다가 그림은 시원시원합니다.
흑백 그림이 아주 멋있네요.
역시 아동문학 강국 호주 출신답습니다.
맨날 싸우기만 하는 두 해적 선장이 보물을 찾으러 섬에 갔다가
갓난아기를 보고는 반해서 애도 키우다가
서로 싸우는 일도 그만뒀다는 줄거리!
내용이 이렇다보니까 애 키우기 비법도 공개가 됩니다.
해먹!
"뚱뚱이 선장이 가장 부드러운 돛으로 해먹을 만들었어요.
오후가 되면 잠든 아기를 해먹 위에 눕히고 부채질을 해주었답니다
(43페이지)."
육아 전문가인 꼬마작가조차도 바로 얼마 전에 알게 된 해먹!
이 해먹이 동화책에 나옵니다.
요게 동남아 전통 육아법에서 나온 거라고 합니다.
미국의 바운서를 대신해주는 <효자 전통>이랍니다.
어린 아기를 키우는 얘기가 여기저기에 나오는데,
솔직히 이 해적들처럼 애 키웠다가는 큰일 날 대목도 보입니다.
"뚱뚱이 선장이 아기한테 코코넛 우유와 크림을 먹이면
홀쭉이 선장은 아기 등을 문질렀답니다.
아기가 트림을 하면 모두 기뻐서 어쩔 줄 몰랐지요(42-43페이지)."
코코넛 성분이 어떤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요건 아토피와 영아산통 품목!
크림은 영락없는 영아산통!
그나마 트림을 하도록 해줬다고 하니까 영어산통이 좀 완화되기는 하겠지만,
아무튼 갓난아기한테 이런 식으로 먹이면 큰일 납니다.
웃으라고 하는 동화책에서나 할 수 있는 얘기지요.
뒤로 넘어가면 주인공 아기 생일 잔치에 차려진 메뉴가 죽 나오는데,
그림과 함께 무려 5페이지에 걸쳐서 일일이 열거됩니다.
아기가 먹으면 다 큰일 날 음식들입니다.
동화다운 동화, 동화다운 말장난이 뛰어난 작품!
분량도 많지 않아서 읽어주기에 부담 없는 작품!
만 4세부터 초등 전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