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파치노 반달문고 17
정도상 지음, 오윤화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작가는 한국인입니다.

덕분에 문장이 아주 깔끔합니다.

번역본에서 흔히 보는 그런 문장을 안 보니까 아주 좋네요.

다만 쉼표와 마침표 사용이 몇 군데 틀린 곳이 있습니다.

딱 세 군데!

 

"솟던 힘이,(13페이지)" 하고는 쉼표를 찍었지만, 없어야 할 자리.

"안 그러겠습니다.(17페이지)" 하고는 마침표를 찍었는데, 없어야 할 자리.

"먹으려는 순간(44페이지)" 하고 그냥 지나갔는데, 쉼표를 찍어야 할 자리!

 

이 책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읽어주기에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출판사 문학동네 사장님,

이 책 어차피 창고에서 썩고 있을 것은 뻔한 사실이고, 세일 합시다!

그대로 놔두면 창고비용만 쌓일 뿐일 텐데,

꼬마작가가 책임 지고 대량으로 팔아드립니다.

대신에 세일, 알겠지요?

 

분량은 160페이지 정도이지만, 글이 많지도 않고 그림은 많은 편입니다.

돌고래에 대해서는 영어 원서로도 몇 권 소개한 바가 있지요?

그 책들을 참고로 해서 읽어주면 될 겁니다.

한 예로, 이 책 69페이지에는 갓 태어난 아기 돌고래를

아빠가 머리로 밀고 물 위로 올라가서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요런 장면에서는 그림이 들어가야 하는 대목입니다.

요런 게 영어 원서에는 아주 시원하게 잘 그려져 있습니다.

한국의 그림 작가들은 이제 어디에다가 어떤 그림을 넣어야 하는 것인지도

깊이 연구를 해야 할 겁니다.

이제는 한국 독자들이 영어 원서를 직접 읽는 판국이라서

좀 떨어진다 싶으면 곧장 태클이 들어가게 됩니다.

꼭 좀좀 기억해 주세요!

 

내용은 아주 박진감이 넘칩니다.

다만 주인공이 탈영병이라서 나중에 남자들 국토방위 임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탈영병 돌고래!

돌고래 파치노는 어떻게 해서 탈영병이 됐을까?

여기에 나오는 돌고래들은 특수 훈련을 받은 돌고래들입니다.

 

"너희들은 평범한 돌고래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해군 소속의 군인들이다. 알겠나(36페이지)?"

 

이 '해군 장병들'이 특수 훈련을 받게 되는 까닭은

바로 돌고래들의 <초음파> 발사 능력과 해석 능력 덕분입니다.

갖가지 어려운 초음파 훈련을 받은 이 돌고래들이 해전에 직접 투입이 됩니다.

전쟁터에서 돌고래들은 무슨 임무를 수행하느냐구요?

 

적이 설치한 기뢰의 위치를 알아내서 보고한다.

적 잠수함이 숨은 곳을 알아내서 보고한다.

여차하면 등에 어뢰를 매달고 돌진해서 적 잠수함을 파괴한다!

 

무시무시한 해군 장병들이지요?

이런 훈련을 받은 돌고래들이 실제로 있는가 봅니다.

작가는 이라크 전쟁 때 <미군 돌고래> 한 마리가 탈영했다는 보도를 보고는

이 동화를 쓰기로 했답니다.

알라딘 독자서평에 보면, 베트남 전쟁 때에도 투입이 됐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의 돌고래들도 모두 <미국 군인>들입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파치노!

유명한 영화 주인공 알 파치노의 바로 그 파치노랍니다.

<고문관 끼>도 살짝 곁들인 파치노는

<군대 체질>인 타코마와 짝을 이루어 훈련 받고 전투 임무도 수행합니다.

여기에서 <고문관>이란 군대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애들을 말하는 거지요?

반대로 <군대 체질>이란 임무를 잘 수행하는 똘망똘망한 병사를 말하는 겁니다.

 

아무튼 <특수 해군> 파치노와 타코마는

다른 돌고래들과 함께 전투 지역에 투입돼서는

기뢰를 찾아내 보고하고 적 잠수함도 찾아냅니다.

전투가 벌어지는 그 지역에서는 미국 해군이 쏘아댄 어뢰에 때문에

적이 설치한 기뢰가 폭발하고,

그때마다 바닷속 물고기들은 떼죽음을 당합니다.

 

비록 군인이기는 하지만,

돌고래들은 처음에 뭔 일이 벌어진 것인지를 파악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자꾸 지나니까 자기들의 존재 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여기에서 <군대 체질-타코마>는 마지막에 임무를 부여받고는

폭탄을 등에 매고 적 잠수함에 돌진해서는 장렬하게 전사합니다.

사실, 돌고래 타코마는 그 임무가 뭔지도 모르는 채 돌진을 한 것이지요?

 

대신에 고문관 끼가 살짝 있는 주인공 파치노는 전투 지역으로 투입돼서는

<돌고래는 어떤 존재인가?> 하는 철학을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미트라라는 여자 친구도 한 몫을 합니다.

바다에서만 자라난 자연 그대로인 미트라!

 

파치노는 임무를 수행하라고 군함에서 풀려나면 미트라를 찾아서 돌아다닙니다.

그러다가 <돌아오라>는 "제1호 명령"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군함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던 중에 명령 제 2호가 떨어졌는데,

파치노는 미트라와 재미있게 놀다보니까 이 명령을 제대로 해독하지 못했답니다.

아 그래, 타코마를 찾았는데, 이 타코마는 명령을 수행하러 적 잠수함에 돌진합니다.

잠수함이 터지면서 타코마는 죽고 여자 친구 미트라도 큰 부상을 입게 됩니다.

 

비록 군인으로서는 좀 모자라고

임무 수행 중에 여자 친구와 놀기도 하는 파치노였지만,

이 돌고래는 명령 제 1호와 2호를 어기지는 않는 군인이었습니다.

적 잠수함이 폭파되고 나서 본부에서는 <돌아오라>는 초음파를 계속 보내는데,

파치노는 이제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순간이 온 겁니다.

왜냐하면 파치노가 군함으로 돌아가면,

부상 당한 미트라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기 때문입니다.

돌고래는 포유 동물이니까 바다 속에서 오래 동안 숨을 쉴 수가 없지요?

가라앉으면 돌고래는 죽는 겁니다.

 

이 순간 파치노는 미트라를 살려내기 위해서 명령 제 1호를 무시합니다.

미트라를 머리에 이고는 섬으로 헤엄쳐가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파치노는 탈영병이 되었고,

미트라의 가족과 함께 사는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책에는 전투 장면도 아주 실감나게 묘사가 돼 있고,

바닷속 풍경도 잘 그려져 있습니다.

멸치 떼, 정어리 떼, 산호초, 말미잘, 군함조, 알바트로스를 비롯한

바다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림도 많은 편입니다.

마지막에는 미트라 가족이 전쟁을 피해서 삶의 보금자리로 선택한

맹그로브 숲이 나오는데,

알라딘 리뷰에서 담아온 마지막 그림, 멋있지요?

파치노와 미트라가 맹그로브 숲에서 공중제비를 도는 모습입니다.

 



 

올 여름 휴가 때에는 맹그로브 숲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요?

http://en.wikipedia.org/wiki/Mangr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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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꼬마 2011-03-26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거 읽었어?

ㅎㅡㅎ 2012-01-0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ㄳㄳ 서평 잘쓰시네요~
 
무인도에서 온 e메일 반달문고 8
웬디 오어 지음, 케리 밀라드 그림, 조은수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미네르바처럼 인터넷만을 떠돌던 꼬마작가가

이제는 서서히 한국의 주류 세계를 들이치기 시작합니다.

주류들이 얼마나 단단한 지는 꼬마작가가 몇 번 들이치면 알게 될 겁니다.

어제 <초코파이 자전거>에서는 동시에 대한 강의를 했고 알라딘에 올렸는데,

이 글도 알라딘에 그대로 올라가게 될 겁니다.

주변 세계를 빙빙 돌기만 하던 꼬마작가가 이제는

막강한 배후 세력을 등에 업고 주류 세계로 쳐들어가는 겁니다.

자, 구경들 하시라!

꼬마작가는 늘 흥미진진한 이벤트를 만들어드리는 재주가 있지요?

지식과 정보가 곧 권력인 21세기 인터넷 세상을 아주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꼬마작가,

그 꼬마작가가 이제 한국 최고의 번역가라고 할 수 있는 조은수에게 시비를 겁니다.

알라딘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오게 될까 구경들 하세요.

 

조은수의 실망스런 번역!

제목은 이렇게 달았지만, 꼬마작가를 잘 모르는 분들은 너무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문장가 꼬마작가가 보기에 실망스럽다는 말이지,

일반 대중들이 읽어보면 <그래도 최고>입니다.

꼭 좀좀 기억해 주세요!

 

쉼표!

전에는 조은수의 번역 작품을 읽으면서 <쉼표 문제>를 느끼지 못했는데,

오늘 소개하는 책에서는 쉼표가 아주 눈에 거슬리네요.

쉼표에 대해서는 전에도 여러 차례 강의를 한 바가 있지요?

가장 어려운 문법이 바로 쉼표다!

 

"온통 암초로 뒤덮인 섬 주변은 미로 같아서,

아주 작은 배로만 뚫고 지나갈 수 있었다.

섬 한쪽은 검은 바위들로 구불구불 둘러싸여 있고,

다른 쪽은 하얀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었다(13페이지)."

 

이 문단에는 쉼표가 두 번 사용됐는데,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습니다.

"섬 한쪽은 ..., 다른 쪽은 ..." 하는 두 번째 문장에서는

두 구절이 명백한 대조를 이루고 있지요?

이럴 경우에는 쉼표를 찍어야 하는 겁니다.

반면에 첫 번째 문장의 쉼표는 찍으면 안 되는 겁니다.

<아마도, 아마도> 영어 원문에는 쉼표가 찍혀 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지만,

한국어에서는 찍으면 안 되는 <지점>입니다.

 

<아마도, 아마도> 2급 작가라면 "미로 같아서"가 아니라

"미로 같기 때문에" 하는 번역을 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은수는 "미로 같아서" 하고 처리했고 아주 매끈한 솜씨를 보였습니다.

대신에 그 다음에 쉼표를 찍었습니다.

 

"미로 같아서" 그 다음에 숨이 찬가요?

"미로 같아서" 그 다음에 명백한 대조를 보이던가요?

그러면 쉼표를 찍어야 합니다.

 

"미로 같아서" 그 다음에 글이 계속해서 미끄러지고 있지요?

글이 미끄러지는 느낌이란

바로 스키 선수가 산에서 내려오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고 했지요?

이때 쉼표가 있으면 가볍게 눈을 밟으며 샥샥 미끄러져 내려가는데

갑자기 <돌뿌리>가 나타나는 것과 같다고 했지요?

돌뿌리에 걸리면 스키 선수는 자빠지게 됩니다.

글이라는 것도 마찬가지가 됩니다.

 

"제멋대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반짝반짝 빛나는 눈(7페이지)."

 

사실, 이 대목은 조은수의 '일품' 한글 솜씨를 엿볼 수 있는 구절이지요?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하고 썼습니다.

2급 번역가들 같으면 "머리카락과" 또는 "머리카락 그리고" 했을 대목입니다.

"머리카락에"!

요런 표현은 꼬마작가가 잘 써먹는 문법이지요?

여기에 강조 용법으로 <머리카락에다가> 하고 쓸 수도 있습니다.

 

꼬마작가가 하고 싶은 말!

"머리카락에" 하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는 100점!

쉼표를 찍은 것에 대해서는 빵점!

이렇다는 말입니다.

그럼,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구요?

 

<제멋대로 헝클어진 머리카락, 반짝반짝 빛나는 눈.>

 

쉼표를 찍고 싶으면, 이렇게 쓰란 말입니다!

"헝클어진" - "반짝반짝," 명백한 대조를 이루고 있지요?

그럼, 쉼표를 써서 강조를 할 수도 있는 겁니다.

영어 원문이 어떻든지 간에 번역자한테는 이 정도의 자유는 주어질 수 있습니다.

대조는 쉼표로 처리한다, 이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겁니다.

 

<제멋대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반짝반짝 빛나는 눈.>

 

이때는 쉼표를 찍으면 안 되는 겁니다.

<과>나 또는 <그리고> 같은 접속사 대용으로 "에"를 쓴 마당에 쉼표를 찍게 되면,

스키 선수 꼬마작가는 돌뿌리에 걸려서 고꾸라지게 됩니다.

고꾸라지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한 번 잘 읽어보세요.

접속사 대용으로 쓴 "에"는

문장 속에서 부드럽게 미끄러지도록 해주는 기능도 갖추고 있는 '언어'입니다.

단어는 아니고 뭐라고 해야 되나요?

아무튼 "에" 용법, 뭔 말인지 이해가 되나요?

이해가 잘 안 되면, 계속해서 질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꼬마작가가,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하늘이 내린 문장가>라고 자화자찬을 일삼는 데에는

바로 이런 감각이 뛰어나다고 자화자찬하기 때문입니다.

이중에서도 쉼표는 감각 중에서도 감각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최고의 번역가 조은수에 대해서 좀 실망했다는 말은

바로 이런 감각 문제를 짚어서 하는 것인데,

솔직히 책을 읽는 내내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느라고 고생했습니다.

아, 조은수는 한국 최고의 스키 선수가 돌뿌리로 고생하도록 만든답니까, 그래?

쉼표 문제, 하나만 더 볼까요?

 

"심지어 잭이 섬에 없다는 것도 깜빡 잊고,

쉭쉭 바위 어디쯤에서 거품을 조사하고 있거나,

갈매기 둥지에서 알을 세고 있다고 착각하기도 했다(20페이지)."

 

이 문장에서는 쉼표가 두 번 찍혔는데,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습니다.

당연하게도, "깜빡 잊고," 하는 첫 번째 쉼표가 틀린 것이지요?

이 대목은 잘 생각해보면, "깜빡 잊고서" 하고 좀 더 길게 써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영어 원문에는 쉼표가 찍혀 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한국어에서는 <역시 미끄러지는> 대목입니다.

미끄러질 때에는 <잘 미끄러지도록> 도와줘야 할 사람이 바로 번역가입니다.

뭔 말인가 이해가 되나요?

아직은 좀 어려울 겁니다.

쉼표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마치고, <는>이라는 한국어 문법에 대해서!

 

"아론이 소리치면서, 바나나 송이를 싹둑 베어 냈다.

그러고는 바나나 송이를 헛간으로 질질 끌고 가서는 밧줄에 묶은 뒤(26-27페이지),"

 

<는>은 아주 중요한 기능 두 가지를 담고 있는 중요한 '언어'라고 했지요?

1) <그리고>를 비롯한 접속사를 없앨 때

2) <바로 그 단어>에 대한 강조를 하고 싶을 때

 

위에 인용한 문장에서는 <는>이 두 번 사용됐습니다.

"그러고는," "가서는"!

<는>은 가능하면 한 문장에서는 딱 한 번만 써라!

요건 공식이니까 그렇게 암기를 하도록 하세요.

물론 꼬마작가가 만든 공식입니다.

 

위에 인용된 문장에서 <는>은 두 번 다 강조 용법으로 쓴 겁니다.

"그러고는," 이건 <그리고 나서>의 대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다음에> 하고 써도 큰 문제는 없는데, 입말=구어체하고는 좀 어울리지 않지요?

따라서 "그러고는" 하고 쓴 것은 아주 좋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그 뒤에 다시 한 번 <는>이 나옵니다.

뭔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는>이 두 번씩이나 들어가니까!

 

솔직히 말하면, 이런 건 감각 문제입니다.

어느 게 맞다고 할 수는 없는 겁니다.

다만 <꼬마작가의 감각>에서 볼 때

"가서는"의 <는>은 벌써 <잉여>라는 겁니다.

<는>은 한 번만 써라!

먼 말인가, 알겠지?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번역가 조은수>에 대해서 분명하게 느낀 것이 있습니다.

한국어를 전문으로 연구한 사람은 아니다!

동식물 전문 번역가인 이한음의 책에서도 그런 점을 느꼈는데,

조은수에 대해서는 바로 며칠 전에 분명하게 느꼈습니다.

 

"낭만적인(37페이지)."

"로버로부터(40페이지)."

"잭이 언젠가 그랬었다(108페이지)."

"위성 안테나가 너무 멀어졌다. 덕분에 알렉스의 전화는 꺼져 버렸다(153페이지)."

 

너무나도 명백한 문법 오류들이 쉽게 드러나지요?

한국어 문법!

조은수 씨가 이 글을 읽는다면 얼굴이 화끈거리겠지만,

꼬마작가 뒤에는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 바로쓰기>를 꼼꼼하게 연구하는

수백 명의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합니다.

꼬마작가는 그 분들을 위해서도 자잘한 오류라도 지적해야만 합니다.

올바른 한국어 사용이란 어떤 것인가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말입니다.

 

만일 조은수가 한국어 문법을 깊이 있게 연구한 것이 아니라면,

타고난 감각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솔직히 꼬마작가는 나이 40 넘어서야 겨우 한국어를 깨친 사람입니다,

이오덕 선생 덕분에!

그러니 이오덕을 연구하지 않고도 이 정도라면, 그 언어 감각은 대단한 것이지요?

 

자, 오늘은 여기까지!

책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계속!

다음이 언제가 될 지는 나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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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둥그배미야 - 김용택 선생님이 들려 주는 논 이야기
김용택 지음, 신혜원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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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의 장편동화 시리즈 세 권은 2년 전에 소개를 했는데,

이번에 다시 꼼꼼히 읽어보니 역시 재미있네요.

 

"그렇게 어둑어둑 새벽이 지나고, 아침 햇살이 앞산을 넘어와

뒷산 꼭대기를 비추면 사람들은 모 낼 논으로 향하지(48페이지)."

 

꼬마작가를 처음 만나는 분들!

위의 문장을 왜 인용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요?

뛰어난 문장이란 저렇게 쓰는 것이고,

글은 저렇게 써야 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그대로 담아온 것입니다.

책 정보 하나 더 알아가기 위해서 아등바등 하지 마세요.

대학 졸업 때까지도 배우지 못한 글쓰기를 가르쳐주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꼬마작가입니다.

하나만 더 볼까요?

 

"비가 많이 온 날이면 농부들이 삽을 메고 들로 나와

물꼬를 넓혀 물을 빼지.

올챙이들은 다 자라 개구리가 되고 메뚜기들도 후두두두

들판 이곳 저곳을 튀어오르며 잘 자라지.

거미들은 벼 잎 끝에다가 집을 지어 논에 날아드는 해충들을

잡아먹지(73페이지)."

 

뭔 소린지 잘 모르겠지요?

왜 문장이 뛰어나다고 하는지 모르겠지요?

그러니까 대학 헛 나왔다고 하는 겁니다.

명문대 출신이라고 하면 할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하니까

대학 이름 가지고 기죽거나 그럴 필요는 조금도 없습니다.

한국 엄마는 다들 대학 헛 나온 거니까 너무 속상해 하지 마세요.

 

아무튼 위에 담아온 문장들은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입으로 소리를 내서 읽어보세요.

눈으로 읽지 마세요!

 

이 책은 2년 만에 다시 읽어보니까 생각이 참 많네요.

이걸 잘 읽으면 경제학 이론도 뽑아낼 수가 있고,

헛깨비 4대강 논리에 대한 반박 논리도 뽑아낼 수가 있습니다.

또 역사로 들어가면 '허약 체질 한국인' 문제도 얘기할 수 있고,

세계화 시대에 걸맞지 않는 <신토불이 밥심> 문제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

 

"홍수를 막아주는 논

논은 비가 많이 오면 여름철에 물을 가두어 두잖아.

그게 커다란 저수지 같은 역할을 해.

그 조그마한 논이 물을 얼마나 담아 두겠냐고 하겠지만,

우리 나라 논 하나 하나를 모두 모아 보면 그 물의 양은 엄청난 거야.

춘천댐이라는 커다란 댐보다 24배나 많은 물을 품고 있다고 해(16페이지)."

 

홍수 조절을 위해서 대운하를 파고 4대강 정비를 해야 한다고?

이걸 떠들던 교수들이 들이대던 근거란 라인강 운하뿐이었습니다.

이 라인강 운하에다가 한국의 발달된 IT 시스템을 결합하면

엄청난 경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만 주장했지,

교수다운 얘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 인간들!

그런 교수들보다는 고졸 김용택 선생이

훨씬 더 과학스런 통계 수치를 들이대고 있지요?

교수랍시고 깝치는 분들, 섬진강에 가서 무릎 꿇고 좀 배우도록 하세요.

 

"오후 새참 때가 되면 모내기가 무르익어 갈 때여서

사람들은 술이 거나해지거든.

술이 거나하게 취해야 굽혔다 폈다 하느라 아픈

허리의 통증을 잊을 수 있지(61페이지)."

 

이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같지요?

이건 서양의 장사들은 제대로 못하는 일일 겁니다.

차라리 그냥 힘을 쓰라고 하면 다를 테지만,

모내기를 해보라고 하면 못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경제학자들은 <노동 강도>라는 개념을 추출합니다.

한 사회가 요구하는 노동 강도!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이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노동 현장에서 축출된다!

요건 20세기 중반 이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이 추출한 개념입니다.

아래 책에 보면 설명이 나옵니다.

 



 

요즘에는 농업이 기계화 돼서 많이 바뀌었을 테지만,

제가 군대 있을 때에는 <모내기 전문 떠돌이 노동꾼>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대여섯 명이 한 팀을 이루어서 모내기를 가장 먼저 시작하는 최전방 철책부터

남쪽으로 죽 훑고 내려간다고 했습니다.

임금은 일당이 아니라 <일정한 면적에 대해서 얼마> 하는 식으로 받았구요.

그렇게 해서 남쪽 끝까지 내려가면 6월이 돼서 모내기 시즌을 끝내는 겁니다.

 

제가 병장 때에는 추수가 끝나고 볏단 쌓는 일을 하러 <대민 봉사>를 나갔습니다.

군대밥이 아니라 <민간인 밥>에다가 막걸리도 주니까

이런 일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런 건 고참들 차지가 되지요?

그때 저와 한 팀이었던 세 명은

정말 거짓말 안 하고 하루 종일 꾀 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고 나서

그 아저씨 집에 가서 막걸리 얻어 마시며 얘기를 듣는디,

"프로 한 명이 군인들 대여섯 명보다는 더 빠른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이 얘기를 들으니까 막걸리가 확 깨더군요.

게다가 저야 온 세상이 다 아는 <국제 빌빌이>라고 하지만,

나머지 두 명은 힘 좀 쓰는 애들이었거든요.

그 아저씨의 평가대로라면

우리 세 명 모두는 <프로페셔널 모내기 시장>에서는 도태되는 거지요?

노동 강도라는 게 이런 건데, 김용택 선생은 이 점을 문학으로 표현해 줬습니다.

 

"생각해 봐. 모내기철이 되면 농부들은 15일이 넘게 모를

심는 거야. 뜨거운 햇살 아래, 몇 날 며칠 일을 하면 얼마나

몸이 힘들고 허리가 아프겠어. 잠깐씩 쉴 참이면 사람들은

허리가 끊어지려고 한다면서 논두렁에 허리를 걸치고 누워

끙끙 앓는다니까(64페이지)."

 

아주 실감나지요?

솔직히 저는 모내기를 해본 일은 없지만,

군대에서 겪은 딱 하루 경험 덕분에 뭔 말인지 쉽게 이해하겠더군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외국인들은 일 잘한다고 자부하는 우리 조상들을 두고

<힘써먹기는 글러먹은 족속>이라고 폄하를 했습니다.

얼마 전에 소개한 <한국의 야생동물지>를 그대로 인용합니다.

 

"일본 사람들보다는 키가 크고 북부 중국인들보다 덩치도 좋다.

한국 사람은 자신들이 일본인이나 중국인으로 여겨지는 것을 수치로 생각한다.

중국 사람과 일본 사람 역시 한국 사람으로 오해받는 것을 싫어한다.

성격 면에서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과 매우 다르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인들이 가진 정력과 힘, 투쟁 정신,

그리고 집단행동 능력을 결여하고 있다.

일본 사람들에게는 공공의 이익이 우선이고 개인은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반해,

한국에서 개인은 공동체보다 중요하다(32-33페이지)."

 

이 글에서는 스웨덴 저자 베리만이 

"정력과 힘, 투쟁 정신, 집단행동 능력"을 한꺼번에 써서

개개인의 능력을 말하는 것인지 또는 집단의 힘을 말하는 것인지

조금 아리송한 면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친한파'라고 할 수 있는 가린-미하일롭스끼는

압록강 중류 철도 사업을 얘기하면서

한국인은 비리비리해서 못 쓴다며 중국인을 노동자로 채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한국인이 다들 <비리비리 꼬마작가> 같은 사람들이라면 제가 이해를 해줄 수 있지요.

하지만 한국인은 그다지 비리비리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 뒤 1960-70년대에 한국인의 왕성한 노동 능력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지요?

솔직히 저는 이렇게 의심합니다.

혹시 20세기 초 저작들의 영향 때문에

<한국인은 비리비리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놀란 것은 아닌가?

 

재미있나요?

애들 동화책 하나 가지고 야부리 잘 풀지요?

이게 바로 역사학의 힘입니다.

잡학천식!

역사학을 하는 사람들은 원래가 깊은 공부를 할 머리는 안 되고 하니까

이것 저것 많이 읽고 글줄 주워다가 이리저리 끼워 맞추다보면,

야부리 솜씨도 저절로 늘어나게 되는 겁니다.

이런 <야부리 종목>을 두고 한국에서는 <억지 암기>로 때우려고 하니까

암기는 암기대로 안 되고, 조리는 조리대로 없어지고 그런 겁니다.

 

아무튼 <나는 둥그배미야>는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도록 하는 동화입니다.

책 제목이 둥그배미인 까닭은 이렇답니다.

 

"논이 장구같이 생겼으면 '장구배미'라고 하고,

버선같이 생겼으면 '버선배미'라고 하고,

자라를 닮았으면 '자라배미'라고 불러(8페이지)."

 

그러니까 논에도 다 제각각 이름이 있다는 말이지요?

생긴 모양대로 이름을 지어주는 겁니다.

다만 요새는 기계화가 진행돼서 이런 논도 많이 없어지고 있답니다.

 

100페이지 분량인 이 책도 그림이 절반 가까이 될 겁니다.

그림 중에는 "봇도랑->물꼬->논->물꼬->아래논(16페이지)" 하는 설명도 있고,

34페이지 "볍씨 키우기"에서는 논에 심기 전까지

볍씨는 어떻게 키우는가 하는 것이 얘기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기계화 이전 전통 벼농사에 관련된 것은 다 설명이 된 것 같습니다.

따라서 글은 모두가 동화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사실주의에 기반을 둔 것인데,

문장가 김용택 선생은 이런 문제를 뛰어난 글솜씨로 가볍게 넘겼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문법 오류를 몇 군데 지적하면 이렇습니다.

1) 저수지 같은 역할 -> 노릇(16페이지)

2) 땅으로부터 -> 땅에서(37페이지, 으로부터는 무조건 틀린 겁니다)

3) 본격적인 모내기가 시작되지 -> 모내기가 제대로 시작되지(60페이지)

4) 술이 거나하게 취해야 굽혔다 폈다 하느라 아픈 허리의 통증을 잊을 수 있지

    -> 아픈 허리를(61페이지, <의> 문법은 우리를 늘 고민스럽게 만듭니다)

5) 네 개 내지 다섯 개씩 -> 네 개나 다섯 개씩(6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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