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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 타샤 튜더
베서니 튜더 지음, 강수정 옮김 / 윌북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꼬마작가는 책을 추천해도 희한한 책들만 소개하지요?
위인전이랍시고 소개하는 책이 <괴짜 요리사 알렉시스>가 나오지 않나,
과학책이랍시고는 <달에 맨 처음 오줌 눈 사나이>가 나오지 않나 말입니다.
그러니까 <듣도 보도 못한 이론가>라고 자화자찬을 하는 겁니다!
이제 박정희 망령에서는 좀 벗어난 교육을 얘기해 보자는 겁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특목고니 선행학습이니 하는 것에 목을 매다는 부모들께서는
꼬마작가의 철학을 잘 새겨듣기 바랍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나의 엄마, 타샤 튜더>!
며칠 전에는 <타샤의 그림인생>을 소개했지요?
한 번 했으면 됐지, 또 울궈먹어?
네, 그렇습니다.
꼬마작가는 울궈먹습니다.
나쁘게 말해서 울궈먹는 것이고,
좋게 말하면, 집중 탐구!
집중 탐구가 되는 겁니다.
위인전이란 보는 사람마다 쓰는 사람마다 다 각도가 다르고 아는 사실이 다르고,
무엇보다도, 처음부터 말하려고 하는 철학이 다른 겁니다.
따라서 책 한 권 읽으면 주인공에 대해서 다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독자들이 사기를 당할 수도 있는 것이고
편협한 정보만을 주워듣게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위인전이란
<집중 탐구>로 해서 들입다 파면 팔수록 좋은 겁니다.
이건 우리의 일상 생활을 되돌아봐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어떤 사람에 대해서 얘기를 들으면,
한 사람은 이렇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저렇다고 합니다.
이쪽 저쪽 얘기를 다 들어봐야 나름대로 판단을 할 수가 있는 거지요?
위인전이라는 것도 그런 겁니다.
집중 탐구를 통해서 샅샅이, 속속들이, 들입다 파야 하는 겁니다.
다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어야 하겠지요?
타샤 튜더!
이 사람에 대해서 나온 책은 속속들이 파볼 만한 가치가 있네요.
다만 책 값이 비싼 게 좀 흠입니다.
지난 번에 소개한 <타샤의 그림인생>은 예술가 타샤의 인생을 묘사한 겁니다.
그 책의 작가는 타샤의 예술가 기질과 함께
예술성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 시기라든가 또는 그 계기 같은 것을
아주 재미있게 설명을 해줬습니다.
반면에 오늘 소개하는 책의 저자는 타샤의 딸입니다.
딸이 바라본 타샤의 인생인 겁니다.
또 다른 얘기가 나올 것 같지요?
"일곱 살에야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8학년까지 다니는 것으로 끝이 났지.
시험은 한 번도 통과하지 못했고,
수업 시간에는 책에 투명한 종이를 대고
그대로 그리고 색칠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
헨리 아저씨와 공부를 했던 몇 년을 빼면
학교에서는 단 한 순간도 즐거웠던 적이 없었어(37페이지)."
또 나왔지요?
꼬마작가 같은 교육 불평불만 분자!
언젠가도 얘기했지만,
교육이라는 게 어느 나라에서나 원래가 그런 면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적응이 안 되는 애들이 있는데,
타샤 튜더나 꼬마작가나 비슷한 사람인 모양입니다.
주로 예술 쪽에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은 딴따라 기질 때문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인슈타인이나 다윈 같은 애들을 보면 과학 쪽에서도 그럴 수 있는 것 같지요?
부모 되는 사람이란 생각을 잘 해야 하는 겁니다.
별로 뛰어나지 않은 꼬마작가야 예외라고 해도,
정말로 똑똑한 애들이 교육이라는 틀 속에서 숨 막혀 죽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안 그래요?
학교 공부를 싫어한다고 해서 타샤가 책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랍니다.
"나는 책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아홉 살이었던 내게
제일 친한 친구는 마크 트웨인과 베아트릭스 포터였다(28페이지)."
꼬마작가를 잘 모르는 분들은 베아트릭스 포터가 누군지 잘 모를 겁니다.
아래 그림책이 바로 포터의 작품입니다.
절대 명작!
이 책은 1902년엔가부터 출판되기 시작했을 겁니다.
타샤는 1915년에 태어났다고 하니까
책이 출판된 지 20년쯤 지나서 벌써 그 작가를 알고 있었던 거지요?
100년이 지난 한국에서는 아직도 무명 작가가 바로 베아트릭스 포터인데!
간단히 얘기하면,
세계 아동문학 그림책의 역사는 바로 위에 담아온 책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웬 아주머니가 희곡을 쓰느라 너무 바쁜 나머지
요리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거든.
그래도 밤이면 늦도록 책을 읽어주곤 하셨단다.
열시나 열한 시가 되도록 읽어줄 때도 있었어(33페이지)!"
이렇게 해서 타샤 튜더는 학교 공부하고는 손 뗐지만,
책과는 가까이 지내게 된 모양입니다.
나중에 애들을 낳고 나서는 이걸 전통으로 만들었답니다.
"책을 낭독하는 것은 가족 모두가 즐기는 집안의 전통이었다.
엄마는 우리를 곁에 앉히고 옛이야기 책을 읽어주시곤 했다(84페이지)."
시간 차이가 많이 나지요?
한국에서는 겨우 21세기 들어서야
꼬마작가를 중심으로 한 일부 몰지각한 그룹에서만
<책 읽어주기 전통을 만들자>며 애를 쓰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듣고 자란 엄마>가 1940년대에 벌써
자기 아이들에게 대물림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꼬마작가는 이런 전통의 힘을 계속 강조해 왔지요?
1970년대에 태어난 이고리 엄마는
2000년대에 자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는데,
이게 4세대째 내려온 전통이다!
타샤 튜더를 통해서 또 가문 자랑한다, 그지요?
딸이 얘기하는 타샤 튜더 책은 이런 식으로 온통 교육 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자 서평을 보면 이런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되지 않고 있는데,
사실은 <딸이 바라본 엄마의 교육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중에서도 목차 끝머리에 실린 <손으로 만드는 기쁨>은
아주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어판 서문 _ 엄마가 있어 행복했습니다
어린 시절
시골을 사랑한 아이
꿈꾸는 소녀
예술가로서의 첫 발
살림의 즐거움
자연을 그린 화가
뉴햄프셔 농장의 추억
빛나는 계절
손으로 만드는 기쁨
행복의 비밀
<손으로 만드는 기쁨>에서 저자는 타샤 튜더의 손재주를 들려주고 있는데,
<인형>, <참새 우체국>, <실 잣기부터 천 짜기까지>, <마리오네트> 하는
네 가지를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엄마는 아마에서 실을 뽑아내기까지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혼자 힘으로 해냈다(186페이지)."
타샤는 자기 옷과 아이들의 옷을 직접 만들어 입었다는데,
그게 실을 뽑아내는 과정부터 시작된 겁니다.
게다가 타샤는 이런 걸 배운 일이 한 번도 없답니다.
자기 스스로가 재미를 느끼다보니까 연구를 해서 만든 것이고,
그걸 보며 자란 아이들은 저절로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겁니다.
상상력과 창의력도 어디 가서 배워야 한다고 믿는 한국 부모 여러분,
이 책을 읽으면서 군부독재 망령에서는 이제 좀 벗어나기 바랍니다.
위에 담아온 목차 중에서 <뉴햄프셔 농장의 추억>과 <빛나는 계절>은
타샤가 자기 아이들과 함께 일년을 보냈는가 하는 것이 묘사돼 있습니다.
꼬마작가 처갓집의 다차(별장)이 생각나게 만드네요, 참!
자 그럼, 꼬마작가의 시골생활 솜씨를 한 번 들여다볼까요?
"뉴잉글랜드의 봄은 느릿느릿 찾아오지만
4월말부터 5월초면 몇 가지 채소의 씨앗을 뿌릴 수 있었다(121페이지)."
요런 구절을 놓치지 않고 잘 읽으면,
뉴잉글래드의 기후를 대강 짐작할 수 있는 겁니다.
http://en.wikipedia.org/wiki/New_england
모스크바 주에 있는 꼬마작가 처갓집의 다차에서는
대강 5월말과 6월초쯤에 씨앗을 뿌립니다.
서울에서는 요즘에는 비닐 하우스 때문에 알 수가 없지만,
옛날 30-40년 전에는 3월 중순이나 말쯤부터 뿌리지 않았나 기억됩니다.
그러니까 뉴잉글랜드가 굉장히 추운 지역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지요?
<위키>에 나온 기후 조건을 보니까 대강 그런 것도 같습니다.
The lowest recorded temperature in New England was −50 °F (−45.6 °C) at Bloomfield, Vermont, on December 30, 1933. This was tied by Big Black River, Maine in 2009.
이런 곳에서 타샤는 전기도 없이 네 아이를 키웠답니다.
그러면서 그림도 그리고 인형도 만들고 했던 겁니다.
<타샤의 그림인생>을 읽을 때만 해도
저는 타샤가 아주 편안한 생활을 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딸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런 생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더군요.
그런 조건 속에서 애완 동물과 가축을 키우고
농사도 짓고 꽃도 기르며 살았던 것이고,
이런 생활을 견디지 못한 남편은 끝내 이혼을 하고 맙니다.
이 대목에서 타샤의 딸은 웃긴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어가는 재주도 보여줍니다.
"우리에게는 사랑스러우면서도 늘상 개구쟁이 짓을 하는
애완 까마귀들이 있었는데, ...
한번은 까마귀들이 진저에일 잔을 낚아챘다.
에드거는 빨대를 뽑아 잘근잘근 씹어 두 동강을 내더니
부리를 깊이 박고는 한 모금 쭉 들이켰다.
그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어쩐지 취한 것처럼 날갯짓을 하는 녀석의 모습은
어찌나 우스웠던지(124페이지)."
진저에일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알콜이라는 뜻으로 해석되지요?
역시 우리의 깜찍한 <위키>는 대단합니다.
http://en.wikipedia.org/wiki/Gingerale
이런 자잘한 얘기들까지 다 담았지만, 두께는 224페이지.
게다가 사진과 그림이 듬뿍 실렸습니다.
그림 중에서는 34-35페이지 그림과 40-41페이지 그림이
엄마들의 관심을 확 잡아끌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이 그림들은 타샤가 어릴 때 그린 것이라는데,
34-35페이지 그림은 흑백으로 <부엌>을 그린 겁니다.
40-41페이지 그림은 화려한 옷을 입은 여자들 그림인데,
정확한 나이는 표기가 되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고의 그림 작가는 어린 시절에 어떤 그림을 그렸는가?
처음부터 죽죽 꼬시더니 막판까지 꼬셔댄다, 꼬마작가!
그렇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