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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시간 ㅣ 스토리콜렉터 9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1년 7월
평점 :
-과거가 내 발목을 잡았다. 캐롤-린 쿠퍼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내 보스이자 애인이었던 이던 뒤부아의 말에 따르면 그에게 25만 달러를 빚진 과거가. 나는 폴에게 서배너 이야기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내가 잔인한 포주의 애인이었고, 함께 사는 동거인이자 친구였던 키이라가 이던이 고용한 깡패가 나를 홍등가로 끌고 가려고 할 때 그의 목을 그인 덕분에 끔찍한 운염ㅇ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던은 내 흔적을 쫓아 나를 찾아냈다. 난 이제 그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사실 인생이란 결정의 연속이야. 우리는 감정에 따라 대부분의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우연이나 운명이라고까지 간주하지.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우리 자신이 내린 결정의 총체일 뿐이야. 그런 결정 때문에 운명처럼 보이는 것들이 일어나는 거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니? 이미 일어난 일을 원망하는 건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 언젠가는 과거를 놓아주고, 실수에서 미래를 위한 교훈을 얻어내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그것이 가져올 수도 있는 결과를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해. 폴이 청혼했을 때 '그래'라고 대답하기 전에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을 수도 있겠지."
-아저씨가 목소리를 낮추어 강렬하게 속삭였다. "내가 꿈을 위해 힘써 노력하고 첫 번째 실패에서 바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정적인 순간마다 언제나 너를 도와줄 누군가를 만나게 될 거야. 네가 발을 들여놓은 그 길이 아무리 힘들어도 목표를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 만족스럽게 허리를 펼 수 있다."
-"마음이 부서진 뒤로 당신은 얼어붙었어." 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가사와 멜로디가 어울리는지 귀를 귀울였다. "폭풍의 시간에 당신은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는지 알게 될 거야."
노래를 멈췄다.
"폭풍의 시간, 바로 이거야!"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게 앨범 제목이다!"
-"셰리든, 당신이 얼마나 오래 걸리든 상관없어. 당신을 위해 불을 켜둘게."
이미 국내 매니아 팬들을 많이 섭렵한 저자 넬레 노이하우스!
역시 이번 <폭풍의 시간> 신간도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를 찍으며 서점 어느곳을 가도 <폭풍의 시간> 소개를 볼 수 있었다.
그런 책을 나오기도 전에 가장 먼저 보게 되다니! 기쁜 마음에 당장 책을 펼쳤다.
<폭풍의 시간>은 저자 넬레 노이하우스 만큼이나 유명한 인물 '셰리든 그랜튼'이 등장한다.
미스테리 로맨스 소설의 대가인 그가 이번에 펼친 셰리든 그랜튼 3부작 완결은 6년만에 선보이는 책이라 그런지 반응이 뜨겁다.
1부 <여름을 삼킨 소녀>, 2부 <끝나지 않는 여름> 이후 나온 <폭풍의 시간>은 전작을 읽어도, 읽지않아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스포일러를 무지 싫어하는 나로써는 최대한 스포를 배제하고 쓰겠으나 혹시라도 줄거리도 원치 않은 사람이 있다면 미리 경고를 해둬야겠다.
(<폭풍의 시간>에는 폭풍처럼 많은 일들과 실마리와 사건들이 휘몰아쳐서 간략한 줄거리를 쓰지 않고서는 말하기 힘들었다.)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주인공 셰리든 그랜튼은 1부와 2부에서 엄청난 우여곡절을, 영화보다 더 영화같고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일들을 겪었으니 3부에서는 그래도 평온해지겠지- 라고 생각한 내가 오산이다.
역시 우리의 셰리든은 과거에 붙잡혔다. 행복한(?) 결혼을 앞둔 어느 날, 갑자기 과거의 망령 이던과 그의 패거리가 그녀를 납치했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한 가지 사건일 뿐이지만 나중에 돌아봤을 때 하나의 사건이 결국 한 사람의 인생과 이야기를 바꿔놓는다.
나는 이던과 셰리든이 다시 만난 이 초반의 장면이 <폭풍의 시간>을 뒤바꾼 사건이라 생각한다. 아마 셰리든 성격상 폴과 그렇게 쉽사리 결혼하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폭풍의 시간>을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1부와 2부 이야기가 기억 속에 가물가물해질 땐 친절한 저자가 한번씩 사건과 결말을 상기시켜주니 이야기를 따라가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어서 더 손에 땀을 쥐고 읽어봤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이,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일어날 수 있을까!
아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PTSD에 사로잡히지 않을까 싶지만 셰리든은 강하다. 그리고 좌절과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자기 자신의 길을 가는 멋진 사람이다. 물론 과거의 일을 모두 잘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버지'가 하는 말처럼 우리는 실수를 통해 배운다.
주인공처럼 더 멋지고 우아하게 실패하며 원하는 바를 향해 말처럼 질주하는 모습이 또 한번 멋있다.
그리고 <폭풍의 시간>에서 또 하나의 결정적인 사건을 말하자면, 나는 몬티 아저씨의 조곤조곤 읊조리는 조언의 말이라고 생각한다.
셰리든이 노래를 잘하고 가수의 꿈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를 현실로 반영하기엔 장애물이 너무 많다. 그런 그에게 몬티아저씨는 희망과 용기의 힘을 불어넣어준다. 그 영향으로 '폭풍의 시간' 과 '프로즌' 등 노래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와 몬티아저씨, 니컬러스와 제스퍼 등 셰리든 곁에서 든든하게 지원해주고 응원해주는 조력자들이 참 많아서 다행이다.
작가의 배경이 느껴지는 광활한 초원과 말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배경도 참 멋있다.
그러나 왜! 주인공 셰리든은 자꾸 험난한 길을 가려고 하는지 <폭풍의 시간>을 읽으며 조마조마할 때도 많지만 그 많은 사건 사고를 또 어떻게 해쳐나가는지 읽는 것도 좋은 포인트이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이 책의 제목 <폭풍의 시간>은 셰리든이 만드려고 노력하는 앨범의 이름이다.
(과연 가수로서 앨범을 내게 되는지? 성공하는지? 어떤 삶을 사는지는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보길 권한다.)
미스터리 장르의 대가인 작가인 만큼 <폭풍의 시간>은 마지막까지 우리를 마음 편히 놓아주지 않는다.
전작에서 감추고 숨겨둔 어두운 과거가 결국 셰리든과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니 이것 또한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함에 새벽까지 <폭풍의 시간>을 손에 놓지 못했다. 역시 이런 무더운 여름 날은, 미스테리 소설이 최고다.
이미 주변 사람들도 알고 있는 존재감 있는 신간, <폭풍의 시간>.
셰리든의 얼어 붙은 마음을, 어두운 과거를 품어줄 누군가가 곁에 오래도록 있길 바라며.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