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 - 좋아하는 마음을 잊은 당신께 덕질을 권합니다
이소담 지음 / 앤의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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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이 구원한 인생"

-일본어로 적힌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한다. 주로 번역하는 분야는 소설과 에세이. 하루 8~10시간은 번역과 관련한 무언가를 깨작거리며 산다. ... 매일 번역을 생각하며 사니, 일본어 번역 일이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됐다. 여기에 더해 직업과 비등비등하게 내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덕질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덕후다.

-덕질 덕분에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감히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번역가가 됐다. 집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용기를 부채질했다. 내 인생 진짜 망했다고 한탄만 하던 시기를 벗어나게 이끌었다. 덕질 덕분에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

... 또한 이것만큼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깊게 파고드는 덕질은 못할지라도 얕고 길게 오래오래 하는 덕질에는 자신 있다.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까지 어떤 덕질을 해왔는지, 덕질이 나를 어떻게 구원했는지, 덕질에 무엇을 빚지며 살아왔는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마음껏 외치면 얼마나 행복한지를.

하다보니 열심히 살고 싶어졌다

-신기하게도 방구석 덕질에서 벗어난 시기와 출판사와 일하기 시작한 시기가 살짝쿵 겹친다. 영원히 제자리걸음일 것 같았던 번역가로서 경력이 적극적으로 덕질하려고 마음먹자 트였다.

-내 마음이 밝게 변한 덕분일 것이다. 마음가짐이 달라진 계기가 바로 김동완이다. 네 인생을 책임지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하던 그가 내 인생을 좋은 쪽으로 이글어주었다. 이때 알았다. 덕질은 인생을 열심히 살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감정 기복의 명약, 덕질

-현생에 치이다 보면 노력하기보다 무능을 자책하는 쪽으로 도망치는 게 편하다. 스스로 만든 우울함에 빠져 괜히 센티멘탈한 척을 한다. 그러다가도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고 고대하던 콘서트에 가고 영화를 한 편 보면, 한 번 사는 인생 열심히 살고 싶어진다. 당연히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땅굴을 파고 들어가지만, 그때도 좋아하는 것들로 동기 부여를 한다. ... 덕질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 이런 회복력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덕질하며 산다

-돌아보면 덕질은 매 순간 나를 도왔다. 자괴감이 심해져 절망하지 않게 구해줬고, 평생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친구를 만나게 해줬고, 행동하기 두려워하는 사람을 행동하게 해주거나 최소한 행동하려는 의지를 갖게 해줬고, 내 삶을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고 싶게 해줬다.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쓸 용기까지 줬다. 덕질이 없었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다. 나는 지금 내 모습이 평생 지켜본 나 중에서 가장 사랑스러우니 역시 덕질을 해서 천만다행이다.

 

무언가를 깊이 깊이 좋아해본 적이 있는가?

사실 이 질문은 언제 마지막으로 또는 현재진행으로 무엇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으로 바꿔야 될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덕후이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깊이 빠져 좋아하는 사람은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유해한 것이 아니라면) 현생을 열정적으로 살게 해준다.

그때 어떻게 그렇게 살았지? 싶을 정도로 먼훗날 돌아보면 덕질하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 부지런하고 행복하다.

오랜만에 앉은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는 재밌는 에세이가 나왔다.

이소담 작가님의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가 바로 그 책.

사실 번역가의 에세이라면 모두 모두 모두 재밌게 읽는 나로서는 마스다 미리 번역가로 유명한 이소담 작가님은 나오자마자 바로 읽어야지! 하고 벼르고 있던 신간이다. 역시 기대만큼 재밌고 글맛이 있다!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 에서는 작가의 다양한 덕질 히스토리가 나온다.

번역가답게 일본어나 만화도 있고, 이완 맥그리거나 케이트 블란쳇, 또는 사람이 아닌 '반지의 제왕' 이나 '워킹데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작가 덕질의 9할은 바로 신화의 김동완이다!

이 부분은 책을 읽다보면 곳곳에 나오는, 이 책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인데 김동완의 선한 영향력은 아마 많은 신화창조 팬들에게 전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도 역시 김동완 님의 영향으로 인생에서 많은 경험과 열정을 얻게 해준 것 같았다.

사실 예전에는 '덕후'라는 말로, 아마도 오덕후에서 파생한 그 말로 덕질을 하는 사람을 얕잡아 보는 것처럼 쓰였었는데

이제는 자신을 OO덕후 라고 칭할 정도로 무언가를 깊이 좋아하면 꽤 유쾌한 말로 쓰이게 된 것 같다. 아직까지 자기 자신을 덕후라고 하는 것은 괜찮지만 상대방을 덕후라고 말한다면 꽁기꽁기한 기분을 가지게 될 수도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할 부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물론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에서 말하는 덕질과 덕후의 근간은 기분 좋은 원동력의 힘이다.

일본어와 김동완은 이소담 작가의 인생을 바꿨다고 할 정도로 가히 엄청난 영향이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책도 나오게 되었으니 (심지어 재밌다!) 나도 김동완 님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꼭 다시 만나게 해주고 싶은 간절함도 생긴다! (아마 이렇게 말하면 작가님은 진저리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 이유는 책을 보면 나오니 끝까지 읽어볼 것!)

뭔가를 좋아하면 아무리 바빠도 잠자는 시간, 일하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된다.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를 읽다보면 자신의 덕질 히스토리도 돌아보게 만드는 고마운 책이다.

말할 수 있는 덕질과 나만 알고 싶은 덕질도 있겠지만 가감없이 유쾌하게 보여주는 작가의 글도 이 책의 묘미다.

나도 한 때는 지금보다 더 더 열정이 넘치게 영화, 미드, 영드, 책을 닥치는대로 볼 때가 있었는데 정말 하루 종일 빠질 정도로 앉은 자리에서 하루에 미드 한 시즌을 끝내버리는 열정도 있었다. 한 시즌을 끝내거나 아예 끝내버리면 아쉬운 마음에 주인공들을 검색해보기도 하고 세계관이나 숨겨진 이야기도 찾아보며 열정이 넘쳤는데 말이다.

그런 덕후의 힘으로 그 해를 기억하는 것도 인생에 있어 꽤 재밌는 일이다.

요즘은 시간이 없고 체력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두고 있지만 얕고 넓은 덕후의 인생은 나와도 통하는 덕후 타입이니,

라이트한 덕후들도 부담갖기 않고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를 읽어볼 수 있다.

또 세상에는 다양한 덕질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작가의 인식 확장도 참 좋았다.

불교에 푹 빠진 어머님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이젠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부르길 바라며 우리 곁에 함께하는 펫도 모두 덕후의 대상이다.

살아 움직이건 무생물이건, 과거이든 현재이든, 우리를 푹 빠지게 하는 것들은 모두 덕후의 대상이다.

좋아한다는 건 삶의 원동력이자 힘이다.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를 읽으면 덕질을 하다보니 만나는 인연, 일, 순간들을 읽게 되는데 사실 이 모든 건 덕질을 하는 사람이 얻게 되는 부수적인 매력일 뿐이다. 이렇게 덕질은 우리의 몸과 마음과 금전적 도움을 많이 준다!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를 읽으며 시간여행을 떠나봤다. 그리고 무언가를 좋아하던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어 행복했다.

제목에는 '그깟' 이라고 했으나 이 책을 읽어본 사람만이 알게되는 덕질의 매력이 있으니. 그깟 안에는 삶을 뒤흔드는 엄청난 힘이다.

앞으로도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덕질이 많아지길 바라며, 작가의 외침을 함께 해본다.

'행복한 덕생! 행복한 현생! 행복한 인생!'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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