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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 5 - Seed Novel
맑은날오후 지음, 토브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 5권부터는 조금씩 비밀이 풀리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비밀이 풀리는 것만큼 의문과 위기가 다가온다. 5권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전에 론이 꿈에서 나온 여자가 있었다. 정확히는 누군지 모르나, 절망에 괴로워하던 론에게 다시 새로운 인생을 선사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처음 1권에서 론에게 아주 낡은 검을 판매한 소녀인 것이다. 그 소녀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여신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에서 론과 인피니티제국 그리고 수많은 사람과 세계를 창조한 신인 것이다. 그런데 신의 모습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아마 지구의 탄생에서 지구를 두고, 영어로 earth라고 하나 한편으로 gaia란 단어를 사용한다. 가이아란 지구의 대지, 혹은 대지의 여신이라고 칭한다. 그리스신화에서 우라노스의 어머니이며 또한 그의 아내이기도 한 여신이다. 여신의 존재는 즉 자연과 대지, 모든 생물의 창조주이다.
그런 그녀의 이름이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에서 페스티벌이다. 즉 축제라는 의미다. 페스티벌은 겉보기엔 마왕 루리와 거의 비슷한 연배로 보인다. 인간나이로 약 8세 전후의 어린 소녀다. 육체적인 규모에서 나약한 소녀로 나오나, 사실 그녀는 매우 막강한 힘을 가졌던 여신이었다. 어린 소녀라 그러나, 그녀의 힘이 제대로 발휘될 경우 성인의 모습으로 변하면 세상에서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매우 아름다운 미녀로 나타난다. 결국 신이란 인간과 비교하여 더 이상 부족할 것도 없는 완벽한 존재다.
라이트노벨 리뷰에 어울리지 않지만, 플라톤의 철학으로 따지자면 신적 존재란 그 자체로 완벽하다. 즉 신이 존재하는 곳은 인간의 현실이 아닌 이데아(idea)란 관념적 세계에 존재가 가능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이데아의 영역이 아니라 이데아를 본뜬 세계이며, 현실의 우리는 이데아와 같이 완벽하지 않고 불완전하다. 절대적인 미를 지닌 이데아의 세계, 그런 외모로 보자면 페스티벌의 완벽한 힘을 발휘하는 모습은 그 어떤 인간보다 아름답고 강하다. 인간이 도달하지 못할 이데아, 즉 페스티벌은 그런 존재이어야 했다.
신이란 원래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신화에서 가이아 외에도 우라노스, 크로노스, 그리고 제우스로 이어지면서 신의 영역을 넓어진다. 신이 다른 신을 만들어내고, 또 그 신은 또 다른 신을 만들어낸다. 본래의 신은 강한 힘을 가졌기에 아래의 신들을 지배할 수 있으나, 이제 그 아래 신들이 힘을 모울 경우 자신을 창조한 신을 몰아낸다. 문제는 그리스신화에서 크로노스와 제우스의 경우 몰아낸 신은 아버지였고 남신이었다. 여신을 몰아내지 않았고, 오히려 어머니가 여신이라면 그녀와 의기투합하여 아버지 남신을 몰아냈다.
그런데 여신을 추락한 것은 그 세계를 만든 것에 대한 부정이다. 페스티벌과 적대하는 만들어진 신, 그들은 인간에게 어떤 시련의 시간을 주는 것일까? 론의 잠재의식에 숨은 꿈의 기억에서 페스티벌을 만났고, 페스티벌과 만든 신도 만났을 것이다. 만들어진 신과 싸우며 모든 것을 잃은 론, 그가 이민족들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순간 운명의 수레바퀴는 탈선되어 절망의 극으로 갔다. 다시 시작한 인생에서 문제는 지난 역사는 되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의 론을 인지하는 존재는 신과 악마이다. 즉 시공간적으로 초월한 존재만이 인간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라이트노벨 설정으로 만들어진 세계라도 인간이 생각하는 세계와 그것을 토대로 만든 작품 역시 현실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이상에 의해 구성될 수밖에 없다. 라이트노벨 1권을 보면서 철학적 가치관을 정립해보는 것은 도가 지나치지 않나 싶으나, 작품에서 페스티벌의 등장, 페스티벌이 그렇게 약해진 이유, 인간을 위협하는 세계, 그리고 왕궁 내의 권력이 움직이는 모습에서 비켜나가기란 어렵다. 작품 내의 이야기 흐름에서 매우 정치적인 상황을 반영했다. 인피니티라는 국가는 거대한 제국이고, 그 힘을 모든 주변국가가 두려워할 정도로 강력하다.
헤프미왕국의 여왕인 아일린의 보면 더욱 그렇다. 아일린 가족은 왕족이나, 그녀의 가족은 무능한 정치가였다. 그래서 어린 나이로 왕위를 물려받고, 국가를 통치한다. 그녀가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바로 전쟁을 막는 것이다. 자신의 국가가 약한 약소국이기 때문에 언제나라도 주변국가 군대에 의해 짓밟힐 수 있다. 전쟁이 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전쟁이 일어날 경우 우선 많은 사람들이 죽지만, 전쟁에서 가장 골치 아픈 일은 마을에 대한 약탈이다. 약탈은 가축과 농산물을 탈취하고, 여자와 아이들은 유린당하거나 노예로 팔려간다. 남자들은 대부분 죽임을 당한다.
작품세계가 비록 판타지라도 주요 무기가 검(서양적 요소)과 (건 서머너의 무기는 총이고 그것은 마법으로 이루어짐) 여자(왕녀, 공주, 여왕)의 의복이 중세유럽 내지 로코코시대 유럽(18세기 프랑스)인 조건에서, 전 근대적의 전쟁은 노예 혹은 죽음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전쟁이 나면 자신의 목숨도 그렇지만, 왕국의 무너지는 것은 헤프미란 왕국의 국민들도 국민의 지위 대신 다른 국가의 노예로 팔려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일린은 어떻게든 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론 일행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자신 역시 어린 소녀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자신의 선택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점에서 그녀의 행동은 개연성이 매우 높은 행동을 보여준다. 전쟁의 고통은 인간을 비참하게 만든다. 작품에서 헤프미왕국의 어느 마을 한 소녀가 세상에 대한 증오와 원한으로 마검과 동화된다. 구원받을 수 없는 자신의 삶, 어둠에 물든 영혼은 결국 악령처럼 변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불행의 고통에 이끌어낸다. 그리고 세계를 더 심한 나락으로 만들려는 자들이 있다.
론이 지난 과거, 즉 다시 구성된 세계 이전에 멸망한 세계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신과 악마는 기억하고 있다. 그런 세계가 되는 것은 시공간적으로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신과 악마는 기억하고 있고, 그것은 론에게 암시해준다. 그런데 조금 재미있는 것은 악마가 진짜 악마인가 싶을 정도로 모순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멸망한 세계에서 주박에 걸려 론과 싸운 악마는 지금의 론에게 은혜를 갚으려한 모습에서 말이다.
강한 힘으로 주인의 명령을 듣는 악마지만, 론에게 죽임을 당함으로써 주박이란 쇠사슬에서 벗어난다. 악마조차도 “나는 노예의 평화보다는 위험한 자유를 택할 것이다.”를 보여준 것이다. 그런 자유를 준 론이 그것을 지키기 것은 역시 이종족의 몰살을 피하면서부터다. 나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타인의 자유와 평화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