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9일 오전 9시 전후 전남 무안군 망운면 일원에 위치한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사의 보잉 B737-800기가 착륙하다가 항공사고를 당했다. 아침에 그 소식을 듣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항공기 사고는 육지가 아닌 공중에서 일어나는 점이 매우 치명적이다. 공중에서 충돌사고 나면 그 자체로 폭파되는 일도 많고, 비상착륙 도중 지면에 충돌하는 경우도 많으며, 심지어 조종사의 착각으로 산자락에 충돌하는 일도 있다.

 

본인은 과거 김해국제공항이 위치한 공군부대에서 3년 반 넘게 복무했다. 지금은 공병대대지만, 당시에 시설대대로 내가 전역 전까지 맡은 임무는 기지 내 시설관리였다. 군부대도 육지 위에 있고, 비행시설이나 지원시설 모두 토지 위에 건축물로 이루어져 있고, 심지어 활주로나 도로 역시 시설물이기에 거의 모든 곳을 들어갈 수 있었다. 하다못해 비행기를 정비하는 격납고나, 조종사들이 대기하는 비행대대 건물, 특수요원이 머무는 건물, 탄약고 등 거의 모든 곳을 돌았다.

 

따라서 비행기를 직접 만질 수는 없지만, 비행과 관련된 모든 시설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다못해 관제사들이 항공관제를 하는 관제타워 내부에도 들어갔다. 또한 잊을 수 없는 장소 중에 하나가 소방구조중대이다. 소방구조중대는 기지 내 화재사고를 진화하거나 방재하는 업무를 하지만, 또 중요한 임무가 항공기 사고 시 항공기 내 인원 및 항공기를 구조하는 임무이다. 시설대대 내 소방구조중대는 같은 대대지만, 멀리 있는 존재이다. 하지만 병사들은 몰라도 부사관이 되면 소방구조중대 사람들도 고참과 후임이 된다. 그래서 소방구조중대에 가끔 놀러가고, 업무차 자주 방문하였다. 활주로를 보면 상황실에서 체크하고, 소방차는 활주로에 달려가기 위해 언제나 대기 태세를 유지했다.

 

사무실에 들어가면 각종 항공기의 모식도와 조종사가 어떻게 앉아 있고, 조종사 머리 위에 있는 캐노피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잘 보여준다. 몇 년 전 전역한 고참에게 업무를 배울 때, 그 고참에게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다. 김해공항 인근 신어산 자락(돗대산)2002년 중국 국적의 민항기가 충돌하여 엄청난 인명사고가 난 적이 있다. 당시 그 고참은 소방구조중대 구조반으로 구조 활동을 위해 출동했는데, 산에 피 냄새가 진동하고, 나뭇가지 위로 사람의 시체가 찢어진 채로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내가 군복무하면서 그 비극을 생각하면서 항공안전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항공기 사고가 나거나 혹은 공군 조종사의 죽음을 보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이번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비극 역시 그렇다. 활주로에 랜딩기어 없이 동체가 그대로 미끌려서 공항 경계 벽에 쳐 박히는 모습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이번 항공사고에 대해 생각했는데, 물론 아직 결론도 안 나고, 전문가 패널 역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단초의 원인은 조류충돌에서 공항 주변은 민가들이 많이 없고, 높은 건축물이 위치할 수 없다. 항공안전을 위해 주변에 시설물 내지 공작물을 올릴 수 없고, 나무도 수고가 높은 수종을 심을 수 없다. 문제는 주변이 풀이 많은 논과 밭, 초원지대가 많아 중소형 조류들이 서식하기 좋은 점이다. 오리나 참새 같은 조류들이 많이 서식하고, 사람들의 인위적 출입이 없기에 풀밭에 먹이활동하는 게 유리하다. 이착륙 과정에서 굳이 날지 않고, 풀밭에 은폐하는 편이 안전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조류도 많다.

이번 사고에서 대형 조류가 아닌 오리 같이 중소형 조류와 충돌했다. 결국 조류퇴치 또는 조류의 이동을 간과한 게 큰 문제였다. 기상조건에서 구름이 별로 없고 시야도 좋은 조건이기에 오리떼의 이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조종사의 미스도 있을 것이고, 오리떼가 어느 지점에서 날고 충돌했는지 모르지만, BAT반 조류퇴치하는 인원이 공항 내만 아니라 이착륙 하는 곳에도 활동을 하는 편이 좋았는지 모른다. 공항 내 BAT반은 공항공사와 공군부대에서 각각 운영하나, 기본적으로 활주로 중심으로 활동한다. 하지만 이착륙하는 고도가 착륙 지점에서 떨어져 있고, 해당 지점에서 조류충돌 가능성이 높기에 BAT반의 활동반경이 제한적 요소가 매우 치명적인 요소로 존재했다.

 

랜딩기어가 보통 조작에 따라 자동으로 열리는데, 이번 조류충돌로 인해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날개로 끼여 있다고 하는데, 보통 항공기 내부 기계가 움직일 때 유압에 의해 움직이는 것으로 안다. 유압(油壓)의 힘이 매우 강력하여 큰 물체를 이동 또는 움직일 수 있는데, 유압의 힘으로 랜딩기어가 열리지 않았다는 점이 믿기지 않았다. 설사 유압의 힘이 아니더라도 랜딩기어를 수동 작동이 되지 않은 점, 그렇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느 정도 급박 했는가 대해 의문이다. 항공기의 연료는 제트유로, 일반 기름과 다르다. 그 기름을 외부로 유출되는 드레인 공정도 의문이고, 항공기 엔진 1쪽에서 불이 날 때 선회했을 때도 의문이다.

 

랜딩기어에 달려 있는 타이어 없이 착륙하여 착륙 시 충돌을 저감할 수 있는 중간과정이 생략되고, 항공기 엔진 2개가 타이어 대신 활주로에 마찰하며 충돌했다. 엔진이 불이 붙은 상태에서 마찰하면 더욱 더 화재 위험이 높을 수 있을 것이다. 뉴스에서 처음에 나오다가 취소된 게 무안국제공항의 활주로 길이였는데, 무안국제공항의 활주로는 2800m, 일반적으로 한국 내 공항은 공군부대에서 운영하는 게 많은데, 보통 2784m, 9000feet가 규격이다. 과거 김해공항에서 시 신활주로 10500feet 외에도 구활주로 9000feet에도 보잉 B747 같은 대형 항공기가 내렸다. 결코 2800m의 활주로는 짧은 거리가 아니다. 12000feet 이상의 길이(3750m)를 가진 인천국제공항에 내려도 참사의 정도를 줄일 수 있지만, 항공사고를 막을 방도가 없어 보였다.

 

소형공항의 문제로 보면, 공항 내 소방대가 운영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에서 운영되는 큰 공항은 김포공항, 김해공항, 제주공항이다. 3군데는 인천공항공사에서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공항이다. 여기서 김해공항은 공군부대 주둔으로 소방구조활동이 원활하고, 과거 2002년 중국 항공사의 돗대산 추락사건으로 어느 정도 체계가 잘 잡힌 소방구조 시스템이 존재한다. 하지만 무안공항 내부는 잘 모르나, 공항규모도 적고, 한국공항공사 홈페이지에서 많은 공항 중 무안, 울산, 여수 등의 공항의 조직을 보면 매우 적다. 따라서 무한공항 내 소방구조에 필요한 장비 및 인원이 부족할 수 있고, 게다가 활주로 내 항공기 비상착륙할 경우 속도를 감쇠해주는 액체를 가진 장비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또한 공항소방대 이외에도 무안공항 주변에 소방구조 현황이 작은 119의용대만 있고, 무안소방서는 10분 거리, 로드뷰로 소방차는 7(구급차 제외) 정도이다. 상황 발령 후 10분이면 이미 치명적인 상태로 구조활동을 했어야 할 것이다. 화재진압에 필요한 무안공항 내 소방장비여건 그리고 화재진압을 위한 소방서의 입지 등이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이번 사고의 최고의 책임은 무엇일까? 나는 이번 항공기가 사고 나기 전 2일 전에 시동이 꺼지거나 혹은 정비가 불량하다는 기사를 보았다. 48시간동안 13차례 운항했다고 하는데, 보통 국내선에서 여행객이 탑승 후 활주로 대기 후 착륙 그리고 승객의 이동까지 1시간이 걸린다. 공항 내 대기 및 준비시간을 고려하면 1번 이륙하는데 전후시간이 3시간 이내로 충분하다. 48시간에서 13회이라면 계속 쉬지 않고 운항을 했다는 증거이다. 운항 전에 정비를 한다면 조종석에 보이는 게이지 수치, 정비사 간단히 체크하는 보는 정비 수준일 것이다. 공군에서 항공기 이륙 전 2시간 전에 정비사들이 출근하여 정비하고, 착륙하면 2시간 전후로 점검을 한다. 비행기 이륙보단 착륙할 때 점검이 어렵다. 당일 이륙은 전날의 착륙 후 점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런 점이다. 48시간 내 13회 운항이면 정비사 몇 명이 달라붙어서 얼마나 정비를 했을까?

 

이번 참사의 원인은 정비불량이 나올 것이다. 오리 날개가 끼어 랜딩기어가 작동이 못했다는 것은 너무 이해가지 않은 이야기이다. 오리의 날개가 아닌 오리의 몸 전체가 끼어 있다면 이해가 갈 수 있지만, 오리 날개가 철근보다 단단할 수 없지 않은가? 정비불량의 원인으로 나는 과도한 운항 스케쥴이라고 본다. 항공기는 구매가 아니라 대부분 대여를 한다. 최대한 굴려서 이윤을 보는 것이 기업인들이고, 최소 비용 최고 효율이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그러다보니 항공운항 스케쥴이 엉망이고, 정비사들이 점검시간이 충분하지 못하며, 격납고에 1번 들어가서 제대로 창정비를 했어야 했다.

 

운항스케쥴은 조종사나 정비사가 짜는 게 아니라 제주항공 본사에서 짜고, 그것은 경영진의 이윤추구에서 시작된다. 애경그룹 경영진들은 정말 최악의 인간이란 점을 보여주고, 그것을 그대로 이어간 제주에어 경영진 역시 최악의 인간이다. 항공기 운항과 관련하여 안전을 위해 운항 횟수 및 시간 등을 고려하여 정비는 반드시 격납고에서 종합점검을 받는 게 마땅할 것 같다. 그러면 항공기 대여 기수가 늘어나고, 조종사나 정비사 소요가 늘어나며, 그에 따라 항공권의 가격이 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번 비극을 보면서 항공권 티켓비용보다 생명이 우선이라면 다르게 볼 필요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나의 궁금점으로 이번 항공기의 기장이 6500시간 이상의 베테랑 조종사이고, 부기장은 1800시간 전후로 보았다. 다소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부기장은 공군사관학교 출신 조종사가 아닌 것 같고, 기장도 공군사관학교 출신인지 아닌지 궁금했다. 그 이유는 무안공항은 활주로는 보통이나, 기본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곳이다. 하지만 무안국제공항에서 약 40정도 떨어진 광주공항은 조금 다르다. 거긴 공군제1전투비행단으로 공군기지가 위치하고 2835m의 활주로에 기본적으로 공군은 활주로 9000feet에서 좌우로 1000feet의 과주로가 위치한다. 즉 활주로에서 이탈한 비행기를 저지하기 위해 안전장치가 있다.

 

공군 소방구조중대 내 항공기초과저지를 담당하는 복무자도 있다. 하늘에서 선회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몇 분이 되는데, 그 시간이면 광주공항 내 공군부대 및 공항공사 직원이 비상사태를 대응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사고의 비극은 활주로의 길이가 아니라 그 항공기를 빨리 멈추고, 화재를 빠르게 진압하는 게 중요했다. 전쟁나면 군용기들은 기체결함보다 적의 공격에 의해 비상착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기에 대한 인원 및 장비운영, 시스템이 구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설사 공군사관학교 출신이라도 그 짧은 시간에 판단하기 어려울지도 모르나, 여러 가능성을 열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무안공항은 바다와 인접한 해안공항이다. 해수면의 장력도 무시하지 못하지만, 액체보다 고체의 충돌력이 더 무섭다. 게다가 바다는 하천종점부와 인접하므로, 하천에 내릴 방도가 있지 않았나 싶은 아쉬움도 있다. 서울김포공항의 경우 눈이 올 수 있을 정도로 춥지만, 무안공항은 남측에 위치하여 하천이 쉽게 얼지 않을 정도로 겨울이 따듯하다. 이 모든 의문과 가능성을 생각하면 그저 안타깝고 슬픈 비극이다. 2분의 승무원이 극적으로 구출되었지만, 1분은 전신마비의 위기에 놓여있고, 다른 1분이 신체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정신적 외상은 평생 안고 가야한다. 2024년 마지막 한 해가 넘어가는 시기에 179명의 항공사고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그분들의 가족에게 위로의 마음을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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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에 대한 리뷰를 언제 적을지 모르지만, 참으로 고민이 된다. 단순히 영화적 리뷰로 작성할 것인지, 조선의 성리학 계보에서 학문과 가계로 통해서 접근 해야 할 지 아니면 한국 천주교회사를 풀어나가야 하는 것도 고민이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오면 협찬자가 나온다. 거기에 전주에 위치한 전동성당이 협찬자로 나온다. 한국 천주교회사를 공부하면 이유를 깊이 파고 들어가면 이해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정약전이란 인물은 성리학자이기도 하다. 한국의 천주교를 파고 가면 일반 신도들은 천주교회사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대학교 학부 시절 지방에 위치한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신자는 아니나 친분이 생겨 학교성당에 가도 학생들과 대화하면 천주교회사를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나마 신부님은 잘 알고, 수녀님은 어느 정도 아는 수준이다. 또한 현실 고증으로 들어가면 다산초당이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귤동마을에 위치하는데, 조선역사를 공부하여 임진왜란을 연구하면 다산초당의 땅주인이 이순신장군을 도우던 의병조직과 연계성이 있다. 그런데 영화에서 다산초당을 보면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은 점이 아깝다.

 

왜냐하면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 올 적에 거기는 기와로 만든 집이 아니라 볏짚으로 만든 집이었다. 볏짚으로 만든 집은 관리가 어려워 사유지 관리자가 투자하여 기와로 올린 것이다. 지금 다산초당 입구에 찻집이 있는데, 거기가 다신계라고 한다. 그 전통 찻집 가게 주인의 선조는 정약용 선생의 제자이며, 다산초당 주인의 후손이다. 그리고 나의 친할아버지는 그 초당의 주인이며 관리자였던 윤재찬이란 분과 친구였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세상을 떠났지만, 영화를 보는 나에겐 다산초당의 기와는 이준익 감독의 실수였다. 초당의 내부를 봐야 할 것이지 왜 류승룡 싸를 정약용 배역을 맡아 기와를 보였느냐? 차라리 백련사에서 혜장 스님쪽이 나올 때가 좋았다. 정약용과 정약전을 연구하면 조선 성리학과 실학 더 나아가 서학과 천주교회사를 만나게 되고 깊이 들어가면 당파 갈등의 역사성을 파고 들어간다. 그래서 리뷰를 적기엔 고민이다. 역사, 향토문화, 씨족문화, 학문을 통한 당쟁관계, 천주교박해에 대한 의의에 대해 올라간다. 물론 나는 천주교회사를 지봉 이수광 선생의 <지봉유설>과 성호 이익의 <성호사설>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기축옥사부터 시작해야지 신해박해와 신유박해를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천주교박해는 천주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전부터 불씨가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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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지식인 윤선도 - 사상과 네트워크
고영진 지음 / 푸른역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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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윤씨 일원으로 고산 선생은 우리문중에 이름만.높았지 권력의 중심이.아닌 그 주변이.머물렀다. 고산 선생의 진정한 가풍은 고조부인 어초은공이 가뭄때 세금을 내지못해 감옥에.갇힌 전국의 백성을 3번이나.대납하여 풀러내게 한.점이다. 남을 위해 자기자신을 거는건 예나지금이나 어려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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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홀리데이>는 처음에는 많은 인기를 공유하다 끝에서는 최악으로 끝이 났다. 평점이 10점 만점 기준으로 9.5 이상 찍은 작품이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가면서 5.0 수준으로 하락했다. 작품의 성격상 초반에 강마루가 보여준 카리스마적 요소, 그가 행하는 무리한 테러에서 기존 세계에서 정립된 한국은 초강대국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보면서 대중이 느끼는 희열은 초반에는 강마루가 보여준 기적적 형태 그리고 어스라는 초월적 국가기관이 세워지면서 어스의장으로 강마루가 취임하자 보여준 강력한 정책들은 분명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었을 것이다.

 

미국 대형 전투기 부대가 침공해도 전자해킹을 통해 상대 전투기를 통제하고, 상대국가 대통령을 그 자리에서 총살 시키는 것도 어마어마한 발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작품이 만들어진 원인이고 배경, 결과 등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예전에 읽은 책이 생각난다. 마크 라이너스의 <6도의 악몽>이다. 부재로는 소설보다 무서운 지구온난화와 환경 대재앙 시나리오로 평소 지구과학 또는 환경학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이쪽 분야에서 종사하지 않으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영역일 수 있다.

 

본인의 경우 학부를 환경공학을 전공하여 환경 관련 자격증 취득 후 환경 관련 업종에서 근무하고 있다. <홀리데이>에서 말하던 일들을 이미 2000년 전후로 알고 있었다. 당시 온실가스에 대해 말하자면 이상기후와 더불어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온실가스화로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 엘리뇨 또는 라니냐 같은 이상기상이 일어나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세기 중반까지 몬순기후였지만, 이제는 아열대로 기후로 변경되었다. 쉽게 생각하면 제주도에서 관찰된 어류나 식물들이 이제는 남해안 해역에서 발견되고 있고, 예전에 동해에서 많이 잡힌 어류들은 점차 잡히지 않게 되었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우리의 삶에서 추위와 더위 등의 기상 문제를 떠나 식량과 생태계까지 영향이 가게 된 것이다. <홀리데이>에서 강마루는 바로 이런 문제를 지적했고, 특히나 식량과 식수, 알 수 없는 박테리아에 큰 문제를 지적했다. 과학자들의 말을 따르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을 경우 단순히 해수면의 상승만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한 미생물이 빙하에서 나와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미생물의 활동은 생물화학적인 감염만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생물은 우리 인간의 내장에도 피부에도 산다.

 

미생물의 영역이 토착성에서 외부에서 충격이 오면 그대로 숙주인 인간 그리고 생물에게 일어난다. 흔히 우리가 듣는 장내 미생물에서 유산균이란 단어를 자주 들었을 것이다. 인간에게 유익한 활동을 하는 세균, 하지만 이들도 인간의 몸이 약해지면 감염증을 일으키는 원인 중에 하나이다. 그 병리적 기발점이 온도, 습도, 바람, 식단 등만이 아니라 다른 미생물과의 관계성도 있다. <홀리데이>에서 극지방의 빙하붕괴는 단순히 해수면 상승만이 아니라 미생물로 인한 인간의 감염증세가 뒤따르고, 실제 작품에서 인간이 알 수 없는 질병에 시달린 채 앓다 죽는 장면도 나온다.

 

강마루가 직접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계기는 병원성 미생물로부터 살아갈 수 있는 백신을 만들었기 때문이고, 일부 강대국은 그 특정 미생물만 잡으면 강마루는 필요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미생물은 진화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종이므로, 새로운 병원균이 나오고, 그 병원균에 의해 새로운 증세가 발현된다. 강마루를 죽인 정보요원의 행동은 그 자신과 조직에게는 정의일지 모르나. 작품 결말부에서는 그녀가 저지른 행위는 인류의 멸망을 불렀다.

 

그래서 <홀리데이>2가지 주제로 압축된다. 하나는 온실가스 과중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 하나는 정의라는 관점이다. 문제는 정의는 누구에게 그 이념적 가치가 높은지에 따라 달라지고, 이념적 가치는 인간의 가치관과 권력의 힘에 의해 달라진다. 과거 군부독재 세력이 권력을 가졌지만, 폭력의 정치는 민주주의 이념가치에 올바르지 않기 때문에 결국 붕괴하고 말았다. 하지만 민주주의적 가치가 전 국민이 알고 있어도 권력자의 힘에 의해 무력화되는 경우도 있다.

 

<홀리데이>에서 강마루의 폭력적이지만, 혁명적 그리고 독재적 모습을 하나의 정의 또는 불의로 묘사된다. 그러나 여기선 명확한 점이 있다. 강마루를 죽인 요원은 국가와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회법적 인간이고, 강마루를 그 사회법인 형태가 지구를 죽이고 결국 인류를 망하게 하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환경시스템에 따라 움직이어야 한다고 여기는 자연법적인 존재다. 자연법이란 생각하면 쉽고도 어렵다. 뉴턴이란 과학자가 사과무에서 사과가 떨어질 것을 보고 중력을 발견했듯이 자연이란 우리가 인위적인 힘을 발휘하지 않고도 움직인다.

 

심지어 항공기가 하늘로 올라갈 때 자연적 중력과 가속도 관계성, 작용과 반작용 관계에서 찾아내어 간다. 인간이 자연의 원리를 찾아 과학적 공학적으로 세상을 풀어나가지만, 항공기가 지상을 날기 위해서는 활주로와 항공기를 제작해야 하고, 날아가는 과정에서 관제탑과 항공위성의 통제를 받는다. 항공관제는 자연에서 전자파를 이용한 방법이나, 그 행위는 사회적 약속과 규정에 따라 움직인다. 인간에게 자연적 법칙이란 그저 도구에 불과하게 된 셈이다.

 

자연적 법칙은 단순히 물리적 운동만 있는 게 아니다. 자연적으로 하천이나 해양에서는 물이란 매개를 통해 쉬지 않고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다. 게다가 생물이 대거 서식하고 있으니 생물화학적 반응을 일으킨다. 인간이 먹은 음식조차 소화되어 분변으로 나온 점에서 물과 음식, 그리고 산소는 인간 내부적으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다. 자연적 조건은 인간의 도덕과 법칙에 의해 정립될 수 있으나, 그 존재성을 바꿀 수 없다. 그래서 자연적 조건인 지구에서 자연적 요소를 변모시키면 자연적 조건을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기 위해 반작용을 일으킨다. 최근 한국에서 태풍의 발생빈도가 높거나 강력해진 이유는 지구가 본래의 조건으로 가기 위한 절차이다.

 

온실가스로 인해 거대한 열이 지구에 잔존하고 있다면, 지구는 스스로 그 열을 해소하기 위해 비와 바람을 일으키고, 대지를 가른다. 태풍의 위력은 열에너지가 높을수록 강력해진다. 인간이 자연의 조건 아래 자연의 법칙을 어긴 것으로 자연재난은 새롭게 시작된다. 문제는 자연법에 대해 인간은 사회법으로 다스리려 한다. 사회법은 단순히 공공성의 법률과 제도만이 아니다. 어느 개인과 사적 집단을 위해 법률과 제도 안에서 충분히 이윤을 추구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경제사회이며, 자본주의 사회구조 안에서 투자를 했다면 이윤을 얻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발은 이윤을 창출하는 창구 중에 하나이고, 특히 부동산개발은 더욱 그러하다. 산림을 파괴하고, 강을 오염시키는 것은 건설사업의 부산물이다.

 

게다가 공장을 세우거나 차를 움직이면 매연이 나오고, 공장을 돌리기 위한 가스와 전기, 수도 역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 에너지원조차 석유, 석탄, 가스도 자연지반의 파괴로부터 얻어진다. 현대사회의 모든 활동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에너지는 자연의 파괴로부터 시작된다. <홀리데이>에서 지구를 지키는 것은 자연적 법칙을 최대한 되돌리는 것이고, 자연적 법칙을 찾기 위해서는 개발을 멈추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결국 인간생활의 편리성과 이윤 추구를 위한 이기적 요소를 억제해야 하는 것이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에서 일반의지와 개인의지가 있다. 일반의지는 공공성이란 보편적 사고 방식이지만, 개인의지는 어느 집단의 이익을 위한 사고방식이다. 문제는 권력과 경제적 힘에 의해 일반의지는 개인의지로부터 꺽이는 경우가 많다. 어느 권력자들의 이해관계로부터 지구환경도 위험에 처해지는 경우가 현실이다. 강마루는 권력자들로부터 개인의지를 빼앗을 수 있었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모두 일반의지를 심을 수 없었다. 강마루가 죽기 전에 국가요원에게 자기가 죽으면 일어날 일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말을 듣지 않은 채 국가요원은 강마루를 죽인다. 강마루가 죽고 난 뒤 그가 말한 것들은 모두 현실이 된다.

 

강마루가 지구를 위해 문명을 억눌렀던 것은 자신이 살기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살리고 싶었다. 그곳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도 있었다. 지구가 망하면 인류가 망하고, 인류가 망하면 강마루와 그의 여자친구가 죽는다. 대의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가치는 아니나. 생존 앞에서는 선택의 기로가 인간을 괴롭게 만든다. 강마루의 자연법은 모두가 살아가는 길이나, 그 길에서 강마루가 문제삼은 것처럼 권력자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사회법은 공공성이라고 하지만, 사회법을 움직이는 것은 법이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그 이데올로기를 자신의 권한으로 움직이는 작자들이다.

 

국가요원은 권력자의 대변인은 아니지만, 권력기관의 속한 인물이다. 자신의 연인이 강마루의 부하에게 죽은 이유로 그녀의 정의는 가치관의 문제보단 복수의 목적으로 변한다. 결국 자신의 신념으로 정의를 선택한다. 인류의 시계는 24시간 기준으로 몇 분 조차 남지 않은 게 세계기구의 말이다. 그 시간을 앞당기게 되면 사는 게 힘들지만, 쉽게 그 문제를 간과하는 것은 현실의 편리함과 자신의 이기심이다. <홀리데이>에서 생태주의 가치관이 도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생태주의가 등장한 배경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예지하기 보다는 그 문제가 현실로 닥쳤기 때문이다. 변증법적으로 물이 끓어도 물로 볼 수 있지만, 물이 수중기가 되면 더 이상 물이 아닌 기체 중에 하나다.

 

<홀리데이> 작품은 지구가 망하면 인류가 망하고, 인류가 망하면 모든 이가 죽고 만다. 아무도 없는 세상은 원하지 않으나 그것을 아무도 막지 않는다. <홀리데이> 세계는 진행 중이고, 우리는 목격한다. 작품에서 아쉬운 점은 바이러스 하나로 온실가스 지구온난화 문제를 보여주는 것보다 그 이상의 것이 좋았을 것이다. 바이러스 백신을 만든 것이 하나의 권력이라면, 최근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코로나 바이러스 이야기 수준밖에 안 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종료는 어떤 질병의 완치 또는 극복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일로 치부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편익을 위해 개발을 할 때, 찬성하는 모습에서 만일 거기서 발생되는 부산물이나 오염물을 곁에 두지 않으려 한다.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그저 누리려는 모습에서 강마루의 테러는 그저 환타지에 불과한 이야기다. 물론 SF장르 웹툰이므로 상상을 가능하지만, 이야기의 서술성은 너무 부자연스러웠다. 작가분은 마크 라이너스의 <6도의 악몽>을 읽을 수 있지만, 많은 독자들은 그런 책조차 있는지도 모른다. 지구온난화는 지나가는 이야기 또는 학교 수업시간에 지구과학에서 단편적으로 배운 수능 점수에 도움 되지 못한 교과내용일 것이다.

 

20237월 계절상 여름이고, 앞으로 심각하게 더워질 것이다. 더운 여름 에어컨을 켜고 차가운 음료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지만, 우리가 시원한 여름을 보내면 더 많은 전기에너지를 생산하여 지구의 열기는 높아질 것이다. 그런다고 더운 날에 냉방기구 없이 더위에 노출되면 열사병으로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이상으로 욕심내고 탐낸다면 강마루가 말한 지구의 절망은 다가올 수밖에 없다. 단지 작가는 그런 점을 조금 상황적 조건으로 반영했으면 어떤가 싶었다. 독자들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보단 웹툰의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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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감이나 진교수와 변희재씨의 미러되는 상황이 웃긴다. 진중권 교수의 2020년 전의 책을 다 모우거나 사서 읽고 공부했다. 그런데 이제는 반대다. 전에 진중권 교수의 책을 모조리 버렸다. 심지어 그의 친필사인이 담긴 도서까지 말이다. 변희재는 극보수의 상징적 논객이었는데 이제는 바뀌었다.


이런 점을 보며 나는 말할 수 있다. 진보진영의 문제는 지위와 권력을 탐하는 자는 극우로 향하고, 보수진영에서 이용당해 버려진 토사구팽을 경험한 이들은 크로스 된다는 점이다. 최근 나는 젊은 세대들의 트렌드를 본다. 이들은 진보와 보수를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게 아니다.

SNS나 블로그 글을 보면 진보진영적 가치관과 보수적인 마인드가 상존하는 글과 거기에 동의를 한다. 대표적인 게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성과 노동자의 죽음(SPC 사건)에 대한 내용이다. 진보라면 단순히 진영적인 논리로 진보적 가치관을 논할 게 아니라 시대적 변화를 읽는 진화적인 요소를 담아야 한다. 정의당을 보면서 느낀 점을 이들은 완전무결한 꼰대이다.

30~40년 전 독재정권에 활동하던 진보들은 독재정치를 펼치던 군부에 대항하던 사람이나, 지금의 소위 정의당 세력의 진보들은 그때와 다르다. 예전에 학력은 중졸이 대부분이고, 대졸은 귀했고, 학생운동하던 자들이 진보와 민주진영의 정치인이 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떤가?? 고졸이 더 귀한 시대가 아닌가? 대학교를 넘어 지방대학과 전문대는 돈만 있으면 갈 수 있다. 학력이 결국 정치적 세력에 연줄이 되는 것이고 이건 진보와 보수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게 정의당의 실패이고, 문제이다. 그리고 시대는 경제적 조건, 시대적 흐름, 대중의 인식 등이 계속 변화한다. 20~30대들과 상대하면 느끼는 점은 이들을 맞추려면 어려운 이야기 대신 간단명료하고 재미난 표현을 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점차 꼰대화되어가고, 원래 보수는 꼰대였으나 돈과 지위, 명예 등의 달콤한 유혹는 주나. 결국 토사구팽한다(준스톤을 보시오). 앞으로 진영적 가치는 정체성이지만, 이것을 두고 어떻게 콘텐츠를 만드는 게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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