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홀리데이>는 처음에는 많은 인기를 공유하다 끝에서는 최악으로 끝이 났다. 평점이 10점 만점 기준으로 9.5 이상 찍은 작품이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가면서 5.0 수준으로 하락했다. 작품의 성격상 초반에 강마루가 보여준 카리스마적 요소, 그가 행하는 무리한 테러에서 기존 세계에서 정립된 한국은 초강대국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보면서 대중이 느끼는 희열은 초반에는 강마루가 보여준 기적적 형태 그리고 어스라는 초월적 국가기관이 세워지면서 어스의장으로 강마루가 취임하자 보여준 강력한 정책들은 분명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었을 것이다.

 

미국 대형 전투기 부대가 침공해도 전자해킹을 통해 상대 전투기를 통제하고, 상대국가 대통령을 그 자리에서 총살 시키는 것도 어마어마한 발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작품이 만들어진 원인이고 배경, 결과 등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예전에 읽은 책이 생각난다. 마크 라이너스의 <6도의 악몽>이다. 부재로는 소설보다 무서운 지구온난화와 환경 대재앙 시나리오로 평소 지구과학 또는 환경학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이쪽 분야에서 종사하지 않으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영역일 수 있다.

 

본인의 경우 학부를 환경공학을 전공하여 환경 관련 자격증 취득 후 환경 관련 업종에서 근무하고 있다. <홀리데이>에서 말하던 일들을 이미 2000년 전후로 알고 있었다. 당시 온실가스에 대해 말하자면 이상기후와 더불어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온실가스화로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 엘리뇨 또는 라니냐 같은 이상기상이 일어나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세기 중반까지 몬순기후였지만, 이제는 아열대로 기후로 변경되었다. 쉽게 생각하면 제주도에서 관찰된 어류나 식물들이 이제는 남해안 해역에서 발견되고 있고, 예전에 동해에서 많이 잡힌 어류들은 점차 잡히지 않게 되었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우리의 삶에서 추위와 더위 등의 기상 문제를 떠나 식량과 생태계까지 영향이 가게 된 것이다. <홀리데이>에서 강마루는 바로 이런 문제를 지적했고, 특히나 식량과 식수, 알 수 없는 박테리아에 큰 문제를 지적했다. 과학자들의 말을 따르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을 경우 단순히 해수면의 상승만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한 미생물이 빙하에서 나와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미생물의 활동은 생물화학적인 감염만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생물은 우리 인간의 내장에도 피부에도 산다.

 

미생물의 영역이 토착성에서 외부에서 충격이 오면 그대로 숙주인 인간 그리고 생물에게 일어난다. 흔히 우리가 듣는 장내 미생물에서 유산균이란 단어를 자주 들었을 것이다. 인간에게 유익한 활동을 하는 세균, 하지만 이들도 인간의 몸이 약해지면 감염증을 일으키는 원인 중에 하나이다. 그 병리적 기발점이 온도, 습도, 바람, 식단 등만이 아니라 다른 미생물과의 관계성도 있다. <홀리데이>에서 극지방의 빙하붕괴는 단순히 해수면 상승만이 아니라 미생물로 인한 인간의 감염증세가 뒤따르고, 실제 작품에서 인간이 알 수 없는 질병에 시달린 채 앓다 죽는 장면도 나온다.

 

강마루가 직접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계기는 병원성 미생물로부터 살아갈 수 있는 백신을 만들었기 때문이고, 일부 강대국은 그 특정 미생물만 잡으면 강마루는 필요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미생물은 진화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종이므로, 새로운 병원균이 나오고, 그 병원균에 의해 새로운 증세가 발현된다. 강마루를 죽인 정보요원의 행동은 그 자신과 조직에게는 정의일지 모르나. 작품 결말부에서는 그녀가 저지른 행위는 인류의 멸망을 불렀다.

 

그래서 <홀리데이>2가지 주제로 압축된다. 하나는 온실가스 과중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 하나는 정의라는 관점이다. 문제는 정의는 누구에게 그 이념적 가치가 높은지에 따라 달라지고, 이념적 가치는 인간의 가치관과 권력의 힘에 의해 달라진다. 과거 군부독재 세력이 권력을 가졌지만, 폭력의 정치는 민주주의 이념가치에 올바르지 않기 때문에 결국 붕괴하고 말았다. 하지만 민주주의적 가치가 전 국민이 알고 있어도 권력자의 힘에 의해 무력화되는 경우도 있다.

 

<홀리데이>에서 강마루의 폭력적이지만, 혁명적 그리고 독재적 모습을 하나의 정의 또는 불의로 묘사된다. 그러나 여기선 명확한 점이 있다. 강마루를 죽인 요원은 국가와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회법적 인간이고, 강마루를 그 사회법인 형태가 지구를 죽이고 결국 인류를 망하게 하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환경시스템에 따라 움직이어야 한다고 여기는 자연법적인 존재다. 자연법이란 생각하면 쉽고도 어렵다. 뉴턴이란 과학자가 사과무에서 사과가 떨어질 것을 보고 중력을 발견했듯이 자연이란 우리가 인위적인 힘을 발휘하지 않고도 움직인다.

 

심지어 항공기가 하늘로 올라갈 때 자연적 중력과 가속도 관계성, 작용과 반작용 관계에서 찾아내어 간다. 인간이 자연의 원리를 찾아 과학적 공학적으로 세상을 풀어나가지만, 항공기가 지상을 날기 위해서는 활주로와 항공기를 제작해야 하고, 날아가는 과정에서 관제탑과 항공위성의 통제를 받는다. 항공관제는 자연에서 전자파를 이용한 방법이나, 그 행위는 사회적 약속과 규정에 따라 움직인다. 인간에게 자연적 법칙이란 그저 도구에 불과하게 된 셈이다.

 

자연적 법칙은 단순히 물리적 운동만 있는 게 아니다. 자연적으로 하천이나 해양에서는 물이란 매개를 통해 쉬지 않고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다. 게다가 생물이 대거 서식하고 있으니 생물화학적 반응을 일으킨다. 인간이 먹은 음식조차 소화되어 분변으로 나온 점에서 물과 음식, 그리고 산소는 인간 내부적으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다. 자연적 조건은 인간의 도덕과 법칙에 의해 정립될 수 있으나, 그 존재성을 바꿀 수 없다. 그래서 자연적 조건인 지구에서 자연적 요소를 변모시키면 자연적 조건을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기 위해 반작용을 일으킨다. 최근 한국에서 태풍의 발생빈도가 높거나 강력해진 이유는 지구가 본래의 조건으로 가기 위한 절차이다.

 

온실가스로 인해 거대한 열이 지구에 잔존하고 있다면, 지구는 스스로 그 열을 해소하기 위해 비와 바람을 일으키고, 대지를 가른다. 태풍의 위력은 열에너지가 높을수록 강력해진다. 인간이 자연의 조건 아래 자연의 법칙을 어긴 것으로 자연재난은 새롭게 시작된다. 문제는 자연법에 대해 인간은 사회법으로 다스리려 한다. 사회법은 단순히 공공성의 법률과 제도만이 아니다. 어느 개인과 사적 집단을 위해 법률과 제도 안에서 충분히 이윤을 추구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경제사회이며, 자본주의 사회구조 안에서 투자를 했다면 이윤을 얻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발은 이윤을 창출하는 창구 중에 하나이고, 특히 부동산개발은 더욱 그러하다. 산림을 파괴하고, 강을 오염시키는 것은 건설사업의 부산물이다.

 

게다가 공장을 세우거나 차를 움직이면 매연이 나오고, 공장을 돌리기 위한 가스와 전기, 수도 역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 에너지원조차 석유, 석탄, 가스도 자연지반의 파괴로부터 얻어진다. 현대사회의 모든 활동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에너지는 자연의 파괴로부터 시작된다. <홀리데이>에서 지구를 지키는 것은 자연적 법칙을 최대한 되돌리는 것이고, 자연적 법칙을 찾기 위해서는 개발을 멈추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결국 인간생활의 편리성과 이윤 추구를 위한 이기적 요소를 억제해야 하는 것이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에서 일반의지와 개인의지가 있다. 일반의지는 공공성이란 보편적 사고 방식이지만, 개인의지는 어느 집단의 이익을 위한 사고방식이다. 문제는 권력과 경제적 힘에 의해 일반의지는 개인의지로부터 꺽이는 경우가 많다. 어느 권력자들의 이해관계로부터 지구환경도 위험에 처해지는 경우가 현실이다. 강마루는 권력자들로부터 개인의지를 빼앗을 수 있었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모두 일반의지를 심을 수 없었다. 강마루가 죽기 전에 국가요원에게 자기가 죽으면 일어날 일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말을 듣지 않은 채 국가요원은 강마루를 죽인다. 강마루가 죽고 난 뒤 그가 말한 것들은 모두 현실이 된다.

 

강마루가 지구를 위해 문명을 억눌렀던 것은 자신이 살기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살리고 싶었다. 그곳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도 있었다. 지구가 망하면 인류가 망하고, 인류가 망하면 강마루와 그의 여자친구가 죽는다. 대의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가치는 아니나. 생존 앞에서는 선택의 기로가 인간을 괴롭게 만든다. 강마루의 자연법은 모두가 살아가는 길이나, 그 길에서 강마루가 문제삼은 것처럼 권력자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사회법은 공공성이라고 하지만, 사회법을 움직이는 것은 법이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그 이데올로기를 자신의 권한으로 움직이는 작자들이다.

 

국가요원은 권력자의 대변인은 아니지만, 권력기관의 속한 인물이다. 자신의 연인이 강마루의 부하에게 죽은 이유로 그녀의 정의는 가치관의 문제보단 복수의 목적으로 변한다. 결국 자신의 신념으로 정의를 선택한다. 인류의 시계는 24시간 기준으로 몇 분 조차 남지 않은 게 세계기구의 말이다. 그 시간을 앞당기게 되면 사는 게 힘들지만, 쉽게 그 문제를 간과하는 것은 현실의 편리함과 자신의 이기심이다. <홀리데이>에서 생태주의 가치관이 도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생태주의가 등장한 배경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예지하기 보다는 그 문제가 현실로 닥쳤기 때문이다. 변증법적으로 물이 끓어도 물로 볼 수 있지만, 물이 수중기가 되면 더 이상 물이 아닌 기체 중에 하나다.

 

<홀리데이> 작품은 지구가 망하면 인류가 망하고, 인류가 망하면 모든 이가 죽고 만다. 아무도 없는 세상은 원하지 않으나 그것을 아무도 막지 않는다. <홀리데이> 세계는 진행 중이고, 우리는 목격한다. 작품에서 아쉬운 점은 바이러스 하나로 온실가스 지구온난화 문제를 보여주는 것보다 그 이상의 것이 좋았을 것이다. 바이러스 백신을 만든 것이 하나의 권력이라면, 최근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코로나 바이러스 이야기 수준밖에 안 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종료는 어떤 질병의 완치 또는 극복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일로 치부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편익을 위해 개발을 할 때, 찬성하는 모습에서 만일 거기서 발생되는 부산물이나 오염물을 곁에 두지 않으려 한다.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그저 누리려는 모습에서 강마루의 테러는 그저 환타지에 불과한 이야기다. 물론 SF장르 웹툰이므로 상상을 가능하지만, 이야기의 서술성은 너무 부자연스러웠다. 작가분은 마크 라이너스의 <6도의 악몽>을 읽을 수 있지만, 많은 독자들은 그런 책조차 있는지도 모른다. 지구온난화는 지나가는 이야기 또는 학교 수업시간에 지구과학에서 단편적으로 배운 수능 점수에 도움 되지 못한 교과내용일 것이다.

 

20237월 계절상 여름이고, 앞으로 심각하게 더워질 것이다. 더운 여름 에어컨을 켜고 차가운 음료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지만, 우리가 시원한 여름을 보내면 더 많은 전기에너지를 생산하여 지구의 열기는 높아질 것이다. 그런다고 더운 날에 냉방기구 없이 더위에 노출되면 열사병으로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이상으로 욕심내고 탐낸다면 강마루가 말한 지구의 절망은 다가올 수밖에 없다. 단지 작가는 그런 점을 조금 상황적 조건으로 반영했으면 어떤가 싶었다. 독자들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보단 웹툰의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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