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단문소설입니다!)서울시 집은 아파트 전세 24평형 사는 평범한 부부, 그들이 어렵게 결혼 후 이제 첫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남편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가장, 아내는 원래 같은 회사에 다녔지만, 출산에 따라 일을 그만 두었다. 육아 퇴직과 관련하여 회사에서 나온 퇴직금과 전송금으로 출산비, 산후조리원비용, 아기 옷이나 예방접종비 등을 계획했다. 병원 산부인과 수술실에서 힘들게 자연분만하던 아내가 드디어 첫 아기를 보았다. 옆에 있던 간호사 선생님이 산모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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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1>

간호사 : 축하해요. 잘생기고 멋진 왕자님이 태어났어요.

아내 : (남편을 향하여) 오빠! 큰일 났어요. 우리 아이 특목고에 명문대를 가지 못하면 삼성에 취직못해 평생 고생하고 솔로로 살 것 같에요. 군대 가서 사고사 당할까 무서워요.


<상황2>

간호사 : 축하해요. 이쁘고 귀여운 공주님이 태어났어요.

아내 : (남편을 향하여) 오빠! 큰일 났어요. 우리 아이 길가다가 낯선 남자에게 성폭행당하고, 살해당하면 어쩌죠.


(소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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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내가 읽어본 괜찮은 서적으로 실비아 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가 있었다. 마녀사냥을 두고 페미니즘 운동가이면서도 노동운동가인 그녀가 저술한 마녀사냥은 여러가지를 함축하고 있다. 마녀사냥은 결국 권력자드이 자신의 권력을 누리기 위해 장치적으로 태어난 현상이다. 과거의 마녀사냥은 용인되어도 지금은 법이 있기에 사법처리된다. 이번 일도 비슷한 사회구조에서 볼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마음에 드는 이유는 마녀사냥 희생자가 여성도 있지만, 그 여성 중 특히 중년이나 노년의 여성의 희생을 잘 보여준다.


책에서 권력자의 횡포나 전쟁의 상처는 젊은 남자들을 모조리 죽이게 만들고, 그것을 목격하는 살아남은 여성은 그 모든 것을 기억하는 역사가가 된다.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사건은 언제나 그때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사회적 부조리에 의해 계속 재생산되어 새롭게 보여질 뿐이다. 신해철의 유고에서 이런 식의 문구가 생각난다. "여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살기에 진짜 X같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남자도 X같다." 여자들이 진짜 X같이 힘든 것은 인정하지만, 남자도 역시 X같은 일들이 많다는 점이다. 단지 여자들에게 더 많은 X같은 피해가 많을 뿐이다.


미국의 저명한 페미니즘 학자 매릴린 옐롬의 <유방의 역사>를 읽다보면 여러모로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적 문화를 알 수 있다. 그런다고 그 교수가 남자와의 투쟁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남자와의 이성과 사회적 관계로서 대하는 것이 옳다고 한다. 남녀가 결혼을 하든지 말든지는 개인의 권리이나, 하지만 사회의 재생산성을 생각한다면 계속 자녀는 필요하다(그분은 자녀가 4명이나 있으니 언행일치).


어디 갈 때 버스와 지하철 타려면 운전기사가 필요하고, 그것을 수리하는 정비사가 필요하다. 어디 가서 커피 한잔 마실 때 응대해주는 종업원이 필요하고, 그것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이번 사건을 두고 미래의 우리사회를 위한 대안으로 가는 것을 원하나, 현실적 문제해결은 필요하다. 그런데 피해의식만 무장하여 외치기만 한다면 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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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5-24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의 꽁트 ; 어느 산부인과에서 일어날 것 같은 상황이 아니고,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쯤 이미 일어나고 있는 상황 같은데요.

만화애니비평 2016-05-24 11:46   좋아요 0 | URL
이미 현실은 일어나고 있죠. 요새 산부인과에서 만나는 아기의 집안끼리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으니 말이죠.

이번 사건에 다른 추모글보다
자기집 딸 2명을 둔 어느 아버지의 추모글이 짠하고 다가오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5-24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진짜 어찌 해야 합니까. 이래도 지옥 저래도 지옥.

만화애니비평 2016-05-24 16:06   좋아요 0 | URL
헬조선인데..
문제는 근본원인을 찾는 것을 계속 놓치고
남혐여혐 서로 가지고 노는 것이죠.

전에 아는 동생과 김치녀 이야기하면서
김치녀를 만드는 것은 여자가 아니라
잘 먹고 잘 사고 남의 입장 따위 개나 주라는
그런 남자들이 만든 것이라 이야기했죠.

솔직히 딸 가진 주변사람 보면 대부분

내 딸은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 보낼거야
이런 마인드부터 시작하니...참...헬헬헬헬..

마립간 2016-05-25 07:56   좋아요 0 | URL
여성들이 `내 딸은 (또는 나는)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 보낼거야 (갈꺼야)`등의 마이드로 남성 중심 가부장제 사회의 형성에 여성들이 기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싫은 것이죠.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