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마스다 미리는 일본의 유명한 만화가이다. 그녀의 만화는 20~30대 여성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흐름을 타고 최근에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우연히 개인이 운영하는 도서관에서 마스다 미리의 만화에 대해 읽어보고 서로 이야기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예전에 마스다 미리라는 작가의 이름은 들은 적이 있으나, 실제로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는 20~30대 여성에게 잘 와 닿으며, 특히 30대 미혼의 여성에게 많은 공감을 사고 있다고 한다.

 

아마 마스다 미리의 만화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수짱때문인가 싶다. 이번에 내가 읽어본 <아무래도 싫은 사람>에서 수짱은 36세 노처녀로 등장한다. 일본의 36세와 한국의 36세는 다르다. 일본의 1살은 실제 태어난 지 1년이 지나야지 나이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1살로 본다. 일본과 한국의 나이세는 차이에서 한국은 일본나이를 고려할 때 만1세라고 이야기한다. 36세의 수짱은 한국나이로 37살의 여성이다. 최근 결혼연령이 늦어진다고 하나, 남성에 비하면 상당히 많이 늦은 나이인 점은 분명하다.

 

그런다고 수짱이 어디 외모가 특이하거나 이상한 것도 아니다(만화에서 그려지는 캐릭터를 보고 미적인 판단여부를 알 수 없다). 결혼하지 못하는 것인지 결혼하지 않은 것인지가 매우 불명확하다. 수짱의 주변에 인연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환경적 여건이 많이 큰 것 같으며,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마음에서 누적된 자기불안심리가 더 공고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래도 싫은 사람>은 연애를 중심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사소한 경계점이 중심이다.

 

여성작가라고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공감대는 형성되었다. 일단 수짱이 일하는 카페에 아르바이트생과 정직원이 있다. 그런데 정직원 한 사람이 사장의 친척이고, 그녀는 수짱이 가게 점장 인데도, 그녀와 상의하지 않고 자신의 기분대로 해결하려고 한다. 사소한 일에서부터 중요한 일까지 말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사람의 관습이 참 피곤할 때가 많다. 수짱이 느끼는 불편함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뒤에서 남의 험담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다음에 계속 얼굴을 바꾸고, 그 험담한 사람과 잘 지내는 모습에서 인간의 이중적 모습이 지겨울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아도 아무 말도 못한 채 가만히 있는 수짱 역시 자신에 대한 짜증과 기만함에 화가 나기도 한다. 수짱의 사촌동생이 겪은 이야기도 참 공감이 갔다. 식당이나 어디 가게를 가면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이 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령 내가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려고 한다면, 접대하는 사람이 나보다 나이가 많을 수도 혹은 적을 수도 있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아르바이트생으로 와서 서빙 하는 경우가 참 많다.

 

시내에 나가면 보통 대학생이나 휴학생들이 아직 어린 표정으로 손님을 대하는데, 가끔 가다보면 손님 중에 무례한 사람들이 많다. 반말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큰 소리에 짜증까지 부린다. 물론 그 아르바이트생이 친절하지 못하거나 실수를 하고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면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정신이 나가지 않은 이상 그럴 일은 거의 없다. 한국사회도 그러하거니와 일본에도 그런 요소를 지닌 점을 본다면 한일 양국 간의 문화적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의 심리적 요소는 비슷하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 일상에서 사람들이 화를 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람들은 어떤 큰일에 대해 화를 내지 않는다. 너무 일이 커지면 그것을 수습하기 위해 침착하게 해결을 위해서이다. 그러나 사소한 일들이 쌓이고 쌓이면 인간은 어느 순간 냉정을 잃게 된다. 그동안 계속 자기 마음에 응어리를 쌓아 올렸기 때문이다. 회사 내에서 그런 점을 가끔 본다. 누구는 프린터에 용지가 없으면 다시 가지고 오고, 프린터에 종이가 걸리면 일일이 빼주는데, 막상 프린터에 출력을 보낸 사람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 백 장의 인쇄물을 출력버튼을 컴퓨터 워드프로그램에서 지정하고, 그동안 자기 일만 한다. 다른 사람들도 출력물을 뽑아 사용해야 한다. 어느 누구만 일이 급하고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면 짜증이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소한 일에서 짜증나는 것은 어찌 보면 그 사소함이 인간의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싫은 사람>에서 수짱 사촌동생이 식당에 가면서 남자친구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본다. 점원에게 물을 주세요.”가 아니라 여기! 이라 말한다.

 

평소 사람을 대하는 인격이 거기서 그대로 묻어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거기서 수짱의 사촌동생은 불쾌감만 느끼는 게 아니라 집에 가서도 가족과의 스파크가 튄다. 신발을 벗을 때 가지런히 정리하는 게 아니라 그저 되는대로 벗어버리고, 말투나 분위기도 조금 감정적으로 나가기도 한다. 밖에서 왠지 모르게 불만을 받으면 거기서 해소되지 못한 채 어딘가 폭발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TV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다니는 회사에서 위에 계시는 사람이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아랫사람에게 종종 이유 없이 짜증내거나 업무로 꼬투리를 잡는 경우가 많다.

 

마스다 미리의 작품에서 보이는 그런 돋보임이란, 바로 이런 사소한 것에 대한 표현력이다. 그림체는 왠지 모르게 단순하게 보일지 모르나, 그림에서 보이는 상황과 대사내용은 엄청난 공감대가 있다. 사람이 살다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맞지 않은 사람이 있다. 왜 그런가 싶으면 그 사람의 전반적인 것보다 사소한 모습이 자신의 시야에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에 대해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나, 거대한 성곽 역시 사소한 돌멩이로 이루어진 것이라 본다면 <아무래도 싫은 사람>을 보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인간관계도 잘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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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9-0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애비 님, 한국 만화 역사의 큰 획을 그은 김혜린 작가 리뷰도 부탁드립니다...

만화애니비평 2015-09-07 17:28   좋아요 0 | URL
테르미도르라는 만화가 인상깊어 보이는데
한 번 어디서 구하여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