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와 자유
켄 로치 / 키노필름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1984>가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하나, 그 외에도 <카탈로니아 찬가>라는 작품도 있다. <동물농장>은 우화적 특성을 살린 문학으로 1917년 러시아의 2월 10월 혁명의 성공과 실패를 다룬 작품이다. 조지 오웰이 나폴레옹이란 돼지를 두고 스탈린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드러나듯이, <1984> 역시 오세아니아 대륙에서 감시제국의 빅 브라더 역시 스탈린의 철권정치를 비판한다. 빅 브라더가 만든 최고의 적이 과거 같이 빅 브라더와 활동했고, 그 적이 만든 그 책은 오세아니아에서 가장 위험한 서적이었다.


물론 그 책이 레프 트로츠키의 <배반당한 혁명>이란 것을 생각한다면, 조지 오웰의 소설은 스탈린에 대한 비판과 반 스탈린적인 작품세계관이 반영되어 있다. 그나마 <동물농장>과 <1984>는 우화적 이야기 가상적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지만, <카탈로니아 찬가>는 그야 말라 오리지널 이야기다. 그것은 소설이 아니라 소설의 형태를 가진 조지 오웰의 자기 기록이었다. 조지 오웰의 소설이 상당히 영화제작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문학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었으나, 영화 시나리오로 사용되므로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런 점에서 <카탈로니아 찬가>는 다른 작품과 달리 매우 리얼리즘을 강요한 작품에서 그 원작을 토대로 만든 켄 로치의 <Land and Freedom>은 작가의 눈을 그대로 살린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동물농장>은 1954년 영국 애니메이션 감독 존 핼라스와 조이 베첼러에 의해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고, 조지 오웰의 <1984> 역시 SF적인 디스토피아적인 영화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카탈로니아 찬가>로 만든 <Land and Freedom>은 1936년 스페인 민주공화국의 탄생에서 발생된 내전의 아픔을 역사라는 거대한 서사로서 보여주기보단 그 서사 안에서 단순히 자신만의 의지를 가진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역사라는 거대서사가 개인에게 큰 영향을 준다고 해도 그 거대한 역사가 만들어가는 것은 바로 인간이란 점이다. <Land and Freedom>에서 자신의 국가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든 자도 있었지만, 자신의 국가도 민족이 아닌데도 총을 든 자들도 있었다. 과거의 적국이었고, 자신들과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도 비행기와 배를 타고 스페인으로 모인다. 그 이유는 스페인내전에서 민주공화국을 되찾기 위해서다.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코는 파시스트 국가의 지원 아래 쿠데타를 일으키고, 오히려 국민을 적으로 삼는다.


조지 오웰이 그 내전에 참가한 것처럼 영화 속 주인공 데이빗은 영국인으로 자신의 삶에 새로운 바람을 찾기 위해, 그리고 파시스트에 의해 유린당하는 스페인 국민들을 돕기 스스로 POUM(통일노동자당)에 가입한다. POUM은 기본적으로 마르크스주의자에 아나키스트와 같은 반파시스트 진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신들의 무기가 부족하고 적의 힘이 강해도 굴복하지 않고, 계속 전투를 벌인다. 그 덕분에 많은 스페인 영토를 다시 차지할 수 있었고, 파시스트에 대해 지속적으로 저항했다. 영화명이 <Land and Freedom>인 것처럼 땅과 자유(권리)라는 타이틀처럼 POUM에 소속된 사람들은 모두 자유와 권리를 위해 싸운다.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는 인간이 살아가는 땅이 필요했고, 그 땅을 지키기 위해선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탈린은 1936~1938년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숙청을 가했고, 1917년 볼셰비키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끈 트로츠키의 국제주의에 반대하는 일국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스페인내전의 POUM을 제거하기로 한다. 실제 지원을 중단하고 POUM의 중심인물을 숙청하기도 했다. 게다가 POUM을 파시스트와 내통한 적으로 내몬다. 스탈린주의에 의해 스페인내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프랑코는 자신에게 저항하는 반파시스트 연대와 국민들을 제압하기 위해 항공폭격을 가한다.


20세기 최고의 천재 미술가, 피카소의 <게로니카> 탄생은 무자비한 인명을 살해하던 독재자들에 대한 분노인 것이다. 실패로 끝난 스페인 민주공화국과 반파시스트 전쟁에 모두 실패한 것이라 볼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역사에서 그 당시에는 패배자였으나 후세의 역사에서는 승자가 되었다고 말이다. 부당한 권력한 폭력을 휘두른 압제자는 자신의 권력이 살아있을 때만 살아있던 자이지, 후대에 이르러 정당한 평가에 의해 그 죄악이 드러나게 된다. 데이빗과 POUM 대원들은 자신들이 수복한 마을을 비록 4주만 차지하고 다시 파시스트에게 내어주게 되었지만, 자신들이 행한 의지는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고 한다.

 

데이빗은 전쟁 중 사랑에 빠진 베이트가 죽을 때, 그녀의 묘지를 만든 마을의 흙 한 줌을 가지고 온다. 전쟁에서 POUM은 패배해도 자기 자신에게 패배하지 않았다는 신념이다. 영화를 본다면 다소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와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된다. 조지 오웰은 언제나 담배가 없는 것과 추위에 괴로운 기억이 가장 인상적이라도, 그 전쟁에서 같이 파시스트에 대항하던 동지들이 스탈린에 의해 서로 총구를 겨누는 것에 대한 슬픔은 <Land and Freedom>에서 크게 느낄 수는 없다.


아마 영화제작 시기가 1995년인 점에서 소비에트연방 해체 후, 스탈린의 잔재가 사라짐에 따라 스탈린에 의해 희생된 자들의 명예가 다시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스탈린이 살아있던 시절, 스탈린의 영향력이 미친 공산권 국가에서 POUM은 배신자로 낙인찍힌 것을 생각하면, 조지 오웰이 느낀 그 당시 상황이 영화에서는 매우 심각한 주제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소설은 POUM의 해체와 과거 동지간의 갈등이 주요 초점이라면 <Land and Freedom>은 당시 POUM의 투쟁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영화를 감상하면 영화화면이 보통 전쟁영화의 spectacle적인 요소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쟁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전자나 후자나 spectacle이 아니라고 볼 수 없는 게 아니지만, 적어도 영화라는 것이 전자처럼 오락과 낭만으로 가득한 세계가 아니라 후자처럼 일상적인 요소가 매우 강한 점을 보여준다. 조지 오웰의 소설에서 담배와 땔감이 부족하다는 투덜거림이 바로 그 증거고, 영화에서도 물자부족과 자신의 몸을 계속 갉아대는 이도 그렇다. 카메라영상은 멀리 있는 모습보단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치중되어 있다.

 

전쟁에서 꾸미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 켄 로치 감독이 만든 작품에서 카메라는 보통 헐리웃 영화처럼 깔끔한 영상보단 투박한 영상으로 인물을 그려낸다. 또한 영화 시퀀스에서 전쟁하는 장면보다 전쟁 외적인 영상이 제법 많은 비중을 부여한다. 파시스트가 정복한 마을을 수복할 때 농지를 모두 공유하여 공동농작을 하는 것에 대해 토론할 때 그 토론시간이 매우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 스스로 권리를 찾아가는 여정도 중요하나, 그 여정이 도달 이후에 어떻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다음과 같은 패배의 기록, ① 데이빗과 POUM이 스탈린의 군대에 의해 강제무장해제 되었을 때, ② 데이빗과 POUM이 목숨 걸고 지킨 마을이 다시 파시스트에게 빼앗긴 것, ③ 데이빗이 수명이 다해 사망했을 때 마치 이루지 못한 것처럼 보이나, 데이빗의 손녀는 데이빗의 무덤에 시를 낭송하고, 데이빗이 목숨 걸고 싸운 곳에서 가지고 온 흙 한 줌을 다시 데이빗 무덤에 뿌려준다. 데이빗이 지키려한 그 가치는 결코 패배한 것이 아니라 영원히 그와 함께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바로 그 흙 한 줌이 자신들이 지킨 땅, 그리고 그 땅에서 자유를 만끽할 인간에 대한 권리가 영원히 이어지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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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4-06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좋죠. 마지막 장면에서 먹먹했던 기억이 아직도 나는군요. 캔 로치 작품치고는 꽤 규모가 큰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이 작품은 카탈로니아`를 바탕으로 영화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몰랐네요. 소설도 읽고 영화도 봤는데... ㅋㅋㅋㅋ 만애비 님 땜에 아, 그렇구나 합니다.

만화애니비평 2015-04-06 13:07   좋아요 0 | URL
곰곰발님이 좋아하는 켄 로치 작품을 하나하나 홀랑홀랑 보고 글을 적어야죠. 우울한 4월 그저 책 읽고 글 쓰는 게 저만의 자위적인 위로가 되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4-06 15:16   좋아요 0 | URL
4월의 우울이라..... 맬랑꼴리하네요. 서울 오시면 막걸리 한 잔 합시다.

만화애니비평 2015-04-06 15:18   좋아요 0 | URL
2월달 설연휴에 서울에 갔었죠. 그때는 형집과 큰아버지집에 간다고 정신없이 지나갔는데, 아마 시간되면 SICAF 서울 애니메이션축제 되면 가지 않을까 하나, 서울에 요새 가는 게 참 괴로워지는군요. 멀다 멀어 몸과 마음도
곰발님과 저기 탑골공원의 막걸리에 돼지고기를 올려 크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