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인즈 게이트: 부하영역의 데자뷰 - 극장판
와카바야시 칸지 감독, 미야노 마모루 외 목소리 / 아트서비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슈타인즈 게이트>는 잘 아시다시피 TV 애니메이션과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TVA에서 오카베가 망상이 심한 과학자로 나오지만, 그의 망상은 하나의 사실이 되는 충격적인 작품이다. 물론 우리는 처음 그의 모습을 보면 분명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처음부터 그의 행동이 작품 내에 다른 캐릭터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관객에겐 그저 중2병 환자라는 것에 동일하게 인식한다. 하지만 그의 가설과 크리스 박사, 가제트연구소에 모이는 인물들 중심으로 신기한 일들이 발생된다. 우연히 시작된 실험, 그리고 마유리의 죽음 등이 이어지면서 오카베는 계속 의문을 품고 시간여행을 한다.

 

그러면서 오카베는 마유리의 죽음에서 구하고, 시간여행 패러독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임머신을 악용한 자까지 찾아내어 크리스까지 구한다. 이야기 흐름에서 플롯의 구조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요약하자면 미치광이 과학자를 표방한 공대생이 자신의 망상이 그대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결국 친구와 세계를 구한다는 뜻이다. 이야기의 요약은 간단하지만, 이야기의 소재가 되는 요소들은 매우 복잡한 게 <슈타인즈 게이트>. 기본적으로 타임머신이란 기계를 다루기 위해서는 먼저 물리학의 복잡하고 다양한 정보가 나온다.

 

우리 세계를 구축하는 것에서 먼저 1차원은 점, 2차원은 면, 3차원은 공간이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있는 현실은 3차원적인 세계인 것이다. 그러나 <슈타인즈 게이트>3차원의 세계가 아니라 1단계 차원이 높은 4차원 세계에 대해 다루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캐릭터로 주축은 간단하나, 그 인물이 놓인 시공간적인 조건은 매우 어려운 것이다. 과거 <Back to the future>라는 영화로 시작하여 여러 가지 시간여행을 하는 작품이 나온다. 시간여행에서 우리가 생각해야할 점은 시간을 물리적 에너지로 본다는 점이다. 이런 가설이 등장한 것으로 블랙홀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데, 블랙홀은 빛까지 빨아들이는 것이다. 질량이 없는 에너지조차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화이트홀로 통해 다른 시공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론이 존재한다.

 

현대물리학 이론에서 결국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세계가 있다는 것은 인간은 현재 정해진 한 시대에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에 존재할 수 있다는 이론을 내세울 수 있다. 이른바 인간의 사는 세계는 공간인 3차원이지만, 정해진 하나의 역사적 세계에서는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세계만 존재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론적인 가설이지 현실적인 실험에서 성공할 리가 없다. 만약 진짜 존재한다면 그것을 누군가 증명해야할 것이나, 단지 이론만 존재하고, 상상에 의한 이야기에 존재하는 가상의 시나리오다. 그런다고 이런 이론이 현실적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만약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니라 다양한 시공간 속에 또 다른 내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슈타인즈 게이트>는 그런 인간의 선택에 의해 자신과 주변 그리고 세계의 흐름이 바뀐다. 나비효과라고 하여 나비의 날개 짓이 사이클론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처럼, 작은 변화가 결국 큰 현상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나치도록 극단적인 발상이며, 단지 실행가능은 역시 공상세계의 이야기다. 그런다고 다르게 보면 사소한 사건이 하나의 발화점을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1차 세계대전의 원인은 각 제국주의의 영토 확장과 더불어 지나친 자본주의로 인한 상품의 판로개척을 위한 명분으로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 저격사건에서 시작했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강력한 입지를 가진 황태자 부부라고 하여도 전 세계가 전쟁을 참가해야할 명분은 너무 떨어져 보인다. 1차 세계대전의 여파는 1917년 러시아혁명 동기가 되었고, 러시아혁명은 1919년 한국에서 삼일운동의 계기도 되기도 했다. 전혀 연계성이 없어 보이는 결과에서 역사는 의외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슈타인즈 게이트>에서 오카베가 TVA에서 시간여행을 해도 극장판에서 크리스를 만류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역사가 대폭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어느 인간의 간섭은 다른 방식으로 우연적인 사건으로 일어나고, 그것은 좋든 나쁘든 분명 어떤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과학자로서 양심을 주장하는 크리스의 입장은 매우 중요하다. 과학의 발달은 결국 인간의 문명과 생활 그리고 인간 그 존재적 가치까지 변하게 만든다. 20세기부터 생명공학이 시작되어 유전자조작이 시작되고, 태아를 시험관에 키워 출산하는 일까지 일어난 21세기 현재다. 게다가 시간의 조작은 엄청난 윤리적 문제를 만들어낸다. 마르틴 하이데거가 제시한 인간은 시간적 존재다라는 단어가 <슈타인즈 게이트>에서 거론된다.

 

현대물리학과 눈에 보이지 않은 대상을 연구하는 형이상학은 과학과 철학의 관계다. 그런 점에서 <슈타인즈 게이트>는 현대물리학 중심을 소재로 만든 작품이나, 분명히 봐야 할 점은 철학이다. 눈에 보이지 않은 대상이란 점에서 인간에게 관념에 대한 연구대상을 두고 고민한다. 바로 시간이란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은 존재다. 시간은 우리가 시계로 보는 시, , 초로 구분되어 있지만, 그것은 단지 시간이란 것을 인간이 사용하기 위한 도량으로 구분해 놓은 것이지 시간이란 존재 그 자체는 물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공간은 5가지 감각으로 느낄 수 있다.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손으로 만지고, 혀로 맛보며, (물체에 힘을 가하면)로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은 그럴 수 없다. 인간이 시간을 알고 있기에 죽음이란 고통을 생각할 수 있고, 시간을 인지하기에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 인간이 시간적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이 공간적 한계성이 머물러도 결국 시간적 흐름에 따라 변화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개인의 시간이 상실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오카베에게 리딩 슈타이너라는 인간의 기억장치를 말한다.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본인의 기억을 말이다. 그것은 데자뷰 현상으로 일어나고, 미래를 예지하기도 한다. 그런다고 하여 병렬세계가 진짜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단지 이론에 의해서만 이야기로 만들 뿐이다.

 

문제는 병렬세계에 존재하는 본인은 분명 현재에 존재하는 본인과 전혀 다르다. 다른세계에 있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만들고 변모하면 결국 다중적인 병렬세계에 리딩 슈타이너에 대하여 인식하는 본인은 다중적인 병렬세계의 간섭에 의해 현재의 세계에 존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극장판에서 오카베 존재의 상실은 바로 현실에만 오카베 그 자신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다른 세계에 존재하기에 크리스는 오카베의 어린 시절로 가서 강력한 기억을 부여한다. 결국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와 같이 자신이 자신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기억을 남기고, 그것은 곧 시간적 요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오카베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카베가 사라지는 것일까? 인간의 존재에서 분명 그가 물리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자신의 관념 안에 그것이 없다면 없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오카베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오카베의 시간이 사라지고, 오카베의 시간이 사라지면, 오카베 주변사람들이 오카베와 함께한 시간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인간의 존재성에서 자신 안의 영역에서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부류도 있지만, 다르게 본다면 자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있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기보다는, 자신이 존재하는 사실을 타인이 인지하는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할 것이다. 내가 지금 여기 존재하는 이유는 단순히 내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른 누군가와 시간적 공유로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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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5-03-03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타인즈 게이트...이거 처음 몇 편 보고 계속 못보고 있습니다. 나름 세계관이 괜찮은 거 같고 물리학에 대한 전문 내용이 많이 나와서 좀 집중해서 보아야 할 듯합니다. 근데, 끝에 가면 막장이라는 말이 있어 전반부만 볼 요량입니다..ㅋ

슈타인즈 게이트의 긴 리뷰를 보다니...참 반갑군요^^

만화애니비평 2015-03-04 08:50   좋아요 0 | URL
크리스티냐~~~
나름 줄이고 줄여 A4로 2페이지 정도 나오더군요.
세계관은 나름 좋으나 물리학과 더불어 형이상학이
기반되지 않으면 어렵죠
리뷰를 보면 전자를 인용하나, 후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아
아마 많이 반가울 것 같네요